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70
00370 망량군도 =========================
“가버렸네.”
“아직까지, 부족한건가.”
약한 것은 죄악이다.
힘이 없으면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없으니까.
“그래도, 여기까지야. 다음 부터는 다를테니까.”
“멀지 않았지.”
멀어져가는 바랑마다를 보며, 지금의 거리가 예전의 것 보다는 그래도 조금 나아졌다고 여겼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먼거리에서 지켜봤어야 했으나, 지금은 제법 가까이 따라갔다.
“됐어. 어차피,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니까.”
“정말 극히 드문일로 맞는 말을 하는 군.”
“넌 왜 쳐 맞는 말만하냐?”
투닥거리는 두사람.
그들로부터 일어난 화려한 마법이 일대를 뒤엎었다.
그들의 리더 바랑마다가 떠나간 길, 그 뒤를 장식하는 성대한 마법이었다.***”마법의 길이네.”
달려가던 스타이너가 문득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뭐가.”
마주달리던 레이븐이 돌아봤다.
“우리가 가는 길이 말이지.”
“그렇게 따지면 또 그렇긴하네.”
인류제국의 특공대라 할 수 있는 자신들이 달려가는 길의 앞에는 정말 어마무시한 수의 망량들이 들이 닥치고 있었고, 그들과 자신들 사이에는 후방에서 날아온 마법이 화려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야 말로 마법이 만든 길.
그 위를 질주하는 일행은 점점 고조되는 몸의 열기를 느꼈다.
“헌데, 이번엔 또 역대급으로 많이 참전했네?”
“필요한만큼 움직이는거지.”
스타이너가 고개를 돌려 이번엔 꽤 많은 수가 참전한 운성과 일행을 바라보았다.
‘필요한 만큼이라…’
저만큼이나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의도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기대된다.
아무래도 비밀에 감춰진게 많은 그들인지라,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하긴, 벌써부터 여러가지 해주고 있긴하지.’
그들이 지금 달려가고 있는 희미하게 빛나는 길은 운성쪽에서 만들고 있었다.
칠색의 찬란한 빛으로 타오르는 다리는 어지간한 악령은 다가서는 순간 전부 태워버렸다.
그 위를 달려 전진 또 전진.
몰려드는 망량들을 베고 또 쓰러트리며 그 너머를 향해 닿았다.
“이젠 뭐 보이지도 않는군.”
어느새부터인가 뒤에서 달아오던 마법이 닿지 않는다.
더 이상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곳 까지 왔다는 증거.
이젠 정말 그들만의 싸움이다.
“시작은 어떻게?”
“제가 할께요.”
뒤 쪽에서 마법을 써 날아오던 그녀가 나서며 수인을 맺었다.
곧 그녀의 머리위로 십자형의 어둠이 갈라졌고, 그 곳에서 별무리들이 쏘아져나갔다.
“이건 뭐 명함도 못 내밀겠네.”
슬쩍 채티를 꺼내들까 했던 스타이너는 머쓱해하며 다시 집어넣었다.
소피아의 마법은 한 발 한 발이 강하며 빠르고, 지속적이었다.
어둠은 검은 가루를 뿌리며 달려가는 그녀의 머리 위에서 지속되며 빛 무리를 쏟아냈다.
마주하는 망령들은 그에 마주하여 한 줌 별무리가 되어 사라져갔다.
그렇게 또 달려가다보니 이번엔 그저 쏟아부어오는 것 같던 망령들이 어느 정도 형상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엄청난걸.”
수십KM?
수백KM도 넘을 것 같은 모습.
하나의 나라가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이다.
“공간왜곡이 어지간히도 걸렸군. 저게 존해나는데 아무도 몰랐단 말이지.”
“저걸 통째로 상대하는 것은 좀 미친 짓이고, 내부로 들어가서 핵을 찾아야겠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미친 짓 같은데?”
사람이 호랑이를 정면으로 상대하거나 호랑이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거나 하는 느낌이다.
옛날 동화에서야 뱃속탐험이라도 하지, 실제로라면 깔끔하게 위산에 녹아 소화되는게 정상이다.
“그래서 안들어가게?”
“들어가야지.”
“길은 우리쪽에서 열어주지.”
“내 차례구만!”
태식은 즐겁다는 듯이 나서며 주먹을 뒤로 힘껏 당겼다.
마치 대포를 장전하듯, 거력이 담긴 일발.
“저건?”
“이런 미친.”
그것을 처음 보는 이들은 모두가 놀랐다.
정권正拳.
분명 단순한 주먹질인데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무언가를 보는 것만 같았다.
하나의 길을 미친 듯이 파고들어 이루어낸 시간의 걸작.
절대적으로 보자면 개인에게 주어진 평생은 짧을 지 모르나, 상대적으로 보자면 개인에게 주어진 평생은 압도적으로 긴 시간이다.
그 모든 것을 걸어 만들어진 주먹.
수백km의 거체에는, 그 1만분의 1도 안되는 인간이 뻗은 주먹이 성대하게 박혀들었다.
“—–!!!!”
주먹이 뻗어나간 궤적.
그 길을 따라 깔끔하게 공간이 비어버렸다.
“으하하! 가자고, 형씨들!”
호쾌하게 웃은 태식은 저 앞을 향해 폭주하듯이 달려나갔다.
에덴의 일행이야 그냥 저냥 익숙한 듯 뒤를 쫓아갔지만 인류제국의 이들은 조금 질린 듯한 표정을 짓다가 따라나갔다.
그리고,
콰앙!
빠르게 달려나간 것 만큼이나 빠르게 뒤로 튕겨져 나온 태식을 보았다.
“어우… 터프한데?”
그새 내상이라도 입은건지 입에서 한 줄기 피를 흘린 태식이 자신의 주먹이 만들어낸 궤적 그 너머를 바라보았다.
“뭐야?”
당황한 인류 제국의 이들이 빠르게 전방으로 모여들었다.
그러자,
뚜벅뚜벅.
저 너머 아직 흐릿한 너머에서, 너무나 차분한 걸음소리가 들렸다.
‘이 느낌은…’
오랜 전장의 향기.
낡아 빠진 소리.
마모된 시간의 기억.
길고 길었던 전쟁, 그것의 종말 이후의 참상이 가져다주는 감각.
바벨을 오르며 숱하게 보았고, 그 어떤 순간 보다도 더한 짙은 그런 기분이 통째로 형상화 되어 걸어오는 느낌이었다.
“…어서들 오시게.”
그것이 극도로 고양되었을때, 어느 순간 그들이 선 곳은 뼛가루가 널린 섬의 어느 높은 공터가 되었고, 저 멀리는 낡은 뼈로 된 탑이 보였으며 그 사이로는 회백색의 패잔병이 걸어오고 있었다.
시들어버린 식물처럼 아무렇게나 자라서, 회백색으로 물들어 다 헤어버린 머리카락.
전신은 낡아서 온갖 얼룩으로 물든 붕대로 감겨있고, 그 위에는 반파된 갑주가 어설픈 듯이 기워져있으며 반으로 부러진 것 같은 직사각형 모양의 거대한 도를 들고 권태와 공허함을 드러난 한쪽 눈에 가득 채우고 다가오는 상대.
그 모습은 패잔병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었으나 감히 누가 그를 패잔병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강함이 느껴졌다.
“일단은, 인사하지. 나는 망향백忘向伯 나만일세.”
“길을 잃은 백작?”
자신을 소개하는 말에 의아함이 피어올랐다.
저 정도의 강자가 길을 잃어? 없는 길도 만들것 같은 자가?
하지만 그런 강함과 동시에 풍겨나오는 공허함은 왠지 모르게 그 말이 이해될 것도 같았다.
“편하게 생각하게. 그대들이 당대의 희생자들인가 보군?”
“희생자?”
무슨 소리냐고, 스타이너가 반문하려 할 때 그의 뒤에서 운성이 나섰다.
“잡설이 긿어.”
“음? 자네는?”
“나로 말하자면, 그래. 나는 구원자다.”
“구원자? 후후, 그대가 말인가?”
“그건 뭐 보면 알겠지.”
운성은 그리 말하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앞을 향해 내밀었다.
그것의 외형은 지구 상에서 흔히 말하는 ‘샷건’.
콰앙!
그 외형이 무엇인지 증명하듯 날아간 산탄이 망향백 나만의 전실을 휩쓸었다.
“아니? 벌써?!”
그 터프함에 스타이너가 놀라서 돌아봤다.
“우리가 뭘 통과해왔는지 잊었나. 밖에 이들은 그걸 상대하고 있어야 된다고.”
“아.”
수백km가 넘는 압도적인 크기의 괴물.
단순히 크기가 다는 아니지만 그건 딱 봐도 괴물이었다.
“맞는 말일세.”
그에 호응하는 목소리, 허나 그것은 아군이 아니라 어느새 나타난 망량백 나만이 머리 위에서 거대한 도를 내리찍으며 한 소리다.
“우리가 대화를 나눌 사이는 아니지.”
콰아앙!
“큭!”
순식간에 쇄도하는 그를 황혼검-트와일라잇을 꺼내들어 막으며 올려다봤다.
“아니, 왜 나를.”
공격한 자는 운성인데 왜 자기부터 공격할까?
“약한 자부터 노린다.”
공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내뱉는 말에 스타이너는 혀를 찼다.
하지만 또 반박할 수는 없으니.
“틀린 말은 아니고.”
쾅!
뒤에서 날아든 레이븐이 수긍하며 나만을 걷어찼다.
날려버렸다, 싶으니 어느새 저 뒤 쪽에서 나타난 그가 소피아를 향해 검을 내리뻗었다.
하지만,
차아앙!
그 공격은 뒤에서 대기하다가 뻗은 멀랭 아더의 창에 가로막혔다.
“죽고 싶나.”
으르렁거리며 뱉는 아더의 말에 나만은 공허한 눈으로 그를 훑어보고는 아더의 뒤편에서 나타나 칼을 휘둘렀다.
드드드득!
무지막지한 거력에 이번엔 아더가 뒤로 밀렸다.
그 기세를 놓치지 않고 이어지는 연격,
쾅쾅쾅쾅!
칼질이라기보다는 망치질을 하듯 무자비한 폭음이 연신 울려퍼졌고, 그에 뒤로 밀리던 아더는 짜증난다는 듯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가 크게 창을 휘둘러 거리를 벌렸다.
아주 기묘한 순간에 만들어낸 거리에 나만은 순간적으로 유리한 공간을 뺏겼음을 느꼇고, 그것을 증명하듯 그것을 느끼자마자 순식간에 공간을 가득 채우는 찌르기가 날아들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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