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269)
269화 장군보 대 조광 (2)
이강은 바닥에 굴러다니던 이룡의 머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잘린 머리가 살아서 말을 한다,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허나, 어쩐지 납득이 갔다.
천마를 부활시키려는 대업(大業)에 자신과 형제들의 목숨을 바친 자였다.
놀라운 집착이다. 게다가 방사라고 하는 족속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도 한다.
기묘한 사술로 자신의 죽음을 잠시 유예했을지도 모른다. 그 천마를 부활시키려 했던 마교의 최고 방사이니.
“누구냐, 누가 한 말이냐!”
이룡의 머리는 당황해서 눈알을 휘릭 돌렸다.
그런 모습에서 조금 전의 초연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업을 위해 과감히 자진한다 싶더라니, 기어코 이런 방식으로 자신이 해낸 일을 제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비틀린 집착을 가졌기에 이런 짓을 할 수 있었겠지만…….
“누구…….”
「천마의 부활이 실패한 것이냐?」
이룡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이강의 모습은 보지 못하지만 목소리는 들을 수 있는 듯했다.
“흐흐…… 세자사. 너도 결국 죽은 것이냐? 혼령이 된 것이로구나.”
「그래, 너랑 비슷한 꼴이지. 그러니까 말해라.」
사실 이강은 죽은 게 아니라 장삼봉에 의해 일순간 몸에서 빠져나온 것이지만, 이강은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그래야 이룡이 순순히 털어놓을 듯했기 때문이다.
“분명 부활하신 것은 맞지만……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이강은 조금 전을 떠올렸다.
칠대선의 막내, 예송의 몸으로 부활했던 천마.
그는 이 천암결계를 너무도 쉽게 깨뜨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
천마가 그리 중얼거렸기 때문이다.
“왜 일찍 깨운 것이지.”
이룡과 칠대선이 준비한 것은 천마의 혼백 조각 중 절반가량.
그 정도만 준비하면 천마의 부활이 가능하리라 판단한 것이다.
이강과 장삼봉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사실은 달랐던 듯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혼백이 모일 터였는데.”
무언가 아쉬운 듯했다.
“……까마귀들이 대붕의 날개 깃털을 뽑아 놓았구나.”
그때 이룡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변명을 하려 했을까,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려고 했을까.
하지만 천마의 말은 그것이 끝이었다.
그는 단순한 발걸음으로 천암결계를 부수고 이강을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그게 모든 힘이 회복된 게 아니었던가.」
“그래…… 그릇과의 결합이 불안정했다. 아마…… 예송의 몸으로 오래 버티시지도 못하겠지. 눈에 보일 정도로 짙게 마기가 유출되었고……. 완벽히 부활하셨다면 그냥 무공술(舞空術)로 신강을 향해 날아갈 수도 있었을 터.”
천마의 무시무시한 위용이 모든 힘이 아니란다.
이 주변을 모두 검게 물들일 정도로 마기가 흘러넘친 것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어쩐지, 밑도 끝도 없이 힘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혼백 조각을 전부 모아야 했다는 건가?」
“그런 것 같다.”
「그러면 왜 전부 모으지 못한 상황에서 강행한 거지?」
‘왜 그런 멍청한 선택을 했나.’
이룡은 이강의 물음을 그렇게 해석한 듯했다.
자책과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칠대선에게 그렇게 말해 주었다고 하는 것이다.
「누가?」
“다름 아닌 사천궁(邪天宮)의 궁주가! 하루빨리 천마님의 부활이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사천궁은 또 어디야.」
“크윽…….”
이강에게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나왔다.
대강 요약하자면, 우선 칠대선은 진마궁의 소속이다.
천마의 부활에 적극적이었던 측인데, 미온적이었던 사천궁의 세력이 갑자기 진마궁과 칠대선에게 협조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천마의 혼백 조각 하나를 넘겨주면서까지 칠대선의 황궁 잠입을 도왔다고 한다.
「수상하군.」
“…….”
이강의 말에 이룡은 부정하지 못했다.
모든 일이 잘 풀린 상황에서야 문제가 무엇 있겠느냐만, 일이 이렇게 되고 나니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마의 혼백 조각을 전부 모으지 않았다 한들 부활할 수 있다고 확언했던 것이 사천궁의 궁주라고 했다.
「지금 사방에서 대군이 몰려오고 있다.」
황제의 시해범을 잡기 위해.
그들은 천마와 충돌하게 될지도 몰랐다.
어쩌면, 이강은 걱정 하나를 덜었을지도 모른다.
장삼봉과 함께 도망쳤다면 천마는 명의 대군과 충돌했을 것이다.
대군을 돌파하는 게 가능하든 그러지 못하든 천마는 육신이 무너져서 다시 죽을 것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이강이 잘 알고 있었다.
빙의(憑依)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본디 하늘이 내린 영매라도 어려운 일.
이강처럼 혼령들이 빙의해서 자신의 무공까지 쓰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하물며 천마라는 거대한 혼령을 누군가에게 완전히 생착(生着)시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만약 대법이 정말 어그러졌다면 천마의 몸은 곧 저절로 무너질 것이다.
「그렇게 된 건가.」
그러나, 이강은 장삼봉을 믿고 맡긴 일이 잘못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너희를 속인 사천궁주는 무엇을 노린 거지?」
“우선 천마님의 부활을 망치고자 한 것이고…….”
천마의 부활을 막는 것.
“……나라의 혼란을.”
황제를 죽이고 병사들을 소모시켜 피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전 중원을 혼란에 빠뜨리기에는 이것만큼 효과적인 일이 없으리라.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사천궁주라는 자가 마교의 안위마저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
이룡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너희 정파들은 좋겠군. 이제 명군이 교를 토벌코자 할 테니까.”
저 천마에 의해 많은 병사들이 죽을수록 대명(大明)의 적의는 마교를 향할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마교의 방사들에게 황제가 죽었다는 게 알려진다면 토벌은 피할 수 없다.
이룡은 이강이 기뻐 웃으리라 생각했다.
「방사야.」
이강의 차가운 목소리에 이룡은 흠칫 굳었다.
비웃음에 대한 대꾸라고는 너무도 엄정한 목소리였다.
「저지른 짓에 책임을 져라.」
이강은 이룡을 꾸짖고 있었다.
「할 줄 아는 것은 비웃는 것 말고 없더냐. 네 스스로와 형제들의 목숨을 걸 정도의 일이었다면 끝까지 책임을 지고…….」
“……큭.”
「목이 잘린 신세라면 그 세 치 혀라도 써서.」
이룡은 울컥, 억울함을 느꼈다.
갑자기 이강에게 설교를 당한다는 게 분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것인가.
「그렇게, 끝까지 발버둥 쳤어야지.」
“네가 뭘 안다고!”
아니, 이렇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그저 스스로의 처지가 처량하기 때문이었다.
이강이 이룡을 비웃으면서 우월감을 즐기는 것이 아님은 분명했다.
애초에 이강이야말로 이룡보다 못한 처지가 아니던가.
“네놈도 죽어 혼령밖에 남지 않은 주제에 그리 말하느냐!”
이룡이 생각하기엔 그랬다.
그의 눈에는 이강이 보이지도 않았다. 머릿속에 들려오는 이강의 목소리도 분명 귀신의 것이었다.
“이 세상은 도탄에 빠질 것이고, 너와 네 가족, 네 문파의 사람들도 모두 죽을 것이다!”
저주나 다름없는 악다구니를 질러 댔다.
하지만 이강으로부터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새 혼령이 흩어지거나 성불이라도 한 것일까.
“……크흑.”
이룡이 시뻘게진 눈으로 분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죽을 것이고 그의 형제들은 이미 죽었다.
수많은 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목적조차 이루지 못했다.
「죗값을 치러라.」
이강의 목소리가 조금 멀리서 들렸다.
제 놈이 저승의 판관도 아니고 무슨 주제로, 그리 생각했지만 목소리는 그게 끝이었다.
그 대신 무언가 들썩이는 소리가 났다.
이룡의 뒤편이었다.
목만 남아서는 고개조차 돌리지 못한다. 눈이 뻐근해지도록 눈알을 돌려도 보이는 게 없었다.
“누, 누구냐!”
사람이 일어서는 인기척이었다.
죽은 동생들이 일어난 게 아니라면 설마 수신호위일까.
차가운 손이 이룡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시야가 점점 올라갔다. 보이는 것은 수신호위의 발, 그가 이룡의 머리통을 잡아 든 것이다.
“크륵, 큭. 음.”
아주 오랫동안 쓰지 못했던 목을 가다듬는 소리.
수신호위가 말도 할 줄 알았던가, 혼란스러운 이룡의 머릿속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빙의는…… 이런…… 기분인가.”
“서, 설마……!”
“나도 될 줄은 몰랐네.”
이강은 수신호위의 몸에 빙의하는 데 성공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사실상 살아 움직이는 강시나 다름없는 몸.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절정고수로서 단련된 강인한 몸.
용혈을 이용하여 억지로 수명을 늘렸기에, 수백 년 동안 영육이 영적으로 물렁물렁해진 상태.
그러한 여러 조건들이 겹쳐서 이강의 빙의를 가능하게 했다.
혹은 이강의 혼백 자체가 특수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천마의 몸 상태도 이렇다면 시간이 오래 남지는 않았겠네.”
“말도 안 돼! 진정 수신호위의 몸에 빙의한 것이냐!”
“그래.”
남의 몸에 들어가 있는 것은 기묘한 감각이었다.
이강은 무너져가는 육신을 느꼈다.
영과 육이 일치하지 않는 몸. 몸은 격렬하게 이강의 혼을 거부하고 있었다.
전신이 문드러지는 고통이 느껴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서 벌벌 떨 테지만, 이강은 달랐다.
파파팍-
그가 손을 움직여 쏘아 낸 것은 유엽비도였다.
이강은 팔뚝에 둘려 있는 수신호위의 팔찌 같은 것을 보았다.
몸에 두른 여러 보패 중 하나가 암기술을 보조해 주고 있었다.
“무슨 짓이냐!”
이룡이 당황해서 외쳤다.
이강의 유엽비도가 박혀 든 곳은 황제와 위미현, 흑석계의 시신이었다.
“판 흐리기다.”
“뭐?”
“뒤에서 음모를 꾸미는 자들한테 놀아나는 것은 질색이니까 말이지.”
칠대선을 속이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자.
그가 무엇을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강의 편은 아닐 것이다.
이강은 이룡의 머리를 허리춤에 묶었다.
그러곤 밖으로 걸어 나가면서 사방에 유엽비도를 뿌려 댔다.
주변에 있는 금의위나 동창 위사들의 시신에 수신호위의 유엽비도가 전부 박혔다.
“황제를 죽이고 모든 것을 뒤흔든 게 마교의 방사들이라는 것보다는, 수신호위가 미쳐서 날뛰었다는 게 명분으로는 낫겠지.”
이강은 수십 자루나 되는 유엽비도를 모두 던져 소모했다.
이대로 명분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다면 명군이 신강을 토벌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성역주와 계영왕이 권력을 잡아 통제하려면 이런 명분이 필요할 것이다.
“네놈…… 세자사.”
이룡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강이 하는 짓들이 마교를 위해서는 분명 아니었다.
큼지막한 곡도를 빼 든 이강이 곧바로 천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천마와 장삼봉이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었다.
비무가 끝에 달한 듯, 서로가 손을 맞대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내력대결(內力代決)과 비슷한 것을 하고 있는 듯했다.
여태까지는 막상막하.
수백 년을 뛰어넘은 전설과 전설의 진검승부.
무인들이 본다면 숭고한 승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결투의 현장으로 이강은 거침없이 달렸다.
이룡이 놀라 물었다.
“설마, 무슨…… 무슨 짓이냐!”
이강은 달리면서 점점 가속했다.
검강까지는 쓰지 못했지만, 손에 든 곡도에서 도기가 치솟았다.
“안 돼, 안 돼!”
이룡이 막으려 했지만 머리통만 남은 그는 이강을 막지 못했다.
천마도 달려오는 이강의 존재를 눈치채고 고개를 돌렸다.
이강은 장삼봉이 빌린 자신의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음을 한눈에 눈치챘다.
팔다리가 붙어 있는 게 용할 따름일 정도로, 원래 육신으로 돌아간다면 끔찍한 후유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고쳐 온 몸인데.”
이강은 분노를 불태우며 외쳤다.
“죽어라! 천마!”
그러곤 곡도로 천마의 대가리를 쪼개 놓듯 휘둘렀다. 이룡이 욕설을 내뱉었다.
천마는 대경해서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쩌어어엉!
그러나 내력대결을 하던 중 이강을 신경 쓰는 게 쉬울 리 없었다.
천마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이라는 감정이 드러났다.
“도장!”
장삼봉은 곧바로 이강의 혼백을 꿰뚫어 본 듯했다.
비무에 끼어든 것을 탓하려는 것일까.
“마구 후려치시오!”
“이 미친 도사놈들이-!”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천마가 이를 갈았다.
이강은 그러는 와중에도 무지막지하게 곡도를 후려쳤다.
호신강기가 번쩍번쩍 튄다.
카각!
마침내 이강의 곡도가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다.
이강은 멈추지 않고 주먹을 내질렀다.
꾸웅, 쿵-
보패로 보호받고 있는 육신의 강도는 쇠붙이 못지않았다.
그래도 호신강기를 두드리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콰작!
수신호위의 주먹이 박살 났다.
손등뼈가 툭 튀어나올 정도였으니 엄청난 고통이 느껴질 터.
하지만 이강은 멈추지 않았다.
손을 못 쓴다면 발을 쓰면 된다. 그다음부터는 각법이 쏟아졌다.
“이…… 날파리 같은 놈이!”
천마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는 기어코 먼저 내력대결을 끊고 발을 굴렀다.
쿠웅!
천마의 모가지를 후려치려던 이강이 가랑잎처럼 휙 밀려났다.
천마의 손가락에서 뿌려진 지력이 수신호위의 보패를 부수고 복부를 관통했다.
그리고 그의 손이 목을 움켜쥐었다.
천마의 눈이 둥그렇게 떠졌다.
이강이 웃었기 때문이다.
“뒤 걱정 없이 싸우니까 편하네.”
“같잖은 놈!”
수신호위의 목이 펑 터졌다.
이강의 혼백은 조금 전처럼 휙 튕겨 나갔다.
그런 그의 시야로 무언가 들어왔다.
이강이 벌어 준 틈을 타, 장삼봉이 천마에게 쌍수를 모아 내지르고 있었다.
그 모아 낸 양손에는 처음 보는 하얀빛이 뭉쳐 있었다.
결코 무위백일몽에 못지않은 대단한 절기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강은 내심, 저런 기술을 막 써도 몸이 버텨 줄지 걱정되었다.
“내 승리요, 천마!”
게다가, 저리 당당하게 말하기에는 너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은 승리 아닌가.
빛나는 양손이 천마의 가슴을 밀어냈다.
투웅-!
거대한 북을 치는 소리와 함께 천마의 육신에서 희끄무레한 혼백이 튕겨 나왔다.
힘없이 무너지는 육신.
“거기 도사! 나를 도와 천마의 혼백을 봉인합시다!”
장삼봉이 소리치자 신나서 달려오는 것은 담현이었다.
“잘했다, 이강!”
그는 혼백인 이강을 보지도 못할 터인데 그렇게 말했다.
머리가 터져 버린 수신호위의 허리춤.
그곳에 묶여 있는 이룡이 절망적으로 포효했다.
“안 돼! 천마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