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04
제204화
204화
정신을 차린 이 상사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회수팀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엔젤의 영향으로 머릿속이 안개같이 흐릿하던 감각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듯했다.
“왜 이리 일찍 돌아오신 거지요?”
“우리가 출발한 지 2주일이 지났어.”
“예?”
장 대위의 말에 이 상사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냐는 듯이 주변을 바라보았다.
다들 출발을 할 때는 수염을 깎아서 깔끔하던 것이 지금은 온통 수염으로 지저분했다.
2주가 넘게 지났다는 것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모습들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 상사! 자네 말고는 수송선 안에 아무도 없었어.”
“아무도 없다구요? 아무도?”
엔젤을 복용해서 정상으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 듯했다.
“우리가 떠나고 지진이 나지 않았나?”
“아! 예! 지진! 엄청난 지진이 났습니다!”
이 상사는 그제야 기억이 나는 듯했다.
“지진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쓰나미가 밀려왔습니다.”
이 상사는 지진이 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엄청난 쓰나미였습니다. 선원들이 어떻게든 배를 살리려고 했지만 쓰나미에 밀려서는 육지와 충돌했습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지진 때문에 수송선이 육지에 좌초가 된 듯했다.
아무리 강인한 육체와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자연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인간이었다.
이 상사는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는지 몸을 덜덜 떨어대었다.
다만 그런 정신적 육체적인 충격은 엔젤로 인해 오래지 않아 잠잠해졌다.
“지진이 나고 난 뒤에 좌초된 수송선을 어떻게든 다시 바다로 띄우려고 했습니다.”
“그게 가능한가?”
“전원 엔젤이나 강화 물약을 먹고 어떻게든 해 보려고 했습니다.”
남아 있는 인원들이 어떻게든 해 보려고 했다는 것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강화 물약을 먹은 건강한 성인 남자가 무거운 트럭을 들어 올릴 수 있기도 했으니 선원들까지 전부 한다면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 것이다.
“다른 대원들과 선원들은 어떻게 된 거지?”
“예? 다른 대원들하고 선원들이라니요?”
“방금 말하지 않았나. 자네밖에 없었다고.”
“저밖에…….”
“사이렌. 혹시 이 글자와 연관된 것 아닌가?”
창수는 상황 일지에 휘갈겨 쓴 사이렌이라는 글자를 이 상사에게 보여 주었다.
“자네도 이성을 잃고 있었어. 엔젤을 투약하고 정상으로 돌아온 거야.”
“제가 이성을 잃었다고요? 사이렌? 호…… 혹시 소리?”
“소리?”
“모르겠습니다. 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가.”
“뮤턴트인가?”
“뮤턴트요? 아! 그러면 그 소리가 뮤턴트가 낸 소리?”
창수와 대원들은 이 상사가 뮤턴트를 목격하지는 못했음을 깨달았다.
아마도 바다의 어떤 특정 뮤턴트가 선원들과 대원들을 바다로 유인해 끌고 갔을 것이었다.
이 상사는 수송선 내부의 험비에 갇혀 있어서 밖으로 나오지 못해 끌려가지 않은 것일 터였다.
“분명 바다로 끌려갔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구해야 하나?”
“어떻게요?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수로 구한단 말입니까. 정체도 모르고 더욱이 구할 수 있을 가능성도 없습니다.”
항해 일지에는 지진과 쓰나미까지만 쓰여 있었다.
누가 항해 일지를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리의 유혹에서 정신을 유지한 이가 사이렌이라는 글자를 써 놓은 듯했다.
그도 오래지 않아 사이렌이라는 뮤턴트에 의해 바다로 끌려갔을지도 몰랐다.
“제길! 무슨 대항해 시대의 미신도 아니고! 아주 유령선까지 나오겠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진짜 그런 놈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하! 언데드까지 나온다고? 왜? 악마도 나오고 천사도 나오고 오만 잡것들이 다 나오겠네.”
신화 속의 괴물들.
물론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물들이었다.
일부는 수천 년 전의 고대인들의 상상물의 유산이었고 일부는 근대나 현대에 만들어진 상상 속의 창조물이었다.
하지만 그게 상상물이 아닌 고대에 기록되지 못하고 구전으로만 전해졌던 기괴한 생명체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동료들을 잡아갔을지도 모르는 사이렌을 잡아 동료들을 구하거나 복수를 하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사이렌은 존재가 드러났지만 꽤나 오랫동안 그 존재가 확인되지는 못했다.
바다나 해안에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조심하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바다에서 사라진 선원들이나 해안가를 거닐다가 사라진 이들이 사이렌의 소행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창수도 오직 글자만이 남아 있는 사이렌에 대한 대응법은 도무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 상사를 찾아내었지만 속 시원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한 채로 답답함과 미지에 대한 공포만을 느껴야 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해왕류뿐만 아니라 사이렌까지 있다면 바다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아니요. 육지가 여전히 더 위험합니다.”
창수는 육지로 멕시코까지 가야 하지 않겠냐는 장 대위의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봐도 파나마를 통해 멕시코로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바다 아래라는 미지의 공포가 생겼지만 육지 또한 만만치 않게 위험한 뮤턴트들이 득실거릴 터였다.
“그럼 수송선을 세워서 바다 쪽으로 뺀 뒤에 수송선을 타고 돌아가야 할까요?”
“그게 가능하겠어? 중장비도 없이?”
“트럭하고 험비는 있습니다.”
“그거 해 봐야 몇 마력이나 된다고.”
“전원 엔젤 먹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십 명 정도면 인원도 꽤나 되고. 저기 철근들이 있으니 지렛대 원리로.”
다들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수십만 톤의 초대형 화물선은 아니었지만 2,000톤은 족히 나갈 법한 민간 수송선이었다.
트럭과 험비를 동원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배를 구할 수 있으리라 장담을 할 수는 없었다.
구한다고 해서 또 과연 작동을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일단 해 봐. 안 되는 것이 어딨어.”
“저기 항해 할 수 있는 선원은?”
“그래! 해 보자! 전부 엔젤 먹고 힘내서 세워 보자! 뭐 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세우기만 하는 건데 지렛대를 이용하면 되잖아! 지렛대!”
“세우는 건 좋은데 저거 운항을 할 수는 있는…….”
“내가 혼자 24인용 텐트도 세워 봤어! 여러 명이 하면 할 수 있어. 안 해 보고 못 한다고 하면 쓰나!”
“그러니까 세워서 바다에 띄웠는데 누가 저걸 운행하냐구요.”
다들 옆으로 누운 거대한 수송선을 세워 보자고 의욕을 북돋고 있을 때 대원 한 명이 불안한 듯이 수송선을 누가 운행하느냐고 말을 했다.
사실 그가 그렇게 말을 한 이유는…….
“박 중사. 옛날에 자네 요트 몰아 봤다면서.”
“아니! 그게…….”
“아! 그래? 박 중사 요트 몰아 봤어? 그럼 됐네!”
“그러니까 저는 세일링 요트를…….”
“배 몰 줄 아는 이도 있고 뭐 부족하면 우리가 도우면 되니까 일단 해 보자!”
“알겠습니다!”
“다들 장비 찾아보자고! 항구 잔해에 보면 쓸 만한 것들도 있을 거야.”
세일링 요트는 돛을 동력으로 운행하는 선박이었다.
디젤 기관으로 운행을 하는 수송선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다.
하지만 군대란 자고로 그런 곳이었다.
대학 미술과를 나왔다고 창고 페인트칠을 하고 연병장 축구 라인을 그리게 만드는 곳이었다.
세일링이든 동력이든 배를 몰아 보았다면 항공모함도 운항하게 만드는 곳이 군대였다.
그렇게 자신에게 험난한 일이 닥치게 될 것임을 인지한 박 중사는 거듭 안 된다고 하려 했지만 다들 그런 박 중사의 의견 따위는 묵살해 버렸다.
턱! 턱!
당황스러워하고 황당해하는 박 중사의 어깨를 창수가 안타까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두드려 주었다.
“그럼 나도 힘 좀 써 볼까?”
창수도 터무니없는 짓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별수 없었기에 잔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굵은 쇠사슬이나 단단한 철근들을 찾아서는 수송선으로 옮겼다.
“수송선 내부에 무게 나가는 것들 중 필요 없는 것들은 전부 버리거나 빼내!”
“알겠습니다!”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최대한 무게를 줄여야 했다.
그렇게 수송선 내부의 물건들은 불필요해 보인다면 전부 끄집어냈다.
“트럭하고 험비 위치 잡고 쇠사슬 안 끊어지게 잘 묶어라!”
“나 전역하면 친구들한테 이 이야기 반드시 한다.”
“절대 안 믿을 것 같은데. 그리고 전역을 할 수는 있을까?”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잘 묶기나 해!”
다들 대책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나름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이틀 동안 뛰어다녔다.
“군대 짬밥이라는 것이 사실 엄청난 것이거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좀 더 깊게 박아! 넘어지면 전부 쥐포 된다!”
“최 팀장님! 해 진다고 그만 막사로 되돌아가야 한답니다!”
“그래! 일단 철수! 전원 철수!”
해가 지고 난 뒤에는 사이렌이 나타날 수 있었기에 해가 지자 곧장 뒤로 물러섰다.
물론 사이렌이 낮에 나타나는지 밤에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다음 날 해가 뜨고 다시 수송선으로 모인 특전사 대원들은 모두 엔젤을 복용했다.
그동안 변이 유발 물질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했지만 다들 뭐에 노출이 될지 알 수 없었기에 한 명 한 명 엔젤을 복용하고 변화가 없는지를 다들 지켜보았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창수까지 엔젤을 복용했다.
“후우! 오랜만이네.”
창수는 꽤나 오랜만에 복용을 한 엔젤이 주는 고양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엔젤이 마약과 같이 중독성은 없다고 하지만 고양감은 제법 중독성이 있었다.
마치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창수는 힐끔 거대한 수송선을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근거는 없었지만 세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창수처럼 다른 대원들도 같은 고양감을 느끼고 있었다.
“왠지 저거 세울 수 있을 거 같지 않냐?”
“가능할 것 같은데.”
“그치? 약 먹기 전에는 못 할 것 같았는데 약 먹고 나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 다들 달라붙어라! 해 지기 전에 세워야 한다!”
다들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서는 넘어진 수송선에 달라붙었다.
수송선이 파손이 된 것은 아니었기에 잘만 세워서 바다로 밀어내면 될 것도 같았다.
“신호 주면 트럭하고 험비도 당겨!”
장 팀장은 시동을 건 트럭과 험비 그리고 선체에 달라붙은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준비하고!”
창수는 선체에 손을 대었다.
그러고서는 살짝 힘을 주자…….
구그극!
“아! 이거 선체 찌그러진다. 이거 손자국 난다!”
“손자국이 나신다구요?”
창수의 힘이 워낙에 강하다 보니 선체에 닿은 손이 손자국을 내 버리는 것이었다.
“최 원사님. 그러면 앞에서 쇠사슬 당기실래요?”
“그래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준비하겠습니다!”
창수의 무식한 힘 때문에 창수는 험비와 트럭의 옆에서 굵은 쇠사슬을 쥐고서는 당기기로 했다.
그렇게 도무지 불가능할 것 같은 수송선 세우기에 들어갔다.
“다들! 힘줘!”
“영차!”
당연한 것이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엔젤이라지만 인간의 힘으로 될 것이 아니었다.
다들 온몸의 근육을 터뜨릴 것 같이 부풀리면서 용을 썼다.
군용 험비와 트럭도 굉음을 내며 엔진이 돌아가고 있었고 창수도 온 힘을 다했다.
그럼에도 꿈쩍을 하지 않자, 창수의 품 안에서 빅의 생체 세포가 나와서는 수송선의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빅의 생체 세포였지만 엄청난 넓이로 수송선의 바닥 표면을 뒤덮으면서 살짝 허공으로 수송선을 띄웠다.
그렇게 되자 마침내 들썩이기 시작하는 수송선이었다.
“우…… 움직인다! 조금만 더 힘줘!”
꿈쩍도 하지 않던 수송선이 들썩이기 시작하자 다들 없던 힘도 생기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점차 수송선이 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