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82)
“너무 촬영에 지장을 주지는 맙시다.”
“······.”
“아셨죠?”
대답하지 못하는 안현성의 어깨를 격려하듯 툭툭 친 유연서가 감독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벽을 망가뜨렸네요.”
“저 정도면······ 적당히 가릴 거 있으니까 괜찮아요.”
교묘하게 카메라에 안 보일 위치였다. 적당히 소품으로 가릴 수도 있는 위치였고.
설마 이것까지 계산한 건가? 생각한 감독이 묘한 얼굴로 유연서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감독은 유연서의 매니저가 그의 허리를 붙잡고 말리는 것을 보고 뭔가 터져도 터지겠구나 예상했다. 의도를 알아채고 멈추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원래는 사고를 쳐야 하는 ‘그 유연서’가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하는 일 말이다. 유연서가 단순 변덕을 부린 거라고 쳐도, 감독의 눈에는 유연서가 촬영장에서 불성실한 행동을 보이는 안현성을 지적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긴 한 사람 때문에 퇴근이 늦어지면 나라도······ 손 감독은 안현성에게 다가갔다.
“현성 씨, 괜찮아요?”
“······네. 감독님.”
“내가 먼저 말렸어야 했는데······ 일단 좀 쉬었다가 합시다.”
전혀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말한 감독이 다른 배우의 촬영을 먼저 준비했다. 안현성은 자신을 향한 시선에 얼굴이 빨개졌다.
“실장님.”
“가만히 있어 봐.”
안현성의 소속사 실장이 표정을 굳히고는 팔짱을 꼈다. 실장급은 원래 신인 배우에게 잘 붙지 않는다. 그만큼 안현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결핍된 사람들’에서 인기를 얻은 안현성 말이다.
실장이 범상치 않은 루키에게 붙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안현성은 특권 의식을 가졌고, 스타 병으로 이어졌다.
‘너무 오냐오냐해줬어.’
하지만 지금 상황에 나서지 않는 것은 유연서가 뒤에 두고 있는 배경이 너무 세서 그랬다. 위협은 했지만, 그렇다고 진짜 때린 건 아니라서 애매하기도 했고. 항의했다가 어떤 방법으로 돌아올지 몰라서 조심스러웠다.
‘조용히 잘 지내다가 갑자기?’
아니, 유연서는 원래 이런 인물이었다.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소문만 믿고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다. 실장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내가 신인답게 행동하라고 했지? 빠져가지고 벌써 스타병 걸려서······.”
되레 핀잔받은 안현성이 입을 꾸욱 다물고 자리에 앉았다.
이태겸이 입을 살짝 벌린 채 자리에 앉는 유연서를 바라봤다. 액션 스쿨에서 봐서 그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지만, 전보다 더 빠르고 위협적인 움직임이었다. 겁을 준다는 게 이런 소리였나······ 겁을 줘도 제대로 줬다.
“와, 너 뭐 한 거냐? 대박.”
“이미지 관리.”
살다살다 이미지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 있네. 이태겸이 허허 웃었다.
‘쟤가 뭘 하든 박 실장님이 무조건 막으라고 했긴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지 않나? 예전에는 어디로 튈지 몰라서 불안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좋은 쪽으로 튀니까 괜찮을 것 같았다. 이태겸은 아까 벽에 박혔던 유연서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너무 기죽이는 거 아냐? 손은?”
“멀쩡해.”
유연서는 손을 들어 이태겸과 임승현에게 보여줬다. 붉은 기 없이 멀쩡했다. 이 정도도 조절 못 하면 바보지.
“저기 실장이 우리 쳐다보는데, 뭐라 하는 건 아니겠지?”
“나를? 어떻게?”
“어떻게······ 못 하지.”
“해봤자 뒤에서 찌라시나 흘리겠지.”
그리고 그건 그가 바라는 일이었다. 본체의 개차반인 이미지를 조금 개선하길 바랐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개선된 걸 바라지 않았다.
요즘 들어 유연서의 재평가라고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는데, 적당히 사고 치는 이미지로 가야 앞으로의 연예계 생활이 편하지 않겠는가. 내 눈치를 봐야 안현성처럼 촬영에 지장을 주는 사람도 없을 거고.
“와 개사이다.”
“너무 과하지 않아요?”
“왜? 나는 좋던데.”
“그래도 그렇지 저러다 진짜 맞았으면 어쩌려고······.”
근처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그가 작게 웃었다. 진짜 맞으면 그건 폭행이지. 원래의 유연서도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
‘진작에 이랬어야 했어.’
유연서는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안현성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무서워할 건 고효준이 아니라 나지.’
그러니까 같잖은 자부심 부리지 말고 촬영에 집중하는 게 좋을 거야. 유연서의 강력한 눈빛에 안현성이 고개를 돌렸다.
“연서 씨.”
그는 감독의 부름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핍된 사람들 시즌 2’의 촬영도 막바지에 달했다. 마지막 즈음에 분량이 많은 유연서는 촬영장에 꼬박 출석해서 이태오를 연기했다.
“밖에 뭐 왔는데?”
“와, 뭐야?”
점심 시간이 되자, 늘 먹던 도시락이나 먹겠지 싶었던 스태프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도련님, 밖에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요? 아, 설마······.”
어쩐지 데자뷰가 느껴지는데······ 유연서는 질린다는 표정을 짓고는 임승현을 따라 촬영장 옆에 마련된 뷔페 차로 향했다.
“······주성 호텔?”
“와 그냥 뷔페도 아니고 호텔 뷔페야?”
“누가 보낸 거래요?”
스태프들이 뛰듯이 걸어갔다. 안부 인사도 밥 먹었냐고 시작하는 한국 사회에서 밥 잘 주면 저절로 신이 나는 법이다.
뷔페차 옆에는 천막을 쳐 식사 공간을 마련했는데,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테이블 위에 스태프들을 위한 목 베개, 와인, 담배 등등 선물도 알차게 준비되어 있었다.
‘비서들 고생 많이 했겠네.’
아버지가 벼르고 있다더니, 진짜로 할 줄이야. 누가 보면 팬이 한 줄 알 정도로 작정하고 준비했다.
“와, 이 와인 비싼 건데······.”
“미친, 명품이 있는데요?”
“진짜?”
게다가 선물도 말단 스태프와 감독, 단역 배우에 차별을 두지 않고 전부 고급품이었다. 다들 감탄해서 사진을 찍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연서 씨, 잘 먹을게요.”
“네.”
“제가 살면서 주성 그룹 회장님의 서포트 뷔페를 받아 보네요.”
“회장님이요?”
손 감독의 말에 유연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버지가 아니고?
유연서는 밖에 설치된 현수막 간판을 확인하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우리 손자 화이팅!
주성 그룹 유창호 회장
“······진짜 할아버지가 한 건가?”
할아버지가 왜 여기서 나오지? 이런 서포트랑 거리가 먼 사람이 바로 할아버지였다. 그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할아버지.”
(드디어 먼저 연락을 하는구나. 제때 준비됐나 보군.)
“이거 뭐에요? 진짜 할아버지가 생각한 거 맞아요?”
(그럼 내가 하지! 누가 해!)
유연서는 귀에서 핸드폰을 멀찍이 떨어뜨려 놨다. 아니, 진짜 믿기지 않아서 그러지.
“아니 할아버지가 왜 이런 걸······?”
(건민이 그 녀석이 하도 자랑하길래 나도 해 봤다.)
틱틱 내뱉는 말투 속에 부끄러워서 헛기침하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아버지한테 안 지려고 보냈다기에는 손자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 촬영 일정을 챙겨 보낸 거로 생각한 그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날이 오네.’
처음에 이 몸에 들어왔을 때 처신 똑바로 하라고 호통쳤던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
(더 할 얘기는 없어?)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기대와는 다른 짧은 대답에 유 회장이 못마땅했지만, 그동안 무뚝뚝하게 대했으니 이 이상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는 연락 없던 손자가 바로 전화를 건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래, 고마우면 오랜만에 집에 들러라.)
“······촬영 끝나면 갈게요.”
할아버지 댁에 있는 별채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이런 걸 받았는데 나중에 간다고 하기도 이상했다. 통화를 끊은 유연서는 사진을 찍자는 이태겸의 말에 현수막 간판 옆에 섰다.
***
유건민은 아들의 SNS에 올라온 서포트 인증 사진을 보고 유 회장의 서재로 달려갔다.
“아버지. 이거 뭐에요?”
“너는 노크도 안 하고.”
뭐라 호통치려던 유 회장은 아들이 내민 화면을 보고 작게 미소 지었다.
“나 참, 별거 아닌 거 가지고······.”
Y__Yeonseo
나보다 돈 많은 사람이 해주는 #서포트#할아버지
잘 먹었습니다.
유건민이 인상을 썼다. 내가 보낼 때는 이런 걸 왜 보냈냐고 했으면서! 무려 글씨도 두 줄! 해시태그가 두 개나! 게다가 사람들의 반응도 유건민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슈☆] 유연서, 가족 사랑 듬뿍 받는 서포트 인증‘결·사’ 제작진의 특별한 서포트 인증 화제···무려 주성 유창호 회장이 보낸 호텔 뷔페
유연서, ‘결핍된 사람들’ 호화스러운 서포트 인증샷
-와 미친 진짜로 유회장이 보낸거임?
-대박이다 진짜ㅋㅋㅋ
-회장님 손자 사랑 스케일ㄷㄷㄷ
수많은 기사와 파생 글이 쏟아져 나왔다. 과장 좀 보태 모든 커뮤니티에서는 유연서와 유 회장의 얘기를 했다.
그동안 근엄한 기사 사진으로만 접하고, 대통령 초청 만찬에서나 볼 수 있지 미디어에 노출이 안 돼서 베일에 싸인 유 회장이 보낸 서포트다. 당연히 반응이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뭐긴 뭐야. 밥차.”
유 회장은 여유롭게 팔짱을 끼고서 대답했다.
“아버지가 이런 것도 보낼 줄 아세요?”
“그게 어렵나? 밑에 애들한테 시키면 되는 거······.”
회장님 지시라고 부리나케 뛰어다녔을 비서실 사람들은 인센티브를 받을 예정이었다. 도련님 덕에 이런 걸 받는다며 좋아하는 반응이 많았다.
유 회장의 앞에 앉은 유건민은 머리를 굴렸다. 아버지보다 더 대단한 서포트를 생각해야 해.
“연서 연예인 하는 거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잠깐의 일탈은 괜찮지 않겠어? 학교 졸업 때까지만 봐 주는 거야.”
“아직도 미련 못 버리셨네. 연서는 하고 싶은 거 하게 내버려 두자니까······.”
“은호 뒷받침할 사람이 더 있어야지! 저번에 방송 보니 일도 잘할 거 같더만.”
아들들이 자신을 도와 회사 일을 한다? 유건민이 헤벌쭉 웃었다.
“남들 앞에서 이런 표정 짓는 거 아니지? 이러니 다들 네가 아들 바보라고 하는 거 아니냐.”
“저한테는 칭찬인데······ 근데, 누구 손님 왔다 갔어요?”
유건민은 아직 치우지 않은 찻잔을 보고 말했다.
“연서가 왔다 갔다.”
“아니 아버지는 그 얘기를 지금 하시면 어떻게 해요.”
“야! 부회장!”
유건민이 벌떡 일어나 서재 밖으로 나갔다. 유연서라면 이미 제집으로 간 지 오래인데······.
“쯧쯧, 아들을 잘못 키웠어.”
별다른 인사도 없이 밖으로 나서는 유건민을 보며 유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결국 허탕친 유건민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연서한테 뷔페 보낸 거 알아요?”
“봤어요. 나도 스케쥴 잡아놨는데. 내일이려나?”
“당신도?”
어쩐지 유연서의 촬영 날 점심 일정이 가득 찼다더니 유 회장도 그렇고 아내까지······ 경쟁자가 많아지는 느낌에 유건민이 눈을 새초롬하게 떴다. 최유진은 폭소했다.
“당신 그건 알아요?”
“뭐가요?”
“은호도 뭐 보낸다고 하던데?”
유은호는 별생각 없이 아버지가 하니까 나도 하나쯤은······ 하는 마음으로 보낸다고 한다. 유건민이 흐뭇하게 웃었다.
“은호가 동생 챙길 줄 아네.”
“아버님이 주성 호텔 통해 보냈으면 아가씨들 귀에도 들어갈 텐데?”
그의 동생들도 재밌어 보이니 참여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유건민은 나라를 잃은 듯 한탄했다.
“······아들 뒷바라지하는 게 내 낙이었는데.”
큰고모인 유민정과 작은고모인 유선영도 소식을 듣고 호화스러운 밥차와 간식 차를 보냈고, 여기에 관심종자 사촌인 박선우까지 커피차를 보냈다. 막무가내로 보낸 터라 돌려보낼 수도 없었다.
‘결핍된 사람들’ 제작진은 일주일 내내 호텔 뷔페와 커피까지 든든하게 마시는 호사를 누렸다. 자연스레 유연서에 대한 스태프들의 태도는 호감 그 이상이었다. 애써 되돌려놓은 깽판 이미지가 물거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