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pporting characters in horror novels want to live as human beings RAW novel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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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는 안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초행길에서 안개를 만나면 길을 잃고 뱅뱅 돌기 일쑤였다.
자신이 만난 지도 제작가들은 늘 안개에 대해 경고했다.
-요나스, 만약 길을 잃어버렸는데 안개가 끼면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함부로 돌아다니면 이상한 곳으로 가게 되거든.
물론 요나스는 아빠가 자신보다 더 오래 용병 생활을 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빠라면 안개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갈 필요도 없이, 이미 돌아오고 있을 수도 있고.
하지만 만에 하나.
혹시나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요나스가 아빠를 구해줘야만 했다.
아렌하이트를 속인 건 미안하지만, 그래도 곧 돌아올 테니 그때 사과하면 괜찮을 것이다.
요나스는 막스가 갔던 방향으로 달렸다.
미묘하게 기울어진 길을 느끼며 헤매지 않고 똑바로 나아갈 수 있었다.
요나스가 생각하기로 여기는 산의 초입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정찰을 위해서 아빠는 어디로 향했을까?
산을 빙 둘러서 돌아가기보단 위쪽으로 올라가지 않았을까?
요나스는 발자국이라도 나지 않았나 살피며 점점 산 깊은 곳으로 향했다.
나무들은 더 많아져서 어느덧 숲이라고 불릴만한 규모가 되었다.
앙상한 숲을 헤매던 요나스는 어디선가 희미한 소리를 들었다.
아빤가?
요나스는 본능적으로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텁게 쌓인 눈에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열심히 걷던 요나스가 나무를 짚으며 숨을 골랐다.
요나스는 문득 자신이 짚고 있는 나무가 다른 나무와 다르게 흰색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 흰색이 아니다.
이 나무는 바삭거리는 서리를 두르고 있어서 희게 보이는 것뿐이었다.
요나스는 부스스 떨어지는 얼음 결정에 정신이 팔렸다.
그 때문에 자신을 굽어내려다 보는 거대하고도 끔찍한 존재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요나스가 그의 존재를 눈치챘을 때는 너무 늦은 후였다.
안개에 숨은 거대한 뿔이 달린 형상.
무언가가 덕지덕지 말라붙어 검게 되어버린 기다란 손톱.
자신의 위를 덮치는 그 손 너머로 볼 수 있던 건 딱 하나뿐이었다.
빛이라고는 하나 없는 시꺼먼 동굴 같은 입.
입에서 나온 차가운 바람이 자신의 뺨을 어루만졌다.
자신은 거인에게 잡아먹히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대로 어디론가 끌려가게 될까?
하다못해 소리라도 지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자신은 언젠가부터 단어 하나도 말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냥 공작님과 같이 있을걸.
공작님 몰래 도망가서 벌 받는 거야.
가만히 있지 못해서 무서운 괴물한테 잡아먹히는 거야.
요나스가 눈을 꽉 감았을 때였다.
누군가가 무서운 소리를 질렀다.
“요나스!”
아빠가 달려오고 있었다.
무거운 도끼도, 안고 있던 땔감도 전부 집어던진 그가 요나스를 끌어안았다.
크고 든든한 품속에서 요나스는 아빠의 손이 자신의 얼굴을 덮어버리는 걸 느꼈다.
“요나스, 귀를 막거라. 귀를 막아! 아무것도 보면 안 돼. 아빠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아무것도 보면 안 된다. 요나스, 눈을 감아! 저것이 널 보고 있어!”
덜덜 떨리는 막스의 손 때문에 요나스는 불길함을 직감했다.
아빠, 그게 무슨 말이야?
뭐가 날 보고 있다는 거야?
이윽고 요나스의 위에서 막스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빠!
“눈 감아! 요나스, 아무것도 듣지 마! 아무것도 믿지 마! 아무것도 보지 마! 제발!”
아빠, 괜찮아? 우리 다 괜찮은 거야?
멈췄던 바람이 무시무시하게 불기 시작했다.
그 너머로 아주 막스의 비명과 아주 오래된 속삭임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요나스는 자신을 안고 있는 팔에 의지하며 아빠의 망토를 꽉 붙잡았다.
이 바람에 아빠와 자신이 날아가지 않도록, 그리고 제발 저 무서운 괴물이 사라지길 빌면서.
바람이 멎었다.
요나스는 어느 순간부터 아빠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괴물도 함께.
숲의 공터에는 요나스 말고 아무도 없었다.
* * *
“바람이…… 멎었네.”
“잘 됐습니다. 눈이 날려봤자 시야만 더 확보하기 힘들어지니까요.”
사라진 요나스 때문에 루셀과 나는 둘이서만 수색에 나섰다.
요나스는 소리를 지를 수도 없어서 우리는 일부러 바위나 나무 뒤까지 살폈다.
하지만 그런데도 요나스는 보이지 않았고, 덕분에 수색 범위만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어떡하지? 막스는 왜 이렇게 안 오는지 모르겠군. 우리 다 엇갈리게 생겼어.”
“그럼 잠시 여기 계세요. 저는 더 올라가 보겠습니다. 혹시 위로 갔을 수도 있잖아요.”
“무서우니까 나도 갈래.”
혼자 남으면 죽는다는 공포영화의 법칙도 모르시나.
우리는 천천히 올라가며 요나스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던 중 루셀이 잠시 멈춰 섰다.
“왜? 거기 뭐 있나?”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요, 공작님.”
“소리?”
같이 귀를 기울여 봤지만, 소리라고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루셀은 방향을 바꾸더니 그대로 길을 벗어나 삐죽거리는 나무가 잔뜩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무 사이에서 높게 쌓인 눈을 헤치고 들어갔더니, 그 사이에 있는 건.
“요나스!”
어린애가 눈밭에 웅크리고 엎어져 있었다.
놀라서 뛰어가 요나스를 흔들자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얼굴을 본 순간 루셀과 나는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아이가 소리 없이 흠뻑 젖은 얼굴로 나를 끌어안았다.
“요나스? 무슨 일이 있던 건데? 왜 그래?”
“공작님, 저쪽에.”
루셀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거기에는 낯이 익은 도끼와 땔감용으로 보이는 듯한 잔가지가 흩어져 있었다.
막스의 도끼.
막스가 가지고 왔을 법한 땔감.
혼자 남아 우는 요나스.
주변에 흩어진 하얗게 서리가 낀 나무들.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내게 안긴 요나스의 어깨만 잘게 떨리고 있었다.
썰매로 돌아온 우리는 요나스를 진정시켰다.
요나스는 울다가 기가 빨렸는지, 거의 쓰러지듯 잠에 빠져들었다.
작은 몸을 썰매에 잘 뉘여놓은 후 나와 루셀은 불가에 둘러앉았다.
“막스는 어떻게 된 겁니까, 공작님?”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추측이 가는 건 있지.”
“추측이라면…….”
“북부의 사람은 전부 증발했었잖아. 이런 괴물들을 불러내기 위해서 쓰였거나 아니면 우리가 이제까지 물리쳤던 괴물들의 일부가 되었을 거야.”
“막스도 역시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뿐이야. 그래도 요나스에게는 말하지 마. 우리도 모른다고 하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대로 가면 요나스는 정신을 놓아버릴지도 몰랐다.
옛것을 목격하고 아비까지 사라진 어린애가 멀쩡하게 행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까지 돌아가야 했다.
차라리 루셀과 둘이서만 올걸.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공작님. 신전을 재건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기다려.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거인이 막스를 데려갔다면 당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럼 안전한 틈을 타서 여기를 벗어날까?
하지만 거인의 추적을 포기하는 거나 다름이 없어지는데.
북부 광산 개발권에 대해서 에이슬링 상단에 소식이 도착했을까?
게다가 요나스도, 사랑하는 사람을 거인에게 잃어버렸으니 여기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할지도…….
잠시만.
“공작님? 뭔가 찾으시는 게 있으십니까?”
“아까 민담집을 여기다 뒀는데.”
요나스에게 읽어준 민담집을 찾자마자 페이지를 넘겼다.
‘눈보라 사이를 헤매는 거인’의 우화에는 사슴의 뿔을 가진 해골만큼 마른 거인의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내가 갑자기 책을 펼치자 루셀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책은 갑자기 왜 찾으십니까?”
“참고할 게 있어서.”
민담에서는 사냥꾼이 처녀를 쏘아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자 사악한 악령이 사냥꾼의 혼을 가로채고 사냥꾼은 눈보라 속의 거인이 된다.
나는 잠든 요나스를 바라봤다.
동화는 강림하는 것들의 습성을 담고 있다.
하지만 거기서 생각을 좀 더 확장 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겨울 나비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건 겨울 나비와 그의 희생자뿐.
하지만 눈보라 속 거인의 이야기는, 거인이 어째서 거인이 되었는지 소개하고 있었다.
거인은 원래 평범한 사냥꾼이었다.
하지만 죄책감으로 인해 자결을 하게 되고, 악령은 사냥꾼을 괴물로 만들었다.
사냥꾼이 된 막스.
아빠가 걱정되어서 뛰쳐나갔던 요나스.
혼을 훔친 사악한 악령.
그를 도망치게 한 활과 화살.
‘눈보라 사이를 헤매는 거인’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막스는 머지않아…….
나는 책을 덮고 루셀을 돌아봤다.
“막스를 찾으러 가자.”
“그가 어디에 계시는지 아십니까?”
“아니, 하지만 내 생각에는.”
루셀은 내 시선을 따라갔다.
저 위, 안개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는 높은 곳이었다.
“등장하지 못한 채 배경의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것 같아.”
“저 위에 있을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물론 이대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 요나스가 울든 말든, 용병단에 넘기고 보상금을 쥐여줄 수도 있어. 그게 더 편한 방법이기도 해.”
“하지만.”
“그래, 하지만 그건 별로 옳다고 느껴지지 않지?”
루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열었다.
“구체적인 위치만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위치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까는 모르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나는 모르지. 하지만 요나스라면 거기까지 갈 수 있어.”
내가 생각하는 게 바보 같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면 시도는 해 봐야 했다.
요나스라면 분명 막스를 찾으러 갈 것이고,
우리는 막스가 요나스를 죽이는 걸 막고, 악령에게 혼이 팔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가 눈보라를 헤치고 나오는 거인이 되지 않도록,
그렇게 신을 탄생시키지 않도록.
그리고 몇 시간 후.
잠에서 깬 요나스가 내 손바닥에 짧은 메시지를 적었다.
-아빠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