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88)
“됐나?”
시청자수가 빠르게 올라가고 채팅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박선우가 카메라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를 찍는 촬영기사는 같은 과 동기이자 한국대 재학생으로, 박선우가 흔드는 월급에 낚인 사람이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여러분이 기다리시는 경영학과는 맨 마지막에 갈 거에요.”
-에이 뭐야
-ㅅㄱ
-좀이따 보러옴
-오빠 그냥 경영학과 먼저가요
-여기 한국대 축제 궁금해서 온사람 없는데ㅋㅋ
-유연서가 궁금해서 온 사람 손!
-나
-나나
박선우가 울상을 짓자, 누군가 멤버십 채팅으로 ‘나는 우리 선우 보러 왔다’며 그를 격려했다. 사실 시청자들은 박선우의 반응이 재밌어서 더 약 올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어어! 잠깐잠깐! 나가지 마세요! 저기 세븐쥬얼 공연한다!”
일곱 명의 여자 아이돌이 무대에서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박선우 놀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세븐쥬얼 별로 안궁금함
-서누야 우리형 보여줘
-경영 언제감?
-서누야 감 떨어졌냐?
가장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와야지. 박선우는 꿋꿋이 무시하고 한국대 캠퍼스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축제를 소개했다.
“자! 드디어 마지막! 여러분이 원하시는 그분!”
-오 드디어
-빨리가자
-ㄱㄱㄱㄱㄱㄱㄱ
박선우가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는데 인파가 꽤 많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이 인파는 한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연서 형네는 주점 한다고 했는데······ 설마 저 사람들 다 주점 가는 사람들 아니겠죠?”
“맞는 거 같은데?”
촬영기사인 동기가 대답했다. 박선우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100만 마이튜버라서 그런지 지나가면서 구독자와 많이 마주쳤는데, 왠지 이곳에도 구독자 한 명쯤은 있을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혹시 경영학과 주점 가는 거에요?”
아니나다를까 눈이 마주치자마자 발을 동동 구르는 한 사람의 앞에 슬며시 다가갔다.
“네!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혹시 이 사람들 다······?”
“아마 그러지 않을까요?”
“와······.”
대답해준 구독자와 사진을 찍어준 박선우가 사람들을 따라 경영학과 주점에 도착했다.
-와 사람 몰린거 봐
-ㅁㅊ
“연서 형은 늘 사람이 밀집된 곳에 있죠.”
주점 앞 의자에 유연서가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등받이도 없는 플라스틱 의자였는데, 그가 앉은 의자는 등받이가 있는 의자였다.
주변을 둘러싸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익숙한지 유연서는 한 손으로는 무심하게 땅에 세워둔 피켓을 넘어지지 않게 잡고 있었고,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형!”
몰린 인파 사이를 헤집고 가다가 포기한 박선우가 손을 크게 흔들었다. 유연서가 고개를 들었다. 어디서 소식을 듣고 왔는지 박선우의 실시간 라이브 시청자수가 폭증했다. 채팅창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갔다.
“왔어?”
“와, 뭐야. 여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내가 있어서.”
뻔뻔하게 말하며 씨익 웃는 제 사촌 형을 보고 박선우가 입을 다물었다. 도저히 반박할 수 없다. 게다가 유연서가 웃자마자 다들 동시에 감탄을 자아냈다.
아까 세븐쥬얼이 공연한 것보다 사람이 더 몰린 것 같다. 물론 아까는 남자들이 대다수였다면, 여기는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특이점이 있지만.
-와 얼굴
-개잘생김
-와
-ㅁㅊ
자리에서 일어난 유연서가 안쪽으로 고갯짓했다.
“들어와. 네 자리 빼놨어.”
박선우는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를 찍는 카메라맨은 잠시 머뭇거렸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들만 특혜를 받은 거 같아서였다. 실제로도 기다리던 사람 중에는 공격적인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쟤는 이게 익숙한 사람이구나.’
새삼 친한 동기인 줄 알았던 친구와의 격차가 생각나 씁쓸하게 웃었다.
“근데 형은 뭐 하는 일 없어?”
“나는 저기 가만히 앉아있어도 된다던데? 가끔 서빙 도와주고.”
“아······.”
서빙과 호객을 이 형한테 맡기면 당연히 사람이 몰리지······ 역시 경영학과라 그런가 연예인 유연서를 활용할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골목상권 파괴자ㅋㅋㅋ
-와 이건 심했다
-선넘었네;;
-다른데서 주점하는 한국대생인데 경영 너무한거 아니냐 우리주점에 사람이 안옴ㅠㅠ
-이거 공정위감임 ㄹㅇ
-아니 대기업이 오면 어떡해요ㄷㄷ
다들 원성이 자자했다. 밖에서 앉아있기만 해도 저절로 호객행위를 하던 유연서가 안으로 들어오자, 주점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에게로 향했다. 다들 그의 얼굴을 보느라 침묵했고, 주점 안에는 한때 침묵이 흘렀다.
진짜 영향력 대단하네 박선우가 허허 웃었다.
“형, 손님 오셨어요?”
“내 사촌 동생.”
“와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사람의 이름은 구효신, 조별 과제 때 유연서에게 100만 원을 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 뒤로도 유연서와 같은 조를 하기 위한 쟁탈전에서 승리한 사람 중 하나였다.
“저 지금 라이브 중인데 얼굴 나와도 돼요?”
“상관없어요. 시청자들이 뭐래요?”
“경영 사탄이냐는 데요?”
엿듣고 있던 다른 경영학과생들이 푸핫, 하고 웃었다.
“솔직히 이 형을 주방에서 요리시키고 이러는 건 낭비 아니에요? 그렇죠?”
“다들 연서 형 보려고 오셨을 텐데, 기대에 부응해 드려야죠.”
훈훈한 분위기에 박선우가 입을 멍하니 벌렸다. 뭐지? 엄청 친해 보인다?
사고 전 유연서였더라면 이런 자리에 오지도 않았겠지만, 유연서의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피하기 바빴다. 어떻게 불똥이 튈지 몰랐으니까.
“오······ 의외네.”
박선우가 작게 중얼거렸다. 기억상실트럭이 아니라 성격개조트럭에 치였나? 싶은 생각을 하다가 제 머리를 때렸다. 목숨이 왔다갔다했는데 이런 가벼운 생각을 하는 건 실례지.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쟤 가끔 저래요.”
카메라맨이 대신 대답했다.
유연서는 1년에 한 학기는 다니고 한 학기는 휴학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사실 촬영 때문에 드문드문 출석했지만, 대체 과제로 메꾸고 있었다. 하지만 겉돌지는 않았다.그의 근처에 사람이 끊이지 않아서 저절로 아는 후배들이 생겼다.
“뭐 먹을래?”
박선우는 자연스럽게 주문을 받는 사촌 형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그 연서 형이 대학 축제에도 참여하고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융화되다니······ 새삼스러웠다.
“······왜 그렇게 봐?”
“아니, 신기해서. 나는 파전! 너는 뭐 먹을래?”
카메라맨인 동기의 주문까지 마친 박선우는 아예 자기를 안 담아도 된다고 선언했다. 매정한 동기는 카메라를 홱 돌려 주방으로 들어가는 유연서의 뒷모습을 찍었다.
-서누 채널 뺏겼어ㅠㅠ
-얼굴 대박
-와
-본격 게스트만 화면에 나오는 방송ㅋㅋㅋㅋ
-몸 비율 뭐야?
-그냥 흰셔츠 검은바지인데 장난아니네ㅋㅋㅋ
채팅창에서는 아직도 유연서의 얼굴 찬양이 한창이었다.
“근데 형 요즘 뭐 해? 바쁘지 않아?”
“촬영 끝내고 쉬고 있는데.”
“오, 그러고 보니 머리 짧아졌네. 아깝다······ 잘 어울렸는데.”
“귀찮아서.”
유연서는 ‘결핍된 사람들’에서 이태오 역할 때문에 붙였던 머리를 떼 버리고 짧은 머리로 돌아왔다.
“그럼 계속 쉬는 거야? 형 그럼 내 채널에 한 번 더 나와주라.”
“그럴 시간은 없는데.”
“어? 왜? 보통 몇 개월은 쉬지 않아?”
박선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연서는 그 질문을 무시하고 사진을 요청하는 학생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돌아왔다.
“계속 쉬는 건 아니고, 이번 주만. 슬슬 차기작 들어가야지.”
“이 형도 일하기 싫어하게 생겨서는 진짜 소처럼 일하죠?”
박선우가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차기작??? 차기작이라고????
-다음역할은뭔데?
-서누야 다음작 뭔지 스포해달라고 해줘!
소식을 듣고 온 유연서의 팬클럽, 러브 레터가 흥분해서 질문하는 게 절반 이상이었지만, 박선우는 기분 나쁘지 않았다.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가 바로 유연서가 게스트로 나오고부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작은 뭐야?”
유연서는 작게 미소 짓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
“유연서, 유연서라······.”
2020년 하반기 기대작 ‘악귀’의 최상훈 감독은 제작사와의 통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유연서는 예전에 신선하다고 평가했던 퇴마 드라마에 출연을 확정했다. ‘악귀’속 유연서는 사이비 종교에서 일어나는 영적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교황청에서 한국으로 파견 나온 구마사제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왜 그렇게 죽상이세요?”
“트라우마가 생각나서.”
“트라우마?”
“유연서 말이야.”
“아아······.”
최상훈 감독은 조연출이 사온 냉커피를 쭉 들이켰다. 그는 유연서와 이선자가 모자지간으로 나왔던 ‘인형’의 연출을 맡았었다.
“내가 ‘인형’ 했을 때 얼마나 개 고생했는지 알아?”
“그건 감독님이 너무 패기 넘쳤잖아요.”
“그건······.”
“할 말 없으시죠?”
갓 신입 딱지를 뗀 감독이었던 그는 제 드라마에 유연서가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에 다른 감독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유연서라고? 당장 같이 하자고 해!]일단 부족한 제작비가 채워진다는 기쁨이 있었고, 발연기로 유명한 배우를 내 디렉팅으로 완전히 바꿔보겠다는 야심이 있었다.
감독의 디렉팅에 따라 배우의 연기가 숨겨지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한다. 연기 경력 없는 아이돌 출신이나 연기를 잘 못 하는 신인 배우를 잘 버무려서 극찬을 받은 감독도 있었는데, 최상훈은 이 감독을 벤치마킹해서 그 발연기 유연서를 내가 바꿔놓겠다는 열의에 불타 있었다.
[연서 씨, 거기서는 이렇게 해 보는 게 어때요?] [연서 씨······ 그게 아니라······.] [컷! 잠시만요 연서 씨, 여기서는 좀 더 애절하게······ 내가 먼저 보여줄게요.]하지만 어떻게 디렉팅해도 유연서의 발연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이상하게 변했는데, 감독이 점점 요구하는 게 많아지자 유연서는 짜증을 냈다.
[감독님, 이대로 하시죠? 왜 배우가 아니라 감독이 연기 병에 걸리셨어?] [작가님도 가만히 있는데 감독님이 왜 나서세요. 짜증 나게.] [아, 내가 싫다고! 이 정도면 됐지 촬영을 또 해? 시간 많나 봐?]영화에서는 투자자의 입김이 센 데 반해, 드라마에서는 작가의 입김이 세다. 물론 이것도 유명 작가 한정이었다. 당시 작가는 신인 작가라 발언권이 그리 세지 않았다. 다음 회 대본 작성하느라 촬영장에 별로 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사전 제작 드라마가 아니라서 촬영 시간도 촉박했다. 대충 그림이 나오면 바로 다음 장면을 찍어야 했기 때문에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물러났고.
[내가 실패하다니······!]‘인형’은 유연서의 역대급 발연기로 마이튜브에 박제되었다. 최상훈의 높은 자존심이 꺾였고 그 뒤로 그는 겸손함을 마음에 품고 살았다.
“저는 솔직히 다행이었어요. 그때 감독님은 좀······ 재수 없었거든요.”
“야.”
“그래도 거절하진 않을 거죠?”
“거절? 누가 감히 유연서를 거절해. 미팅에 레드 카펫이라도 깔아야 할 판인데.”
개인적인 일은 개인적인 거고, 연기력이 준수해진 유연서는 요즘 캐스팅 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다. 그 진수호가 한풀 꺾일 정도였다.
“보도 자료 뿌린 건 반응은 어때?”
“난리 났죠. 유연서와 신부 조합이잖아요. 비주얼 끝장이지.”
조연출이 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팬들은 벌써 이런 것도 만들었어요.”
그가 핸드폰 화면을 최성훈에게 보여줬다. 유연서의 얼굴과 사제복을 합성한 사진이었다.
“······잘 어울리긴 하네.”
“성스러운데요.”
유연서와 성스러움이라니······ ‘인형’때를 생각하면 퍽 어울리지 않는 단어지만 비현실적인 외모 덕분에 정말 잘 어울렸다.
최상훈 감독은 자신이 연출할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다시 살폈다. ‘악귀’의 주연은 3명이다. 한 명은 해결됐으니 남은 두 주연을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그럼 나머지 배우가 문제인데······.”
“아, 그것도 문제없을 걸요?”
“왜?”
“유연서가 한다니까 연락 장난 아니게 많이 온대요.”
“······허.”
예전이었다면 다들 피하기 바쁠 텐데,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