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검수 장경 (2)
모든 절대고수들에게는 충분히 강하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
검제(劍帝) 장경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방황하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는 모래알만큼 많은 고수들이 있다.
절대고수의 경우는 적다고 하나, 오랜 역사를 거슬러보면 결코 적은 수는 아니었다.
그중에는 평생 초절정에서 머물다가 말년이 다 되어서 절대지경에 드는 자가 있었고, 강호 출도부터 전 무림의 주목을 받으며 성장한 천재형도 있었다.
장경의 경우에는 후자였다. 그는 얼굴에 주름이 지기도 전에 이미 초절정고수가 되었다.
특히 삼차 마교 대축출 때 수많은 마두들을 베면서 한층 높은 경지에 들었다. 초절정의 극에 달한 것이다.
젊은 무당의 도사 장경이 칼춤을 추면 흉악한 마두들도 공포에 떨었다.
그는 동시에 백도무림의 희망이 되었다.
장경이 죽인 마두가 필경 백에 다다랐고, 동시에 구한 사람의 수는 그 두 배가 넘었다.
태극검제라는 영예로운 별호가 붙기도 했다.
무림맹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는 개봉의 총단에 머물게 되었다.
수많은 강호 명숙들이 태극검제와 안면을 트고자 했고, 그를 존경하는 후기지수들은 태극검제의 무위를 견식할 수 있길 꿈꿨다.
그러나, 무림의 희망이 된 도사 장경은 정작 희망을 잃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별채에서 나오지 않았다.
종종 그를 모시는 하인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도망 나오곤 했다.
별도 뜨지 않은 어두운 밤이면 검제의 침소에서 소름 끼치는 비명이 울렸다.
장경은 지독한 악몽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악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다.
장경이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 죽고 또 죽었다. 그가 보는 앞에서. 웃고 있는 마인들 앞에서.
그쯤부터 장경은 술을 찾았다.
무당의 고명한 도사가 술을 퍼마신다는 것은 보기 좋은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는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해도, 그 대상이 태극검제였으니.
무림맹의 모두가 그 일을 쉬쉬했다.
장경의 절친한 친우이자 소림의 최고수인 신승 무명도 혀만 끌끌 찰 뿐이었다.
‘놔두어라. 곧 정신을 차리겠지.’
그런 매몰찬 말만 남기고, 신승은 단 한 번도 검제를 찾지 않았다.
그런 나날이 정확히 일 년 동안 지속된 시점.
무명이 마침내 검제의 처소를 찾았다.
경계를 서고 있던 무인은 꾸벅꾸벅 졸다가 화들짝 일어섰다.
“무,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쯔쯔, 피곤하냐?”
“아닙니다!”
“그런데 왜 졸고 있었는고.”
“……죄송합니다!”
“귀청 떨어지겠구나. 친구를 만나러 왔을 뿐이다. 문을 열어라.”
문을 지키던 무사는 머뭇거리더니 답했다.
“어느 누구도 들이지 말라 하셨기에…….”
장경은 어느 순간부터 하인의 출입도 금했다.
그저 음식과 술만 가져오게 시켰을 뿐이었다.
무사는 태극검제의 추상같은 명령을 거역할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무명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하이고! 여기가 제집 안방인 줄 아는가. 그럼 비키거라.”
“어엇.”
“내가 억지로 들어왔다고 말하면 될 것이다.”
무사는 곧바로 몸을 비키지 못했다.
하지만 무명은 마치 산들바람이라도 된 것처럼 무사의 방비를 통과했다.
그리고 잠긴 문을 가볍게 밀었을 뿐이었다.
퉁!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퉁 하는 소리와 함께 안에서부터 걸어 둔 빗장이 풀렸다.
문을 부순 것도 아니고 잠긴 것을 풀어 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한 수였다.
“허억!”
“끌끌…….”
무명은 경악하는 무사를 놔두고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다.
별채의 정원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거미줄까지 곳곳에 걸려 있어서 마치 폐가 같았다.
“쯧.”
그는 혀를 차며 계속 걸어 들어갔다.
장경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정원에 가져다 놓은 의자에 죽은 듯 앉아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꼴이 영락없는 폐인이자 주정뱅이였다.
“아무도 오지 말라…… 했을 텐데.”
혀가 꼬여 있었다. 접근한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 듯했다.
“꼴이 말이 아니구나.”
“누구…… 끅.”
“냄새가 지독하다, 중생아.”
무명은 코를 찡그렸다. 장경으로부터 술 냄새와 악취가 밀려 나왔다.
의자 옆에 있는 탁상에는 술병이 잔뜩 놓여 있었다.
“무명……인가.”
“그렇지.”
“가라.”
“싫다.”
“꺼지라니깐.”
“흐허허허. 부처님 말도 듣지 않는 내가 너 같은 맹탕 놈 말을 듣겠느냐.”
장경과 무명은 친구였다. 성품이 고아하고 순했던 검제와 신승은 안 어울리면서도 죽이 맞았다.
장경은 꺼지라는 듯 손을 휘젓다가 곧 팔을 떨구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을지 보았지. 곧 털고 일어날 줄 알았는데 1년이 지나더군.”
“…….”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괴로우냐.”
“…….”
“삶과 죽음이 이어져 있는데, 도사라는 놈이 어찌 그리 어리석나. 그 아이들이 죽은 게 그리 서럽더냐. 클클.”
“닥쳐.”
“악몽을 꾸고 엉엉 운다 들었지. 그 녀석들이 원귀가 되어 나타났느냐? 네게 책임을 지라고 하더냐?”
“닥치라니깐!”
검제는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곧 비틀, 주저앉았다.
그 한심한 모습에 무명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웃음소리에 골이 깨질 것 같아서 검제는 귀를 막았다.
“폐인이 되었구나! 폐인이 되었어! 화무십일홍이라 하지만 이리 빨리도 영락하다니, 이건 도가 지나쳤군!”
누가 지금 상황을 본다면, 무명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친우였던 검제의 영락한 모습을 위로하긴커녕 비웃는 듯하니.
“내 얘기하지 않았느냐, 말코도사야. 너는 틀림없이 인세를 초월한 무를 얻어 하늘을 찌를 것이라고. 그런데 이게 무엇이냐.”
장경이 절대지경에 도전한다며 문을 걸어잠근 게 이미 몇 년 전의 일이었다.
이대로라면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그는 1년 동안 처박혀서 술만 마셨다. 어지간한 천재라도 퇴보하는 게 당연했다.
“하늘이 내린 오성을 타고나서 입신하리라고 말했건만. 자, 빨리 일어나서 내가 옳았음을 증명하거라!”
“그만…….”
“그러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하늘로 보내 주마.”
입신(入神)이란 절대지경을 뜻한다.
이런 식으로 폐인처럼 살 바에는 죽어라, 그게 무명의 말이었다.
장경은 피식 웃었다.
“……그것도 좋겠지.”
“으하하하, 좋다. 가서 네 앞에서 죽어 나간 후기지수들에게 사죄하여라.”
무명 또한 껄껄 웃었다.
그러곤 술이 가득 찬 술병을 들어서 검제의 머리에 내려쳤다.
퍼석-!
돌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술병이 산산조각 났다.
무지막지한 행동이다.
“자, 지옥에 가서 지장보살 곁으로 가거라. 그분을 도우며 죽은 아이들을 돌보아라. 그 애들 역시 지옥에 떨어졌을 테니.”
또 하나 병을 들어서 내리친다.
사람을 다치게 하기 충분하리만큼 무자비했다.
“나도 늙어 죽어서 찾아갈 테니. 그곳에서 만나자꾸나!”
술병이 없자, 무명은 마침내 손을 들었다.
손에 황금빛 수강이 찬란하게 맺혔다. 이것이라면 단순히 아픈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장경의 정수리, 천령개를 향해 수강을 내리친다.
일말의 자비도 없는 살수(殺手)였다.
“기어코, 네가 나를 친우를 죽인 악적으로 만드는구나! 고맙다!”
퍼석, 하고 장경의 골통이 부서지고 뇌수가 비산했다.
초절정고수라면 능히 찰나의 이후를 보는 눈을 가지게 된다.
장경 역시 조금의 반항도 없이 있었으니. 무명은 자신의 손에 의해 태극검제의 골통이 부서지는 순간을 보았다.
허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놀랍게도 내리치던 손이 느려졌다.
친우의 정수리에 닿기 직전에는 우뚝 멈추기까지 하였다.
산들거리던 바람도 멈췄고, 여름날의 풀벌레 소리도 멎었다.
시간이 한없이 느려지더니 멈춘 것이다.
그곳에서 장경만이 자유롭게 고개를 들었다.
그는 형형한 눈빛으로 무명을 노려보더니, 몸을 틀어 신승의 손을 피했다.
그 순간, 시간이 다시 흘렀다.
콰앙!
신승의 손은 내리치던 그 기세로 검제가 앉아 있던 의자를 산산조각냈다.
고개를 번쩍 든 신승은 활짝 웃고 있었다.
“무당산에 결국 꽃이 피었구나!”
“무슨 짓이냐…….”
일어선 검제는 짜증스럽게 얼굴을 구겼다.
그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조금 전 술병을 맞았던 여파였다.
“이, 미친 땡중아…….”
그러곤 코에서도 피를 쏟아 내더니, 벼락 맞은 나무처럼 우당탕 쓰러졌다.
“허허, 선재로다. 선재야!”
신승은 쓰러진 검제의 몸을 어깨에 들쳐멨다.
그는 친우의 마음을 치료해 주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고 냄새나는 몸을 씻길 수는 있으리라.
“폐인이 되어서도 초월해 내는구나. 너는 언젠가 진정 신선이 될 것이다.”
아미타불, 하며 불호를 왼 뒤, 무명은 껄껄 웃었다.
그 후로 몇 달을 더 고생했지만, 장경은 다시 재기할 수 있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진정한 절대지경에 올랐다.
태극검제는 이제 그저 검제(劍帝)라는 대명사로 불렸다.
* * *
검수(劍手) 장경.
한때는 정명했던 눈에, 이제는 회색빛 탁기가 끼었다.
매끄러웠던 검은 머리카락은 잿빛이 되었다.
힘이 넘쳤던 팔다리는 가늘어졌고, 몸속을 흐르던 뜨거운 피는 느려졌다.
그러나 그 깨달음은 분명 드높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다고 평가받는 것이 절대지경의 무인이다.
입신(入神)의 그 상태로 또 수십 년이 지났다.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발전이 없었다.
그와 비슷한 수준에 있다고 평가되는 고수가 몇 명 더 있었지만, 아마 승패를 가르는 것은 더 이상 수준차가 아닐 것이다.
상성과 그날의 날씨, 몸 상태. 무엇보다도 운(運).
장경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법을 잊고 산 지 오래였다.
검제는 길을 잃고 죽음만을 기다렸다.
입신(入神)은 무슨 입신이라는 말인가. 그는 늙어 죽을 한 마리의 동물에 불과했다. 필멸자의 운명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삼봉의 비동을 발견했다.
과연, 먼 과거의 대종사는 검제와 달리 다음 단계를 밟았음이 분명했다.
상천무는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필부에게는 그저 춤사위에 불과하겠지만, 자격이 있는 자에게는 사다리였다.
자연스럽게 검제는 상천무에 심취했다.
휘익-
검에 기를 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검 끝에 물방울 같은 무언가가 흩날렸다.
그것은 진짜 물이었다. 장삼봉이 관수(觀水)의 도를 담았기 때문일까. 검 끝에 물이 맺혔다.
검제는 그것이 자신의 눈물 같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절대지경의 초극절기가 발휘되었다.
흩뿌려진 물은 허공에 멈췄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순간 속에 흩뿌려진 물방울이 환상적으로 부유했다.
야명주의 빛이 물방울에 비산되어서 별의 바다처럼 보였다.
“아아…….”
입에서 탄식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검제는 상천무의 도움을 받아 또 한 번 초월했다.
상천무의 마지막 자세. 하늘로 검을 치켜 든 자세로 우뚝 굳었다.
노쇠하고 망가진 골 속에서 번개가 번쩍 튀고,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
「상천무는, 하늘(天)로 올라가는(上) 것.」
장삼봉이 남겨 둔 상천무의 목적을 검제는 분명 이해했다.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이강이 생각으로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지금.’
초극절기라고 해도 영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멈추는 듯한 그 기술은 검제의 의념을 현실에 적용한 일이다.
인간의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체감적으로 몇 초 정도만을 멈출 수 있을 뿐.
하지만 지금은 몇 분 이상 이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정신이 아득하게 고양된 상태이외다.」
‘고양되었다는 것은…….’
「지금 그의 정신은 천계에 들어가 있소.」
상상하지 못한 이야기였다.
정신이 천계에 들어갔다니, 그 말은 즉…….
‘등선했다는 겁니까?’
고요자가 꿈꾸었던 경지. 신선이 되는 등선지경(登仙之境)이 아니던가.
허나 장삼봉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게 아닌 것이 문제요…….」
‘그러면…….’
「준비가 되지 않고 육체에 매인 채 천계에 들어 봤자, 다시 지상으로 추락하는 법이지. 저 후학은 자신이 천계에 입장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것이오.」
‘기억을 잃는군요.’
「다만 고양감은 계속 몸에 남아 있겠지. 그 박탈감이 얼마나 극심할지……. 인간의 노쇠한 몸으로 신선의 경지를 드나드니 정기는 더욱 고갈될 것이며…… 결국 남는 것은 집착뿐일 것이외다.」
아무리 늙었다고 해도 너무 쇠약해 보이는 검제의 몸이 이해가 되었다.
검제는 상천무에서 등선의 실마리를 잡았지만, 그것은 결코 타고 오를 수 없는 썩은 동아줄이었다.
「내 탓이오, 내 탓이야. 상천무를 남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장삼봉의 회한 어린 목소리와 함께.
검제는 다시 지상으로 추락한 듯했다.
털썩-
무릎을 꿇은 검제는 간신히 검으로 몸을 지탱했다.
“허억, 허어억.”
쇳소리 섞인 숨을 내뱉으며 눈물과 식은땀을 흘린다.
“거의, 거의 다 왔건만…….”
그는 정신력을 극한으로 발휘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강에게 말했다.
“이것이 상천무다……. 나는 상천무의 끝을 보지 못했다만. 그 이유는 내가 장삼봉 조사와 닮지 못해서이다.”
「그리 생각했던 게로군…….」
장삼봉은 검제의 판단을 이해했다.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상천무는 누군가를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장삼봉이 완성한 검과 인생을 담아 놓은, 자서전과 같은 검무였다.
“사소한 것까지 닮으려 했지만. 내 검은 이미 굳어 버렸다. 너희와 같은 젊은 검사들이라면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룰 수 있으리라.”
「그런 것이 아닌데……. 그저 그대가 대단할 뿐이오.」
장삼봉은 검제의 판단을 부정했다.
상천무를 따라 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초월을 경험하지는 못한다.
장삼봉의 삶을 담은 검무.
그것을 따라 하는 것으로 일순간이나마 초월을 겪은 것은 오로지 검제의 공이었다.
하늘이 내린 재능을 타고나, 수많은 경험을 쌓고, 수련을 멈추지 않았기에 가능한 기적.
그 피땀 어린 노력을 알았기에 장삼봉은 침통했다.
“나는 곧 죽겠지만. 너희들은 언젠가 나를 능가하여, 먼 옛날 조사 장삼봉이 밟았던 경지에 닿겠지.”
「아니외다, 오히려 상천무가 없었다면. 그대도 어쩌면…….」
어쩌면 검제가 계속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면, 장삼봉처럼 진정 인간을 초월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장삼봉의 말은 검제에게 닿지 않았고. 검제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상천무를 전수받겠느냐.”
“예!”
청혜가 벌떡 일어나서 쩌렁쩌렁 대답했다.
그는 검제가 보여 준 경지를 보고 온몸에 전율이 인 참이었다.
하지만 검제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고, 그저 조용히 침묵할 뿐이었다.
정작 중요한 이강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가, 검제를 보고, 장삼봉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장삼봉은 이강에게 부탁했다.
「내 그대가 원하는 이야기를 해 줄 것이고, 그대를 반드시 다음 경지로 이끌어주겠소이다.」
‘…….’
「그러니, 잠시 도장의 몸을 빌려주겠소이까.」
이강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그게 청혜와 검제에게는 꼭 상천무를 배우겠다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청혜는 이강을 두려워하던 것도 잊고 기쁘게 다가갔다.
“좋은 생각이시이이…….”
이강은 청혜의 혼혈을 짚었다.
청혜는 그대로 픽, 쓰러졌다.
“……무슨 짓이냐.”
검제가 조용히 이강을 응시했다.
하지만 검제가 기대했던 어떤 답도 이강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저 어쩐지 그리운, 그런 목소리가 울렸다.
“고생 많으셨소이다.”
검제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을 떨었다.
이강의 몸을 빌려, 장삼봉이 말하였다.
“내, 그대에게 상천무가 무엇인지 알려 드리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