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67)
67화 고발 (1)
가주의 하나뿐인 친동생.
적룡단을 이끌고 있는 세가의 한 축.
그런 백진태가 외부의 세력과 내통하고, 가주의 두 아들을 죽이려 했다는 말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고발에 장내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충격적인 이야기에 함부로 반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사자인 백진태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푸하하! 이강, 재미있는 짓을 하는구나.”
백진태는 정말 유쾌하다는 듯이 폭소했다.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그의 광증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헷갈릴 만큼 상쾌한 웃음이었다.
“재미라…….”
“그래, 아무래도 하준이가 크게 다치기는 했나 보군. 쓰러져 있는 동안 꿈을 꾼 것 같아.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백진태의 말에 장로 몇 명이 실소를 흘렸다.
하준의 고발이 워낙 갑작스러웠기 때문일까, 실제로 그 말을 곧장 믿은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아니에요…… 진짜 봤어요.”
하준이 핏기 없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래, 나 백진태가 신분을 숨기고, 또 그 수상한 가면을 쓴 상태로 흑귀장에 숨어 있었다는 말이지.”
“…….”
“네가 올 것을 알고 기다리면서.”
백진태는 말하면서도 킬킬 웃었다.
“그 가면 사내의 맨얼굴을 보았다고 했지?”
“예, 봤습니다…….”
“옆에 있었던 하오문도와 너를 구해 주었던 비연대원은, 다들 같이 봤겠군.”
하준은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가면 사내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사실 그것은 백하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독탄을 터뜨린 상황이었습니다. 그들은 저를 구하느라 앞을 못 봤구요.”
“그래, 가슴이 베였던 너만이 봤다는 것이지.”
“예, 하지만 사실은 사실입니다.”
하준이 백진태의 눈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속이 찔린 것일까. 시선을 피하고야 말았다.
이강이 걸어 나와 그 앞을 막았다. 하준에게 거짓 증언을 시킨 것이 바로 이강이었다.
“숙부, 하준이가 설마 가족의 얼굴을 못 알아보겠습니까.”
“이놈, 이강아. 흐흐. 어른들 앞에서 무슨 헛소리인가 했는데. 네가 시킨 것 아니더냐!”
이강은 하준과 달리 여유로운 자세로 백진태와 눈을 마주쳤다.
“하준이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겠습니까. 적룡단이 워낙 무능하게 굴면서 자객의 단서를 못 찾길래 설마 했지만. 하준이로선 숙부가 배신을 했다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죽다 살아난 아이가 헛것을 보았을 수는 있지. 하지만 이강 너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백진태는 기세를 숨기지 않았다. 얼굴은 웃고 있건만 살갗이 찌릿찌릿한 분노가 표출되었다.
장로들 사이에서도 수군거림이 퍼졌다.
“무슨 이게 말도 안 되는…….”
“살다 살다 이런 일은 처음이구만.”
하준의 증언을 좀처럼 믿을 수 없는 듯했다.
백진태와 이강은 논검을 하듯 말로 겨루었다.
“가면 사내가 갑자기 제 가면을 벗을 이유는 또 무엇이냐.”
“격한 움직임에 가면이 벗겨졌겠지요.”
“그 정도 고수가?”
“스스로를 고수라고 칭하시는 게 뻔뻔하십니다. 벗겨지지 못할 이유는 또 무엇입니까.”
우는 가면에는 은침이 빼곡하게 박혀 있고, 그것을 얼굴에 박아 넣기 때문에 벗겨질 리가 없다.
백진태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 눌렀다.
“헛소리는 그만하거라. 이곳은 애들 놀이터가 아니다.”
여론은 이강의 편을 들어주고 있지 않았다.
장로들이 못마땅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한참 어린 손자뻘 아이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 그런 생각인 듯했다.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자리에 앉거라.”
물론, 지금 상황이 백진태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일단 의심의 씨앗이 뿌려진 순간 내통의 증거가 밝혀질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 상황을 모면하고 나면 모든 증거를 인멸해야 할 것이다.
가만히 있던 태상장로도 한마디를 더했다.
“이강, 하준. 말에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너희들의 말에는 무게가 없구나.”
그렇게 이강과 하준의 반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강이 대답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증인이 더 있습니다.”
“증인?”
증인이라는 말에 백진태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장로원의 문이 열렸다. 첫 번째로 얼굴을 내민 것은 가주였다.
“가주……!”
“태상장로님.”
백류산은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총관이 그를 어깨로 부축하고 있었다.
장로들이 일어서서 가주에 대한 예를 표했다.
백류산과 백진태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사안이 심각하여 찾아왔습니다.”
설마 몸져누운 가주가 이곳까지 찾아오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장로들이 이강과 하준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아픈 가주가 직접 행차했다는 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가주의 뒤로는 여러 사람이 함께 있었다.
“하오문 서안지부장 금화입니다.”
“하오문의 정구라 하옵니다.”
이강의 의뢰를 받고 조사를 이어오던 하오문. 그들이 첫 번째 증인이었다. 장로회의에는 허가받은 자만이 출입할 수 있다는 원칙 따위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저희 하오문에서는 이강 공자님의 의뢰를 받고 공자님을 습격했던 자객들을 조사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자객 중에 흑귀장이라는 문파의 문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금화와 정구는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 놓기 시작했다.
이강이 하오문도에게 조사를 시켰다는 것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세세하고 체계적인 결과가 있었다.
장로들은 그것에 처음 놀랐고, 두 번째로는 그들이 성과를 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래서, 그 흑귀장 놈들이 몰살당한 것인가.”
“예, 가면 쓴 사내가 몰살시켰습니다.”
“그러면 증거가…….”
“살아남은 흑귀장 문도가 하나 있었습니다.”
백진태의 눈이 순간 크게 떠졌다. 흑귀장의 문도들은 모두 직접 숨통을 끊었다.
“칼에 찔리긴 하였으나, 살아서 우물 속에 숨어 있던 것을 발견했습니다.”
흑귀장 문도를 자처한 사내는 가슴에 붕대를 두르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했다.
“저희 장주는 수상한 세력과 접선했습니다. 그들에게 막대한 양의 금화를 받, 받았고…….”
백씨세가의 장로들 앞에서 그 문도는 파들파들 떨었다.
“그 대가로 저희 인원을 빌려주었습니다. 종종 가면 쓴 사내가 와서 장주님과 대화를 나눴는데……. 그날은 그자가 갑자기 배신하여서 모두를, 죽, 죽였습니다.”
백진태는 입가가 근질근질해지는 것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칼을 빼 들고 저자를 베고 싶었다.
“저는 우물로 뛰어들기 전에 장주님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장주님은, ‘백진태 당신이 어떻게…….’ 라며.”
“헛소리!”
백진태는 참지 못하고 그렇게 외쳤다.
흑귀장주는 결코 그의 정체를 몰랐다. 저렇게 당당히 위증을 하는 꼴이 가증스러웠다.
하지만 그에게 쏟아지는 장로들의 시선이 점차 매서워졌다. 조금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증인이 걸어 나왔다.
백진태는 우뚝 굳을 수밖에 없었다.
“적룡단 이기대(二旗隊) 소속 무사. 소류라고 합니다.”
그가 가장 총애하는 소류. 죽은 여동생을 닮았기에 직접 무공을 가르쳐 주기까지 한 그녀였다.
소류는 담담한 얼굴로 증언했다.
“단주님은 주기적으로 심복인 일기대원들만을 동행하여 외유를 하셨습니다.”
“소류……!”
“그리고, 저는 단주님이 돌아오시는 길에, 독특한 가면을 들고 계신 것을 목격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적룡단원의 증언이었다.
장내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더 이상 아이들의 장난이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았다. 백진태는 어떻게 되든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숙부께서 억울하시다고 하니. 한번 확인해 보면 되는 일이겠지요.”
이강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 가면이 있는지부터 찾아보면 되겠어요.”
백진태는 이런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다.
아니, 그 수상한 놈들과 거래를 하는 순간부터 파국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감안하긴 했다.
“흐. 흐…….”
하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일이 어긋날 줄이야. 한심하게만 보았던 이강, 저 어린 꼬마에게 당할 줄이야.
가면은 자택의 비밀공간에 숨겨 두었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결국 들킬 일이다.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지…….”
백진태가 검을 뽑으며 크게 외쳤다.
“일기대-!”
일기대원들은 절대적인 충성을 보일 자들이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백진태는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을 일기대원들을 불러냈다.
“…….”
그러나, 당장이라도 검을 뽑고 뛰쳐 들었어야 할 그들은 난입하지 않았다.
대신, 느긋한 발소리가 저벅저벅 울렸다.
“이놈 진태야!”
등장한 것은, 장로 백도염이었다.
장로회의에 참가하지 않고 어딜 다녀온 것인지, 그의 얼굴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이놈들을 찾았느냐.”
그는 오른손에 있던 것을 툭 던졌다.
데구루루 구르는 것은 한 사내의 머리통.
일기대 대주의 수급이었다.
“수상하다 싶기는 했지만. 네 집에 들어가려는 나와 집법당주에게 곧바로 칼을 뽑을 줄이야.”
“하!”
“걱정 말거라. 다른 놈들은 몇 명 살려 두었으니. 이야기는 천천히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장로회의가 시작되고 백진태가 이곳에 발이 묶여 있는 동안. 백도염은 집법당을 이끌고 백진태의 자택을 습격한 것이 분명했다.
대체 왜 백도염이 이강과 가주에게 협력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백진태는 곧 이것이 처음부터 잘 짜여진 함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재미있는 것도 찾아냈지.”
백도염은 그렇게 말하며 품속에서 가면을 꺼냈다. 분명 백진태가 숨겨 두었던 우는 가면이었다.
주륵-
백진태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으며, 두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치솟는 분노와 격정을 감당할 수 없는 듯했다.
가주 백류산이 격한 기침을 했다.
“쿨럭, 콜록-! 적룡단주.”
백진태와 그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검을 내려놓아라.”
“형님. 크흐흐…….”
제 동생이 자신의 자식을 죽이려 했다는 것을 알아챈 가주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는 백진태의 시선을 피했다.
“……그래, 처음부터 호시탐탐 나를 쳐 낼 기회를 보고 있었구만.”
백도염이 버럭 하며 끼어들었다.
“이 자식이 죄를 지었으면 당장 무릎을 꿇을 것이지……!”
“숙부는 입 닥치고 계십시오.”
욕을 얻어먹은 백도염이 당황하고. 백진태는 검을 들어 이강을 겨누었다.
“한심하게만 생각했던 놈이 제법 계략을 꾸몄구나. 나를 몰아 죽이겠다는 것이지.”
그렇게 말한 백진태는 품속에서 약병을 꺼내 단번에 들이켰다. 가면의 은침에 바르는 성약이었다.
본디 먹는 물건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효과는 볼 수 있으리라.
“크흐…….”
백진태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비로소, 그는 웃음을 멈출 수 있었다. 그 대신 약의 효과로 눈물이 흘렀는데.
“너무 슬퍼서 피눈물이 다 나는구나. 그치?”
과용한 것인지, 눈에서는 눈물 대신 피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백진태의 기혈이 들끓듯 타올랐다. 뽑아 든 검에 자연스럽게 검기가 타올랐다.
“검을 내리시죠 숙부님.”
“나를 너무 만만히 봤구나, 이강.”
백진태의 검은 이강을 향하고 있었다.
허나 그의 검에서 불타오르는 검기가 아무리 선명하다고 해도, 이강은 겁먹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장로들 대부분이 검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백진태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인의 장막을 뚫고 이강을 해할 수는 없으리라.
「조심하거라,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그렇다고 이강이 경계를 늦춘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 백진태가 피식 웃었다.
‘웃어……?’
약을 먹어서 광증이 가라앉았을 테니, 저 미소는 진짜 미소일 것이다.
백진태가 걸음을 뗐다. 이강에게 달려든 것이다.
채채채챙-
순식간에 수십 자루의 검이 뽑히면서 이강의 앞을 가로막았다.
감히 뚫을 수 없을 만큼 강고한 검의 장막.
그곳으로 뛰어들려던 백진태는, 그 직전에 몸을 돌렸다.
콰각-
어찌나 갑작스럽게 방향을 전환했는지 마룻바닥이 으깨졌다. 나무 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백진태의 검이 향한 것은, 이강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
“네년이! 어떻게 감히 내게!”
이강의 편에서 백진태를 고발한 소류였다.
소류는 창백한 얼굴로 마주 검을 뽑았다.
그러나, 어찌 일개 단원이 적룡단주의 검을 막겠는가.
콰창!
소류의 검은 유리 조각이라도 된 것처럼 산산이 부서졌다.
죽은 여동생을 닮아 총애했던 아이의 목에 무참하게도 검을 날리는 백진태.
이강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불사신검이 경악해서 이강을 말렸다.
「안 된다, 격장지계야!」
알고 있었다.
백진태는 이강이 주기적으로 소화의 무덤에 찾아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강이 소류를 죽게 놔두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 것이다.
이강은 경신의 묘리를 극성으로 발휘해서 뛰쳐나갔다. 그 속도는 장로들마저 경악할 정도로 빨랐다.
“으하하하-!”
백진태가 웃으며 또 한 번 검의 방향을 바꾸었다.
정확히 이강을 향해서였다.
이강 역시 검을 들고 있었다. 다만 경황 중이었기에 검집을 뽑지도 못한 채였다.
화려한 검기가 이글대는 백진태의 검과는 달리 이강의 검은 무척이나 무력해 보였다.
“한 번에 베어 주마!”
이강의 검, 이강의 몸통, 그리고 옆에 있는 소류까지. 정말로 단번에 벨 듯한 기세.
그러나 이강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검을 움켜쥐었다.
「에잇, 이판사판이다. 천영검식 제7식이니라!」
불사신검의 신호와 함께 검을 휘두르는 이강.
백진태의 검기와 이강의 검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