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91)
유연서는 촬영 중간 대기 시간을 이용해 이틀 전 방송됐던 1,2회를 다시 보기로 시청했다. CG 처리 때문에 절반 정도는 사전 제작을 하고 있지만, 촬영이 워낙 바빠서 본방송을 챙겨볼 여유는 없었다.
“오······.”
화면은 악마를 상징하는 물건과 성경, 피에 젖은 십자가를 보여준다. 성가와 함께 무언가 긁히는 소리가 들리는데, 마치 귀신이 속삭이는 듯한 음성 같았다.
악귀
마치 물에 흩날리는 것 같은 타이포그래피와 신비롭고 음산한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고 화면이 암전된다.
-1992년 6월 6일-
첫 회부터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는 기조의 최 감독은 첫 장면을 흑야교의 악마 숭배 의식을 보여주면서 공포감을 키웠다.
마치 무당이 신 내림 받듯 덜덜 떨면서 이상한 주문을 외는 제사장, 제단 위에 몸을 결박당한 사람이 벗어나려고 몸을 버둥거린다.
(으, 으아아아악!)
제물이 된 사람의 몸에 불이 붙었다. CG에 꽤 공을 들였는지 그래픽 티가 나도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다.
끔찍한 비명이 공간을 채운다. 사람이 불에 타 죽고 있는데 미동도 없는 교인들, 의식에 실패해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 제사장. 화면이 검게 변하면서 기괴하고 섬뜩한 죽음의 소리만 들린다.
그리고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줄어든 화면 비율과 누리끼리한 색감이 1992년보다 더 과거로 온 듯 보였다.
(엄마가 없으면 출생 신고 자체가 안 됩니다.)
(아빠는 있잖아요! 도대체 왜 안되는데요!)
(법이 그렇게 되어 있는데 저한테 왜······ 하아······ 다음 분 오세요.)
주민 센터의 직원은 ‘아 이 사람 또 왔네······ 귀찮게.’와 같은 태도로 일관했고, 절박한 남자는 쫓겨나듯 밖으로 나간다.
주민등록 번호를 받을 수 없으니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는다. 어린이집도 학교도 다닐 수 없다. 라파엘의 아버지는 법원 앞에 1인 시위를 한다.
(저런, 딱하기도 하여라.)
(저희는 흑야교의 교인입니다.)
(교인이 된다면 저희가 힘써 드리겠습니다.)
아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라파엘의 아버지 서사가 잠깐 나와 그가 흑야교에 몸을 의탁하게 된 계기를 보여준다. 갓난애를 키우느라 일도 구하기 쉽지 않았던 라파엘의 아버지는 흑야교가 주는 지원에 신실한 교도가 되고, 악마 의식의 제물로서 제단에 눕는다.
(으아아아아악!)
(이런, 또 실패인가······.)
(아빠!)
불에 타고 있는 라파엘의 아버지, 마치 실패작을 보는 듯 실망한 눈빛의 제사장. 그의 어깨너머 울부짖는 어린 라파엘이 보인다.
이어서 두 아이를 데리고 탈출하는 여성의 모습이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아이와 아기는 베드로 신부에게 발견되어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애는 어딨어?)
(······.)
미끼가 된 레오의 어머니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다.
(어쩔 수 없지, 일단 데려가.)
(이, 이거 놔!)
그리고 레오의 어머니는 또 악마 의식의 제물이 되었고 제단 위에서 쓸쓸히 사망한다. 그리고 화면이 바뀐다.
성당 안에서 수녀가 타준 코코아를 마시는 라파엘, 베드로 신부의 품에 안겨 잠에 취한 아기. 밖에는 비가 내린다.
-2020년 현재.-
-오 영화같음
-분위기 장난아니다
-근데 단역들 연극톤 넘 어색한데ㅋㅋ
-나지금 틀었는데 유연서 나왔음?
-공포라더니 별로 안무서운듯?
앱을 통해 본방을 시청했던 시청자들의 채팅을 다시 보기 하는 서비스도 있었다. 거슬려서 끌까 하던 유연서는 당시 시청자의 반응을 알고 싶어서 일단 내버려두기로 했다.
노상구 성베드로 성당 저소득층 점심 나눔
가상의 도시 노상구, 검은 사제복을 입은 서하준은 김레오가 되어 밥투정을 하는 아주머니와 승강이를 벌인다. 그리고 그를 제지하는 베드로 신부, 티격태격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날카롭지 않았다. 마치 격 없는 부자 관계를 보는 것 같았다.
(신부님?)
(어? 어어······ 그러게.)
TV 화면 속에는 사건 현장을 보여준다. 자연 발화한 사람이 쓰러진 장소에는 마치 악마의 형상 같은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 베드로 신부가 멍하니 그것을 쳐다본다.
(불이, 불이 안 꺼져요!)
(신부님!)
그리고 불타는 사람이 나타나 성당은 혼란에 빠진다. 비명과 불을 끄려고 노력하는 베드로 신부.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불타는 남자를 피해 뒷걸음질치던 김레오는 뒤로 털썩 주저앉는다.
(뭐, 뭐야······.)
그리고 김레오의 앞에 쓰러진 사람의 모습을 항공뷰로 보여준다. 경찰 통제선이 쳐지고 경찰과 구급대원이 오가는 모습을 빨리 감기 형식으로 보여준다.
(서울, 노상구에서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달아난 용의자를 추적 끝에 검거했습니다.)
(한 부부가 6살 아들을 무참히 폭행하고 학대 방치 끝에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미성년자를 집으로 유인해 성범죄를 저지른 40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노상구 근처에서 발생하는 기괴한 사건이 뉴스 앵커의 음성으로 내래이션이 깔린다. 조사가 끝나고 시신이 수습된 성당 앞마당에는 검은 그을음이 남았다. 베드로 신부가 봤던 TV 화면의 그을음과 똑같은 것이.
베드로 신부는 일련의 사건이 악마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교황청에 도움을 요청해야겠습니다.)
공포 장르는 연출을 많이 타는 장르답게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화면도 어두컴컴한 게 대부분이었는데, 그렇다고 마냥 어둡지만은 않았다.
흑야교 장면에서는 극단적으로 어둡게, 성당은 밤 배경임에도 가로등과 성당 내부의 불빛으로 밝고 따뜻하게. 마치 선과 악, 어둠과 빛의 차이를 보여주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구마 사제 중 최고라더군요.)
그리고 이 밝기 대비는 베드로 신부의 내래이션과 함께 등장한 유연서의 뒷모습에서 극대화됐다.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바티칸의 교황청 건물이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배경은 당연히 CG였다. 유연서는 크로마키 사이에서 라파엘 신부를 연기하며 차분하게 걸어가야 했다.
(*신부님.)
성스러운 분위기의 복도에서 사제복을 입은 한 남자가 발걸음을 멈춘다.
-유연서 나오나
-와 등빨ㅁㅊ
-대박
-와 ** 후광
채팅창이 폭발적으로 올라간다. 다들 감탄사로 욕을 하는지 채팅장은 특수문자가 가득했다.
유연서는 화면 속 자신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원래 저렇게 밝았었나? 어차피 배경은 CG를 줄 거라 조명을 세게 주진 않았던 거 같은데.
‘반사판이 많긴 했지······.’
걸음을 멈춘 라파엘 신부가 뒤를 돌아본다. 쏟아지는 하얀 빛 때문에 살짝 가려진 얼굴이 점점 선명하게 드러난다.
따로 화면에 특수효과 처리도 한 것 같은데? 유연서는 화면 속 자신에게 쏟아지는 성스러운 연출에 헛웃음이 나왔다.
-와 미쳤다 날개 어디갔냐
-진짜 돌았다
-신부님 너무..너무 좋아요..
-연서야 날개 뜯겨서 지상으로 추락한 거니ㅠㅠ?
-어디가 좋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싶은데 그냥 좋다는 말밖에 안나옴ㅠㅠ
(*한국? 한국이라······.)
여기서 유연서는 표정 연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반가움과 서러움이 공존하는 미묘한 미소.
의도한대로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그가 재생 바를 옆으로 옮겼다. 도저히 이런 연출 속 자신의 모습을 더는 보기 껄끄러웠다. 주접을 떠는 시청자의 채팅도 보기 힘들었고.
그리고 1회에서 라파엘 신부가 나오는 장면은 이게 끝이었다.
근처에서 벌어지는 자연 발화 사건과 범죄가 악마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확신한 베드로 신부는 라파엘이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 퇴마 의식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다.
(갑자기 성수는 왜 이렇게 많이 만들어요?)
(필요할 일이 있을 거야.)
(나 참, 별일이네.)
그리고 또 뉴스 앵커의 내래이션, 점점 발생 빈도수가 높아지는 자연 발화 사건과 기괴한 범죄 행각. 아직 라파엘의 소식은 없었다.
이 사건을 알면서 가만히 있는 것은 베드로 신부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혼자서라도 구마를 하겠다고 결심한 베드로 신부, 그리고 그걸 이상한 듯 바라보는 김레오를 보여준다.
(그래 이 문양······ 아프리카에서······!)
베드로 신부는 사람이 불타 죽은 자리에 있던 문양이 노상구의 외곽에서 본 이단 종교의 문양과 비슷함을 눈치챈다. 그렇게 흑야교의 배후를 캐던 베드로 신부는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머리를 맞아 정신을 잃고.
(시, 신부님.)
(레, 레오······.)
그의 몸에 꺼지지 않는 불꽃이 몸에 붙는다. 마침 베드로 신부가 성당에 오지 않아 찾으러 다니던 김레오가 이를 목격하고.
(신부님!)
(도······ 망쳐······.)
그는 불을 끄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베드로 신부는 혹여 김레오에게 피해가 갈까 봐 고통 속에서 말을 쥐어짠다.
(어서······!)
(싫어요!)
(피해······.)
김레오는 포기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베드로 신부는 마치 실이 이어진 인형처럼 힘없이 엉거주춤 걷는다. 마치 다른 사람이 조종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베드로 신부를 조종하는 무언가는 유일한 목격자를 없애기 위해 김레오의 양어깨를 붙잡는다. 불은 김레오의 몸에 옮겨붙어야 하는데······.
(뭐, 뭐야······.)
불이 뜨겁지 않았다. 김레오가 놀란 눈으로 제 어깨에 맴돌다 사라지는 불길을 바라본다. 불타는 베드로 신부의 눈동자에서도 한 줄기 빛이 반짝이다 사라진다.
다분히 의도적인 연출에 유연서가 미간을 좁혔다. 희망을 나타내는 걸까? 그렇다 치기엔 찰나의 빛은 불길에 잠식되는 것처럼 보였다. 관찰력이 좋은 사람만 발견할 수 있는 하나의 떡밥이었다.
(신부님!)
불은 김레오에게 옮겨져 공기중으로 흩어진다. 하지만 중증의 화상을 입은 베드로 신부의 모습에 김레오가 크게 소리친다.
(내······ 책상, 서랍······.)
(책상 서랍. 네 알겠어요. 말하지 마세요.)
힘없이 쓰러진 베드로 신부의 그을린 손이 김레오의 손목을 잡는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구급차를 부르려던 김레오가 행동을 멈추고 베드로 신부의 타버린 얼굴을 쳐다본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두 떨어진다.
(레오야······.)
(네, 네 신부님. 제발······.)
(내······ 아······.)
하지만 끝내 말하지 못한다.
(신부님?)
이미 숨이 끊어졌는데 차마 정신 차리라고 몸을 흔들 수 없었다. 불에 타서 아플까 봐 그런 것이다. 어찌할 수 없이 손만 덜덜 떨던 김레오는 고개를 숙여 베드로 신부의 가슴팍에 이마를 댄다. 그리고 울부짖는다.
1회의 마지막, 성당에는 베드로 신부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한 장례식을 시작한다. 조문객 중에서는 밥맛이 이상하다고 투정부렸던 외제 차 아주머니도 있었지만, 김레오는 신경 쓰지 않는다.
김레오는 마지막까지 베드로 신부의 옆을 지켰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사람 없는 고요한 성당의 문을 열고 사제복을 입은 라파엘 신부가 들어온다. 화면은 유연서의 발끝에서 점점 올라와 그의 얼굴을 비췄다.
망연자실한 채 고개를 숙이던 김레오가 기도하는 라파엘을 멍하니 쳐다본다. 초췌한 얼굴, 너무 울어서 빨갛게 물든 눈가 주변. 처량해 보인다.
(······누구시죠?)
김레오가 알기로는 베드로 신부 근처에 이런 잘생긴 신부는 없었다. 라파엘 신부는 나지막하게 대답한다.
(교황청에서 왔습니다.)
(네?)
(베드로 신부님의 요청에 왔는데······ 이미 늦었군요.)
참담한 표정의 라파엘이 김레오의 앞에 섰다.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복잡미묘한 표정에 김레오의 행동이 잠시 멈칫한다.
(어쨌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신부님은 누구······.)
(라파엘, 라파엘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라파엘, 라파엘 신부. 김레오는 베드로 신부의 유언을 따라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편지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베드로 신부님의 편지입니까?)
김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파엘 신부가 김레오의 손에 든 편지를 가져가려고 할 때, 김레오는 손가락에 힘을 꽉 쥐었다.
라파엘이 고개를 들어 김레오와 시선을 마주한다. 그의 초췌한 얼굴에서는 한줄기 의지가 감돈다. 베드로 신부를 이렇게 만든 범인이 있을 거라는 의심, 그리고 그들에 대한 투지였다.
(우리 신부님이 뭘 요청했습니까?)
(······신부님은 알 것 없습니다. 편지 주시죠.)
하지만 김레오는 자존심을 벗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는 여전히 손에 힘을 꽉 쥐고 절박하게 말한다.
(저, 저도······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
그런 김레오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라파엘 신부. 마주한 두 사람의 사이에는 창문 사이로 비추는 붉은 노을빛이 그들을 감싼다. 그리고 1회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