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336)
336화 화룡의 마을 (1)
‘용의 기운.’
이강은 바위 위에 올라서서 의문에 잠겼다.
용의 기운이 애당초 뭐란 말인가.
그는 용을 만나 본 적도 없고, 요괴를 사냥해서 그 내단을 수확하는 사냥꾼도 아니었다.
요기(妖氣)를 느끼는 것인가 생각해 보면 사실 그것도 아니었다.
처음 그리 착각한 것은 숭산에서였다.
이강은 이룡곡 안에 틀어박혀 있던 달마의 기운을 느꼈다.
그때는 그것을 요기라고 생각했다.
요괴가 흘리는 독특하고 야성적인 기운이라고.
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 그것과는 또 다른 것 같았다.
「내게서 용의 기운을 느낀 것인가.」
그리 물어보는 달마에게서는 약간의 흡족함이 느껴졌다.
그는 법력(法力)으로 초월자에 오른 선종의 대종사.
동시에, 용이 되고자 했지만 실패한 이무기.
자신에게 용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은 그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 주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이게 용의 기운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니, 분명히 맞겠지.」
이강은 달마의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달마는 그런 이강의 의문을 꿰뚫어 본 듯 대답해 주었다.
「검선 여동빈이 참했던 거룡의 심장을 섭취했다고 하지 않았나.」
‘예, 정확히는 제가 먹은 것이 아니라 장삼봉 선인께서 사용한 것이지만요.’
「그 기운은 분명 네 몸에 깃들었겠지. 그리고 또 비교할 수 없는 하품(下品)이지만 교룡의 심장 또한 먹었고.」
달마는 이전에 이강의 기억을 엿본 적이 있었다.
그 덕에 여태까지의 일도 전부 알았다.
「여의주(如意珠)라는 것은 사실 용이 품은 내단을 뜻한다. 즉 그 영기가 전부 깃든 심장이지.」
그렇다면 이강은 교룡과 거룡의 내단을 섭취한 상황.
「용이란 것은 가장 신비한 영물이어서 그 내단 역시 다른 영물의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너는 그 거대한 용의 심장을 먹었으니 용의 기운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군요.’
「무진뇌정경을 펼쳐 보라.」
이강은 무진뇌정경을 암송했다.
……
願我早得智慧眼
지혜의 눈을 어서 얻을지이다.
그러자, 영안이 트였다.
「무진뇌정경은 본디 포달랍궁의 절학. 그 예전에 초대 달뢰라마가 만든 것인데…… 인과 연이 닿아 네게 전해졌구나.」
이강은 그것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장삼봉이 황궁의 특급서고에서 이강에게 권했던 무공이었다.
새외문파인 서장의 포달랍궁에서 창시되었다고 하여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참으로 묘한 인연이었다.
거기서 달마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다만 무진뇌정경의 본질적인 정수는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구나.」
‘예……?’
장삼봉은 이강에게 무진뇌정경이 그저 암송하면 되는 무경(武經)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정신을 집중하면서 경문을 외는 것만으로도 효험을 보았다.
상단전을 발달시키고 항마의 힘을 길러 주는 무공, 그 정도로만 알았는데…….
「그 정도라면 절학(絶學)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하지 않나. 포달랍궁에 가서 무진뇌정경의 본질을 전수받아라.」
정말 그렇다면 뜻밖의 수확이다.
그 진짜 정수라는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포달랍궁에 가면 확인해 봐야 할 듯했다.
이강은 영안으로 산세를 쭈욱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한 곳에서 멈췄다.
이강은 손짓으로 화전민 마을에 다녀와 봤다는 병사를 불렀다.
병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바위 위로 올라왔다.
“목적지가 저기 맞나? 저 능선 너머.”
이강의 질문에 병사는 당황한 얼굴을 했다.
그러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강의 손끝이 가리키는 쪽을 응시했다.
이미 한 번 다녀 온 자신도 산길을 따라가는 법만 알 뿐이다.
그런데 병사의 눈에 담겼던 불신이 의아함으로 바뀌더니, 곧이어 경탄으로 바뀌었다.
“맞는 것 같습니다. 아니, 분명해요!”
“대단하십니다. 어찌 아셨습니까?”
“그냥, 감이다.”
설명하기 귀찮아서 대충 둘러댄 뒤 바위에서 내려왔다.
병사는 신통하기 그지없다 중얼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행은 그렇게 산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험한 사천의 산세를 걷는 일은 무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이강과 사대금강 정도라면 반나절 만에 저 산 너머로 갈 수 있겠지만, 일행의 속도는 자연스럽게 가장 느린 사람들의 기준으로 맞춰졌다.
병사들의 속도로, 그들은 용이 있다는 화전민촌을 향했다.
꼬박 두 날이 걸렸다.
이강 일행은 화전민촌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이강이 신승에게 그리 물었다.
신승은 모닥불 앞에 앉아 있었다.
사천의 성도는 분지였고, 이곳은 그러한 성도를 감싸고 있는 서쪽 산맥이었다.
그 높은 산맥은 서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성도 쪽의 내측 사면은 온난하고 습한 기후를 지니고 있었다.
“괜찮다만, 조금 춥구나.”
하지만 신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포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가 느끼고 있는 한기는 단순히 날이 추워서가 아닐 것이다.
“제가 팔다리를 주물러 드릴게요.”
갈동탁이 그런 신승의 다리를 주물렀다.
제법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누구 병수발을 들어본 적이 있나 보구나.”
“예, 어머님이 아프셨거든요.”
“그렇군. 네 아비와 달리 너는 도무지 산적답지 않구나.”
“이런 것도 녹림도의 기상이라던데요?”
“누가?”
“아부지가요.”
“흐흐흐, 그놈의 녹림도의 기상은 순 제멋대로구먼.”
신승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보니, 이강은 갈동탁을 데려온 것이 잘한 짓 같았다.
그때 이강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이강은 사대금강과 눈을 마주쳤다.
망을 보고 있던 그들 역시 무언가를 알아챈 듯했다.
사대금강 중 현척이 장작을 솎는 시늉을 했다.
그러더니 슬쩍 돌멩이 하나를 쥐었다.
현무가 갑작스럽게 산등성이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척은 거침없이 돌멩이를 투척했다.
쐐애애액-
초절정고수의 돌팔매는 무서운 법이다.
그것은 일직선으로 날아가 나무 한 그루를 맞췄다.
돌팔매라고는 믿기지 않는 굉음이 나고. 돌멩이에 맞은 나무가 부르르 진동했다.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앳된 비명이 울렸다.
“우아악!”
나무 위에 숨어 있던 인영 하나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그것을 달려갔던 현무가 부드럽게 잡아챘다.
사로잡힌 사람이 발버둥을 쳤지만, 현무는 마치 불상처럼 완고한 태도로 그를 잡아 왔다.
현무의 두꺼운 손에 매달려서 바둥대는 것은 비쩍 골은 아이였다.
신승이 허허 웃었다.
“산원숭이 하나를 잡아 왔구나 현척.”
“우악, 우아아악!”
아이는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꼬질꼬질했다.
그는 신승과 사대금강들을 보고 경기를 일으켰다.
“빡빡이들이다! 아악!”
“중놈을 처음 보느냐?”
갈동탁이 푸흐흐 웃음을 터뜨렸다. 이강도 웃음을 참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
“놔, 놔!”
“어이고, 삶아 먹을까? 간만에 고기 구경 좀 하겠구먼.”
“흐아악!”
신승은 어린 화전민 꼬마를 놀려 먹기를 그만두었다.
현무는 신승의 눈짓에 따라 아이를 놔주었다.
아이는 당장 도망치려다가 주변에 틈이 없음을 깨닫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쉬고 있었던 병사들이 몰려왔다.
“어, 저놈은…….”
“알아보겠나?”
병사 하나가 꼬마를 알아보았다.
이강의 질문에 병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이전에 저희를 마을로 안내해 줬던 꼬마였는데요. 우연히 만나서…….”
“우연히 만났다라.”
이강이 그리 중얼거리자 아이가 얼른 나서서 답했다.
“저는 버섯을 캐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여러분들을 보고 도와주러…….”
“나무 위에 숨어서 지켜보았다고.”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아, 그, 어떤 분들인지 모르니까 일단 조심하려고.”
일단 숨어서 지켜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딱히 수상할 것은 없는 변명이었다.
정작 꼬마의 눈이 휙휙 돌아가고 입술이 비틀리는 것이 거짓말을 하는 듯했지만.
“그래, 안내해라.”
“네?”
“이전에 안내해 줬던 것처럼 안내하면 되는 것 아니냐.”
이강이 그리 말하자 병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머뭇거리더니, 곧 자신에게 선택지가 없음을 깨달았다.
“네…….”
아이는 이강 일행을 화전민촌으로 안내했다.
“혹시라도 도망칠 생각은 말거라.”
“제가 도망을 왜 쳐요. 절대 안 쳐요.”
조금 전 현무와 현척이 나무 위에 숨어 있던 그를 잡아 온 참이었다.
아이에게는 머리를 빡빡 민 소림승들이 무척 두렵게 느껴졌다.
단 한 번도 승려를 본 적 없는 촌민다웠다.
이강은 병사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화전민들이 기다렸다는 듯 맞이했고, 금방 술상을 차려 주었다고?”
“예, 그랬죠. 원래 이런 오지에 숨어 사는 것들은 포악하기 그지없는데 이곳은 좀 달랐습니다.”
“흠.”
이강은 병사들의 말을 유심히 들었다.
화전민촌은 능선을 넘어 조금 깊숙이 들어간 중턱쯤에 자리하고 있었다.
흙을 발라 지은 낡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병사들이 말했던 환대가 없었다.
이강 일행이 당도하자 화전민들은 화들짝 놀라서 덜덜 떨었다.
이강은 그것을 보고 직감했다.
꼬마는 괜히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마주친 것이 아니었다.
병사들이 산을 헤집고 다니는 지금, 미리 망을 보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대비를 알렸을 것이다.
이번에는 먼저 잡혀서 그럴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고.
결국 마을의 책임자로 보이는 촌장이 나와서 이강 일행을 맞이했다.
“어, 어떤 일로 이런 궁벽한 촌까지…….”
용이 있다는 소문을 찾아온 것이다.
이강은 그 목적을 말하는 대신, 우선 병사에게 눈짓을 했다.
병사들이 기세 좋게 나섰다.
“어이 영감, 언제든 찾아오라고 했잖어.”
“아, 이거 장군님 아닙니까!”
‘장군님’이라는 말에 일행은 병사들의 조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당황한 듯 성급히 말했다.
“장군은 무슨! 귀하신 분들 앞에서 날 놀려 먹으려고 허나!”
“아이고오! 죄, 죄송합니다.”
촌장은 일단 허겁지겁 사과했다.
촌장의 뒤에 있는 촌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일단 따듯한 음식 하고 잠자리 좀 준비해. 여기까지 오시는 길에 고생들 하셨으니께.”
“그으, 지금은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적어서.”
“닭이라도 한 마리 잡으면 될 것 아니야!”
신승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만.”
병사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중에게 고기를 먹이려는 심보는 무엇인가. 얌전히 있게나, 거기 촌장.”
“예, 예에.”
“밤이슬 피할 곳만 있으면 좀 빌려주시겠나?”
병사들이 얼마나 촌민들을 핍박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열두 명의 무장한 명군이라면 이정도 작은 마을에서는 충분히 학살극을 벌일 수 있는 법이다.
촌장은 신승의 정중한 태도에 감동하였다.
“이쪽으로…….”
그는 일행을 빈집들로 안내했다.
이전에 병사들이 머물던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일행이 많아서 병사들은 야숙을 하게 되었다.
“제가 내일은 제대로 잔치를 준비하겠습니다.”
그것이 신경 쓰였는지 촌장이 그리 말했다.
신승이 필요 없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이번에는 촌장의 태도도 완고했다.
“저희 왕가촌은 별 볼 일 없는 마을이지만,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전통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손님을 확실히 대접하는 것이지요.”
“오호, 그런가?”
“예, 그렇지 않으면 저희가 용신님을 뵐 면모가 없습니다.”
토착신앙이라는 것은 종종 있는 법이지만, 그 말은 이강의 눈을 반짝 빛나게 했다.
촌장이 인사를 하고 떠나려던 순간이었다.
이강은 슬쩍 따라 나가 촌장을 붙잡았다.
“하나 물어볼 것이 있소.”
“아, 예에…….”
이강의 번지르르한 의복이나 고상해 보이는 태도는 늙은 촌장이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는 조금 두려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용신이라 했지.”
“그, 그렇습니다.”
“이 마을에 정말 용이 있는가?”
달마가 몸을 떨어서 이강은 왼팔을 살짝 움켜쥐었다.
촌장은 살짝 망설이다가 답했다.
“있지요, 분명 있지요. 저희 왕가촌을 수호해주시는 용이 계십니다.”
“어떤 용인가.”
“예에……?”
그 반문은 촌장이 처음 들어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강은 진지하게 말했다.
“어떤 종류의 용이냐는 질문이오. 청룡, 백룡, 황룡, 뭐 그런 것이 있지 않소. 직접 본 적은 당연히 있겠지?”
“무, 물론입니다. 그것이…….”
촌장이 답했다.
“불을 뿜는 화룡(火龍)이십니다.”
「화룡이라고! 정말 화룡이!」
이강의 왼쪽 소매가 눈에 보일 정도로 펄떡였다.
이강은 잠시 자신의 왼쪽 팔을 한 대 칠까 고민했다.
“저희 왕가촌은 화룡님의 불꽃으로 화전을 일구지요. 저기 보이십니까?”
이강은 왕가촌의 중앙을 보았다.
그곳에는 횃불 하나가 밝혀져 있었다.
“저것이 화룡이 뿜어내신 불꽃입니다.”
그렇게 듣고 보니. 조금 색이 아름다운 것 같은 불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