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411)
411화 귀령
이강은 천마신교의 교주를 처치했다.
그것은 세간이 발칵 뒤집힐 만한 업적이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이강에 대한 추적은 그리 거세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 파천도에는 이강을 추살할 인원이 없다.
마교의 전력이 중원으로 진격한바.
파천도에 남아 있는 이들 중 강하고 권세 있는 자들은 장로들뿐이었다.
그러나 그 전대의 마두들은 교주를 위해서 암살범을 쫓지 않았다.
교주의 패악질은 장로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바다.
대부분의 장로들은 오히려 기뻐했고.
몇몇 늙어서도 권력욕을 버리지 못한 이들은 빈껍데기만 남은 천마신교를 장악하려 했다.
그렇다면 목이 잘린 일월신마의 시신은 어떻게 되었을까.
살해당한 지 이미 며칠이나 흘렀지만 같은 자리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교주가 살해당했으니 그 현장을 보존하고 조사해야 한다는 핑계였다.
몇 명의 장로가 사체를 구경하고 뒤적거리긴 했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한때 중원제일인으로 추정되었던 사내는 그렇게 썩어 갔다.
원래도 비대했던 배는 부패하여 더 부풀었고.
거무죽죽한 피부는 새카맣게 변색했다.
바닥에 쏟아졌던 핏물은 끈적하게 말라붙었다.
시취(屍臭)가 은은하게 풍기는 실내에는 조금의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들썩.
시신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죽은 일월신마가 살아나기라도 한 것일까.
그러나 죽은 사람의 부활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천마처럼 인간의 격을 초월한 자가 아닌 이상에야.
끼릭.
일월신마의 입에서 기다란 벌레의 더듬이가 튀어나왔다.
마침내는 오색의 화려한 몸체가 튀어나오고, 피와 내장의 액체에 뒤덮여 끈적한 벌레의 몸체가 나왔다.
고독(蠱毒)이다.
놀랍게도 천마신교의 교주는 몸속에 고독을 품고 있던 것이었다.
참사교가 쓰는 귀역고와 비슷한 형태지만 조금 더 화려하다.
귀역고에 감염된 이를 색출하는 방법이 개발되자, 망혼이 개량한 새로운 고독이었다.
썩어 가던 일월신마의 몸속에서 버티던 놈이 결국 빠져나온 것이다.
고독은 사람의 몸속에서 살도록 만들어진 벌레다.
놈은 본능적으로 축축하고 어두운 곳을 찾았다.
허나,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놈의 다리가 오그라들었다.
끼기긱-
충각을 비비는 소리를 단말마로, 고독은 명을 달리했다.
고독에는 짝이 있다.
암고와 수고라는 것이다.
일월신마가 몸에 품고 있던 것은 수고였다.
그렇기에, 그 고독의 죽음은 암고의 소유자에게 곧바로 전달되었다.
강을 건너.
대막을 격하고.
이미 중원에 도달한 이에게.
“……총군사님.”
그 말에 쌍두마뇌가 고개를 들었다.
수하들이 마뇌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들에는 의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결정을…….”
그럴 법도 했다.
잠시 고민하면서 고개를 숙였던 마뇌가 한참을 그 자세로 굳어 있던 것이다.
그 침묵이 부자연스럽게 길었다.
마뇌는 표정을 가다듬고 태연하게 말했다.
“큰일이니 고심을 짧게 할 수 있겠느냐.”
사실, 내심은 조금 놀란 상황이었다.
그는 몸속에 암고 한 마리를 품고 있다.
새끼손톱만 한 작은 고독이지만, 수고를 품고 있는 이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일월신마의 몸에 고독을 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늙고 병들었으나 탈마지경의 마인 아닌가.
무려 오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일월신마를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감정을 격하게 하거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정도의 영향력 행사만 가능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일월신마가 죽었다.
‘아직은 수명이 조금 남았을 텐데.’
더 이상 일월신마는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도 이른 죽음이었다.
“총군사!”
그때, 누군가가 마뇌에게 큰 소리를 냈다.
당연히 진마궁주 요대순이겠거니 했지만 아니었다.
그와 앙숙인 요대순은 조용히 있었다.
정작 옆에 있는 사천궁주.
고령궁과 상대적으로 사이가 좋았던 사천궁주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겠소! 총군사인 그대가 지휘권을 가지고 있으니!”
사천궁주는 얼굴에 생채기가 나 있었다.
탈마지경의 그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큰 싸움이 있었을 터.
하지만 진정 상처를 입은 것은 그의 몸이 아닌 자존심이었다.
“그대의 출전이 늦은 탓에 사천궁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어!”
사천궁주는 삼궁주 중에서 선봉의 역할을 맡고 중원으로 나섰다.
고령궁이나 진마궁에서도 마인들을 보냈지만, 전장에서 앞서 싸운 것은 다름 아닌 사천궁이었다.
사천궁주는 정사연합의 세력들과 직접 맞부딪쳤다.
그가 아무리 탈마지경이라고 해도 정사연합의 여러 절대고수들을 상대하긴 벅찼다.
사천궁주는 얼마 전 죽을 위기까지 겪었다.
그 싸움에서 무려 사천궁의 부궁주가 적들에게 생포되었다.
그것은 사천궁주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진마궁주는 어찌 생각하오.”
마뇌는 뜬금없이 요대순의 의견을 물었다.
요대순은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할 수 없다면 그저 싸워 겨룰 뿐. 신교의 영광을 위해서라도…….”
요대순은 그리 말하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마뇌는 저도 모르게 혀를 쯧, 찰 뻔했다.
요대순은 파천도를 출발할 때부터 묘하게 변해 있었다.
천마의 혼백 조각이 탈취되었으니 더욱 날뛰리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매일 기도를 한다 하니 정신이 나간 것이 틀림없었다.
‘한심한 놈. 그래 봐야 천마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마뇌가 알기로는 그러하다.
천마는 잠시 부활했지만 결국 다시 육신을 잃었다.
한 번의 기회를 놓친 천마는 결코 온전하게 부활할 수 없으리라.
천마재림의 예언은 이미 끝난 이야기였다.
고심하는 듯한 태도로 사천궁주의 애를 더 태운 마뇌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나 쌍두마뇌, 천마신교의 총군사이자 교주 일월신마의 대리자로서 말하겠다.”
추하고 굽은 몸이지만, 일어선 마뇌의 존재감은 장내를 가득 채웠다.
“전군 출전한다.”
마인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마공을 익힌 그들의 흉성은 남달랐다.
곤륜산맥을 중심으로 자잘하게 소모전을 반복하는 것은 지겹기 그지없었다.
중원 땅을 수복하겠다는 마음.
천마신교의 이름을 다시 세우겠다는 마음.
그들을 버린 세상에 복수하겠다는 밑도 끝도 없는 증오.
혹은 그저 상명하복.
각자의 마음속에 무엇이 깃들었든 간에.
전쟁은 이미 마인들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삼십 리 거리의 와룡(臥龍) 분지(盆地)에서.”
와룡 분지는 이곳 청해성 곤륜산맥의 끝자락에 있는 지형이다.
마치 용 한 마리가 똬리를 튼 것처럼 형성된 분지.
그 중앙의 평원을 전장으로 삼았다.
전장을 미리 정하고 싸우는 것은 곧 어떤 방식으로 그 격전이 이뤄질지를 암시했다.
“방식은 회전.”
회전(會戰).
양측의 세력이 약속된 장소와 시간에 맞추어 전투를 벌이는 것.
무림인들의 싸움에는 그것이 걸맞다.
공성전이나 산발적인 유격전(遊擊戰) 따위는 마인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 부족했다.
힘과 힘으로 부딪치는 회전은 그 분지를 피로 가득 채워 줄 것이다.
“대회전이 시작될 것이다!”
마뇌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전쟁에서 마교 측의 지휘자는 분명 총군사인 그의 역할이었다.
마뇌가 걸어 나오자 요대순과 사천궁주가 그 양옆을 걸었다.
그 뒤로 호법들이며 대주며 각주며 하는 요인들이 뒤따랐다.
임시로 지어 둔 지휘 막사에서 빠져나와,
그곳은 거점지의 가장 높은 고지대였다.
거점지의 가장 높은 곳에서 사만 명의 마인들을 전부 내려다보았다.
마뇌가 등장하자, 누군가가 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둥- 둥- 둥-
진기를 담은 북소리는 지축이 떨리는 굉음을 냈다.
사만 마인이 모두 고개를 들어 그들의 우두머리들을 올려다보았다.
“마인들아-!”
그리고 마뇌가 외쳤다.
결코 듣기 좋지는 않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백련의 후예들아-!”
백련교의 광신도들로부터 시작된 조직은, 여전히 광신(狂信)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기름진 중원의 땅에서 쫓겨나고 버림받은 짐승들아!”
증오와 마공, 그리고 광신은 하나로 어우러져 마인을 만들어 내는 법이다.
“천마의 정신을 받들어, 우리는 오랜 숙원을 이룰 것이다. 저 중원의 허수아비들을 불태우고!”
마뇌가 손을 치켜들었다.
구름을 뚫고 내려온 햇볕이 지상을 비추었다.
“새로운 세상을 다시 열 것이다!”
그리고 마뇌가 천마신교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을 외쳤다.
스스로는 믿지 않는 그 말을.
“신마강림(神魔降臨)!”
천마의 부활을 부르짖자.
사만 마인이 화답했다.
“개세천하(蓋世天下)!”
마치 천둥 같은 부르짖음이다.
마인들이 환호하고, 북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산맥의 온갖 동물들이 두려워 도망치고 수천 마리의 산새가 한 번에 퍼드득 날아올랐다.
그 열기의 폭풍에서 마뇌는 씨익 웃으며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저들은 기꺼이 피를 흘릴 것이다.
자신들의 피만이 아니라, 수많은 적들의 피 역시.
그리고 그것이 바로 마뇌가 원하던 것이었다.
지휘를 하는 상급자들마저 이 열기에 경도되던 중.
마뇌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누구도 듣지 못할 목소리였다.
전음도 아니며, 이곳에 있지도 않은 누군가가 전하는 목소리였으니.
마뇌의 귓속에, 외이도(外耳道)에는 흡혈하며 기생하는 작은 벌레가 있다.
그것이 먼 곳에서 의식을 준비하고 있는 망혼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어이.
마뇌는 부드럽게 웃으며 슬쩍 물러났다.
열광하는 마인들의 함성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술식은 준비하고 있다. 하루 정도면 충분하겠군.
망혼과 그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지만, 이 오랜 계획을 준비하는 데에는 협력이 중요했다.
호교사령 셋의 협력이.
-변장이 몹시 어울리더군, 네 추악한 속내에는 딱 그 외모가 어울려. 귀령.
귀령.
그것이 쌍두마뇌의 정체였다.
정확히는 쌍두마뇌의 외견을 뒤집어쓴 것이다.
진짜 쌍두마뇌 사체는 한때 대막을 휘젓던 대막황룡에게 먹여 처리했으니…….
-다시 보자고, 으흐흐.
망혼으로부터의 목소리가 끊겼다.
귀령의 안면근육이 살짝 경련했다.
이번엔 여인의 몸으로 환생했기에, 마뇌처럼 독특한 용모로 변신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랐기 때문이다.
위장의 정밀도가 떨어져선 안 된다.
귀령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대계의 성공이 코앞이었다.
그리고 담현.
담현과 그 일행은 마침내 정사연합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연합은 얼마 전 사천궁주와 접전을 벌였기에, 곳곳에 부상자와 사체들이 보였다.
고요자가 일행의 대표로 자신들의 생환을 알렸다.
마교로 끌려간 이들.
당연히 이미 죽었으리라고 생각했던 자들이 돌아왔다는 사실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얼마나 큰일이었냐 하니, 정사연합의 수좌인 철혈무정 백류산과 수뇌부들이 회의를 멈추고 달려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하게 된 것은 담현이었다.
저 앞에서 백류산이 다가오고 있었다.
늘 침착하여 철혈이라 불리던 무인은, 평정을 잃은 상태였다.
“살아 돌아왔다고! 내 아들들이-! 돌아왔단 말인가!”
격동을 감추지 않는 그 표정.
담현은 드물게도 큰 난처함을 느꼈다.
이강과 하준이 돌아오지 않았단 것을 어찌 말해야 할까.
“곤란한데…….”
이강이 원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