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71
제171화
171화
파나마의 미군 기지는 폐허로 변해 버린 지 오래였다.
파나마 운하의 장벽에서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었지만 동물형 뮤턴트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덩치는 인간형 뮤턴트보다 작았지만 스피드는 동물형 뮤턴트들이 빨랐다.
“꽤나 까다롭겠는데.”
“저놈들을 유인해 볼까요?”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인간이 동물보다 뛰어난 건 이게 있어서죠.”
창수는 대원 하나가 웬 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내놓는 것을 보았다.
“드론?”
“예. 그동안 관리 잘해놔서 작동은 잘 됩니다.”
인간이 뮤턴트보다 우월한 것은 육체적인 능력이 아닌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은 현대전의 양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무기로 손꼽혔다.
그렇게 드론을 대규모로 운용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도 노력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뮤턴트전에서 드론은 그 효용성에 한계를 보였다.
특히나 대규모 팬데믹 상태에서는 드론으로 뮤턴트들을 전부 제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여전히 수색 정찰에서는 드론의 효과는 분명 있었고 세계 각국에서도 사용되었지만 문제는 역시나 물자 부족이었다.
드론을 대량으로 제작하고 운용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한번 해 봐.”
“예! 자! 귀염둥이 오랜만에 날아보자.”
소형 정찰용 드론이 아닌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녀석이었다.
내부에서 소리로 낼 수 있어서 뮤턴트들을 소리로 유인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허공으로 조용히 날아서는 미군 기지 쪽으로 이동했다.
“일단 내부 상태부터 보자고.”
“알겠습니다.”
내부 상태를 보기 위해 안으로 날아드는 드론이었다.
모니터에 드론이 촬영한 영상이 보였다.
역시나 기지 내부에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내부로는 동물형 뮤턴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기지 전부를 다 둘러본 것이 아니었으니 뮤턴트가 숨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입구 쪽의 뮤턴트들을 다른 쪽으로 유인해 봐.”
“예. 알겠습니다.”
미군 기지 안쪽을 둘러본 드론은 다시 미군 기지의 입구로 날아왔다.
그리고서는 뮤턴트들이 거슬려 하는 고주파를 발생시켰다.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귀에서 이명이 발생하는 듯이 삐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물형 뮤턴트들도 고통스러운지 허공에 떠 있는 드론을 향해 뛰어올랐다.
“윽!”
생각보다 높이 뛰어오르는 동물형 뮤턴트들에 드론이 추락할 뻔했다.
황급히 드론을 좀 더 위로 올리고서는 주변의 동물형 뮤턴트들을 모아 미군 기지 입구에서 멀리 떨어트렸다.
“좋아. 나하고 몇 명만 기지 내부로 들어가 수색한다. 나머지는 여기서 대기해.”
창수는 대원들의 일부만을 데리고 들어가기로 했다.
잔뜩 몰려가서 좋을 것도 없었고 외부의 상황을 알려줄 퇴각조도 필요했다.
더욱이…….
“방독면 착용하고.”
전 대원이 착용할 방독면이 부족했다.
“키나. 이상 상황이 오면 허공에 화염을 쏘아 올려줘요.”
“알겠어요. 초이.”
키나도 데리고 가지 않기로 했다.
키나와 함께하면 판타지의 모험가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창수는 모험이 아닌 생존 중이었다.
그렇게 동물형 뮤턴트들이 유인되어 텅 빈 기지 입구로 향한 창수는 세 명의 대원과 함께 기지 내부로 잠입해 들어갔다.
녹슨 철망과 바리케이드가 막아섰지만 다들 익숙한 듯이 넘어갔다.
“탄환도 확보할 수 있으면 확보해.”
“알겠습니다.”
창수뿐만 아니라 다른 대원들도 탄환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몸이 강화되어 있고 엔젤도 조금은 있어서 어지간한 뮤턴트들은 대검이나 정글도로 잡을 수 있다지만 그래도 다들 총이 익숙했다.
“헬기는 저기 막사 뒤쪽에 있습니다.”
드론을 통해 수송 헬기의 위치를 확인했다.
물론 작동할지는 알 수 없었기에 직접 찾아가 확인해야만 했다.
창수는 선두에서 감각을 곤두세운 채로 이동했다.
버려진 미군 기지가 그리 작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헬기 주기장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시설들이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로 깔려있었지만 부서진 아스팔트 바닥 사이로 잡초들과 나무들이 솟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미군 병사들이 버리고 간 듯한 차량과 장갑차들이 어수선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생각보다 장비들이 많습니다.”
“급하게 퇴각한 거 아니야?”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만 이 정도면 약탈하러 오는 자들도 있어야 하는데. 약탈의 흔적도 그다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시신들은 보이지 않는데.”
뮤턴트들이 인간을 잡아먹기는 한다.
하지만 그러면 뼛조각이나 흔적이라도 남아 있어야만 했다.
그런 흔적조차 없는 것으로 봐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 대피를 한 경우였다.
다른 타국군들에게는 깜짝 놀랄 일이었지만 미군들은 간혹 자신들이 파병지에서의 장비들을 유기하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
본국으로 가지고 가는 비용이 더 들어서 현지에서 장비들을 파기하거나 외국 동맹국에 장비를 양도하는 것이다.
“탄약통 있습니다!”
“챙겨! 좀 더 있나?”
“예! 탄약통하고 소총도 있습니다. 캡틴, 받으십시오!”
창수는 대원 하나가 던져 준 미군 소총을 받았다.
다행히 신형탄을 사용하는 신형 소총이었다.
5.56mm 나토 탄을 사용하는 소총으로는 위력과 저지력이 약해 뮤턴트 사태가 터지고 미군들은 7.62mm의 신형 소총으로 변경했다.
물론 7.62mm도 위력이 약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지만 3형 이상의 뮤턴트가 아닌 이상에는 충분한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창수는 소총을 장전하고서는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전술 재킷에 무거운 탄창들도 쑤셔 넣고 나자 든든함이 들었다.
다른 대원들도 탄약 부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다가 넉넉하게 탄약을 챙기자 표정이 밝아졌다.
탄환은 하나라도 더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그렇게 든든하게 보급을 받은 창수와 대원들은 남은 탄약통을 챙겨서는 헬기 주기장으로 향했다.
툭!
“뭔 놈의 넝쿨들이 이리 자랐어.”
“그러게 말이야. 풀에 가려서 못 봤는데 꽤나 많네. 이거 괴물 넝쿨 아니야?”
“괴물 넝쿨이면. 캡틴 고향에서 온 거 아닙니까?”
“칡.”
한국산 칡이라는 넝쿨이 미국의 생태계를 초토화한다는 뉴스는 10년도 더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물론 지금은 칡보다 뮤턴트가 더 위험한 생태계 교란종으로 칡은 누구 하나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버려진 미군 기지를 뒤덮고 있는 것이 한국산 칡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깨진 아스팔트 조각 사이로 넝쿨들이 솟아나 자라고 있었다.
그렇게 넝쿨들을 지나쳐 헬기 주기장에 도착했다.
헬기 주기장에도 풀들과 함께 넝쿨들이 멋대로 자라고 있었다.
“헬기 확인해 봐.”
“예!”
헬기를 발견했지만 작동이 되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연료 상태부터 각종 계기를 점검하는 헬기를 조종할 줄 아는 대원이었다.
“헬기 묶고 있는 넝쿨 좀 잘라 줘.”
“알았어!”
헬기의 몸체를 감고 있는 넝쿨들을 다른 동료들에게 잘라달라고 부탁을 하고서는 헬기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캡틴! 연료만 보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연료는 어디에 있지?”
“격납고 쪽에 있을 겁니다.”
“내가 가져오지. 드럼통 하나면 충분한가?”
“예. 미군 놈들은 모든 군용 장비들은 항공유로 통일해 놔서 기름 냄새나는 거면 가져오시면 됩니다.”
“알았다!”
다른 국가들은 항공기와 지상 장비들의 유류를 구분해서 사용하지만 돈 많은 미군은 모든 장비를 항공유로 통일했다.
그 덕분에 헬기에 기름이 부족하면 전차나 장갑차에서 기름 빼서 옮겨도 되었고 그 반대도 가능했다.
그렇게 창수는 격납고 쪽으로 달려가서는 적당한 기름통을 찾았다.
당연히 기름으로 가득 찬 기름통을 옮기려면 중장비가 있어야 했지만 드럼통 하나 정도는 창수의 힘으로 충분히 옮길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그럼 가지고 가 볼…….”
창수는 기름이 가득한 드럼통을 들고서는 헬기가 있는 곳으로 가려다가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무언가가 움직였다?’
분명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도 없었고 뮤턴트도 없었다.
‘바람인가?’
바람에 주변에 있는 풀과 나뭇가지가 움직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창수는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아악!”
“벨리!”
비명이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린 창수는 대원 하나가 나무 넝쿨에 다리가 잡힌 채로 6~7m 허공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창수는 자신을 향해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에 빠르게 정글도를 휘둘렀다.
서걱!
너무나도 쉽게 잘려나갔다.
살점과 뼈를 자르는 느낌은 아니었다.
“나무?”
그건 분명 대한민국 군대에서 작업 중에 나무를 자르는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처럼 창수의 정글도에 잘려서 허공을 나는 것은 굵은 넝쿨이었다.
“캡틴! 넝쿨들이 뮤턴트인 것 같습니다!”
식물형 뮤턴트.
아직 한 번도 목격되지 않고 확인도 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하다고 여기고 있던 것이었다.
창수는 눈에 보이는 사방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이 연신 꿈틀거리고 있는 넝쿨들을 볼 수 있었다.
그제야 창수는 왜 동물형 뮤턴트들이 미군 기지에 보이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살려 줘!”
헬기 주변의 대원들 모두가 넝쿨에 붙잡혀 있는 모습에 창수는 정글도를 들고서는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넝쿨들을 향해 휘둘렀다.
간단히 잘리는 넝쿨들이었지만 주변의 넝쿨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당장 창수의 다리를 휘감는 넝쿨들로 인해 창수의 움직임도 어려웠다.
타탕! 탕!
대원 하나가 넝쿨들에 연신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으로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크아악!”
팔다리를 움켜쥔 넝쿨은 그대로 몸을 찢어버렸다.
“벨토!”
자신의 눈앞에서 동료 하나가 찢겨 죽은 것에 안타까운 고함을 질렀지만 자신 또한 죽은 동료와 별반 다르지 않을 운명이었다.
엔젤을 먹는다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을지 몰랐지만 수십 가닥이 휘어 감는다면 버틸 수 없을 듯했다.
그렇게 창수도 연신 예리한 정글도를 휘둘렀지만 팔다리에 휘감기는 넝쿨들에 몸이 조여 왔다.
‘이대로 끝인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꽤나 운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척이나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창수의 몸도 허공에 떠오를 때 붉은 화염이 풀과 넝쿨들이 가득한 곳에 작렬했다.
퍼엉!
화염은 풀과 넝쿨을 태웠다.
“파이어 볼!”
화르륵! 퍼엉!
장난기 가득한 외침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불덩어리들이 날아들었다.
불이 붙은 넝쿨들은 고통스러운지 연신 꿈틀거렸다.
자신들의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했지만 제대로 꺼지지도 않았다.
“키나! 유류고!”
창수의 외침과 함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본 키나는 곧장 화염을 던졌고 기름에 불이 붙자 거대한 화염이 피어올랐다.
넝쿨들은 지성이라도 있는지 공포에 질려서는 도망을 갔다.
창수는 기름이 든 드럼통을 들고서는 헬기로 달렸다.
“전부 헬기에 타! 빨리!”
헬기에 기름을 주입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수송 헬기에 몸을 쑤셔 넣었다.
그리고서는 황급히 날아올랐다.
“넝쿨이 뮤턴트라니.”
다들 멍하니 몸에 불이 붙어서는 꿈틀거리고 있는 넝쿨 뮤턴트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무엇 하나 안심할 수 없는 끔찍한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 대원들을 태운 헬기는 파나마 장벽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