The strongest He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
◈ 대체 무림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시간의 틈을 넘어 도착한 곳은 외딴 산이었다.
약간의 현기증과 내기의 공백이 느껴졌다.
천년이라는 시간을 넘은 후유증은 얕지 않았다.
잠시 그대로 서서 천마신공을 바로잡았다.
호흡을 통해 천지간의 기운이 스며들어와 공백을 채워갔다.
“이곳이 천년 후의 세상인가.”
그렇게 내공을 다잡고 난 뒤 주위를 둘러봤다.
지형도 산세도 바람도.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탁하군.”
그 중 가장 먼저 느껴진 건 탁한 공기였다.
옛 무림의 청아한 냄새와는 다른 고약한 공기가 사방을 메우고 있었다.
대기 중에 섞인 독한 물질도 감지됐다.
혹시 당가 놈들이 이곳을 공격하기라도 했나?
조잡한 독이나 만지던 놈들이었는데.
“#@$@xx @#@#! 1@#@#!!”
오, 사람이로군.
이상한 작대기 하나를 내밀며 소리치고 있었다.
옛 중원의 언어와 비슷하지만 어딘가 달랐다.
이럴 때는 백화문의 섭공(攝功)이 편하지.
기억을 읽어서 언어를 체득하는 건……
탕!!
순간, 막대기 끝에서 불꽃이 튀었다.
작은 금속제 암기 하나가 굉장한 속도로 날아왔다.
당가의 암기나 황궁의 기관에서도 못 보던 속도였다.
가히 빛살과 같아 순간이나마 놀랄 정도였다.
“@#!!! #@#@#!!!”
하지만 놀랐다고 당할 정도는 아니다.
기막으로 암기를 눌러서 허공에 잡아 세웠다.
핑핑 도는 속도가 대단해서 불꽃이 나선 형태로 번졌다.
이 정도면 일반적인 호신강기는 뚫린다.
천년의 시간이 흐르며 대단한 암기 가문이 나온 것 같다.
암기가 이 정도인데 다른 건 또 어떨까.
괜히 가슴이 뛰고 얼굴이 상기됐다.
“네놈 머리를 좀 빌리자꾸나.”
발광하는 놈을 제압해서 백회를 눌렀다.
놈의 기억 빨려 들어왔다.
백화문의 섭공은 나름대로 신묘한 구석이 있어, 흡수한 기억 중 필요한 것만 얻고 나머지는 버릴 수 있다.
지금의 경우라면 낯선 언어.
그리고.
“문화 대혁명? 사회주의? 중화 인민 공화국?”
낯선 역사의 흐름이었다.
#
“허어. 어쩌다 무림이 이리되었는가.”
통탄을 금할 길이 없었다.
천년.
아니,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림은 역사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지금 남아 있는 것들이라고는 거죽뿐.
소림사니 무당파니.
전부 문화 유적처럼 취급을 받아 형태만 보존되고 있었다.
“무를 버리고 도구를 택하다니. 천년 기다림의 결과가 고작 이런 거란 말인가.”
물론, 쇠퇴한 무림만큼 많은 것이 태어났음은 안다.
핸드폰, 컴퓨터, 티비, 자동차.
모두 신묘하기 짝이 없는 물건들이었다.
하물며 총이나 미사일 같은 건 무공 이상의 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쯧쯧. 그래 봐야 신외기물. 천년의 시간이 무림의 혼을 앗아갔구나.”
아쉬움에 입안이 썼다.
천년의 시간이면 무료함을 잡아 줄 강자들이 태어날 거라 믿었는데.
되레, 있던 것마저 없어졌다.
이래서야 천마신공 구단공이 있다 해도 쓸 곳이 없었다.
쿠르르릉……
“응?”
그 순간이었다.
발밑을 타고 무언가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천마신공의 감각권 내에서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굉장히 기묘한 움직임이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신외기물인 걸까?
콰앙!
그 존재는 순식간에 발밑을 뚫고 튀어나왔다.
비상하는 흙더미 사이로 검붉은 몸뚱이가 보였다.
“용?”
처음에는 그리 생각했다.
족히 수십 족장은 되는 몸길이에 마차 여럿을 댄 크기의 머리통.
검붉은 피부 빛이나 짐승을 닮은 발톱도 있었다.
이런 괴이한 존재라면 용을 떠올리는 것이 당연했다.
“흐음. 아니, 네놈은 썩 좋은 기운이 아니구나.”
하지만 이내 생각을 달리했다.
놈의 몸에서 피어나는 기운은 용과 같이 신성한 것이 아니었다.
칙칙한 사기는 되레 혈교의 것과 닮아 있었다.
놈들이 부리던 혈강시 따위가 이와 비슷했다.
“비상!! 비상!! 장군님께 알려라! 놈이 실험실을 탈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복장의 인간들도 대거 몰려왔다.
불을 뿜어내던 막대기.
그러니까 총을 든 채 사방을 포위했다.
특수 정보국이던가.
섭공으로 뽑아낸 기억에 의하면 대충 그랬다.
“쏴라!! 괴이가 벗어나지 못하게 막아!”
“옆에 민간인이 있습니다!”
“뭐? 민간인이 어째서 여기에……이익! 쏴! 그냥 쏴라! 저놈이 도망치면 우린 모두 죽은 목숨이야!”
빼곡히 모인 놈들은 일제히 총을 쏘아댔다.
수십, 수백 발의 총알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
천년의 시간이 지나도 황궁 졸개들이 하는 짓은 변함이 없다.
“멈춰라.”
천마신공 오단공 – 천마음(天魔音)
소리를 타고 내기가 번져 총알을 허공에 잡아 세웠다.
만천화우마저 우습게 여기는 신공 앞에 총알이라고 별다를 건 없었다.
“초, 총알이 허공에 섰다!?”
“어떻게 된 거냐!? 괴이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어!?”
“보고에는 없습니다! 3급 괴이에게 이능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럼 저건 뭔데!?”
정보국 아이들이 당황으로 허둥댔다.
예나 지금이나 이해 밖의 것을 보면 저 꼴이다.
하긴, 섭공으로 읽은 기억대로라면 지금 이 땅에 멀쩡한 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황가가 권력에 미쳐 날뛰면 민생이 피폐해지고 인재의 씨가 마르는 것이 현실.
천년이 지났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크르르르르……”
“음? 감히 날 적대하는 것이냐?”
기껏 총알을 막아 주었더니 미물이 이를 드러냈다.
이런 걸 용이라 착각했다니.
천년이 꽤 길긴 길었나 보다.
“꿇어라.”
천마신공 오단공 – 천마군림(天魔君臨)
발 구름을 따라 천마진기가 퍼져나갔다.
잡아 세웠던 총알과 함께 괴물이 바닥에 처박혔다.
쩍쩍, 갈라지는 지면에서 버둥거렸다.
“크르르르르! 크르르!!”
“호오. 아직도 투지가 남아 있는 것이냐?”
보통 이 정도면 선산의 영물조차 꼬리를 만다.
이를 드러내고 버둥거리는 괴물이 제법 기특했다.
신외기물을 들고 무리 진 놈들보다는 그래도 이쪽이 더 낫지 않은가.
“풀어주면 네 재주를 보여 줄 셈이냐?”
천마군림을 풀고 괴물을 밖으로 꺼냈다.
놈은 이를 드러내며 나를 노려보더니 순식간에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쯧쯧. 도망이라니.”
아쉽게도 놈의 선택은 도망이었다.
거리를 쭉쭉 벌리며 능선 저편으로 사라졌다.
뭐라도 좀 하나 싶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널 잡아서 탈것으로 삼아야겠다.”
내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
이미 천마군림에서 진기를 묶어 두었기에 놈이 가는 방향 정도는 뻔했다.
속도는 제법 빨랐지만 그래 봐야 미물 수준.
천마등공 두 걸음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쾅!!
하지만 천마등공을 밟기 전.
멀리서 날아온 철 덩어리가 진기에 막혀 폭발했다.
섭공으로 흡수한 기억에 따르면 로켓이었다.
미물을 쫓으려던 걸음을 잠시 세웠다.
“저, 저자도 괴이다!”
“젠장 인간형 괴이라니!”
“저런 보고는 없었잖아!”
“막아! 화력을 쏟아부어라!”
사방에서 철 덩어리들이 날아들었다.
진기에 박혀 폭발하고 튕겨 나가기를 반복했다.
절기마다 황궁에서 보던 불꽃놀이를 떠올리게 했다.
그때는 예쁘기라도 했지.
“강맹하기만 해서는 이룰 수 없다.”
천마신공 오단공 – 천마류(天魔流)
진기를 휘몰아쳐 화력을 바닥으로 쏟아냈다.
파괴의 힘은 순식간에 지면을 허물었다.
시끄럽게 떠들던 놈들이 일거에 쓸려 들어갔다.
쿵.
땅을 한 번 더 밟아 단단하게 다져 두었다.
그제야 사위가 조용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꽤 멀리까지 갔구나.”
그 사이, 괴물은 먼 곳까지 도망쳤다.
방향으로 보자면 동쪽.
오래전, 태생을 찾아 걸음을 했던 그 지역 방향이었다.
“놓치지 않는다.”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
천마등공을 타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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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등공으로 하늘을 걷다 보니 바다 위였다.
괴물은 힘이 다한 건지 바다 위 작은 돌섬에 널브러져 있었다.
하긴, 천마군림을 정통으로 맞았으니 멀쩡할 리 없다.
바닷바람을 쐬며 그 앞에 내려앉았다.
“크르르르……”
“그놈 참. 허약한 놈이 성질만 드세구나.”
이를 드러내는 괴물에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강단 있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들었다.
천마진기로 놈을 잡아 들어 올렸다.
놈은 잠시 바동거렸지만, 이마를 한 대 후려쳐 주니 금세 조용해졌다.
“허어. 이건 천마군림에 당한 상처가 아니구나.”
놈의 배 아래에서 지독한 상처를 발견했다.
몇 번이나 가죽이 벗겨지고 아물기를 반복한 흔적이었다.
고름과 진물이 가득했다.
“쯧쯧. 황가의 개들이 널 이리 다룬 것이냐?”
이런 건 투쟁의 흔적이 아니었다.
무언가의 목적으로 상처를 주고 방치하기를 반복한 것이다.
황가는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크르르르……”
“가만히 있거라. 본좌가 다친 자를 핍박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겠느냐?”
상처 부위에 손을 얹고 진기를 주입했다.
천마진기는 지독하게 파괴적이나 7단공을 넘어서며 이미 상생의 도리를 품었다.
상처 주변이 부글거리며 회복되기 시작했다.
“독기가 심하군. 어디서 나온 놈이기에 이리도 독한 걸 품고 있단 말이냐.”
문제는 괴물의 체내에 담긴 독기였다.
천마진기가 상생의 힘으로 상처를 회복해도 본래 가진 독기가 충돌했다.
“본래라면 약선의 삼천진기로 널 다뤄야되겠지만……귀찮구나. 그냥 독기 같은 건 다 뽑아내야겠다.”
“크르르!?”
귀찮은 건 질색이다.
괴물의 몸을 뒤집어 몸 안의 독기를 한 곳으로 집약시켰다.
고통에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무시했다.
이건 인간으로 치자면 벌모세수의 과정이다.
아픔 없이 나아질 수 있겠는가.
잘 세탁해서 입으로 독기의 정수를 뽑았다.
괴물 놈의 몸이 삽시간에 쪼그라들었다.
“이건 당가에서 보면 눈이 뒤집힐 물건이로고.”
손톱만 한 크기였지만 독기가 대단했다.
당가에서 쓴다면 능히 천년지독을 완성하고도 남을 물건이었다.
“적당한 곳에 묻어야겠군.”
대충 버릴까 하다 그만두었다.
넓은 바다에 던지면 물고기 수천이 죽을 것 아닌가.
이래 봐도 생명을 존중하는 몸이다.
진기로 감싼 뒤 품 안에 보관했다.
“크릉! 크릉!”
그 사이, 괴물이 정신을 차렸다.
놈은 코를 킁킁대며 상황을 살피더니 내게 다가와 발치에 머리를 비볐다.
내가 자신을 구했음을 알아챈 것이다.
그래도 제법 머리가 트인 놈이었다.
“오호. 독기를 씻어낸 덕에 영기가 트였구나.”
“크르릉!”
“그래, 그래. 네놈 명줄은 내가 구했으니, 응당 복종의 예가 옳다.”
괴물은 이제 영물에 가까웠다.
억지로 영기를 깨운 것이라 절반에 불과했지만, 그것으로도 자격은 충분했다.
발로 툭툭 치니 배를 까뒤집고 재롱을 부렸다.
이리 보니 제법 귀엽기도 하다.
천년이라는 시간을 넘었으니 이 땅에 더는 아는 사람도 없을 터.
살가운 애완동물 하나 키우는 것도 괜찮다.
“보자. 이곳이 바다 위 작은 섬이니……널 해도라 부르마.”
“크릉!”
놈은 마음에 드는지 크게 짖었다.
그러고 보니 바짝 엎드린 모습이 개 같기도 하다.
개를 타는 천마라.
썩 모양이 사는 건 아니지만 새 술은 세 부대에 담으라 하지 않던가.
“가자꾸나. 근처에 땅이 있다.”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