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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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회장의 시험
“대체 왜 나를?”
이태겸은 의문을 표시하면서도 손은 침착하게 핸들을 잡았다. 계속 혼잣말로 사람 정신머리 없게 만들어서 듣다 못 한 유연서가 입을 열었다.
“얼마 없는 내 친구가 궁금하신가 보지.”
“친구?”
이태겸이 놀라서 뒤를 쳐다봤다. 마침 신호에 걸려 있어 다행이다.
“야, 앞에 봐라.”
“너랑 나랑 친구냐?”
“왜, 아니야?”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긴 하지만, 별거 아닌 일로 트집 잡고 부려 먹긴 하지만······ 나이도 똑같고 나름 격 없이 지내고 있으니 이쯤이면 친구 아닌가? 유연서는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다.
“아니, 뭐······ 맞긴 하지.”
노예에서 친구로 승격된 이태겸은 입을 다물었다. 조수석에 탄 임승현이 작게 웃었다.
‘쑥스러워 하네.’
유연서가 뭘 시키면 쟤는 성격 왜 저러냐고 임승현에게 하소연해도 나름 제 할 일은 다 했다.
“근데 너 친구 없어? 그러게 성격 좀 죽이고 살라니까.”
“없어도 살 만한데.”
“아 그렇지······.”
재벌 3세인데 친구 좀 없어도 사는 데 지장 없겠지. 이태겸은 조수석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비서 형님은 안 긴장되세요?”
“저는 전에 회장님 봬서요.”
“아 그래요······? 어떠세요?”
“글쎄요······.”
임승현은 지레 겁먹는 이태겸을 보며 놀릴까? 싶다가도 참았다. 전에 유연서가 쓰러졌을 때 당황해서 개 핑계를 댄 적이 있으니, 오늘 당황하면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몰라서였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거야 형님은 뭐든 잘하니까 그렇겠죠. 저는 소시민인데.”
진짠데. 그도 처음에는 총수 일가의 대면에서 긴장했었지만, 눈치 빠른 임승현은 유연서가 엮이면 그냥 흔한 팔불출 가족이구나 싶었다.
“회장님이라 생각하지 말고 도련님 할아버지라고 생각하시면······.”
“그게 더 긴장되는데요.”
유연서의 할아버지면 얼마나 괴팍할까? 이태겸은 팔뚝에 닭살이 돋았다.
잠시 차가 막힌 것 빼고는 제시간에 유 회장의 저택에 도착한 이태겸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와······. 이게 한 집인가.”
길게 펼쳐진 담장만 해도 저택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근데 빈손으로 와도 돼?”
“우리 할아버지가 막무가내로 초대했는데, 뭘 선물을 사와.”
유연서는 익숙한 듯 대문의 문을 열었다. 높은 담장 안에 숨겨진 저택의 규모는 이태겸이 입을 또다시 벌릴 수밖에 없었다.
“저쪽 집은 뭐야?”
유연서가 걸음을 멈칫했다. 기억 동기화에서 자주 보던 집이다. 유건민과 이희서, 두 아들이 살던 집이었다.
“별채, 지금은 안 써.”
그도 처음 이 저택에 들어왔을 때, 유은호에게 물어본 집이었다. 이희서의 죽음 이후로 별채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아서 거의 폐허처럼 방치된 지 오래라고 들었다. 게다가 마치 울타리처럼 나무를 빼곡히 심어서 별채의 입구를 가려버릴 정도였다.
명절에 왔을 때도 가족들이나 친척들이나 다들 별채 쪽에 시선을 두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이 집에서 계속 살고 계시네······.’
사람이 죽은 집인데 꺼림칙하지 않나. 설마 이사 갈 집이 없다는 건 아닐 테고. 유연서는 속이 울렁거리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저 왔어요.”
“왔구나.”
편한 옷차림의 유창호 회장이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이태겸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임승현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임승현이 그 손을 맞잡아 악수했다.
“임 비서, 오랜만이군.”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유은호에게 들었던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임승현이었군. 얼굴을 보아하니 전에 유연서의 기억 상실을 처음 알아챈 직원이었다.
나이가 들더니 요새 오락가락한다고 생각하면서 유창호 회장은 옆에 경직된 채 서 있는 이태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 연서 매니저라고?”
“네, 넵. 이태겸이라고 합니다.”
이태겸이 허벅지에 손바닥을 문지르고는 유 회장의 손을 잡았다. 주름이 자글자글했지만, 꽉 쥐는 손에서 힘이 넘쳤다.
‘그냥 동네 할아버지 같네······.’
뭔가 회장님이 붙으면 검은 정장을 입고 근엄하게 앉아있을 것만 같은 이미지였다. 이태겸은 긴장을 살짝 놓았다.
“내 초대를 받아줘서 고맙네.”
“대뜸 데려오라고 하지 마세요. 곤란해하잖아요.”
“그랬나?”
유 회장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친 이태겸은 다시 긴장해서 아, 아닙니다! 라고 말했다.
“너는 이 할애비가 먼저 연락해야 오느냐?”
“가끔 안부 전화하잖아요. 근데, 매니저랑 임승현 씨까지 부르다니······ 저한테 관심 너무 많으신 거 아니에요?”
“크흠······.”
유연서는 웃음을 삼켰다. 몇 번 마주치니 할아버지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 굳이 정의하자면······ 점잖은 아버지? 아니다, 아버지에 비유하는 건 너무 심했군.
어쨌든, 본체는 이렇게 알기 쉬운 할아버지에게 왜 벽을 쳤나. 아예 교류가 없었나?
유 회장은 말을 편하게 하는 유연서를 보고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저 왔습니다.”
이번 식사는 유은호도 함께했다. 그들이 짧게 인사하고, 드디어 식탁에 앉을 수 있었다.
“많이들 들게.”
이태겸은 괜히 긴장해서 젓가락을 떨어뜨릴 뻔했지만, 다행히 유 회장과 유은호의 관심은 유연서에게 쏠려 있었다.
“너는 촬영 또 안 하니?”
“언제는 회사 일 도우라면서요.”
대화는 주로 유 회장이 질문하고, 유연서는 틱틱 내뱉는 게 다였다. 제삼자의 눈으로 봐서는 도저히 사이좋은 조손 관계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 회장은 뭐가 좋은지 입가에 미소를 달고 있었다.
유연서와의 대화는 대뜸 짜증 내고 화내는 손자에게 말려서 같이 화내고 싸우고 끝났었던 터라 이렇게 얌전히 대화가 오가는 게 실감이 안 나서였다.
“회사 일은 졸업하면 실컷 시킬 테니까 학교 다닐 동안 즐기게 두는 거야.”
“제가 뭘 알고 경영을 해요. 포기하시라니까 그러네.”
“학교 다니면 알 것 아니야. 그래서, 촬영은 언제 해?”
“모르죠. 아직 작품 고르고 있는데.”
유 회장은 빨리 차기작 촬영을 해야 유건민의 커피차보다 더 화려한 서포트를 해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었지만, 유연서는 이 할아버지가 갑자기 왜 이러지 생각하며 설마 아직 회사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 의심했다.
“그래, 자네. 연서 쟤는 일할 때는 어떤가? 임 비서는 도통 얘기해주지 않는단 말이야.”
오······ 유연서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임승현을 흘끔 바라봤다. 그래도 회장님한테는 얘기할 줄 알았는데. 그는 시선을 돌려 옆에 앉은 이태겸을 쿡 찔렀다.
‘야, 잘해라.’
임승현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네가 이상한 소리 하는 건 아니지? 노예에서 친구로 승격도 시켜줬는데.
이태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열심히 합니다. 다른 배우랑도 문제없이 잘 지내고요.”
“그래?”
“네, 그래서 쟤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유 회장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평이 좋구나. 길에 버려서 앙금이 남아있는 줄 알았는데.”
“쿨럭!”
“쟤가 미운 짓만 해서 그렇겠지? 나도 이해해. 이왕이면 더 오지로 버려 버리지 그랬나?”
“켁, 케헥······!”
사레가 들려버린 이태겸이 손으로 입을 가렸다.
“너무 놀리지 마세요, 할아버지.”
말리는 사람은 유은호뿐이었다.
순식간에 핼쑥해진 이태겸을 보며 유연서가 눈을 흐릿하게 떴다. 원래라면 성격 더러운 본체를 버릴만하다고 느꼈겠지만, 지금은 ‘그러게 왜 버렸냐······ 업보다 업보’라고 생각할 정도면 정말 본체에게 많이 물들였다고 느꼈다.
“어, 어디 가?”
“화장실.”
속이 울렁거리는 게 착각이 아니었다. 유연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유 회장의 눈짓을 받은 유은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승현 씨, 잠시 이리로······.”
임승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유은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나, 날 두고 가지 마요 형님!’
유 회장과 단둘이 남은 이태겸이 속으로 절박하게 소리치고 있을 때, 유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네, 연서 매니저 일하면서 평균보다 많이 받는다지?”
“네? 네······ 그런 편입니다.”
“더 벌 생각은 없나?”
이태겸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분위기로 보아하니 진담인 것 같은데, 얼마나 줄지 벌써 설렌다.
하지만, 주성의 유 회장이 일개 매니저에게 일을 제안한다? 능력도 없는데 뭘 보고?
“돈은······ 많으면 좋긴 하지만, 저한테요?”
“그래, 자네밖에 할 수 없는 일이지.”
뭐, 뭐지 그런 일이. 이태겸은 불길함을 느꼈다.
“앞으로 연서 저놈이 뭘 하고 누구랑 만났는지 나에게 보고해주면 되네.”
“네?”
“전부다.”
이태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눈살을 찌푸렸다.
“그 말씀은 저한테 마치······.”
유연서를 감시하라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이태겸이 말끝을 흐리자, 유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하는 게 맞네.”
“왜 그러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태겸은 머리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저놈은 말이야. 연예인을 하면 안 돼.”
“······.”
“재능이 없어. 요새 좀 잘한다고 쳐도, 그게 얼마나 가겠나?”
뭐지, 주성의 유 회장과 JSENM 최유진 부회장이 알게 모르게 뒤에서 유연서를 밀어준다는 소문은 업계에 파다했다. 사실은 다른 건가? 이태겸은 혼란을 느꼈다.
“나는 연서, 저 애가 연예인 말고 경영을 했으면 하네. 그쪽으로도 능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
“······.”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그렇긴 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해할 필요 없어. 단순 할애비의 관심이라네. 쟤는 도통 제 얘기를 해 주질 않거든.”
“하지만······.”
그렇다고 매니저한테 손자를 감시하라는 얘기를 하나?
“지금 받는 월급의 다섯 배.”
유 회장의 폭탄 발언에 이태겸이 숨을 헉, 삼켰다.
“보고가 성실하면 따로 선물도 주지. 자네, 차에 관심이 많나? 시계는?”
“어······.”
“그렇게 망설일 필요 없어. 자네는 그냥 연서 저 놈 일정 따라다니면서 뭘 했나 정도로만 보고해도 괜찮네. 일기쓰는 것처럼.”
“······.”
“제안을 받겠나? 내 섭섭지 않게 보상하지. 약속하겠네.”
파격적인 조건에 무려 주성, 유 회장의 약속이었다. 이 달콤한 제안을 누가 거절하겠나?
“저는······.”
***
유은호를 따라나온 임승현이 작게 웃음 지었다.
“회장님도 참 짓궂으시군요.”
“눈치채셨습니까?”
“네.”
그러니까 유 회장은, 이태겸을 시험하는 거다. 막무가내로 초대해서 시험대에 올리다니, 어떻게 보면 오만해 보일 수 있으나 주성의 회장이니 가능한 것이다.
“저는 따로 안 부르시는 것 보니 통과입니까?”
“임승현 씨야 이미 통과한 지 오래죠.”
그거 참 듣기 좋은 소리다. 임승현은 1년 넘게 유연서의 비서 일을 수행하면서 총수 일가의 관심을 받아 회사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고 있었다. 회장과 부회장의 개인 번호를 가진 일개 사원이 몇이나 될까. 단언컨대 임승현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매니저분께는 제가 따로 사과하겠습니다.”
“상무님이 직접요? 그냥 제가 잘 전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유은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직접 사과하는 편이 마음에 편했다.
“통과할 거라고 봅니까?”
“글쎄요······. 아마 어렵지 않을 겁니다.”
임승현이 작게 미소 지었다. 12번째 매니저 시절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이태겸이라면 그래도 의리는 지킬 것 같았다.
“마침 잘 됐네요, 상무님께 질문 드릴 게 있었는데······.”
“뭐든 말씀하시죠.”
회장과 부회장에 이어 유은호도 임승현을 꽤 신뢰하고 있었다. 이래서 줄을 잘 타고 봐야 했다.
“도련님 말인데요······ 원래 성격은 어땠습니까?”
“원래 성격이요?”
“네, 지금 도련님 모습 보니까 마냥 성격이 나쁘지도 않던데······.”
임승현은 기억은 잃어도 사람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태겸의 말을 담아두고 있었다.
‘만약 지금 성격이 원래 천성이라면······.’
성격이 나빠진 원인이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