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308
제308화
308화
창수가 대마도로 건너가고 있을 때 미국을 횡단하고 있던 키나와 혜은은 마침내 멀쩡한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어디에도 유토피아는 없었다.
유토피아라고 기대했던 곳은 또 다른 지옥이었다.
차라리 멕시코의 한국군 점령 지역이 나을 정도로 법도 규칙도 없었다.
길거리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이 일어나고 물건을 빼앗았다.
총기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이라지만 모든 이들이 무기를 들고 있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이들이 무기를 들고 있었다.
전 세계를 지배하던 자본주의 국가 미국은 사라지고 없었다.
달러로는 아무것도 살 수 없었고 차라리 총알 한 발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수용소는 있었지만 수용소에는 물자가 없었다.
먹을 것도 없고 물조차 제대로 마실 수 없는 곳이었으니 사람들이 머물 리 없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마약을 찾았다.
어찌 된 일인지 마약은 너무나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마약을 팔아도 돈을 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려는 듯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마약은 엔젤과 합쳐져 기괴한 변이 뮤턴트를 만들었다.
도시를 지키는 시큐리티 보안 요원들은 이 뮤턴트만을 제거했다.
물론 뮤턴트를 제거하다 당하는 시큐리티들이 더 많았으니 툭하면 시큐리티들도 도망가 버리곤 했다.
그런 잿빛 도시에 낙원을 찾아온 이들은 몸서리를 쳤다.
“우린 전부 다 죽을 거야.”
“정신 차려! 죽긴 누가 죽는다는 거야!”
“저걸 보라고! 저걸! 저 중독자들을! 저 부랑자들을! 저 약탈자들을!”
인간이라기보다는 짐승에 가까웠다.
“이곳이 낙원이라면 나는 돌아가겠어!”
“어떻게 돌아간다는 거야?”
“몰라! 하지만 더 이상 이곳에서는 있을 수 없어! 돌아가겠어!”
산이 높으면 계곡은 깊다고 희망이 컸던 이들은 도무지 바라볼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절망을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결국 대책 없이 멕시코로 돌아가겠다고 떠나 버렸다.
목숨을 걸고 올라왔던 것을 잊어버린 것인지 키나와 혜은이 그들을 말렸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가족의 손을 잡고서는 떠나가 버렸다.
애초부터 미국까지만 동행하기로 했던 이들이었으니 끝까지 말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떠나겠다고 말을 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아무런 말 없이 사라진 이들도 있었다. 마지막에 남은 이들은 키나와 세 명의 특수부대 출신의 남자들 그리고 혜은과 민정, 두 사람의 아이들뿐이었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키나가 혜은에게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하지만 혜은의 결정은 단 하나였다.
“돌아갈 거예요. 한국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한 혜은은 한국에서부터 멕시코를 거쳐 미국까지 따라온 민정을 바라보았다.
민정이 한국으로 되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돌아가 봐야 반겨 줄 이도 없었다.
물론 미국의 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미국에 남을 이유가 사라졌지만 민정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린 아들과 함께 혜은을 따라 그 먼 거리를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혜은의 도움으로 간신히 미국까지 올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자신은 키나나 혜은과 같이 강철같은 체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더 이상은 방해만 될 뿐이었다.
그렇게 민정은 혜은에게 자신은 한국까지 따라가진 않겠다고 말을 했다.
“혜은아. 미안해. 나는 그냥 이곳에 남을래.”
“민정 언니.”
멕시코에 있을 때부터 민정은 미국에 남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 민정을 그냥 놔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버틸 수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다.
혜은도 민정이 체력적으로 더 이상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연히 민정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세 명의 특수부대원 출신의 남자들 중에 한 명에게 몸을 의탁하기로 한 것이다.
키나와 함께 하고 있던 남자들도 한국까지 가겠다고 한 적은 없었다.
그들도 캐나다를 거쳐 알래스카와 베링해를 지나 유라시아 대륙으로 넘어가는 긴 여정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특수부대원이라 해도 인간이었다.
그 긴 여정은 자살 행위라고 여기고 있었기에 미국이 자신들이 원하던 유토피아는 아니지만 남기로 한 것이다.
물론 그들이 도착한 도시에서는 아니었다.
“좀 더 안전한 곳이 있을 겁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소문에 조지아 쪽이 그래도 살기 좋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거기까지 같이 가 드릴게요.”
“하지만 한국과는 정반대 쪽입니다.”
“그래. 혜은아. 더 이상 무리하지 않아도 돼.”
북서쪽으로 가야 하는 혜은과 달리 남동쪽으로 가야 하는 민정과 남자들이었다.
혜은은 한사코 괜찮다는 민정의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그럼 결정된 거 같네요. 가요. 혜은 씨.”
“예? 키나 님도 같이 가시게요?”
“예. 저는 어차피 미국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요. 한국에 동경도 가지고 있었고. 사실 한국으로 가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멕시코에서는 한국으로 갈 수가 없다고 해서 남았을 뿐이었어요.”
키나와도 미국에서 헤어질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혜은은 같이 한국으로 가 주겠다는 말에 당황을 해야 했다.
남편인 창수를 만나기 위해 아들과 길고 긴 여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던 그녀로서는 키나가 같이 가 준다는 말이 그렇게 힘이 되었다.
그동안 함께 고생을 해 오며 정이 들었던 그녀였다.
“정말 한국으로 갈 생각이십니까?”
키나가 혜은과 함께 북쪽으로 가겠다는 말에 남아 있던 남자들이 당황스러워했다.
키나의 전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이다.
키나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상당했기에 다들 내심 키나가 함께 가길 원했지만 키나 또한 완강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키나는 민정을 찾았다.
“여기 권총하고 총알 그리고 엔젤이에요. 순도 높은 녀석이니까. 부작용은 없을 거예요.”
“예? 그게 무슨?”
“혹시 몰라서 가지고 있으라고 주는 거예요. 만일 무슨 일이 벌어지면 엔젤을 먹어요. 당신을 지켜 줄 거예요.”
민정은 키나에게서 권총과 엔젤이 든 봉투를 받았다.
살아남기 위해 홀로 서야만 했다.
그렇게 다음 날 민정은 자신의 아들과 함께 세 명의 남자들을 따라 조지아로 향했다.
계속 뒤돌아보는 민정의 모습에 혜은은 몇 번이고 같이 가자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꾸욱 참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혜은 씨 걱정을 더 하세요.”
“하지만.”
“엄마. 걱정하지 마.”
“뭐?”
계속 민정을 걱정하는 혜은에게 자신의 아들인 최현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찬혁이한테 내 피 먹였거든.”
“그…… 그게 무슨 소리야? 현아.”
“나나 엄마 그리고 키나 이모만큼은 아니어도 찬혁이도 강해졌어.”
최현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강해졌다고?”
“어. 내 피. 아니. 아빠 피하고 엄마 피에는 강한 힘이 있어. 그 피를 마시면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강한 힘을 가질 수 있으니까.”
최현은 민정의 손을 잡고 있는 찬혁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민정의 아들인 찬혁도 그런 최현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자신과 민정 정도는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면 민정 언니에게도 먹이면 강해질 수 있는 거니?”
“응? 어른한테? 전에 몇 번 해 봤는데 발작을 하더라고. 애들만 효과가 있던데.”
이미 몇 번 실험을 해 본 모양이었다.
그렇게 먼저 떠난 사람들의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피를 먹였다는 이야기를 해 주는 최현이었다.
“그거 왜 이제야 이야기하는 거야?”
“엄마가 걱정할까 봐. 나 힘쓰는 거 싫어하잖아. 아! 애들한테도 들키지 말라고 이야기해 줬어. 위험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라고.”
아들의 말에 혜은은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키나는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최현에게 말을 했다.
“현아. 그 이야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응? 왜? 키나 이모?”
“나쁜 사람들이 우리 현이 이용해 먹으려고 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남들에게는 절대 말하면 안 돼. 알았지?”
“음! 그래. 알았어.”
그렇게 최현으로부터 약속을 받고 세 사람은 북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뮤턴트뿐만 아니라 같은 인간들도 위험했지만,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진 셋을 위협할 존재는 없었다.
오히려 수많은 위기 속에서 사람들을 구해 주며 신비로운 존재들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갔다.
미국인들만큼 영웅에 대한 기대와 갈망이 큰 이들은 드물었다.
어느 순간 히어로가 나타나 악으로부터 자신들을 구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두 명의 여인과 한 명의 소년이 뮤턴트로부터 사람들을 구한다는 소문에 술렁거렸다.
“분명 봤어! 그들은 히어로야!”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괴물들뿐만 아니라 나쁜 놈들을 박살 냈다니까!”
“그들이 어디에 있는데?”
“북쪽으로 간다고 했어.”
“북쪽으로?”
북쪽으로 간다는 이들.
그들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소문은 살이 붙고 붙어서 전설이 되어 갔다.
악을 물리치기 위한 어떤 모험의 프롤로그가 되어 가고 있던 것이다.
“뮤턴트다!”
자신들이 히어로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로 세 사람은 끝이 없을 것 같은 여정을 하고 있었다.
힘을 드러내지 말라던 혜은은 결국 아들을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어느덧 훌쩍 커 버린 최현은 순식간에 자신을 뛰어넘는 힘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혜은이 키나를 보호하고 최현이 뮤턴트들을 처리하게 되었다.
물론 최현이 뮤턴트들을 한 곳으로 유인해 오면 키나가 한 번에 처리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그렇게 또다시 나타난 뮤턴트를 보고 최현은 혜은과 키나에게 뮤턴트를 알렸고 움직였다.
혜은은 자신이 들고 다니는 커다란 방패를 들어 올렸다.
적은 뮤턴트들뿐만 아니라 인간도 포함된다.
여전히 넘쳐나는 총에 언제 어디에서 총알이 날아들지 알 수 없었다.
혜은이나 키나 모두 인간이라기보다는 뮤턴트 쪽에 가까웠지만 머리가 날아가고 나면 별수 없었다.
그 때문에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헬멧은 필수였다.
그것도 부족해서 꽤나 두꺼운 강철 방패를 들고 다녔다.
감각이 발달된 최현이 미리 인간들도 알아차리고 경고를 해 주고 있었기에 무기를 들고 있는 인간들은 웬만하면 피해 다니고는 했다.
그래도 피할 수 없다면 미리 선수를 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마리 되지 않았는지 간단히 정리를 하고 되돌아오는 최현이었다.
“끝났니?”
“어! 끝났어. 두 마리가 사람들을 쫓고 있더라고.”
“그래?”
웬만하면 뮤턴트도 피해 가고 싶었지만, 뮤턴트들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야 한다는 창수의 가르침을 혜은은 아들인 최현에게 알려 줬다.
뮤턴트가 인간을 공격하면 인간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현은 처음에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빠의 가르침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지만, 혜은뿐만 아니라 키나와 다른 군인 출신 남자들도 자신의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군인이라며 치켜세워 주는 것에 최현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장 지금도 아빠를 보러 가는 길이었기에 최현은 창수로부터 괴물들에게서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는 칭찬을 받길 바랐다.
그렇게 사람들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던 중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게 되었다.
“엄마! 뮤턴트가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는 것 같은데.”
“뭐?”
“뮤턴트 여자가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어. 그런데 뮤턴트 여자가 약간 우리들 같아.”
최현은 웬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는 뮤턴트 여자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