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288)
◈ 288화. 숲속의 전투
술잔을 팽개친 두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어디냐.”
“서천림의 남쪽 방도들이 공격받는 중입니다! 지원이 필요합니다!”
소걸개가 부릅뜬 눈으로 호통쳤다.
“어째서 도망치지 않았느냐!”
개방의 임무는 전투가 아닌 감시와 정보 확보.
이천의 방도가 있다곤 하나 그들은 진을 갖춘 게 아니라 뿔뿔이 흩어져 감시망을 갖추고 있었다.
하여 적이 오면 저항하지 말고 퇴각 후 보고 하라는 게 당초 내린 지시였다.
육봉개가 울상을 지었다.
“놈들이 퇴로를 교묘하게 막았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빠져나올 길이 없었습니다.”
적모개가 소걸개를 진정시키며 물었다.
“숫자는?”
“다행히 수는 많지 않습니다만 이대로는 피해가 커질 겁니다.”
소걸개가 말했다.
“다녀오겠다. 너는 지금 당장 무림맹에 전서를 띄워라.”
“예!”
육봉개와 헤어진 두 사람은 즉시 서천림으로 달렸다.
전력으로 신법을 전개한 두 사람이 숲의 초입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캄캄한 어둠 속, 두 사람을 주시하는 자들이 있었다.
감시망이 흔들린 사이 배후로 침투한 흑사대 부대주 우군보와 부하들이었다.
‘누가 소걸개지?’
복면을 끌어올린 우군보가 천정각주 임화교의 지시를 상기했다.
‘거지들이 도망치지 않았다면 지원을 요청하고 버티려는 거다. 서천림 거지를 지휘하는 자는 개방의 소방주 소걸개. 감시망이 흔들린 사이 배후로 침투해 소걸개를 죽여라.’
지휘관이 사라지면 거지들의 혼란은 극에 달할 것이다.
그리되면 감시망을 돌파한 이들이 소화산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다는 게 임화교의 생각이었다.
‘취운보 소걸개는 무림 칠경의 일인. 하지만 우리라면 능히 감당할 수 있다.’
등 뒤를 지키는 부하는 스물.
우군보 또한 일신의 무공에 자신이 있었다.
소걸개가 오 장 안쪽까지 접근했을 무렵, 어둠을 뚫고 스무 명의 무인들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스스스!
불시에 전방에서 검은 돌풍이 몰아치자 소걸개는 즉시 적모개를 잡아당겼다.
“위험!”
상체가 당겨진 적모개가 눈을 부릅떴다.
‘설마 우릴 기다리고 있었나!’
적모개의 머릿속에 다양한 가능성이 떠오르고 사라지길 반복할 무렵.
어느새 전방으로 튀어나간 소걸개는 내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슈우우우…….
장심으로 빨려든 거력이 일시에 전방으로 폭사한다.
쏴아아!
우군보는 즉각 명을 내렸다.
“산(散)!”
스무 명의 흑사대원이 순식간에 흩어진다.
콰앙!
장력에 적중된 나무가 산산 조각났다.
그사이 소걸개의 눈이 빠르게 좌우를 스쳐 간다.
‘이놈들. 강하다.’
제법 힘을 실어 쏘아낸 장력이었으나 어렵지 않게 피해낸 것을 보면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정예가 이미 흔들린 감시망 사이로 빠져나간 상태.
그러나 흑사대는 소걸개를 잡기 위해 임화교가 남긴 비장의 한 수였다.
검신을 뽑아 든 우군보가 정면에서 짓쳐 든다.
“네놈이 소걸개로구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군보의 공격이 장대비처럼 쏟아진다.
슈슈슈슈슉!
눈앞에서 부챗살처럼 뻗어오는 공격은 마영사검(魔影死劍) 진혼척의 초식이었다.
소걸개의 눈이 매섭게 빛난다.
“고작 이 정도로 나를 노렸느냐!”
활짝 펼쳐진 두 손이 눈앞에서 교차하더니 순식간에 좌우로 뻗어 나간다.
두 손 사이로 새하얀 빛무리가 떠오르더니 이내 쏟아지는 검영을 향해 일시에 뻗어 나갔다.
콰콰콰콰쾅!
강렬한 폭음과 함께 흩어지는 기파가 사방으로 비산한다.
“큭.”
신음을 억누른 우군보가 미끄러지는 발을 멈췄다.
‘강하다.’
아무래도 무림 칠경의 이름은 허언이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스무 명의 부하들이 함께 있다.
“진을 갖춰라!”
우군보의 외침에 흩어진 부하들이 원을 만들어 갈 때, 적모개는 그것을 저지하고자 우측으로 달리는 중이었다.
‘진이 갖춰지면 곤란하다.’
굳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본능으로 직감했다.
소걸개의 광영장(光影掌)을 피해낸 이들은 만만치 않은 고수들이었다.
우측으로 미끄러지는 적을 향해 적모개의 주먹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쐐액!
순간 멈칫한 적은 즉시 상체를 회전하며 암기를 쏘아냈다.
쾅!
주먹에 부딪힌 암기가 폭음과 함께 튕겨 나갔고.
한 번 더 지면을 박찬 적모개가 상대의 간격을 파고들었다.
적모개의 영탄권(影彈拳)이 상대의 가슴에 틀어박히기 직전이었다.
좌측에서 달려든 흑사대원이 적모개의 옆구리로 검을 찔러왔다.
순간 적모개의 머리가 비상하게 회전한다.
‘진의 형성을 막고 한 놈이라도 죽여야 활로가 보인다.’
자신은 다쳐도 상관없다.
그러나 진 안에 갇힌다면 제아무리 무림 칠경의 일원일지라도 위험할지 모른다.
어떻게든 소걸개를 위해 시간을 벌어야 한다.
적모개는 찔러오는 공격을 무시한 채 그대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콰직!
상대의 가슴이 우그러짐과 동시에 옆구리가 길쭉하게 갈라진다.
서걱!
적모개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견뎠다.
“쿨럭!”
피를 토한 상대가 화살처럼 튕겨 나가는 사이 세 명의 적이 적모개를 포위하듯 둘러쌌다.
쉬익!
날카로운 예기가 좌우에서 쏟아진다.
다급히 상체를 숙이는 적모개와 우군보를 상대하는 소걸개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졸개부터!’
‘알았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뜻이 통했다.
상대는 심상치 않은 마기를 풍기는 자들.
진법이 갖춰진다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거란 걸 소걸개도 알고 있었다.
우군보를 향해 일 장을 쏟아낸 소걸개가 즉시 흑사대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쏴아아!
두 줄기 장력이 회피하는 적을 쫓아가더니 그대로 등판을 찍어눌렀다.
콰쾅!
“크윽!”
예상치 못한 공격에 두 명이 손도 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다.
지면을 밟고 뛰어오른 소걸개는 고꾸라진 적의 등으로 발을 내리찍었다.
콰아앙!
고막을 강타하는 굉음과 함께 눈 섞인 흙먼지가 허공으로 솟구친다.
“이놈!”
눈앞에서 두 명의 부하를 잃은 우군보가 분노의 일갈을 토해냈다.
부하의 죽음이 애석한 게 아니다.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고 눈앞에서 등을 돌린 것에 자존심이 구겨진 것이다.
“죽여버리겠다!”
대노한 우군보가 피어오른 흙먼지로 몸을 날리며 검을 내질렀다.
한 줄기 섬광을 흘리며 쏘아진 검극이 흙먼지를 파고드는 순간.
“네놈 따위에게 죽을 것 같으냐?”
그보다 훨씬 우측에서 소걸개의 조롱 섞인 대답이 들려왔다.
콰직!
어느새 흙먼지를 벗어난 소걸개는 또 한 명을 기습해 머리통을 날려버린 상태였다.
순간 우군보의 머리가 차갑게 식어 내린다.
‘흥분해서 될 일이 아니다!’
흑사대 부대주의 자리는 노름으로 따낸 자리가 아니었다.
“시야를 확보해라! 포위망을 제대로 갖추는 거다!”
명을 내린 우군보는 소걸개가 부하들을 상대하는 사이 목표를 수정했다.
‘네놈이 내 부하를 노린다면 나도 똑같이 해주마.’
몸을 날리는 그의 두 눈에 세 명의 부하를 상대로 고전하는 적모개가 보인다.
등 뒤의 엄청난 살기에 적모개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한다.
‘재수도 없지.’
이쪽 나름의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려고 했건만 하필 상대도 머리를 쓸 줄 아는 자였다.
‘무공 좀 제대로 수련해둘걸.’
문득 사천에서 보낸 십 년이 넘는 세월이 아쉬워진다.
“적아!”
친구의 위기를 발견한 소걸개는 지체 없이 몸을 돌려 전력으로 달려온다.
흑사대원은 등 돌린 소걸개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쐐애액!
허공을 날아간 다섯 개의 암기가 소걸개의 등판을 파고들었다.
퍼퍼퍼퍼퍽!
그사이 지척까지 접근한 우군보의 검이 뱀처럼 휘어지며 적모개의 전신 요혈을 노려 온다.
‘내 실력으로 피하는 건 무리다.’
요대를 푼 적모개는 자신을 상대하다 흩어지는 적들에게 그것을 던졌다.
패앵!
활짝 펼쳐진 요대가 순식간에 두 명의 허리를 휘감는다.
“엇!”
당황한 적의 눈이 부릅떠지는 사이 적모개는 온 힘을 다해 요대를 끌어당겼고.
쐐애애액!
궤적을 종잡을 수 없는 검영이 적모개의 사지육신으로 벼락 치듯 내리꽂힌다.
콰콰쾅!
“쿨럭!”
억눌린 기침과 함께 쏟아져 나온 피가 허공에 흩어진다.
핏발 선 소걸개의 눈에, 요대로 끌어당긴 상대를 방패 삼아 공격을 받아낸 적모개가 담긴다.
‘괜찮다!’
적모개의 눈동자는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극성의 보법을 전개한 소걸개는 초식을 전개하고 무방비가 된 우군보에게 광영장을 출수했다.
쏴아아-!
“부대주!”
놀란 부하들의 외침에 우군보는 다급하게 몸을 돌렸고.
‘빨라?’
최초에 본 장력과 같은 것이었으나 그 속도가 천지 차이다.
이를 악문 우군보가 검을 끌어당기는 찰나.
콰콰콰쾅!
엄청난 장력이 우군보의 가슴을 망치질하듯 후려쳤다.
“크아악!”
지독한 혈향과 함께 찢어질 듯한 비명이 밤하늘로 솟구친다.
우군보가 쓰러지는 사이 진법을 갖춘 흑사대원들은 사력을 다해 소걸개를 몰아붙였다.
‘큭!’
잠시 잊고 있던 등판의 상처가 쑤셔오길 시작한다.
‘독인가!’
적모개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에 허용했던 암기에 독이 발려져 있었던 모양이다.
질끈 깨문 입술 사이로 피가 새어 나오자 혼미한 정신이 다듬어진다.
소걸개는 온 힘을 다해 남은 적들을 상대로 고독한 사투를 시작했다.
쾅!
솟구치는 굉음과 함께 굵은 나무가 흔적도 없이 터져 나간다.
개방의 오결제자를 공격하던 적은 눈앞을 스쳐 간 장력에 움찔하며 물러섰다.
그사이 장력을 퍼부었던 동초개가 수풀을 헤집고 달려왔다.
“형님들!”
동초개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오결제자 종화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개새끼들!’
그 어떤 예후도 없었다.
별안간 나타난 적의 고수들은 순식간에 퇴로를 차단하고 동료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괜찮습니까?”
동초개가 분한 마음을 억누르며 다급히 종화의 상태를 살폈다.
“걱정 마라. 개방의 오결제자는 이 정도로 쓰러지지 않는다.”
동초개에 이어서 수풀을 뚫고 수십 명의 개방도가 쏟아져 나온다.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흑의인이 검을 들고 지시했다.
“퇴각.”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습을 가했던 적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은은한 달빛 아래, 시산혈해로 가득한 숲속의 전장이 시야 가득 들어온다.
동초개는 고개를 흔들어 약해지는 마음에 의지를 불어넣었다.
‘정신 차려. 동초개.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진무립과 함께하며 달라진 것은 당천만이 아니었다.
싸우기도 전에 지레 겁부터 집어먹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곳을 살펴보고 올게요! 여길 부탁합니다!”
동초개는 대답조차 듣지 않고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소방주. 어서 와주세요!’
퇴각 명령이 전해진 것인지 점점 싸우는 소리가 잦아드는 가운데 동쪽에서 거친 폭음이 솟구친다.
방향을 튼 동초개가 나무 사이를 갈지자로 빠져나가며 숲을 벗어났다.
시야가 탁 트이며 마지막 남은 적과 싸우는 소걸개가 보인다.
“소방주!”
동초개의 외침이 끝나는 순간 소걸개의 손끝이 적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쿨럭!”
왈칵 쏟아지는 피가 소걸개의 가슴을 뜨겁게 적신다.
빛을 잃어가는 흑사대원의 눈동자에 소걸개의 차가운 얼굴이 떠오른다.
‘이것이…… 무림 칠경…….’
만일 상대가 독에 중독된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전투는 진작에 끝났을지 모른다.
전신을 부르르 떤 흑사대원이 바닥으로 허물어진다.
“하아…….”
힘겹게 숨을 토해내는 소걸개의 전신은 시뻘건 피로 가득 물든 상태.
다급하게 달려간 동초개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소걸개를 부축했을 때였다.
소걸개에게 가려져 있던 등 뒤의 풍경이 동초개의 눈동자에 들어왔다.
“왔느냐.”
나직한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적모개였다.
“어째서…….”
동초개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린다.
무림맹에 있어야 할 사람이 어째서 여기에 있단 말인가?
그것도 백지장처럼 창백한 몰골로 가슴에서 피를 콸콸 쏟아내며 말이다.
“분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