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34
00434 녹림綠林 =========================
적색 폭격이 호랑이 인간들을 휩쓸었다.
분명 그들도 저항한다고 했을테지만 이미 피로가 누적된 그들은 걸레쪽이 되어버렸다.
“크르르…”
그나마 숨이 붙은 하나가 겨우 일어서자 그를 향해 스타이너와 암 브라더스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헌데,
“크아아!”
금방이라도 숨 넘어갈 것 같던 리더격으로 보이는 호랑이 인간이 크게 포효하자, 언제 죽을 것 같았냐는 듯이 다시 일어서서는 달려드는 암 브라더스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 기세는 정말 맹수 그 자체였으나 혼자서도 힘든 스타이너인데 암 브라더스 전체까지 더하자 밀리고 또 밀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몇 번이나 포효를 터트려 죽을 뻔 하다가도 다시 부활하기를 반복했으나 끝끝내 감당치 못하고 쓰러졌다.
“어후, 끔찍한 놈.”
결국 황혼검을 녀석의 마지막 심장에 박아넣은 스타이너는 죽어버린 적을 보며 혀를 차고는 검을 뽑아들었다.
“수고했다.”
“쩝, 미안하다. 생포는 도저히 안 되겠더군.”
“이해한다.”
포효를 터트리는 순간 입은 부상을 무시하고 달려든다.
얼핏보면 사기같은 능력인데, 실제로도 사기가 맞다.
그리고 그 사기로 속이는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
스스로의 부상을 속인다.
생명의 근원을 담보로 입은 부상을 일시에 회복한다.
이 때 잃은 생명의 근원은 당연히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다.
거기다 스스로 속인 부상은 후에 한꺼번에 몰려온다.
“진짜 뭐 이런 놈이 다 있냐.”
미래 팔아먹는 기술이야 그리 흔치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흔치 않다.
인류제국을 통틀어서도 그 짓을 하는 것은 바랑마다가 유일하다.
그나마 바랑마다는 생명을 대신 저당잡아주는 비술이라도 존재하는데, 상대는 그런 생명을 저당잡는 기술을 처음부터 사용했다.
이런 세상에서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 싶냐면, 생각보다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멸망한 세상이라지만 그건 세상 이야기고, 아직 살아있는 목숨을 그리 쉽게 버리려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녀석은 너무 쉽게 그것을 포기했다.
녀석 뿐 아니라 호랑이 인간들 전체가.
이런 이들을 어설프게 제압하겠다고 덤벼들었다가는 또 한 번 피를 회복하고 틈새를 노려
다시 달려들테니 그러다간 피해가 더 커질것이다.
그래서 죽였다.
3개나 되는 심장을 전부 부숴버렸다.
그제서야 겨우 쓰러트렸다.
심장이 하나만 남아도 다시 재생하는 녀석은 몇 번이나 그 자해회복기술을 쓰지 않았다면 이렇게 처리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회복자체는 피곤하지 않을 수도 있었으려나.’
부활에 가까운 완전 회복 능력이 사기지 단순한 자연 회복 능력은 평범할 수 있다.
무엇이든 확신할 수 없는 것은, 일단 싸움 자체가 자연 회복 능력을 볼 기회가 없었다는 것 때문이니 지금은 가정일 뿐이다.
연구기관의 이들이 몰려들어 그들의 사체를 분석했다.
그 순간적으로 회복하는 기술도 놀랍긴 했지만 지금 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호랑이 인간들이 먼저 자신들을 눈치채고 접근했다는 것.
자신들이 작정하고 관측장비를 도입해도 흐트러지는 와중에 저들은 무슨 수로 자신들을 포착하고 난입했는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그들은 이미 죽어버린 시체를 분석했다.
이미 죽어버렸기에 많은 것을 얻을 수는 없더라도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얻기 위해서, 주변 나무들과 함께 착수에 들어갔다.
한편.
땅 위로 튀어나온 거대한 나무 뿌리에 걸터 앉아 담배를 피며 주변을 둘러보던 레이븐은 짧은 여유를 만끽했다.
싸우는 것 말고는 딱히 효율적인 재주도 없기에 그저 주변이나 둘러보던 그는 문득 이질감을 느꼈다.
‘뭐지?’
굳이 표현하자면 감각의 교란?
하지만 뭐 그건 당연했다.
관측장비들도 먹통으로 만드는 나무들이니 감각의 교란이 없을리가 없다.
다만 그걸 어떻게 하는가는 알아보는 중이니 일단 자신이 도움이 될 리 없을 때는 그냥 신경을 끄고 있었다.
헌데, 뭔가 자꾸 알 듯 말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레이븐은 가려운 곳을 자꾸 간질이는 것 같은 느낌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혼자 멀뚱히 앉아있는 스타이너에게 다가갔다.
“스타이너.”
“음? 왜?”
자신에게 다가온 레이븐을 올려다보며 스타이너가 고개를 돌리자 레이븐은 마음속에 가져왔던 의문을 토했다.
“이 주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이상? 뭐 이상하겠지.”
안 이상한 곳이 더 이상한 곳이 최종층이니까.
“그래. 그런데 뭐라고 해야 될까.”
레이븐은 자신의 의문을 토하려 하다가, 정작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난감함을 느꼈다.
지금 느끼는 것은 정말 막연한 의문.
마그로 에델라제로부터 받은 수 많은 종의 DNA를 이용해 극도로 끌어올린 맹수의 육감에 걸리는 이 이상함을 뭐라고 해야할까.
결국 설명하려던 레이븐은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표현이 힘들군. 그냥 저 쪽 숲을 계속 지켜봐바.”
“저 쪽?”
어차피 사방이 빽빽한 숲, 굳이 한 방향을 가리키는 레이븐의 요청에 어차피 할 것도 없는 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지켜봤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음?”
스타이너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 모습에 레이븐은 기대감을 가지고 물었다.
“뭔데? 너도 뭔가 느껴지나?”
“잠깐, 잠깐만.”
다가서는 레이븐을 저지하며 스타이너는 시선을 보던 방향에 집중했다.
그리고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군.”
“정말로?”
“그래. 허, 이건 이 시점에서는 나만 알 수 있겠군. 근데 넌 대체 어떻게 안 거지? 아니, 너라서 알 수 있었던 건가.”
“뭔데, 설명좀 해봐.”
“그러니까. 넌 노아에 대해 알고 있지?”
“노아? 알고 있지.”
초신경회로 – 노아.
스타이너의 목 뒤에 박힌 쵸크.
그것은 스타이너가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을 통제하며 그로부터 뇌를 대신하여 더욱 정밀한 판단을 제공한다.
그러니까, 스타이너가 지금 느끼는 모든 감각은 노아에 의해 한 번 저장된다는 것이다.
“난 내가 느끼는 모든 감각을 한 번 저장할 수 있거든. 그런데, 분명 저 쪽에서 본 시야가 미세하게 다르단 말야.”
“뭐?”
스타이너가 가르킨, 자신이 요청한 방향의 이질성에 레이븐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글쎄, 이걸 뭐라고 해야 될지. 도저히 원리를 알 수 없는 보호색 같다고 해야될까. 어설픈 환상은 아냐 분명 실존하는 모습인데 아주 천천히 본능적으로 자신을 관측하는 무언가의 흐름에 맞추어 자신의 모습을 변동시키는 것 같은데.”
“정안에는 잡히지 않는다는 건가.”
“그렇겠지. 허상은 없으니까.”
정안은 허상을 꿰뚫고 진실을 바로 본다.
물론 볼 수 있는 것 까지 본다는 제약이 존재하지만 결론은 틀리지 않은 것을 볼 때는 답이 없다.
나무들이 보호색 비슷한 것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허상이 아니다.
매 순간이 반복되는 진실이다.
계속보아도 보는 자의 감각의 사각을 따라, 그 흐름을 따라 변화하기에 계속 지켜봐도 알 수가 없다.
스타이너의 경우야 초신경회로 – 노아를 통해 시각이란 감각이 저장되기에 연속되는 순간 보이는 미세한 오차를 알 수 있지만 레이븐의 경우 정말 순전히 ‘감’으로 이상을 때려맞춘것이다.
“이상하네.”
“이상하지.”
기본적으로 바벨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기본 행동 방식은 투쟁鬪爭이다.
헌데 이 나무가 보이는 행동방식은 생존生存이다.
투쟁이나 생존이나 다 살아남으려 하는 것에 뭔 차이가 있냐 한다면, 투쟁은 결국 상대를 해치고 살아남는 다는 것이다.
명확한 적의敵意가 존재한다.
헌데 이 나무가 보이는 행동은 투쟁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완전히 배재해버렸다.
물론 투쟁이 위험할 수 있다.
다만, 이 세상은 투쟁을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투쟁이란 요소는 완전히 배재해버린채, 그 어떤 위험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행동하는 듯한 방침을 보였다.
남을 해치고서라도 강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어떤 가능성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위험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치면 배재해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경우는 정말 흔치 않지만, 그런 경우를 보인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얼마나 무시무시한 놈이 있다는거야?”
어떤 가능성조차,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위험.
그것이 존재한다는 반증이다.
그 때 레이븐이 담배연기를 뱉으며 툭하고 던지듯 말했다.
“한 놈이 아닐지도 모르지.”
“그럼?”
“약육강식. 자신 보다 강한 놈 전부가 무조건 자신을 씹어먹는 적이라면?”
생태계에는 먹이 사슬이 있다.
풀을 곤충이 먹고 곤충을 개구리가 먹고 개구리를 뱀이 먹는다.
이런 일련의 먹이사슬은 순차적이다.
풀위에 곤충과 개구리, 뱀이 있지만 풀은 곤충이 먹지 개구리나 뱀이 먹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곤충을 개구리가 먹지 뱀이 먹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그게 무너진다면?
뱀이 곤충이고 개구리고 풀이고 다 먹어치운다면?
스타이너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런 생태계가 어떻게 유지가 되는 것이지?’
========== 작품 후기 ==========
다시 한파가 시작됬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