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321
제321화
321화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가 되었다.
아직 민주주의 국가를 주장하는 대한민국이었지만 뮤턴트 사태 이후 직접 선거를 할 수 없었다.
생각 이상으로 국민들의 직접 선거는 막대한 행정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수천만 명의 국민들의 투표를 취합해서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것이었으니 도시 국가가 아닌 이상은 근대에나 와야 겨우 가능한 정치 체계였다.
그렇게 김석호 대통령은 국가 계엄령 상황에서 마찬가지로 선거가 이루어지지 못해 계속 국회의원으로 유지되고 있는 정치인들의 동의하에 대통령 임기를 유지했다.
국민들은 권한과 권력을 김석호 대통령에게 위임하며 대한민국의 존치를 이어 가는 것이다.
그렇게 김석호 대통령은 국가의 이어짐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죽는 순간까지 계속 대한민국의 대표가 되어야만 했지만 인간에게는 수명이 존재했다.
일반인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업무와 압박감이 김석호 대통령을 현세의 지옥 속에 살아가게 했다.
일반 시기의 대통령도 임기 전과 임기 후의 외모의 변화가 극적으로 바뀌기 마련이었다.
임기 전에는 싱싱하더라도 임기 후에는 마치 전쟁을 경험한 병사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같은 초췌한 외모가 되고는 했다.
평화 시기에도 그랬는데 전쟁보다 더한 시기에 십 년 이상을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어도 내려올 수 없는 김석호는 살아 있어도 반송장이나 다를 바 없었다.
더욱이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결정들을 숱하게 해야만 했다.
틈만 나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비서들과 자신은 죽으면 지옥에 끌려갈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물론 그런 김석호를 쉽게 죽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엔젤을 먹여서라도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시켜야 했다.
그렇게 김석호 대통령은 거의 무균실이나 다를 바 없는 공간에서 간혹 엔젤을 투약받으며 지내야만 했다.
그렇게 나이에 비해 신체는 20대나 다를 바 없었지만, 인간의 정신이란 육체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한계를 넘어선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버틸 수 없었다.
그 스트레스가 한계를 넘어서자 김석호 대통령은 스스로 의식을 닫아 버렸다.
그건 결국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기이하게도 신체는 살아 있었다.
물론 곧 죽을 터였지만 지속적으로 투약된 엔젤로 인해 신체의 생명 기능은 계속 움직였다.
어찌 되었든 대통령으로서의 의식이 사라졌으니 대한민국 대통령은 공석이 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나마 유지되던 대한민국 정부가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이다.
물론 김석호 대통령은 박충렬에게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권한을 위임했다.
국민들이 따를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의 대비는 한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청와대를 폐쇄한다.”
“알겠습니다.”
김석호 대통령의 마지막을 확인한 박충렬은 청와대를 폐쇄하기로 했다.
어차피 한참 전부터 청와대의 기능은 사라진 뒤였다.
형식적으로나마 청와대의 김석호 대통령의 훈령이 문서화되어 청와대 밖으로 나갔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난 것이다.
“편히 쉬십시오.”
박충렬은 김석호 대통령.
아니, 정확하게는 뮤턴트로 변이되어 버린 김석호 대통령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폐쇄되는 청와대의 가장 깊은 곳에는 한때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던 커다란 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몇 달 전부터 김석호 대통령이 거듭된 엔젤의 투약으로 인해 변이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무균실과 같은 환경으로 변이 유발 물질의 유입을 철저하게 차단을 했지만, 김석호 대통령의 뇌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만들어진 화학 물질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그렇게 이제는 인간도 아닌 의식도 없는 뮤턴트를 죽여야 했지만, 박충렬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안간힘을 썼던 김석호 대통령을 위해 청와대를 그의 무덤으로 선물을 한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 김석호의 의식이 커다란 뇌처럼 변해 버린 모습에서 깨어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청와대를 폐쇄한 박충렬은 서울 밖에 있는 시설로 향했다.
거대한 도시는 생존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았다.
일단 식량부터 해서 깨끗한 물도 얻기 어려웠다.
그렇게 건물들도 있었지만 농지와 하천이 적당히 어우러진 곳에 새로운 터전을 구축해야 했다.
인구 역시 너무 적지도, 그렇다고 너무 많지도 않게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결국에는 한계가 있음을 박충렬도 인정하고 있었다.
한국인의 존속을 위해 각종 노력을 했지만 그런 행동은 인간이기를 버리는 행동에 불과했다.
그렇게 박충렬은 고민 끝에 순수한 인간들을 남기는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정을 했다.
엔젤이 있는 이상 인간의 변이는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엔젤을 없애야만 가능한 것이었지만, 엔젤을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미 엔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세계수의 묘목이 지구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인간은 멸망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태평양 건너로 한국인들을 보내고. 한국인들의 몸 안에 독극물이 흐르게 만들고.”
“그래도 결국은 한국인이나 인간은 멸망하게 되어 있지요.”
“그래. 그래서 이걸 하는 거지.”
박충렬은 거대한 얼음 장벽을 바라보았다.
깊은 지하 시설이었다.
이 시설을 만드느라 고생을 꽤나 해야 했다.
“엔젤이 사라지면 이 얼음 방벽이 녹습니다.”
“그리고 순수한 인간들이 깨어난다.”
“예. 그렇게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두꺼운 얼음 방벽 뒤로 수만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 수만 명의 사람들은 마치 잠에 빠져 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만일 깨어나지 못한다면.”
“거대한 무덤인 거지요.”
“자네나 나는 절대 천국에는 못 가겠군.”
“훗! 그딴 곳이 존재할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현세가 지옥인데. 과연 천국은 어떤 곳일지.”
엔젤과 뮤턴트를 무수하게 연구했다.
창수뿐만 아니라 다른 특전사들과 군인들의 노력으로 얻은 샘플들을 총동원했다.
그렇게 공상과학 영화에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냉동 인간 기술을 개발해 냈다.
정확하게는 냉동 인간 기술은 아니었다.
얼음 방벽.
그건 뮤턴트였다.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해서 만든 결코 녹지 않는 얼음 방벽.
그 얼음 방벽은 순수한 인간들을 잠들게 하고도 생명이 끊기지 않게 만들었다.
일본에서 세라핌을 만들었다면 한국에서는 수만 년 이상을 유지할 거대한 생명 유지 장치를 완성했다.
“누군가 분명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래. 인간이든 아니면 다른 무언가든. 이걸 누군가는 찾아내겠지.”
“예. 훗날 찾아올 이가. 이 방벽을 건든다면 봉인은 풀릴 겁니다.”
“엔젤의 변이가 없는 존재여야만 하겠지.”
“예. 변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진화의 변이가 끝나고 안정적인 존재가 이걸 건드렸을 때 순수한…… 훗! 순수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한국인들이 깨어날 겁니다.”
얼음 방벽 너머의 수많은 사람들이 깨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때는 정말로 무의미한 학살에 불과했다.
“식량과 무기들은 밀봉을 했나?”
“예. 깨어나고 나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놨습니다.”
수만 년이 될지 아니면 그 이상의 시간이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먼 미래에는 지상에 다른 생명체들이 있을 터였다.
당연히 생존을 위한 싸움이 시작될 것이었기에 그 싸움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도 놔 둬야 했다.
그 무기들도 얼음 방벽을 통해 수만 년 이상의 시간을 버틸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먼 훗날 고대인이라고 불릴 존재들의 방주였다.
“어차피 식량 부족으로 죽었을 사람들입니다. 진화의 변이가 끝나고 난 뒤에 다시 깨어나서 순수한 인간의 유전자를 지구에 남길 겁니다.”
“그래. 그래야만 해. 우리들의 희생이 의미 없어지지 않도록.”
박충렬은 거대한 얼음 방벽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변이가 안정화된 순수한 존재가 건들면 얼음 방벽의 봉인이 풀리지만 박충렬의 몸은 변이가 안정화되지 않았기에 봉인은 풀리지 않았다.
이 고대인의 방주를 지키기 위해 특전사 출신의 군인들을 차출했다.
다들 몸을 개조당해 인간이라기보다는 뮤턴트에 가까워진 군인들이었지만 아직 사명감은 강렬했다.
“수고해 주게.”
“예. 알겠습니다.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그들은 대를 이어서 이곳을 지켜 나갈 것이었다.
물론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시기가 되기 전에 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대인들의 방주에 대한 기록은 남기지 않을 것이었다.
특전사들도 오직 입으로만 자신들의 사명을 전달하게 될 것이었다.
“마무리가 끝났으면 봉인하게.”
박충렬의 지시에 따라 고대인의 방주는 봉인되었다.
출구조차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흙과 바위로 메워졌고 그 위에 나무까지 심었다.
그나마 힌트로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비석 하나만 땅 위에 세워졌다.
그리고 남겨진 특전사들은 이 비석을 대대로 지켜야 한다는 사명을 이어 나가게 될 것이었다.
오직 먼 미래에 순수한 인간을 남기기 위한 목적이었다.
최소 천 년 이상 진화의 변이가 이루어지며 수만 년은 지나야 진화의 변이가 안정될 것이라는 연구원들의 예상에 따라 이루어진 계획이었다.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작업자들은 전부 죽이게.”
“알겠습니다.”
이 시설을 만든 작업자들조차 전부 죽일 만큼 철저했다.
그렇게 완전한 비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한 존재가 이 광경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미친 짓거리로구만. 왜 주인님이 저 인간을 그렇게 싫어했는지 알겠어. 수만 명의 사람들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린 거잖아.”
빅은 기괴한 냄새에 따라 이끌려 왔다가 박충렬을 보게 되었다.
이제는 인간이긴 한가 싶을 정도로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는 박충렬이었다.
오죽하면 빅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초월체에 가까운 괴물이 되어 있었다.
창수만큼이나 강렬한 냄새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보라색 피의 고약한 냄새 때문에 딱히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빅은 보라색 피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은 오랜 시간 뒤에 드러나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박충렬의 몸에 온갖 실험을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박충렬을 따라다니다가 고대인의 방주를 보게 된 것이다.
빅도 이렇게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는 했기에 고대인의 방주를 파괴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호기심이 생길 정도였다.
“저게 정말로 열리게 되려나? 흐음! 정말이지 흥미롭기는 하겠어.”
빅은 자신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수명을 가진 생명체가 되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수만 년 뒤를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박충렬과 연구원의 대화에서 수만 년 뒤에 고대인의 방주가 봉인에서 풀릴 것임을 알게 된 빅은 자신이 직접 그 광경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빅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나중에 다시 와 보기로 하고 이제 주인 얼굴이나 보러 가 볼까?”
박충렬은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빅은 창수에게 알려 줄 흥미로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남쪽으로 향했다.
“음! 좋은 냄새가 난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주인인지.”
박충렬과는 달리 창수에게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그렇게 빅의 꼬리는 즐거운지 세차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