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He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49
◈ 비정한 부정
안기남 등은 황급히 상부로 올라갔다.
맞서던 상대가 갑자기 지붕을 뚫고 도망친 상황.
전황이 불리하지 않았다는 걸 고려하면 다른 용무가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그것은 천마밖에 없다.
“귀찮은 인형들 같으니!”
하지만 가는 길이 쉽진 않았다.
사방에서 인형이 쏟아져나와 일행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는 대수롭지 않지만, 수가 대단했다.
인간인 이상 안기남 등에게는 체력이 존재했다.
조금씩 지치고 손발이 무뎌졌다.
“차라리 조금 물러나서 천마 님을 기다리는 편이 낫지 않겠나?”
한서휘가 안정적인 제안을 했다.
“또 방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짐이 되는 건 한 번으로 충분해.”
“이번만큼은 기남 오라버니의 의견에 동감해요. 손 놓고 있는 건 취향이 아니네요.”
“아, 아까는 남아서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나요?”
“조용히 해, 채아야.”
손발은 무뎌졌어도 기세는 더욱 달아올랐다.
한서휘가 짧게 웃으며 검을 고쳐잡았다.
그렇다면 자신도 머뭇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좋아. 내가 전력으로 길을 열지. 이지아 양이 우리를 한 번에 들어서 옮겨줘요.”
“한 대령님 혼자서요?”
“제 부탁에 이 고생인데 역할은 다해야죠.”
한서휘가 검에 진기를 집중시켰다.
분광은 빛을 나눌 만큼의 쾌검이라는 의미.
하지만 나눈 것을 거두어 다시 하나로 씀은 일원(一原)의 경지라 할 수 있다.
초입에 불과하지만, 인형 정도라면 충분하다.
짧은 호흡과 함께 검이 부르르 떨렸다.
사방 십 수 미터가 검광으로 가득 차고 날카로운 기운이 실처럼 번졌다.
그리고 다시 한순간이 지나자 기운이 점으로 모였다.
“파랑검(波浪劍) 일로(一路).”
점은 순식간에 물결이 되어 사위를 쓸어갔다.
인형, 벽, 창문, 기둥……
가리지 않고 박살 냈다.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지금입니다, 지아 양.”
“꽉 잡아요!”
여기서 망설이는 건 어리석은 일.
이지아가 초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서 일행을 감쌌다.
부서지는 파편과 몰아치는 바람을 정면에서 맞으며.
총구를 벗어난 총알처럼 튀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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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으로 몸을 두른 만력궁주가 일어났다.
표면을 타고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내기의 흐름을 현대의 방식으로 구현한 것이다.
인형 안쪽에 위치한 막대한 기운 또한.
“내단인가.”
“흐흐. 알아보는군. 맞다. 밀교의 비전은 영물의 내단을 제물로 삼아 구동한다. 그렇기에 살아있는 생물처럼 기운을 부릴 수 있지. 못난 자식의 알파는 고작 흉내 내기에 불과했을 뿐이다.”
“네놈은 다르다?”
“직접 몸으로 느껴보아라.”
순간, 인형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바람이 원형으로 터지고 무형의 충격파가 덮쳐왔다.
소림 외공의 정점에서 보일 수 있는 무형각(無形脚)의 일종이었다.
양손으로 벽을 두르니 몸이 그대로 밀렸다.
콰앙―!!
부서지는 건물 외벽과 쏟아지는 잔해들.
먼지가 안개마냥 눈 앞을 가렸다.
“이것이 무공과 과학의 결합이다!”
안개는 천 마냥 찢어졌다.
보이지 않는 파공들이 수십, 수백 갈래로 나뉘어 쏟아졌다.
기운 하나하나가 흑아의 창격에 빗댈 만했다.
피하지 않고 막을 친 채 견뎠다.
폭음이 이어지고 남은 외벽마저 모조리 무너졌다.
달빛이 스며들어왔다.
“하하하! 어떠냐!? 아무리 잘나 봐야 일개 무부에 불과하다! 첨단 과학과 결합한 이 힘을 이길 수는 없다!”
놈의 외침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
정말로 그리 생각하는 듯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네가 무에 대해서 뭘 안다는 거냐.”
“……멀쩡하다고?”
“흉내는 그저 흉내일 뿐이다. 소림의 무형각은 이보다 몇 배는 무거웠다.”
“헛소리! 영물의 내단으로 소림의 외공을 보조하고 있다! 약할 리 없어!”
놈이 다시금 땅을 박차고 뛰어왔다.
먼지구름이 원형으로 퍼지고 충격파가 이어졌다.
제법 그럴싸하나 역시 흉내뿐인 무형각이었다.
각을 손등으로 막고 힘을 아래로 눌렀다.
지면이 푹 꺼지며 힘을 방사했다.
아슬아슬한 균형 사이에서 흐트러지는 인형이 보였다.
정중동의 이치조차 따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어디에서 소림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전(前) 일보(一步).
주먹을 뻗었다.
―!!
소리보다 앞서서 뭉개지는 인형의 가슴팍.
때린다(打)의 개념을 완벽하게 주먹에 실었을 때 나오는 파괴력이다.
외공은 단순하게 몸만 단단히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단련에 이치가 닿았을 때 비로소 외공이 된다.
“쿠, 쿨럭! 쿨럭!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타경의 기교다. 금강동인을 법문으로 떠서 몸을 강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그건 반쪽에 불과하다. 쓰는 법조차 알지 못하며 무기를 다루는 꼴이라니.”
“개소리! 이 몸에는 소림의 절기들이 새겨져 있다!”
“절차탁마(切磋琢磨)하여 바늘 하나조차 산처럼 다룰 수 있어야 비로소 새겼다 말을 한다. 그저 몇 줄 끄적이는 것으로 무공의 전부를 알았다 보았느냐?”
주먹을 그러쥐어 다시금 앞으로 뻗었다.
대기가 나선 형태로 뒤엉키며 인형의 어깨를 후려쳤다.
금강동인의 방어력이 있지만 우습게 파고들었다.
영물의 내단이 있다 한들 그걸 그저 연료로 쓰고 있을 뿐이다.
침투경(浸透勁)을 전혀 방어하지 못했다.
“아, 아프다! 아파! 어, 어째서 금강동인의 육체가 이렇게 쉽게 뚫리는 거냐!?”
“심기체. 삼위일체를 이르지 못하면 아니한만 못하다. 아무리 훌륭한 인형을 만들어도 법을 알지 못하면 그저 고철에 불과하지.”
“헛소리. 헛소리다!”
인형의 좌우가 갈라지며 금속 구체가 쏟아졌다.
하나하나 상당한 기운이 실려 있었다.
마치 벽력문의 벽력탄을 보는 기분이었다.
군의 화기로는 좋으나, 무인의 도구는 아니었다.
손을 움켜쥐어 구체를 한곳에 모았다.
콰콰쾅―!!
조금 이르게 시작되는 폭발.
“하하하! 충격형이 아니라 시간제 폭발이다!”
그게 그리 즐거운가.
비산 하는 화염을 흡자결로 모아서 움켜쥐었다.
불꽃이 손아귀로 모여서는 한 줌의 연기로 변했다.
까맣게 피어오르는 연기에 놈의 얼굴색도 시시각각 변했다.
“이정도에서 끝내도록 하자.”
화풀이도 충분히 했다.
진기를 가득 머금고 놈의 머리통을 쥐었다.
억센 팔로 바동거렸지만, 그때마다 힘의 방향을 바꾸어 짓눌렀다.
지금은 그저 깡통에 불과했다.
“그, 그만! 그만둬!”
“인간은 선택을 하는 법이다. 그리고 선택에는 항상 결과가 따라오지. 아무리 무섭고 두려운 결과라 해도 네 선택이다. 받아들여라.”
“서, 성학아! 성학아! 좀 말려 보거라! 아비가 이리 죽어야 되겠느냐!?”
“……”
“내, 내가 잘못했다! 이 아비가 잘못 생각했구나! 앞으로 생각을 바꿔 볼 테니 제발 좀 말려 보려무나!”
구차한 바동거림에 차가 아이를 봤다.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존중해 줄 마음이 있었다.
“목숨.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한없이 모자라고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그래도 제 아버지입니다.”
“이자가 널 어찌 생각하는지 아는데도 말이냐?”
“네. 그럼에도 아버지입니다. 그가 비정하다고 해서 저까지 비정해질 이유는 없습니다.”
“네놈은 천치이거나 도인이겠구나.”
어차피 인형을 제외하면 쓸모없는 인간.
필요한 것만 얻고 구차하게 연명시키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쥐었던 손에서 힘을 빼려고 했다.
그 순간.
“역시 이정도로는 부족한가?”
만력궁주의 기세가 일변했다.
손이 닿은 인형의 표면이 붉게 달아오르고 막대한 양의 양강지력이 솟구쳤다.
이미 한 번 겪어 본 기운이었다.
“네놈. 크리스라는 쓰레기 뒤에서 본 자로구나.”
“말을 섞는 건 처음이군, 천마.”
만력궁주.
그리고 인형 전체가 붉게 달아올랐다.
마치 거대한 태양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아버지!?”
“저건 네 아버지가 아니다. 너희가 선자라 부르는 자들 중 하나지.”
“서, 선자라고요?”
기운은 끝없이 팽창했다.
만력궁주의 진원지기와 인형의 내단을 모조리 끌어다가 쓰는 것이다.
이는 뒤가 없는 선택이었다.
“궁주라 하던데. 결국 쓰다가 버리는 건가?”
“명령을 어겼으니 처분할 뿐이다.”
“관련 있는 모든 이들에게 금제를 걸어 두었군.”
“그게 선산의 비밀을 지키는 방법이다.”
“잘도 떠드는구나. 그리 싸매고 앉아서 무엇을 지키려는 것이냐? 권좌인가?”
“아니다. 천마여, 너는 우리를 오해하고 있다.”
만력궁주가 한 걸음 걸었다.
바닥이 녹고 인형 피부가 흘러내렸다.
그 안에 있는 육체 역시 천천히 불에 타들어 갔다.
저건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되레 보호하기 위함이지.”
“보호? 무엇에서 말이냐?”
“괴이의 왕. 영왕(影王)에게서다.”
“괴이의 왕이라?”
“그렇다. 괴이의 왕과 함께 세상은 한 번 단절되었다. 네가 알고 있던 무림 역시 마찬가지지. 우리는 그를 막기 위해서 세계의 일부를 잘라서 봉인했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선산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무림이 사라지게 된 것이 괴이의 왕 때문이라는 건가.
“허나, 봉인은 완벽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괴이가 탄생하고 있다. 우리는 네 존재를 그 중 하나라 판단했었다. 그렇기에 관찰을 지시했었지.”
“관찰치고는 과격하지 않았나?”
“우리의 접촉은 제한적이다. 밖의 아이들이 곡해하여 행동하는 걸 막을 수단이 없다. 허나, 그 덕에 네가 괴이가 아님을 알았다. 그러니 너도 우리에 대한 적대감을 접어 두어라.”
“말은 청산유수로군. 하지만 무엇 하나 납득이 되지 않는다.”
행동은 그 마음을 대변하는 법.
자기 사람들을 손패처럼 쓰고 버리는 이들에게 숭고함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건 기회다.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여라, 천마. 선산에 들어서는 건 굉장한 영광이다.”
“그딴 영광 따위 사양하지. 괴이의 왕이 있다면 본좌에게 안내하거라. 그리 고생할 것도 없이 직접 처리해 주지.”
“어리석은. 네 알량한 힘 따위를 지나치게 믿고 있구나.”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직접 내려와서 덤벼라. 산속에 숨어서 변명 따위나 지껄이지 말고.”
“……”
놈의 불꽃이 희미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건 꺼지기 위함이 아닌, 더 크게 터지기 위함이었다.
안절부절 못하는 차가 아이를 등 뒤로 돌려 두었다.
“마지막 제안이다. 어리석음은 거두고 우리의 손을 잡아라.”
“나야말로 제안하지. 선산을 열고 괴이의 왕을 안내해라. 직접 잡아서 할 일을 줄여주지.”
“어리석은 놈.”
“시끄러워, 말뿐인 놈아.”
이죽거림에 만력궁주의 몸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건 몸 안의 진원진기와 내단이 금제의 힘을 빌려서 폭발하는 것이었다.
그 위력은 천마신공 상위 공능에 비견할 만했다.
“네 아비는 구하지 못할 것 같구나.”
“아……”
짧은 신음을 뒤로 한 채 진기를 끌어올렸다.
폭발을 막는 건 쉬우나 그 뒤가 문제.
차가 아이와 흑아 등을 고려하면 힘의 여파마저 모두 눌러야 했다.
“문주님!!”
“태상문주님!”
“허. 시기 한번 적절하구나.”
때마침, 구멍을 거슬러 흑아 등이 올라왔다.
폭발의 중심에서 정 반대편.
단순히 막는 것으로는 모두를 보호할 수 없었다.
“별수 없구나.”
한 번 거둔 아이를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천년을 넘어서 처음으로 천마신공의 극의를 꺼내 들었다.
천마신공 구단공.
눈앞이 하얗게 명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