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345
제345화
345화
추위는 점차 혹독해지고 있었다.
마치 빙하기가 찾아온 듯했다.
뮤턴트조차도 얼어 버린 것을 발견한 창수의 일행은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추위를 피해 버려진 건물 안으로 들어간 창수의 일행은 탈 만한 것들을 모아 불을 붙였다.
“이거 눈보라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래서는 눈보라가 그칠 때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완전히 눈의 세상이 되어 버리면 어떻게 하죠?”
“설마 그러겠습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날씨가 풀릴 겁니다. 저 어릴 때도 이 정도 눈은 올 때가 있었으니까요.”
데런은 예년보다 많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눈은 온 적이 있었다고 말을 했다.
물론 과거에는 이 정도 눈이 오면 눈을 치우는 제설차들이 적어도 도로의 눈 정도는 치웠다.
하지만 이제는 폐허 전체가 눈의 무덤이 된 듯이 파묻히고 있었다.
결국 1미터도 더 내린 눈 때문에 밖으로 돌아다닐 수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데런의 표정도 점차 굳어 갔다.
아직 가족들이 살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살아 있다고 해도 이런 지옥 같은 세상에 어떤 끔찍한 경험을 하고 있을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지도 모를 세상이었다.
그렇게 다들 잠을 자거나 어디선가 찾아온 보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우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드드드득!
“지진인가?”
지진이 난 것처럼 땅 아래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땅 아래의 흔들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약해졌다.
아니, 정확하게는 멀리에서 찾아왔다가 멀리 사라져 가는 느낌이었다.
“땅 아래에 뭔가 있다.”
“예? 땅 아래요?”
“그래. 땅 아래로 뭔가가 지나간 것 같아.”
창수는 땅 아래에 거대한 무언가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깊은 땅 아래인지는 알 수 없었기에 거대한 무언가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길은 없었다.
물론 그것이 뮤턴트일 것이라는 추정은 할 수 있었다.
“지구에 터무니없는 괴물들이 득실거리는군.”
빅도 하품을 하고서는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먹어 치워 흡수한 힘을 소화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때우는 빅이었다.
그렇게 땅 아래의 흔들림은 다시 느껴지지 않았다.
하룻밤이 지나고 창수는 땅 아래에서 느껴지는 소란스러움에 잠이 깼다.
땅 아래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창수는 힐끔 빅을 바라보았다.
딱히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자고 있었다.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고 그건 창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옛날 같았으면 어떤 뮤턴트인지 알아보고 샘플을 확보하려고 했겠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렇게 귀찮게만 하지 않는다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을 터였지만, 땅 아래에 있는 뮤턴트들은 땅 위에 있는 창수의 일행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는 듯했다.
땅 아래에서 구멍을 뚫고 나온 뮤턴트들은 두더지같이 생긴 뮤턴트들이었다.
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사촌 당숙의 친구의 옆집 아저씨가 땅 위로 머리를 내민 두더지를 쓰다듬어 주려다가 두더지에게 땅속으로 끌려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 이야기는 우스갯소리가 맞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덩치가 족히 2미터는 되는 듯한 두더지가 땅 위로 뚫고 나오더니 뾰족한 주둥이 끝의 코를 벌렁거렸다.
지하에 살기에 시력은 거의 퇴화를 했지만 그 대신 후각이 뛰어난 두더지였다.
물론 나타난 거대 두더지가 일반 두더지는 아닐 터였으니 같은 종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두더지는 영문도 모르고 있을 지상의 생명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덥석 물고 지하로 끌고 가 버린다면 그대로 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좋지 않았다.
데런을 물고 가려던 두더지는 몸이 잘려 나갔다.
정확하게 머리가 두 쪽으로 잘려 나갔으니 고통은 없을 터였다.
그렇게 외마디 비명도 내지 못해서인지 구멍 밖으로 나간 동료가 되돌아오지 않자 또 다른 두더지가 지상으로 튀어나왔다.
“데런. 다들 깨워.”
창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데런이 눈을 번쩍 떴다.
이제는 군인이 아니었지만 군인이었을 때의 습성은 지금도 남아 있었다.
데런은 자신의 발아래에 몸이 반으로 갈라져 있는 커다란 짐승을 보았다.
창수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살아남지 못했을 터였다.
황급히 잠들어 있는 동료들을 깨웠다.
물론 동료라고 해 봐야 인간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이들뿐이었지만, 창수와 빅을 제외하면 전투 요원이 아니었으니 데런이 챙겨야 했다.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약하려나?’
데런도 특수부대원으로 잔뼈가 굵었지만 전투 요원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했다.
“아! 나는 건들지 마.”
빅은 소란 중에도 자신의 몸은 건들지 말라며 배를 드러내 보이며 뒹굴고 있었다.
어떤 뮤턴트가 덤비든 자신에게는 아무런 위해도 가할 수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감이 아니라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무슨 일이죠?”
“뮤턴트의 습격입니다. 나타샤 님.”
“다치시면 말씀해 주세요.”
나타샤도 다치면 말해 달라고 하고서는 다시 유니콘의 몸에 자신의 몸을 파묻었다.
유니콘도 고개를 들어 창수가 괴물의 몸을 가볍게 베어 버리는 것을 보고서는 다시 드러누웠다.
어차피 창수가 당해내지 못하면 자신도 잡아먹힌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지능이 높다 보니 생기는 일이었다.
그렇게 세라핌만 두 눈을 비비고서는 창수에게 다가갔다.
“아담으로 바꿔?”
“아담으로 바꾼다고 해도 살아남을 수 있으려나?”
건물 밖으로 매서운 눈보라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담은 피부에 털이 있어서 맨몸의 인간보다는 추위에 더 잘 버틸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뮤턴트도 얼어 죽는 마당에 아담이라고 다를 것 같진 않았다.
괜히 아담으로 바꿔도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던 것이다.
대여섯 마리 정도의 두더지 뮤턴트를 죽이고 나자, 땅 아래에서도 이상함을 느낀 것인지 더는 올라오지 않았다.
“끝났습니까?”
“그런 것 같아.”
꽤나 통통한 두더지 뮤턴트의 몸통이 땅을 뚫고 나온 탓에 구멍은 상당히 컸다.
사람이 충분히 아래로 내려갈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어두컴컴한 지하 구멍이었고 굳이 들어갈 이유도 없었다.
“피비린내 때문에 장소를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지하로 내려가 볼 생각이십니까?”
“굳이?”
“알겠습니다.”
죽은 두더지 뮤턴트들을 살펴보는 창수였다.
다른 것은 보잘것없었지만, 꽤나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는 두더지 뮤턴트였다.
“이건 쓸 만해 보이네.”
창수는 강철보다 단단해 보이는 두더지 뮤턴트의 앞 발톱을 잘라내었다.
30cm 정도 되는 길이를 가지고 있어서 무기로 사용해도 충분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크윽!”
비명 소리와 함께 데런이 넘어졌다.
창수는 두더지 뮤턴트를 제대로 죽이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는 데런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데런을 공격한 것은 두더지 뮤턴트가 아니라 주먹만 한 크기의 벌레였다.
데런의 허벅지에 주둥이로 보이는 것을 박고서는 피를 빠는 듯했다.
“빈대인가?”
창수는 주먹만 한 크기의 벌레를 깔끔하게 잘라 버렸다.
하지만 이내 두더지 뮤턴트의 몸에 붙어 있던 거대 빈대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뮤턴트의 몸에서 기생하고 있던 기생 벌레였다.
크기도 일반적인 기생 벌레와는 차원이 다를 만큼 컸다.
자신들이 기생하던 두더지 뮤턴트가 죽자 새로운 기생 본체를 찾는 것이었다.
그렇게 창수의 일행에게 달려들었지만, 창수의 검에 의해 하나둘씩 잘려 나갔다.
2미터 정도 크기밖에 안 되는 두더지 뮤턴트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거대 빈대가 붙어 있었다.
창수는 결국 두더지 뮤턴트의 사체를 땅 구멍 아래로 밀어 넣어 버렸다.
“다치셨어요?”
“크윽! 예.”
데런이 다친 것을 보고 몸을 일으킨 나타샤가 다가와서는 데런의 몸에 손을 대었다.
곧장 치료를 하려고 했지만, 나타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치지 않으셨는데요.”
“예? 하지만 저 허벅지를 물렸……. 으윽!”
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는 데런이었다.
잠들어 있던 빅도 고개를 들고서는 데런을 바라보았다.
“변이되고 있는 것 같은데.”
부상이 아니었다.
거대 빈대에게서 병균이라도 옮은 듯이 몸을 덜덜 떨며 땀을 흘리는 데런은 뮤턴트로 변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창수는 그런 데런을 보며 나타샤를 바라보았지만 나타샤는 고개를 내저었다.
나탸샤의 힘으로는 변이를 막거나 억제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변이를 더욱 빠르게 촉진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두더지 뮤턴트가 엔젤로 인해 변이를 한 것이 아니라 변이된 빈대 뮤턴트에게 물려서 변이가 된 듯했다.
새로운 형태의 뮤턴트인 것이다.
“티…… 팀장님. 주…… 죽여 주십시오.”
데런은 괴물이 될 바에는 그냥 죽는 것이 낫다며 창수에게 죽여 달라고 했다.
당연히 창수는 그런 데런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창수는 자신의 손바닥을 아룬의 검으로 베었다.
이내 붉은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팀장님?”
“마셔. 변이 전이라면 효과가 있을 거다. 물론 더 이상 인간으로 있기는 힘들겠지만.”
창수의 피를 마시면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될 것이라는 말에 데런은 바짝 마른 입 안의 침을 힘겹게 삼켰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냥 괴물이 될 수는 없었기에 데런은 창수의 피를 받아 삼켰다.
“효과가 없으면 고통 없이 보내 주지.”
“예?”
“나도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몰라.”
창수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데런을 놔두고서는 다시 구멍 안을 바라보았다.
“왜? 흥미 있어?”
“만일.”
“만일?”
“아담을 저 녀석이 물어서 인간으로 바뀐다면.”
“…….”
“몇 마리 잡아 오지.”
“담을 거 필요하지 않아?”
“저기 있네.”
창수는 건물 한쪽에 놓여 있는 커다란 유리병 하나를 발견하고서는 챙겼다.
“세라핌.”
“왜?”
“날개 펼치고 따라와.”
창수의 피를 통해 성장을 한 세라핌은 원할 때 날개를 펴거나 감출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날개를 숨겼을 때는 인간 여자아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외모였다.
그리고 날개를 펼치면 엔젤의 가루들이 주변으로 뿌려지면서 빛을 내었다.
그 빛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창수는 그 정도 빛만으로도 어둠 속에서 사물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창수는 세라핌과 함께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꽤나 깊었지만 두더지 뮤턴트들이 나왔던 구멍의 끝에 도착을 하자 거대한 통로가 나왔다.
족히 10미터는 될 법한 크기의 거대한 동굴이었다.
하지만 자연적인 동굴로는 보이지 않았다.
땅의 흔들림은 이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거대한 동굴을 만든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거대한 동굴의 벽면에서는 수많은 두더지 뮤턴트들을 볼 수 있었다.
통로를 따라 움직이며 먹이로 삼을 인간들이나 뮤턴트들을 납치하는 듯했다.
“생각보다 많네.”
두더지 뮤턴트들은 창수와 세라핌에게 달려들었다.
“전부 아담으로 바꿔 버려.”
“오케이!”
창수의 허락에 쾌활한 목소리로 외친 세라핌은 뮤턴트의 몸 안에 있던 엔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마치 빛이 사방에서 세라핌에게 흡수되는 듯했다.
창수는 그렇게 두더지들뿐만 아니라 두더지의 몸 안에 들어 있는 빈대 뮤턴트의 엔젤까지 빨아들이는 세라핌의 모습을 보다가 두더지 뮤턴트의 털 안에 숨어 있던 빈대 뮤턴트들을 붙잡아 챙겨 온 병 안에 집어넣었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세라핌에 의해 빈대 뮤턴트들도 줄어들어 버릴 터였다.
그렇게 병을 가득 채운 창수는 아담으로 변해서는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두더지 뮤턴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엔젤을 뽑힌 것인지 병의 아랫부분에 아주 작은 빈대가 한 마리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인간이 아닌 빈대를 통해 빈대 뮤턴트를 만든 의혹이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누가 어떤 목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