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87)
“트윙클이면 40년 전 아니야? 내가 알 리가 있겠냐? 대표님이면 알 수도 있겠지만······.”
“역시 그렇죠?”
“근데 그건 왜?”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못 들은 거로 해 주세요.”
박 실장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사실 생각할 게 많아서 그랬다. 당장 몇 시간 뒤에 다른 미팅이 있으니까.
‘걔가 알아서 하겠지.’
유연서가 먼저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는데 괜한 오지랖이다. 마음먹으면 대표님한테 알아오라고 시킬 놈인데. 이태겸도 쓸데없는 말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제 입을 철썩 때렸다.
그는 두 실장과 함께 가까운 국밥집에 앉았다. 눈치껏 수저를 꺼내는 이태겸을 보며 박 실장이 입을 열었다.
“걔는 2주 정도 쉰다고 했지?”
“네.”
“걔 쉴 때는 뭐 하냐?”
“저도 잘 몰라요. 집에만 있는 거 같은데.”
집 밖에 나왔다면 어디든 목격담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일도 거의 없었고, 그렇다고 전처럼 번화가에서 머니건으로 현금을 뿌린다든가 본인 소유 슈퍼카를 부수는 일은 없었다.
워낙 어디로 튈지 몰라서 늘 촉각을 곤두세웠던 예전에 비해 차라리 집돌이가 나았다. 물론 그렇다고 안심되는 건 아니지만······ 유연서의 기행을 뒤에서 많이 수습해 본 박 실장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모처럼 쉬는데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지.”
“최근에 섬 갔다왔잖아요. 그래서 별로 내키지 않는 거 같던데요. 아, 그래도 원세븐이나 박민우 이런 사람들이 연락하면 가끔 나가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
“요즘 친하게 지내는 사람 많아요. 진수호나 박승환 이런 사람들이요.”
옆에서 엿듣고 있던 김 실장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트리플 천만 배우 박승환은 검증된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이니 친하게 지내는 투자자들도 많았다. 게다가 인망도 두터운 배우계 대선배라서 실제로도 그의 눈에 띈 신인 배우가 박승환 덕을 보고 이름있는 배우로 성장하기도 했다.
진수호도 2,30대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로, 비슷한 연령대의 주연급 남자 배우들의 출연료는 진수호를 기준으로 책정되고 있었다.
“와, 다 거물들이네.”
“유연서, 걔도 거물이잖아.”
“걔는 밸런스 붕괴 수준이고. 솔직히 가진 거에 비해 얌전한 편이었잖아. 나였으면 권력 휘두르고 남았지.”
김 실장의 말에 박 실장이 피식 웃었다. 이태겸은 놀라서 그들을 쳐다봤다. 유연서가 일 관련으로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뒤에서 수습하느라 정신없는 건 실장들이었다. 이런 관대한 평가를 할 줄이야.
“실장님들은 걔 엄청 싫어할 줄 알았는데요.”
“객관적인 입장에서는 그렇지. 게다가, 걔 견제한다고 의도적으로 소문 키운 것도 있을걸? 가진 배경이 그 정도인데 갑자기 배우를 하겠대, 당연히 자기 밥그릇 뺏긴다고 생각하지 않겠어?”
“아······.”
하긴, 별별 괴소문이 많았지. 이태겸이 고개를 끄덕였고, 박 실장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유연서 주 담당 실장이 아니라서 그래’라고 중얼거리면서.
“그나저나, 걔 주변에 날파리는 여전히 많지?”
“엄청 많죠. 가끔은 제 번호로도 모르는 사람이 유연서랑 다리 놔줄 수 있냐고 헛소리하던데요?”
유연서의 성격이 괜찮았다는 소문이 급물살을 타고 있을 때, 모르는 사람들의 문자와 전화 세례가 폭발한 적이 있었다. 그때가 생각난 이태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타고난 소시민인 그는 이런 관심도 싫었고, 자기는 청탁할 위치도 아니고 일개 로드매니저라 생각해서 전부 무시했었다. 임승현이 믿을만하다고 판단한 것도 이 부분에서였다.
“근처에 안 꼬이는 사람이 없겠지. 요즘 우리 배우들 사이에서도 유연서 소개해 달라는 사람 많은 거 알아?”
“그래? 그 유연서를? 간도 크네.”
“투자자와 친하게 지내면 떨어지는 이득이 많잖아. 성격 나쁜 시절에도 자리 한 번 마련해달라는 애들 몇 명 있었지.”
괜찮은 투자자와 친목을 유지하면서 내가 투자자 끌어올 테니까 이 작품의 이 배역 내가 하게 해줘 라고 요구하는 배우도 있었다. 유연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군침 도는 먹잇감이었다.
돈도 많고 배경도 막강해서 심지어 투자자들마저도 그와 연락하고 싶어했다. 유연서가 성격이 좋았더라면 거의 모든 투자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을 거다.
“에이, 유연서 걔가 누구 소개받을 위치는 아니지. 알아서 모여들 텐데.”
“그렇지.”
“그나저나 이런 대화의 주제가 그 유연서라는 게 놀랍다.”
박 실장은 감회가 새로웠다.
워낙 벽을 세우고 교류하는 사람도 없던 유연서가 동종업계 사람들과의 친목이라니, 크나큰 발전이다. 게다가 그 원세븐이랑은 목격담도 퍼지면서 알고 보니 탈퇴한 게 소속사 탓 아니냐, 혹은 집안의 압박이 있는 게 아니냐라는 가설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런지 유연서의 둘기 이미지도 한풀 벗겨졌다. 물론 유연서는 둘기 이미지에 신경 쓸 사람이 아니지만······.
“그러고 보니 그건 어떻게 됐어?”
“뭐가?”
“주성 쪽에서 뭐 왔었다며.”
“아······.”
두 실장의 대화에 이태겸이 고개를 들었다.
“뭔데요?”
“아니, 걔 퇴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성 쪽에서 요청이 왔거든.”
유연서에 대한 이미지 훼손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며 정중하게 요청했다. 한 대표는 이때다 싶어서 손수 수집했던 유연서에 관한 악의적 루머 유포와 과도한 악성 댓글을 보냈다. 유연서가 나중에 ‘안 되겠다. 그냥 다 쓸어버리자.’ 라고 할 때를 대비해 차근차근 수집했던 것들이었다.
“진짜요?”
유연서 걔는 모르는 눈치던데? 이태겸이 입을 멍하니 벌렸다. 하긴, 매니저를 집에 초대해 시험할 정도로 극진하긴 했다.
“요즘 그런 글 눈에 안 띄는 거 보니까 열일 하시나 보더라. 사실 우리가 해야 했는데 걔가 워낙 고집이 세서······.”
박 실장은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너는 일 하는데 어려운 건 없고?”
“없죠. 솔직히 저 혼자면 힘들 거 같은데 형님 한 분 있으니까······.”
“아, 그 비서.”
김 실장도 알고 있을 정도로 임승현은 유명했다. 사실, 유연서의 개인 비서 자체가 유명하다. 박 실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태겸을 바라봤다. 그 시선의 의미를 모르지 않는 이태겸이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고 비서 형님이 제일까지 해 주는 건 아니고요. 오로지 유연서, 걔가 시킨 일만 하시죠. 그냥······ 옆에 있기만 해도 든든한 느낌 뭔지 아세요?”
“알 거 같다. 덩치 엄청나잖아. 나는 경호원인 줄 알았다니까.”
“어릴 때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다는데요?”
“역시, 운동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
박 실장이 생각하기로 임승현은 아예 다른 회사 소속의 외부인이나 다름없었다.
“추가로 스태프 필요하면 얘기해.”
“걔한테 한 번 물어볼게요.”
“그래. 일단 먹자.”
역시 동종업계 사람들끼리 모이니 할 말이 많았다. 뚝배기에 코를 박고 순식간에 국밥을 해치운 그들이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요즘도 네가 대본 갖다 줘?”
“네.”
골라서 갖다 주긴 하는데 거의 퇴짜를 맞았지만. 이태겸이 한숨을 쉬었다. 그냥 유연서가 회사로 가서 골라오는 게 나았다.
“그거 일단 중단해 봐.”
“왜요?”
“슬쩍 흘렸으니 저쪽에서도 반응이 오겠지. 그래도 드라마보단 영화가 더 좋지 않겠어?”
제작사에 은근슬쩍 말을 흘렸으니, 아마 내일쯤에는 모든 제작사에서 소문이 돌 것이다. ‘그 도도한 유연서가 작품 봐서 투자도 하고 출연료도 내릴 거다’라고. 그 정도로 영화판은 좁았다.
“드라마랑 영화랑 차이가 있어요?”
“아무래도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이거로 쳐 주지.”
박 실장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뭐, 급 나누는 거에요?”
“그렇지. 요즘은 덜하긴 한데, 그런 인식이 없는 건 아냐. 당장 방금 미팅했던 윤정우도 영화 순수 혈통이라 다른 출신들은 대놓고 무시해.”
“그거 좀······ 무슨 소설도 아니고.”
“재수 없지?”
그 말에 이태겸의 말문이 막혔다. 두 실장은 이태겸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근데 우리 이런 얘기 해도 돼요?”
“우리끼리니까 하는 거지. 원래 매니저들끼리 이런 얘기 하는 거야.”
그런 건가. 이태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거북함이 들었다.
***
한 편, 이태겸의 전화를 받았던 유연서도 생각에 잠겼다.
‘내가 요즘 신경을 안 쓰긴 했지.’
본체가 정해놓은 메뉴얼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사실 유연서가 가진 비밀에 집중하느라 생각도 못 한 게 컸다.
투자도 마찬가지였다. 임승현에게 ‘이거 이거에 돈 넣어 보자’ 라고 말하는 정도? 적당히 아랫사람을 시키면서 주기적으로 받아보는 투자 리포트가 있기는 하지만 적극 나서지는 않았다.
‘투자자 선에서 좋은 작품을 먼저 선점할 수 있잖아.’
굳이 소속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걸 왜 지금 생각했을까. 그가 제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사실 자세히 알아볼 것도 없었다. 이미 그에게 들어오는 작품이 많아서 거기서 고르기만 했으면 되니까. 의외의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있지만, 백산예술대상 이후 상 욕심이 생긴 지금, 수상할 가능성이 높은 거장의 작품에도 욕심이 생겼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최유진에게 물어볼까? 싶던 그는 마침 울리는 그녀의 전화에 작게 웃었다.
(연서야. 밥 먹었어?)
“네, 어머니는요?”
(이제 먹으려고. 너 쉰다며? 언제 한 번 회사 놀러 와.)
“내일 갈게요.”
(그렇게 빨리 결정해?)
“아, 시간 안 되세요?”
(아니! 좋아!)
최유진은 혹여 유연서가 말을 뒤집을까 봐 다급하게 대답했다.
(근데 너 요즘 전략 바꿨니?)
연기력이 달리니 출연료라도 올려보겠다는 본체의 고집을 ‘전략’으로 포장해주다니. 참 영광인데. 유연서가 작게 웃었다.
“그게 벌써 퍼졌어요?”
(그쪽에 아는 사람이 있거든. 인맥 관리는 중요하지.)
“그냥 이제는 검증된 사람 작품에도 들어가고 싶어서요.”
(하긴, 네가 언제까지 신인 작품만 할 순 없지.)
“인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다른 투자자들과도 친하게 지내세요?”
(그런 편이지. 업계 소식 알기도 좋고.)
오, 좋은데. 이제 어떻게 운을 뗄까 고민하던 유연서의 귓가로 최유진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이참에 너도 우리 모임에 오지 않을래?)
“저도요?”
이렇게 원하는 답이 빨리 나올 줄 몰랐다. 유연서는 모르는 척 대답했다.
(네가 뭐 어때서. 우리랑 하는 일은 똑같잖아.)
“저야 좋죠. 너무 임승현 씨한테 시키는 것도 좀 그렇고······.”
(그럼, 네가 내 회사 물려받으려면 직접 몸을 움직일 줄도 알아야지.)
“농담하지 마세요.”
(나는 진심인데?)
근황 얘기를 조금 하다가 통화를 끊은 유연서가 침대에 누웠다. 태블릿 패드의 화면에는 그의 이름을 검색한 결과가 나오고 있었다.
-요즘 유연서 까글 엄청 줄었네
소속사 고소함?
└아니 그런 공지는 없던데
└어느샌가부터 없어짐
└솔직히 이게 정상이지 까글 없다고 확인하는 글은 뭐냐?
-유연서는 돌출신이냐 아니냐?
└또 나왔다 유연서 출신얘기
└주성 출신인데요
-요즘 유연서 내꺼라고 소유권 주장하면서 유사연애 시동거는거 개불편함
작작해라 오늘도 너무 힘들다고 머리아프다는 거 약 먹이고 한참을 달래줬다. 지금 내 옆에서 오랜만에 잠드는 거 보고 마음이 찢어진다. 세상이 우리 연서를 품기에는 많이 좁다는걸 느꼈어. 에휴ㅠ 어쩔 수 없지 내가 잘 달래주고 보듬어주는수밖에ㅠㅠ
그러니까 우리 연서 생각해서라도 다들 적당히 해라 우리 연서는 내가 좋대
└ㅅㅂㅋㅋㅋㅋㅋㅋ
└ㅗㅗㅗ
└도련님 그런 일이 있었네요ㅠㅠ 제가 보약 한첩 지어드릴게요ㅠㅠ
└└고마워요 형님 아주버님은 건강하시고요^^?
└윗댓 뭐하냐? 역할극하냐?
└지랄났다 지랄났어
└응 아니 우리 연서 내 옆에서 자기야 이런 글은 왜 쓸까? 이러고 있는데?
-지금 유사연애플 왜 돌았어?
뭐임? 유연서 뭐 터짐?
└결사 들어갔던 단역배우가 유연서가지고 유사연애 먹음
└엥? 그게 가능함?
└배우 태그걸고 어그로 끌던데
└결사 서포트 받은거랑 좀 잘해준거가지고 럽스타마냥 쓰던데
└└주작아니고?
└└└지금은 글삭했는데 캡쳐 남아있음
하여간 조상님들 재밌게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