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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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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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191. 평소에 좀 잘하지 그랬어.
쯔억!
주먹질 한 방에 가슴뼈가 함몰했다. 내장은 압착기에 눌린 듯 터졌고, 등줄기 척추는 마디가 모두 동강 났다.
입과 코, 귀에서 피를 흘린 헌터는 그대로 절명해 쓰러졌다. 그 주변으로 모습만 다른 같은 결과물들이 차가운 땅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 아직 이 풍경에 녹아들지 않은 생존자들은 싸움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해야만 했다.
“튀어!”
그 외침과 동시에 수십 명의 헌터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고르는 이를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땅에 강하게 발을 굴렀다. 사나운 기세가 휩쓸었다. 헌터들의 발이 묶였다. 일부 헌터들은 도망쳤다. 하지만 멀리 가지 못했다. 누군가가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
“주, 주세아…….”
“날 알아보다니. 나도 많이 유명해졌나 봐?”
폭군을 피했더니 이번엔 마녀였다.
헌터들은 살아나갈 길이 없음을 깨달았다.
“돌파해!”
헌터들이 주세아를 덮쳐갔다.
‘폭군만 확인하고 반대편으로 도망친 몇 놈은 그냥 내버려 두고. 날 본 이놈들만 없애면 되겠군.’
주세아가 검을 뽑았다. 평소 격투술로만 상대해도 충분했으나 이번엔 일을 확실히 매듭지어야 했다.
“너희들 때문에 20만이 넘는 사람이 죽었어. 저승 가면 사죄하도록 해. 용서는 없겠지만.”
* * *
강무혁은 주세아가 선양시 게이트를 확보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겼다.
이 작전의 요점은 S랭크가 게이트를 탈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카멘스키의 등장으로 일이 그르칠 위기에 놓였다. 그가 어디에 있는진 모르지만, 손 놓고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무언가 일을 꾸밀 것이고, 이를 빌미로 황룡 길드에 타격을 주고자 하겠지.’
자신의 계획과 카멘스키의 작전이 겹치게 되면, 현재 S랭크를 한 명만 동원할 수 있는 황룡 길드는 어느 한쪽만 선택해야 할 터였다.
‘카멘스키의 노림수를 알 수 없으니 미끼의 경중은 따질 수 없어. 그렇다면 이쪽 미끼로 시선을 돌리도록 냄새를 풍길 수밖에.’
강무혁은 성선제를 찾아가 주세아의 작전을 공개했다. 카멘스키의 개입을 포함해 현재 상황도 설명했다.
한참 계획을 듣고 난 성선제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악귀를 노린다? 폭군의 칼을 빌려서? 계획은 나쁘지 않은데…. 성공 여부를 떠나서 S랭크 암살 시도 자체가 국가 간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만.”
“신의주 장악, 마경 게이트 오픈, 두만강 사태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한반도에 대한 중국 헌터계의 지배가 전제된 움직임입니다. 저쪽이 먼저 건드렸는데, 가드만 올린 채 맞고만 있어선 우습게 보일 겁니다. 앞으로 이번과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을 거라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그래서 S랭크를 죽여 경고하고, 러시아와 함께 공동 전선을 구축하겠단 의도인 것 같은데…….”
성선제가 손가락 여덟 개를 폈다.
“중국엔 ‘팔무제’가 있습니다. 이걸 다 어떻게 감당하려고요.”
팔무제.
중국이 자랑하는 8인의 S랭크 헌터였다.
성선제는 이들이 한꺼번에 들이치면 한국이 막아내지 못할 것이란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에 다섯 명의 S랭크가 있습니다. 우리에겐 한 명. 스코어는 6대 8. 심월을 제거하면, 6대 7이 됩니다. 해볼 만한 숫자죠. 거기에 더해 일본에 세 명의 S랭크가 있으니 중국도 섣불리 나서진 못합니다.”
“숫자놀음으로 헌터 싸움을 벌이는 거면 그냥 스포츠나 즐기는 게 낫죠. 그렇게 뜻대로 흘러갈 바닥이 아닙니다.”
“숫자놀음이 아니라 근거가 있는 전략입니다.”
“무슨 전략 말이니까?”
“결정적으로 중국은 콩가루 집안이니까요.”
하마터면 성선제는 크게 웃을 뻔했다. 강무혁의 말한 콩가루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었다.
중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S랭크를 보유한 국가였다. 하지만 자국 외엔 헌터계에 그리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 이유가 바로 S랭크들이 서로 견제하고 다투기 때문이었다.
“미국처럼 S랭크의 권리를 대변하는 ‘슈퍼 S’와 같은 조직이 중국엔 없습니다. 공산당이 그들을 통합해 관리하려 했지만, 당장 당내에서도 수많은 파벌과 각 지역 군벌이 난립하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인간을 벗어난 힘을 지닌 팔무제를 사상이나 검열로 억압하지 못하는 판국에 힘을 모아 싸운다는 거 어불성설이죠.”
“검룡과 악귀의 사례가 있는데도요? 황룡과 낙일 길드가 손잡은 건 다시 말해 다른 S랭크도 개입할 수 있단 뜻 아닙니까?”
“솔직히 검룡과 악귀가 한 편을 먹은 건 예상외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활동하지 않습니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이치죠. 실제로 검룡이 주세아 길드장님과의 전투로 이탈할 후에도 악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검룡이 물러났으니 악귀가 전면에 나설 겁니다.”
헌터들의 자신감은 때론 자만심으로 변질한다.
C랭크만 되도 콧대가 높아지고, B랭크 때는 안하무인이 되는 게 헌터들의 생리였다. 그렇기에 헌터의 갑질과 폭력 사건과 같은 각종 사회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거기서 선을 조금만 넘으면 예비 우중도생이 되는 것이다.
헌터들이 겸손을 되찾는 경우는 오직 자신보다 더 높은 랭크를 만났을 때뿐이었다.
그런데 S랭크는 더는 위가 없었다. 위가 없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설치면 서로 불편할 수밖에.
그나마 가장 민주적인 헌터 기관이라는 슈퍼 S에서조차 S랭크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소속 길드가 나설 정도였다.
성선제는 전략팀장이기 이전에 헌터였기에 강무혁의 논리에 반박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니까.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둘째 치고, 일단 일을 성사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차피 이미 일을 벌였다니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그래서 제가 뭘 도와주면 되겠습니까?”
“더는 백호 길드를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황룡 길드와 엮을 겁니다. 대신 그냥 보내긴 아깝고. 이용할 건 이용한 후에 버리도록 하겠습니다.”
* * *
강무혁은 백호 길드 부길마인 음영진을 찾아가 뜬금없는 요청을 했다.
“황룡 길드와 얘길 좀 하고 싶습니다. 연결해주십시오.”
“황룡 길드요?”
음영진은 겉으론 무슨 얘기인지 모르는 척 어깨를 으쓱였지만, 속으론 당황했다.
황룡과 백호의 관계를 들켰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쯤이야 언제든 노출될 수 있는 사안이었으니까.
그가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너무 노골적이잖아?’
헌터 바닥이 힘의 논리가 우선인 무식한 업계라고 하지만, 깊숙이 들어가면 국가 간 정치, 외교 못지않게 귀계가 난무하는 곳이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무서운 곳이라 할 수도 있었다. 정치적 수사로 무장한 외교가와 다르게 칼을 들고 대화를 나누는 곳이라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
목숨이 걸렸으니 아는 것도 모르는 척, 모르는 건 아는 척 연기하며 상황을 이용해야 하는데, 강무혁은 머리통을 부수라고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그것도 일반인이 아닌가.
음영진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작전관께서 뭘 말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군요.”
일단 잡아뗐다.
강무혁이 물고 늘어졌다.
“백호 길드가 어거지를 쓰면서까지 통합 공대에 들어온 이유. 황룡 길드의 사주 아닙니까? 아? 표현이 좀 그렇군요. 사주가 아니라 협력관계? 그쪽이 나으시다면, 그렇게 정리해드리고요.”
음영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헌터도 아닌 주제에 말투부터가 자신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업신여기는 듯했다.
‘주세아와 성선제를 등에 업고 기고만장하군. 하찮은 놈이!’
속마음이야 어떻든 현재 강무혁의 직책은 작전관. 내색할 순 없으니 웃으며 답했다.
“예전에 길드 차원에서 몇 차례 일을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만. 황룡 길드와 그렇게 친한 건 아니라서요.”
“친하지 않은 건 알고 있습니다. 세상에 친한 친구한테 종노릇시킬 사람이 어딨겠어요?”
음영진의 눈빛에 분노가 담겼다.
“그 말, 지금 우리 길드가 종이라는 건가?”
“그럼, 아니야?”
강무혁이 마주 노려봤다. 음영진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한 방에 쳐 죽이고 사고로 위장할까?’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찔러 들어오는 살기에 주먹을 풀었다.
‘누구지? 성선제? 장득구?’
살심을 지우자 압박도 사라졌다.
음영진은 식은땀을 흘렸다. 방향을 알 수 없으니 대처하기 곤란했다. 상대의 위치조차 특정하지 못한다는 건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강자이거나 그 이상의 실력이란 뜻이었다.
강무혁은 음영진이 한발 물러섰음을 눈치챘다.
이미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지른 것이기에 걱정하진 않았지만, 아직 대답을 들은 게 아니기에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기로 마음먹었다.
“내 추측은 이래. 황룡 길드가 두만강 사태를 일으켰다. 백호 길드가 이를 도왔다. 한국이 몬스터 보안에 열악해진 틈을 타 중국 헌터계가 한반도에 침투하면, 백호 길드가 앞장서서 업계를 장악한다. 어때? 그럴싸하지?”
음영진은 이를 악물었다. 강무혁의 추측이 거의 들어맞았기 때문이었다.
“증거도 없이 모함하지 마.”
“증거? 그런 게 왜 필요해?”
“가짜 뉴스 흘린다고 사람들이 믿어주겠어? 네놈만 얼간이가 되는 거야.”
“아이고, 그래선 곤란하지. 어떻게 할까? 맞다. 그럼, 이건 어때? 먼저 업계에 쫙 깔린 백호 길드의 민낯을 공개하는 거야. 살인, 강도, 폭행, 돈세탁, 불법 아이템 거래 등등. 그리고 이를 티어 길드와 길드협력처에서 증언하는 거지. 뭔 짓이든 저지를 나쁜놈들이란 이미지를 덧씌워. 그리고 백호 길드와 황룡 길드의 연관성을 주장한다면? 어라? 얘네끼리 같이 한 사업이 많네? 사람들이 누굴 믿을까?”
“그런 거짓말을?!”
“거짓? 진짜 거짓이야?”
“…….”
“뭐, 상관없어. 어차피 너만 빼고 다 너를 나쁜 놈이라고 하면. 넌 나쁜 놈이야. 실제로 나쁜 놈이기도 하고.”
음영진에게서 살기가 줄줄이 뻗어나왔지만, 여전히 그의 뒤를 겨누고 있는 기세 탓에 강무혁에게 손을 쓸 수 없었다.
강무혁이 쐐기를 박았다.
“그러니까 평소에 좀 잘하지 그랬어.”
“……후우우. 다시 한번 말하지만, 황룡 길드와 연관된 모든 의혹에 대해 부정하겠어.”
“그래. 그렇다 치고. 다음은?”
“하지만 황룡 길드와 약간의 인연이 닿은 관계로 연락처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좋아. 처세를 잘하시는군요, 음영진 부길마님. 좋은 대화였습니다.”
“뭘 이런 걸 가지고. 앞으로도 이렇게 대화로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군요.”
강무혁과 음영진은 조금 전까지 살벌했던 설전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밝게 웃으며 악수했다.
하지만 패배한 것과 다름없는 음영진의 얼굴은 상대적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 새끼. 날 잡아서 꼭 죽인다.’
* * *
-아이언윌의 강무혁이라고 합니다. 관홍 팀장님.
순간 관홍은 귀를 의심했다.
‘이자가 어떻게?’
저쪽에서 연락처가 샐 곳이라곤 백호 길드 외엔 없었다.
‘배신한 건가?’
관홍이 대답이 없자 강무혁이 말을 이었다.
-백호 길드 사람들 소문이 참 안 좋던데.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되나 봅니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더군요.
그 한마디에 관홍은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간계? 손자병법 좀 읽으셨나 보군요. 제 속에 의심을 품게 만들려고 하다니.”
-말이 옆으로 샜군요. 그쪽도 선양시 게이트 일로 바쁠 테니 본론만 간단히 전하겠습니다.
“선양시?!”
말을 뱉어놓고 관홍은 아차 싶었다. 예상치 못한 말에 순간 발끈한 탓이었다. 불편한 속내를 들켰으니 상대는 한결 여유롭게 자신을 몰아붙이리라 생각했다.
-폭군이 선양시 게이트를 장악했다죠? 러시아는 거길 터트릴 겁니다. 두만강에 당신들이 벌인 짓과 같은 방식으로.
강무혁은 이숙영이 예전에 마경에서 봤다는 장치와 지린시 게이트가 중국이 원하던 시기에 열렸다는 사실에 기반한 추측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웠었다.
혹시 중국은 게이트를 강제로 열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추측에 의한 협박에 불과했지만, 카멘스키가 지린시 게이트에 있는 장치를 증거로 확보한 상황에서 관홍은 강무혁의 말이 확신처럼 들렸다.
중국에선 한국이나 러시아나 다 한통속이니까.
“사신과 폭군이라…. 양동 작전이었나? 제법이군요.”
강무혁은 관홍의 말에서 카멘스키의 위치를 유추할 수 있었다.
‘선양시는 우리가 먹었다. 다른 게이트들도 러시아가 공격했고. 그런데 관홍이란 자는 사신을 포함한 양동 작전을 들먹였어. 카멘스키가 이미 움직였다는 것이지.’
그렇다면 어디를 노렸을까?
현재 마경에서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거점이라곤 남은 하나의 게이트뿐이었다.
‘지린시 게이트인가?’
그런데 지린시 게이트는 이미 열려서 두만강을 날려버렸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린시에 아직 황룡 길드를 불편하게 하는 뭔가가 남아 있다는 뜻이겠지. 이숙영 헌터가 본 그 장치일지도…….’
순식간에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한 강무혁은 관홍의 분노를 다른 이에게 전가시키며 말했다.
-폭군의 동생이 이런 쪽으론 제법 머리를 씁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줄은.
관홍은 폭군의 동생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타입이었다.
‘다르덴! 감히 날 방해하는 건가?’
평소라면 좀 더 차분하게 대응하겠지만, 검룡이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S랭크 둘에게 동시에 공격당하니 그도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연락한 이유는 뭐요?”
-한 시간 후에 중국 첩보 기관에 선양시 게이트 상황을 알릴 겁니다. 공산당 지도부에서도 알게 되겠죠.
“뭣?!”
-거기가 터지면 허베이성과 내몽골 자치구가 타격을 입을 테죠. 그 전에 부디 옳은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