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63)
포근한 날씨에 맞게 다들 반소매와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까지 신은 상태였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들어갈 수도 있는 옷차림이라는 소리다.
“서 작가, 우리 오픈은 사흘 뒤죠?”
“네.”
“살짝 발만 담갔다 올까?”
큰 형님, 박승환의 말에 최준영과 김이준이 바다로 뛰어갔다. 진수호도 그 뒤를 여유롭게 따라갔다.
“저렇게 보면 승환 삼촌이 더 애 같지 않니?”
“그러게요.”
유연서와 이윤정은 그늘진 곳에서 물을 튀기며 노는 네 명의 남자를 쳐다봤다.
“근데 우리는 형이라고 부르는데 누나만 삼촌이네요?”
미팅 이후 박승환의 주도하에 몇 번 더 만나서 나름 친해진 출연진들은 서로를 편히 불렀다. 다들 친화력이 좋은 사람들이라 유연서도 묻어갈 수 있었다.
김이준을 제외하고 다들 친해서 나쁠 거 없는 인맥이었다. 특히 박승환.
“5년 전인가 주말 드라마에 같이 나왔거든 어린 삼촌과 조카 역할로. 그 뒤로 오빠보다는 삼촌이 입에 붙어서.”
“아아······.”
카메라는 놓치지 않고 그들을 찍었다. 어느 배우를 붙여놔도 케미가 폭발한다는 이윤정과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많은 연예계에서 외모로 독보적인 유연서. 나란히 서 있기만 해도 간질간질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게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너 아까 표정 안 좋아 보이더라.”
“아······ 멀미 때문인가?”
그걸 봤어? 유연서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이윤정은 별 의심하지 않고 넘겼다. 육해공 모든 이동 수단을 이용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피곤할 만 하지.
“원래 그렇게 주변을 잘······ 살피는 편이에요?”
이윤정이 달관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4살 때부터 아역을 했잖아.”
“네.”
“주변에서 뭐라고 했거든. 얘는 너무 애 같지 않다. 애가 왜 이렇게 어른스럽지 못하냐.”
“뭔, 별······.”
“너도 웃기지?”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성공한 배우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이윤정 이름 하나만으로도 그녀의 얼굴을 떠올릴 만큼 전 국민의 스타가 됐다.
이윤정이 지금 34살이던가······ 30년 전부터 활동했다는 소리인데.
‘대단하네.’
미래인 강진후의 기억에서도 이윤정은 꾸준히 매체에 얼굴을 보였고, 70대에도 활발한 연기 활동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평생을 연기에 매진하는 삶이란 어떨까.
“그래서 그런가······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 습관이야.”
출연진들과의 케미를 보여주고 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게스트 하우스에 어서 오세요’의 컨셉이었다.
듣고 있던 몇몇 스태프들이 이윤정의 모습을 측은하게 생각했지만, 유연서는 생각하고 있던 것을 약간 수정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 이윤정으로.
“윤정 누나는 안 가요? 김이준이 부르는데.”
“선크림 좀 바르고 가려고. 너는?”
“확인 좀 할 게 있어서.”
유연서는 반대쪽으로 몸을 틀었다. 이윤정은 그의 뒷모습을 흘끔 바라보다가 자신을 향해 물을 끼얹으려 다가오는 김이준을 봤다. 워낙 거리가 있어서 조심스럽게 손에 가지고 온 바닷물이 금세 고갈됐고, 솜사탕 씻는 너구리처럼 망연자실한 것을 보고 크게 웃었다.
“너 지금 나한테 바닷물 끼얹으려 한 거야?”
“승환이 형이 시켰어요!”
“이준아! 그걸 왜 말해!”
그 소란스러움을 칵테일 만드는 게 취미인 최준영을 위한 야외 바가 있었고, 그 앞에는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여기도 있네······.’
다들 바다에 시선을 뺏기고 있을 때, 유연서는 혼자 게스트 하우스 이곳저곳을 관찰하면서 카메라의 사각지대를 찾았다.
먼저 도착한 제작진이 이미 게스트 하우스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한 지 오래였다.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본 뒤에 실내로 향했다.
‘욕실 화장실은 당연히 없고······ 침실에 하나.’
어차피 침실은 단독으로 쓰지 않을 것이라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았다.
아무튼 카메라의 사각지대는 충분했다. 하지만 카메라뿐만 아니라 오디오도 문제인데······ 밖을 더 살펴볼까?
‘에이, 설마······ 괜찮겠지.’
여기 있는 동안 기억 동기화도 안 할 생각인데 뭐.
사실 상영관 이후 이희서의 환영을 보는 일은 없었다. 유연서는 괜히 과민반응했나 싶어 바닷가에 있는 출연진과 합류하려 했다.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밖에서 부르는데, 연서 씨도 가서 발 담그고 오세요.”
“이것만 확인하고요.”
유연서가 집요하게 집 안을 뒤졌다. 그 모습이 사정을 모르는 시청자에게는 꼼꼼하다고 호감은 살 수 있어도 제작진은 조마조마했다. 유연서는 전전긍긍하면서 자신을 따라오는 VJ를 흘끔 쳐다봤다.
“뭐가 많이 없네?”
그가 옷장도 열어보고 욕실도 뒤져 본 결과,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기에는 뭐가 많이 부족했다. 게다가 출연진이 생활할 공간에서도 이불이나 베개 등 뭔가 하나씩 빠져 있었다.
“왜 이렇게······ 휑한 거 같지? 그죠, 피디님.”
유연서는 제작진 들으라고 혼잣말을 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이재학 피디가 뒤따라 왔는데, 유연서와 눈을 마주치고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뭐 있죠?”
“그······.”
유연서가 고개를 휘휘 돌려 눈을 피한 이 피디와 눈을 마주치려 했다. 지켜보던 서 작가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쩐지 이태겸이 방송국 놈들을 믿으면 안 된다고 하더니 출연진 몰래 준비해 둔 한 수가 있었나 보다.
“설마 부족한 거 사오라고 돈을 주는데, 그 돈이 터무니없이 작고, 우리가 가격 흥정하는 거에 따라 게스트 하우스의 생활용품을 채울 수 있다. 뭐 그런 거에요?”
“와······ 유연서 씨 예능 고정 처음 아니죠?”
“수건도 없네? 밖에 바다 들어간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이 피디가 땀을 비질 흘렸다. 유연서는 팔짱을 끼고 이 피디를 쳐다봤다.
“일단 모른 척 해드려요?”
“그래 주시면 좋죠.”
표정이 밝아진 이 피디가 냉큼 대답했고, 유연서는 씨익 웃었다. 그 모습이 이 피디한테는 악마의 웃음으로 보였다.
“이 피디님 저한테 빚진 겁니다.”
“빚이라뇨······ 어차피 좀 있으면 다른 분들도 알게 될 건데.”
“어쨌든, 이 피디님의 계획을 내가 먼저 밝혔잖아요. 내가 뭘 하든 한 번 봐주는 거로, 어때요?”
“딱 한 번입니다.”
이태겸은 악랄한 방송국 놈들이라고 했지만 글쎄······ 이 피디와 한 대표가 친한 선후배 사이라더니 둘이 성격이 비슷하다.
그리고 한 대표는 어렵지 않게 잘 구워삶을 수 있으니 이 피디도 어떻게 잘 요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진짜?”
“아 그런 게 어딨어요!”
이 피디의 계획을 들은 출연진이 작게 항의했다. 이미 알고 있던 유연서만 팔짱을 끼고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카메라는 이걸 놓치지 않고 찍었다.
“수건도 없으면 어떻게 해?”
“대충 햇빛에 말리고 옷 갈아입고 가죠.”
“살 다 타겠다. 화면에 튀면 안 되는데.”
진짜 발만 담근 진수호와 이윤정과는 다르게 끝내주는 물놀이를 즐긴 박승환과 최준영, 김이준이 터덜터덜 집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대충 상황이 수습되자, 이 피디는 현지 가이드를 데려왔다. 이 섬에서 2년째 머물고 있는 사람이었다.
“여기서도 원세븐 좋아하시는 교민분도 계세요.”
“진짜요?”
“네, 여러분 나중에 사진 부탁합니다.”
가이드는 맨날 화면에서만 보던 연예인을 실제로 본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나 보다. 가이드를 앞장세워 번화가로 이동하면서도 유연서는 습관적으로 주위를 살폈다.
“치안이 썩 좋지는 않아 보이네요?”
“원래 빈민촌이 많았는데, 이 일대가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개발 열풍이 불었거든요.”
“어쩐지······.”
유연서는 발걸음을 멈춰 행렬의 맨 뒤로 향했다. 계속 뒤에 보이는 낯선 사람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소매치기 조심하셔야 해요.”
“아아악!”
가이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들린 비명에 출연진과 제작진이 뒤를 돌아봤다. 유연서가 한 백인의 손목을 꽉 잡고 놓치지 않고 있었다.
“어! 내 핸드폰!”
그리고 남자의 손에 들린 건 김이준의 핸드폰이었다. 김이준이 황급히 제 핸드폰을 가져와 품속에 넣었다. 유연서는 그런 그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너는 조심하라고 했는데 벌써 털리냐.”
“고마워. 근데······ 너 손 풀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소매치기는 유연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리고 있지만, 유연서는 미동도 없이 평온해 보였다. 강진후 시절 신체에서는 한참 못 미치지만, 일반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센 악력이었다.
“*아파! 팔 부러졌는데 어떻게 할 거야! 이 미친 동양인!”
“*다음은 손목이 아니라 목을 잡아 줄까? 꺼져 새끼야.”
팔이 부러지긴 뭘, 피 조금 안 통한 거 가지고 어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려고. 유연서는 저절로 입을 열었다. 어라? 근데 나 왜 이 말 알아듣지?
가이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스페인어도 할 줄 아세요?”
“대충요.”
사실 나도 잘 모르는데. 유연서는 대충 아는 척을 했다.
어쩐지 그때 머리가 엄청 아프더라니······ 아무튼 잘 됐다. 어디 가서 말 안 통할 일은 없겠네. 박승환이 유연서의 옆으로 다가왔다.
“혹시 다른 언어도 쓸 줄 알아?”
“웬만한 건 다 할 걸요.”
“다행이다. 연서 너는 통역 맡으면 되겠다.”
출연진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현지 가이드가 도와주는 건 이틀 남짓, 남은 시간은 출연진들끼리 알아서 해야 하는데 말이 안 통하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잘 됐네요.”
유연서는 마치 남일 말 하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거 옆 가게 보다는 싸게 준다는데 살까요?”
“어, 사.”
유연서는 가이드보다 능숙한 언어로 시장을 누비면서 흥정했고, 출연진들은 흐뭇하게 웃으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어! 사비 쓰시면 안 돼요!”
“들켰네.”
한 대표 닮아서 눈치 없을 줄 알았는데, 이 피디는 다르네. 유연서는 아쉬운 듯 지갑을 닫았다.
“나 사실 출국할 때까지만 해도 걱정 많이 했는데······.”
“쟤가 제일 잘하는데요.”
“우리 이준이는 핸드폰 간수 잘하자.”
“넵.”
김이준은 냉큼 꼬리를 내렸다. 여기서도 몰이 멤 확정인가.
유연서가 사전 인터뷰에서 얻은 호칭이 ‘도련님’이었다. 예상외의 인물이 활약하니 출연진 사이도 활력이 돋았다.
“*저기! 저놈이에요!”
중간에 소매치기가 현지 경찰을 데리고 온 헤프닝이 있었지만······.
“*무슨 일이라도?”
“*······평온한 휴가 보내시길 바랍니다.”
유연서가 내미는 지폐로 닥치게 했다. 역시 돈이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이건 사비 써도 되는 거죠?”
뒤늦게 허락을 맡는 그의 모습에 이 피디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유연서 이름값 덕 좀 보려 했는데, 아무래도 잘못 걸린 거 같다.
“와 우리 그렇게 돌아다녔는데 아직 반도 못 채웠어.”
“수호야, 예산은 어때?”
“조금 아슬아슬해요.”
“그래도 우리 쓸 물건은 다 샀지?”
다들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을 때, 역시 총대를 메는 건 박승환이었다.
“이 피디, 돈 더 줘.”
“가진 예산 안에서 해결하셔야 해요. 그게 규칙이에요.”
“아니,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가이드가 지독하다고 평할 정도로 유연서의 흥정은 완벽했다. 그냥 이 피디가 아슬아슬한 선을 잘 조절해 예산을 짠 것이다.
“오늘은 일단 쉬죠. 내일도 시간 있으니까.”
“그래.”
터덜터덜 방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흘끔 바라본 유연서는 어딘가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들은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입을 멍하니 벌렸다.
“이게 다 뭐에요?”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이 피디를 본 서 작가가 스크립트에 쓰인 도련님 문구를 펜으로 지웠다. 그리고 그 위에 작게 글씨를 썼다. 뛰는 이 피디 위에 나는 유연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