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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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결해야 하나?
“빨리 출발해.”
“넵 형님, 꽉 잡아요.”
급하게 안전띠를 맨 이태겸이 거침없이 액셀을 밟았다. 운전 하나는 자신 있는 이태겸은 큰 연예인 밴으로도 차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곡예에 가까운 운전을 했다.
“근데 진짜 병원 안 가도 돼요?”
그러게 말이다. 임승현은 뒤에 눕힌 유연서를 흘끔 바라봤다. 격한 운전에 몸이 흔들렸지만, 다행히 안전띠로 고정해놔서 괜찮았다.
“병원은 안 간다. 그냥 집으로 가.”
임승현의 목소리가 확신에 차 있진 않았다. 그도 이게 잘한 선택인지 긴가민가했다.
“딱지 떼이는 거 신경 쓰지 마. 나중에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
“넵, 안 그래도 그러고 있어요.”
이태겸이 핸들을 확 틀자, 밴이 거칠게 옆으로 꺾였다. 임승현은 조수석 창문 위 손잡이를 꽉 잡았다.
“어, 선배. 혹시 바빠? 안 바쁘면 좀 와줄 수 있어?”
갑자기 쓰러졌는데 아무런 조치 없이 넘어갈 순 없다. 임승현은 얼마 없는 자신의 인맥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태겸의 곡예 운전으로 유연서의 집까지 이동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그들은 유연서를 업고 빠르게 주차장을 가로질러 맨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이쪽으로.”
임승현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온 이태겸이 눈치껏 방문을 열었다. 그들은 침대 위에 유연서를 조심히 눕혔다.
“옷 갈아입히는 게 좋겠죠?”
어디서 보니까 바지 벨트 같은 거 풀어서 몸을 편하게 하고 마사지를 하라던데. 이태겸이 촬영용 방탄복을 벗겼다. 임승현이 드레스룸에서 편안한 옷을 꺼내 왔다.
그 순간, 이태겸의 바지춤에서 요란한 벨소리가 울렸다.
“잠시만요. 이거 실장님 전화인데······.”
“받으세요.”
통화를 받은 이태겸이 스피커폰을 틀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박상태가 짜증에 찬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유연서 촬영 펑크 냈다며?!)
“어, 실장님 그게······.”
이태겸이 귀에서 핸드폰을 떼고 소리 없이 말했다. 어떻게 해요?
“안녕하세요 박상태씨, 임승현입니다.”
말없이 손을 내밀어 이태겸의 핸드폰을 받은 임승현이 대답했다. 특유의 부드러운 어조가 섞였지만, 표정이 왠지 무서워서 이태겸은 고개를 숙이고 유연서의 팔뚝을 주무르는 데 집중했다.
박 실장의 목소리는 금세 차분해졌다.
(아 네, 안녕하세요 비서님.)
“도련님이 쓰러지셨습니다.”
(네?!)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게 아마도 대표랑 같이 있는가 싶었다. 임승현은 낑낑거리며 유연서의 옷을 마저 갈아입히는 이태겸을 슬쩍 바라봤다.
“교통사고 후유증인 거 같은데······ 도련님이 외부에 알리는 걸 원치 않아서요. 촬영장에는 적당히 말 맞춰 놨습니다.”
(적당히 말을 맞춰 놔요? 강아지 밥 주러 간다고 집에 간다고 했다던데요? 연서 걔 강아지도 키운답니까?)
‘백호함’의 조연출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박 실장은 유연서가 그렇게 촬영장을 빠져나오고 곧바로 연락을 받았다.
오늘 연기 미치긴 했다. 근데 바로 다음 장면 찍어야 하는데 그대로 펑크 냈다며, 성격이 나아진 줄 알았더니 여전하다고 말하는 것이 하소연 겸 약간의 눈치 주기였다.
“······그랬습니까?”
다음에는 이태겸한테 뭘 시키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임승현이 서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태겸은 입을 꾸욱 다물었다. 어쩐지 뒤통수가 따끔거렸다.
(아, 알겠습니다. 비서님이 아니라 이태겸, 걔가 했죠?)
“······혹시 나중에 뒷말이 나와도 연기에 너무 몰입해서 피곤해 먼저 갔다는 식으로 흘려 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몰입이요? 걔가요? 오늘 좀 미쳤긴 하다고 하던데······.)
(박상태, 비켜 봐. 네,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부탁하겠습니다. 대표님.”
임승현이 통화를 끊고 이태겸의 맞은 편에 앉아 유연서의 다리를 주물렀다.
“······죄송합니다.”
심상치 않은 기류에 이태겸이 넙죽 사과했다. 하지만 임승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적을 깬 것은 임승현의 핸드폰 벨 소리였다.
“왔나 보네. 태겸 씨 잠시만.”
“넵.”
이태겸이 후우, 숨을 내뱉고서는 밖으로 나간 임승현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그는 그때야 유연서의 집안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무슨 방이 이렇게 넓냐.”
뭘 모르는 자신이 봐도 비싸 보이는 것투성이였다. 역시 다이아 수저는 집도 장난 아니네. 쩝, 입맛을 다신 그는 열심히 유연서를 주물렀다.
“아씨, 역시 강아지 핑계는 에반가.”
이태겸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선배, 여기.”
임승현이 집 밖으로 마중을 나온 사람은 학교 동아리 활동을 하다 친해진 선배로, 올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였다. 그들은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너 주성 들어갔다고는 들었는데 재벌 자제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일이냐?”
“뒤꽁무니라니, 나 비서라고 불려.”
“허, 비서라······ 유연서 성격 장난 아니라며, 할 만해?”
“할 만해. 이리로.”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무작정 와달라는 임승현의 요청에 바로 와 준 사람이었다. 그들이 방안으로 들어가자, 이태겸이 엉거주춤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저거 진짜 피 아니지?”
“촬영용 피야.”
의사, 한예성은 유연서의 옆에 앉아 가방에서 의료용품을 꺼냈다. 요즘 가짜 피는 색도 그렇고 철분 냄새가 나는 것이······ 꽤 사실적으로 제작하는 편인가 보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그건 이해하지? 일단 수액이나 좀 놓을게.”
“어.”
이태겸은 눈치 빠르게 스탠드 조명을 가져와 침대 옆에 세웠다. 수액 팩을 고정할 용도였다.
“갑자기 쓰러졌다고?”
“어. 교통사고 후유증일까?”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징후가 있을 텐데······.”
이태겸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촬영 전에 식은땀을 좀 흘리는 거 같던데요.”
“그래요?”
“안색은 지금보다 더 안 좋았어요. 그때는 메이크업 빨 인 줄 알았는데······.”
“여기서 더요? 심각했네요.”
처치를 다 한 한예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증상으로 봐서는 미주신경성 실신 같은데······. 혹시 최근에 스트레스받을 일 있었습니까? 피곤한 일을 했다든지······.”
“스트레스요? 유연서 쟤가요?”
영화 현장은 촬영이 미뤄지는 만큼 개봉 일자를 미루면 여유로운 편이었다. 대신 그만큼 스태프 월급을 제작사에서 충당해야 해서 제작사가 딜레이를 싫어하는 편이지만, 그 제작사는 헤일로미디어고 대부분 돈은 유연서의 통장에서 나왔다.
덕분에 촬영 스케쥴도 제작사에 쫓기듯 급한 편이 아니었다. 유연서도 하루에 기본 8시간 정도는 숙면을 취하는 편이기도 했고.
“아니면 쓰러지기 전에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았나요? 정신적으로 긴장을 많이 하면 이럴 수도 있거든요.”
“촬영에 극도로 몰입했으니 긴장 많이 했겠지.”
“그렇다면 미주신경성 실신이 맞을 거야. 근데······.”
그 유연서가 정신을 잃을 정도로 몰입했다고? 한예성은 이해할 수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잘 안 보는 그조차 유연서가 발연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태겸과 임승현은 납득했다. 그렇게 처절한 연기는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넣었을 때나 가능해 보였으니까.
“근데 뭐?”
“아니야. 아무튼, 생각보다 흔한 증상이긴 해. 보통은 금방 깨어나는데······ 나중에 병원 검사는 받아보는 게 좋을 거야.”
유연서가 이 말을 듣는다면 아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가짜 피가 있어서 토혈한 것은 아무도 몰랐고, 쓰러진 것도 흔한 증상으로 포장되었다.
“고마워 선배. 나가는 길은 알지? 마중은 못 나가겠다.”
“그래. 나중에 밥이나 사.”
한예성이 떠나고 집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눈을 도르륵 굴리던 이태겸은 임승현의 말에 괜히 화들짝 놀랐다.
“저는 여기서 자고 갈 건데, 태겸 씨는 어떡하실래요? 여기 있을 건가요?”
“넵. 뭐······ 이대로 두고 가는 게 찝찝해서요.”
“그럼 그러시죠.”
아까는 쉽게 말을 놓더니 지금은 또 사무적이네······. 요새 거리를 좁힌 줄 알았는데 다시 멀어졌다. 아마 있지도 않은 강아지 핑계 댄 것이 클 것이다. 이태겸이 울상을 지었다.
***
피를 토하고 쓰러진 그날 새벽, 유연서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다행히 살았군.’
아, 그러냐. 안 하던 딴죽을 거는 것 보니 기억 동기화 진행에 따라 베타도 점점 감정을 배워가는 것 같았다.
유연서는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정신만 차렸다 수준이지 아직 온몸을 찌르는 듯한 근육통과 깨질 것 같은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와, 후폭풍 장난 아닌데?’
‘그러지 않아도 안 할 거야.’
진짜 죽는 줄 알았거든. 유연서는 눈을 깜빡이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익숙한 방인 것을 보니 임승현이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준 것 같았다.
‘가족에게는 안 알려지는 게 나아.’
몸이 아픈 김에 배우 일 때려치우고 요양하면서 집안일이나 하라고 하면 어쩌나? 그간 가족들이 하던 연락이나 행동으로 보건대, 그들은 자신을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유건민은 좀······ 많이 팔불출 같았고, 유창호 회장과 유은호는 안 그런 척하면서 뒤로 많이 신경 썼다.
“······아.”
가족을 떠올리니 생각났다. 친모의 자살을 의심하던 과거 유연서의 말. 하지만······.
‘그걸 내가 해결해야 하나? 굳이?’
물론 첫 기억 동기화에서 봤던 두 다리가 꽤 강렬해서 잊히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유연서와 지금의 유연서는 달랐다. 냉정히 따지자면 본체의 친모이지 자신의 친모는 아니다.
‘내가 오지랖이 넓은 편도 아니고.’
인공 생명 잉태 장치에서 태어난 강진후는 가족의 정이라고는 전혀 모른 채 살았다. 유씨 일가가 유연서를 신경 쓰는 것도 부담스럽거나 귀찮지 않았다.
그냥, 아무런 느낌이 없었기 때문에.
만약 이희서를 자살로 몰아가게 한 원인이 자신을 공격한다면야 생각은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근데 왜 이렇게 찝찝하냐.’
유연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마음 한구석이 답답한 게 석연치 못한 느낌이었다.
‘모르겠다······.’
추후 기억 동기화를 해 봐야 알 일이지. 유연서는 다시 누웠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았다.
‘뭐지?’
다시 잠을 청하려던 유연서는 그때야 누군가의 숨소리를 들었다.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그는 다시 상체를 일으켰다.
‘임승현이 왜······ 쟤는 또 왜 여기 있어?’
새벽녘이 되니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임승현과 이태겸은 유연서의 침대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자고 있었다. 구석에는 촬영용 의상이 개켜져 있었고. 탁상 위에는 유연서를 닦아 줬는지 수건이 널브러져 있었다.
‘뭐야, 병간호한 건가? 나를?’
아니 잘 거면 제대로 이불 펴고 잘 것이지 왜 저렇게 불편하게 자? 그리고, 이럴 거면 그냥 집에 가서 잘 것이지 굳이 고용주 집에서 추가 근무를 자처한다고? 호구들인가?
“······허.”
근데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유연서는 자신이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