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391)
391화 마교 잠입 (3)
이강은 잠시 눈을 감았다.
이곳 파천도로 오는 동안 그는 자신만의 초극절기를 얻고자 했다.
진짜 벼락의, 뇌신(雷神)의 힘을 사람의 몸으로 발휘하려는 마음가짐이었다.
결론적으로 그래서 초극절기를 얻었느냐.
‘실패했다.’가 그 대답이었다.
하지만 아직 닿지 못한 것일 뿐, 이강은 언젠가 그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건 아니었다.
이강은 새로운 감각을 얻었다.
다른 사람보다 상단전이 훨씬 더 열려 있는 이강은, 본래 육감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해 있었다.
상단전이 열려 있다는 의미는 기감 역시 예민하다는 뜻.
그 장점들을 이용해 이강은 독특한 능력을 발휘했다.
우선 정신을 집중해서 무형지기를 일으킨다.
무형지기(無刑之氣)란 말 그대로 무형의 기.
무인으로서 내가기공의 경지가 드높을수록 무형지기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초고수라면 심약한 자를 능히 기세만으로 죽일 수 있었다.
무형지기를 단일 대상에게 집중하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이강은 그것을 다르게 활용했다.
무형지기를 널리 퍼뜨린다.
사람의 기가 아무리 충만하다고 해도 한계는 있는 법이다.
퍼뜨린 기는 대기(大氣)에 녹아든다.
처음에는 안개처럼 흩어지더니, 종래에는 그 존재감마저 사라질 정도로 희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강은 자신의 기를 계속 퍼트렸다.
반경 일 장까지는 쉬운 일이다. 평범한 무인은 이강의 농밀한 기에 짓눌려 호흡하기도 힘들 것이다.
반경 삼 장부터는 조금 희미해진다.
무인이라면 불쾌함을 느낄 정도.
반경 십 장까지 무형지기를 퍼뜨리면 대부분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반경 삼십 장까지 퍼뜨렸을 때.
초절정고수인 고요자마저 이강의 기를 감지하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이강은 달랐다.
이강은 삼십 장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생생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강은 자신의 무형지기를 반경 일백 장까지 퍼뜨렸다.
이제는 정말 대기 중의 기와 이강의 기를 구분할 수 있는 자가 없으리라.
절대고수라면 모르겠지만.
이강은 기를 퍼뜨리면서 육감도 함께 발휘했다.
반경 안에 절대고수는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느낄 수는 있었다.
“……불길하군.”
느껴지는 것은 섬찟하리만큼 불길한 무언가였다.
이강은 이제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았다.
‘마기인가.’
진한 마기(魔氣)가 느껴진다.
「본교의 본단에서 마기가 느껴지지 않기를 기대했는가.」
천마가 핀잔을 주었다.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이번의 마기는 다른 마기와 달랐다.
마인들이 내뿜는 사이하고 순도 낮은 기운과 달리, 근원적인 순수함이 느껴진다.
방향은 분명 고령궁의 꼭대기,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저곳이 맞을 것이다.」
천마 역시 긍정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혼백 조각을 찾고자 했다.
천마패에 갇혀 있어 주변 환경을 제한적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백의 끌림은 느낄 수 있다는 듯했다.
“사형은 저쪽으로 가시면 되겠군요.”
이강은 그리 말하며 담현에게 천마패를 던졌다.
담현은 씨익 웃으며 그것을 받아 챘다.
“깨끗하게 사용하고 돌려주마.”
천마의 혼백 조각을 찾으려면 천마패가 필요할 것이다.
“이거 대화를 하려면…….”
이강은 천마패를 몸 가까이에 두는 것만으로도 두 혼령과 대화할 수 있었다.
담현의 도움으로 혼백 조각 하나를 더 융합하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 또한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담현은 천마패를 귀에 대고 말했다.
“거기 계세요?”
「방사 놈, 얼굴을 치우라.」
“잘 들리네.”
담현은 만족스럽다는 듯 천마패를 품에 넣었다.
일행은 둘로 갈라질 것이다.
이강과 고요자는 고령궁의 지하 뇌옥으로 들어가서 하준과 그 일행을 구할 구출조이다.
그리고 담현은 천마의 혼백 조각을 찾아 낼 탐색조.
약속한 시간이 되면 함께 모여 비밀통로로 다시 빠져나가는 것이 계획한 제일(第一) 책이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계획 역시 준비되어 있지만 첫 번째 계획대로 가는 게 최선이리라.
“정말 혼자서 괜찮겠소?”
“왜 내가 혼자입니까.”
담현의 품속에서 청호가 고개를 내밀었다.
청호 역시 이번 여정에서 몹시 고생했다.
그 독특한 모습을 사람들 앞에서 드러낼 수 없으니 계속 짐 속에 숨어 있던 것이다.
담현은 어디서 구해 온 건지 귀한 땅콩을 꺼내 청호에게 먹여 주었다.
“저랑 청호는 알아서들 할 테니까 먼저 가십쇼.”
자신 또한 땅콩 하나를 까 먹으면서 그리 말했다.
이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요자와 함께 몸을 움직였다.
-앞으로는 전음으로 대화하지요.
이강이 그리 말하고 만마전의 북문으로 향했다.
고령궁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그쪽에 있었다.
이강도 고요자도 경신법이 부족한 이들은 아니었다.
청림의 제운신도, 곤륜의 운룡대팔식도 절정의 경공법.
그들은 바람 소리도 내지 않고 만마전을 달렸다.
하지만 사람을 마주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던 중 이강이 경고했다.
-앞에 두 명.
행동은 즉각적이었다.
이강과 고요자는 계단의 난간으로 뛰어내렸다.
그와 동시에 계단 밑에 매달려, 그림자에 완전히 몸을 숨겼다.
그 속도가 워낙 빠르고 움직임이 유연해서 마치 신형이 흘러내리는 듯 보였다.
저벅저벅-
계단 위로 무사들이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강은 그림자 속에 단단히 몸을 숨긴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순찰하는 자들이 돌아다닌다.
잠입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죽이고 지나간다면 뒤처리에 한계가 있을 터.
적어도 하준과 납치된 이들을 찾을 때까지 들켜서는 안 된다.
-저곳이 어떻습니까.
-음, 괜찮아 보이는군.
수리방의 무인을 심문할 때 고령궁의 대체적인 구조도 들었다.
이강이 가리키는 곳은 절벽과 접해 있는 고령궁의 벽면이었다.
그곳에는 내부로 통하는 창문이 있었다.
파천도 내부의 마교 본단은 의외로 보안이 강력하지 않았다.
누가 감히 이곳 파천도까지 들어와,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고령궁에 침입할 생각을 할까.
-계단보다 차라리 벽을 타고 내려가지요.
-나 먼저 내려가겠네.
고요자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툭, 손을 놓더니 바위를 붙잡고 마치 한 마리의 산양처럼 가볍게 아래로 툭 툭 떨어졌다.
고요자가 지면 가까이 있는 암석의 틈에 숨어들 때까지는 호흡 몇 번 할 시간밖에 들지 않았다.
그다음은 이강의 차례.
이강은 더욱 간편하게 움직였다.
불사신검으로부터 배운 뒤, 늘 이강의 무기가 되어 준 고마운 절기.
경신(輕身)의 묘리를 극성으로 펼친 뒤 손을 놓는다.
이강은 과실이 익어 떨어지듯 뚝 추락했다.
귓가에 바람 소리가 세차게 울리고, 그는 정말 밤톨 하나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착지했다.
-놀라운 경신공부로군 …….
고요자가 감탄했다.
이강은 감사를 표할 틈도 없이 손가락을 들어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저곳으로 들어가지요.
이강은 눈앞에 보이는 창문을 가리켰다.
대문을 정면 돌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마 잠겨 있을 텐데. 부수겠나?
창문은 닫혀 있었다.
열어 보아야 알겠지만, 높은 확률로 안쪽에서 걸쇠가 걸려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창문을 연 게 오래전인지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이강은 조금 전 했던 일을 반복했다.
무형지기를 창문 방향으로 퍼뜨린 것이다.
거리가 멀지 않으니, 무형지기 역시 농밀하다.
그 말은 무형지기가 닿는 범위는 눈으로 보듯이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걸쇠가 걸려 있군요. 아무리 그래도 부수면 소음이 너무 클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다른 창문을 찾아보지.
-아니요, 잠시 기다려 보십시오.
이강은 아예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고요자는 이강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우선 기다렸다.
이강의 감각에 창문의 구조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눈으로 본다고 해도 이리 명확하진 않을 것이다.
창문의 재질이며 그 너머에 있는 작은 걸쇠와 쌓여 있는 먼지들까지 인식했다.
그리고 감각할 수 있는 것에는 염동력을 사용할 수 있는 법이다.
극한의 집중으로, 이강은 걸쇠를 풀었다.
철컥.
작은 소음과 함께 창문이 끼익하고 열렸다.
고요자의 입이 떡 벌어졌다.
기를 퍼뜨릴 시간만 있으면 눈으로 보이지 않거나 멀리 가려져 있는 것에도 염동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 아닌가.
다만 이강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직 느리군.’
이 방법에도 한계가 있었다.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는 느려터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아니니, 이강은 고요자에게 눈짓했다.
-들어가지요.
창문은 족히 일장 높이에 있었지만 이강과 고요자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요자는 운룡대팔식을 펼쳐서 허공을 박차듯 날아올랐다.
이강 역시 뒤따라 들어갔다.
툭-
들어가자마자 주변을 살폈다.
이강과 누군가의 눈이 마주쳤다.
창문이 끼익 열리는 소리를 듣고 찾아온 것이다.
그 무사는 검을 뽑는 동시에 목에 매달아 둔 호각을 불려 했다.
“흡!”
고요자가 자신의 검을 날렸다.
비검술은 호각을 잡은 무사의 손목을 자름과 동시에 목젖에 박혔다.
그리고 이강이 번개 같은 속도로 쓰러지는 무사의 몸을 받아들었다.
급한 상황이니 뒤처리는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은 구석에 있는 융단 아래에 시신을 숨겼다.
고요자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궁 내부로 들어오니 무인들의 수준이 높군. 조금만 늦었어도 이자가 호각을 불었을 것이야.
무사는 창문이 열리는 작은 소리를 듣고 찾아왔고, 그 대처도 즉각적이었다.
만약 고요자나 이강의 손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사달이 벌어졌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더 서둘러야겠군요. 시신이 발견되면 소란스러워질 겁니다.
-……도장의 사형이 걱정이군.
고요자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이강은 절대지경이고 고요자 역시 초절정의 고수이다.
하지만 그가 알기로 담현은 겨우 절정고수 수준에 그친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마교의 심처에 잠입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게다가 담현은 혼자였다.
-담현 사형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이강은 조금도 담현을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사형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닌가?
-아니요.
이강은 확실히 말했다.
-적어도 은형술이나 잠입에서는, 사형이 저보다 훨씬 나을 겁니다.
그리고, 홀로 떨어진 담현.
그는 청호가 땅콩을 전부 먹어 치운 다음에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담현의 손에는 땅콩의 껍질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비볐다.
껍질은 파스스 부서져서 가루로 흩날렸다.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그 방향이 딱 고령궁이 있는 쪽이었다.
담현은 이전, 망혼의 부하들에게 영감을 받아 은형술을 발전시켰다.
자신만의 은형술을 발휘한 담현의 존재감이 순식간에 옅어졌다.
고수고 아니고에 상관없이, 담현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자는 드물 것이다.
‘이강 그놈에게는 들키겠지만.’
몇 번 실험을 해 본 적 있다.
은형술을 발동한 뒤 이강의 뒤통수를 쳐 보려는 생각이었다.
은형술의 수련이었다고 둘러댈 생각이었는데, 이강 그놈은 뒤통수를 후리려는 순간의 적의를 늘 감지해 냈다.
고요자나 갈동탁 정도를 속이는 것은 간단했다.
존재감을 완전히 지운 담현은 긴 주문을 외웠다.
그가 준비하는 것은 고요자의 주특기 같은 술법이었다.
뛰어난 술사들만이 가능한 호풍(呼風)의 술법.
‘급급여율령!’
만마전에 때아닌 강풍이 몰아쳤다.
이것은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지만 불고 있는 바람을 강하게 만드는 술법이었다.
동시에, 담현은 이강에게서 영감을 받은 경신의 술법을 발휘했다.
축지(縮地)의 묘리를 가미한 것으로, 담현의 몸은 강풍에 휩쓸려 부웅 떴다.
그는 바람과 함께 높이 떠올랐다.
몸을 비틀어 최대한 방위를 조절한 뒤…….
꾸웅.
단번에 고령궁의 최상층, 그 기와 위로 착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엇차!”
기왓장 하나가 떨어지려는 것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 자세로 담현은 한참을 멈춰 있었다.
아래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눈치챈 자는 없는 듯했다.
‘성공이네.’
담현은 부드럽게 난간 아래로 내려왔다.
이 장지문 너머에서 천마의 혼백 조각이 느껴졌다.
담현을 지켜본 천마와 장삼봉이 대화했다.
「이 방사 놈은 그 백씨 도사보다 더 지독하군. 도둑질에 아주 익숙한 듯해.」
「커험험험.」
장삼봉도 차마 담현을 옹호하지는 못했다.
담현이 장지문을 벌컥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