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49
00449 녹림綠林 =========================
논리로는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
이성적으로는 닿기 힘든 야성의 영역.
스타이너는 스스로의 직감을 믿었다.
‘위는 아직 전쟁통이군.’
이면세계는 가까우면서도 멀다.
단 한 걸음이면 닿을 거리면서도 제대로 내딛지 않으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공간이다.
물론 원래 세계에서도 공간자체를 일그러뜨릴 힘이 발생하면 또 모를 일이지만, 굳이 노리고 무언가를 하지 않는 이상 스타이너가 이면세계의 입구를 막아버린 현재에는 저 밖에서 초월자들끼리 싸우느라 흘릴 힘 없는 난전에선 겨우 힘과 힘이 부딪치며 생긴 간접적인 여파에 침범당할 일이 없다.
평범하게 이면세계라면 범인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세계의 존재에 대한 반세계의 적의로 붕괴될 수 도 있으나 채티라는 대마법 보구를 다루는 스타이너는 다른 보구의 지원을 받아 잘만 존재했다.
거기다, 지금 같은 경우는 초신경 회로 – 노아를 풀 가동시켜 엄청난 수확을 보고 있었다.
세계의 이면에 존재하는 반세계기에 세계에서는 가려진 본질을 바라볼 수 있다.
물론 그것은 무언가에 의해 생겨난 그림자와 같아서 그저 윤곽만을 바라볼 수 있으나, 세계에서는 그것위에 오만가지 거짓이 덮여있기에 오히려 윤곽만이라도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지금이 더 나앗다.
뿐만인가, 이면세계에서 볼 수 있는 지금 바로 위 세계에서 일어나는 극도로 갈고 닦아 대립하는 의지의 수와 종류도 많았다.
개인이 세계의 의지를 바꿀정도로 연마하고 연마해 절정에 이른 그 순수가, 서로서로 부딪칠 때 일어나는 현상을 초신경회로 – 노아로 관측하는 것 만으로도 자신이 걸어가지 못했던 길을 걸어가던 이들의 감정이 느껴졌다.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 갇지 못한 것에 대한 애원, 스스로에 대한 분노, 성취에 대한 기쁨, 마침내 닿은 것에 대한 환희.
그런 감정의 편린들은 그들이 바꾼 법칙에 너무나 잘 나타난다.
법칙을 바꾼 욕망이란 것은 주체가 느껴왔던 감정에 의해 만들어진 방향성으로 향해왔던 흔적이다.
그 윤곽을 읽어들이는 것만으로 스타이너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들이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인터넷의 등장으로 지구인들이 직접 가보지 못한 세계의 풍경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과 같다고 할까.
비록 이것은 그저 가상의 체험이기에 완벽히 자신의 것은 되지 못한다고 할 지라도 전혀 알지도 못했던 것을 간접체험으로써 알게 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때,
‘어..?’
문득 스타이너는 자신이 느끼는 이 순간에 이 세계의 존재이유가 떠오를 것 같기도 했다.
“설마.”
확신하기에는 너무나 말도 안되는 스케일.
하지만,
“정말인가.”
도저히 부정하기도 힘든 추측.
갈망하고 갈망한 자가 도달한 끝.
“불가능한 요소를 모두 없애고 나면 아무리 믿을 수 없는 것이 남는다고 해도 그것이 진실이다.”
플로우 레코드의 장 윌리엄 스콧이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
그것이 너무나 와닿자 수 많은 가설이 떠올랐다.
그러고 나니,
‘어쩌면, 여기까지 본 건가?’
허운성.
설마 그와 싸우게 된 것 까지, 그리고 이것에 이르기까지 그의 계산하라면?
“나가야 돼.”
스타이너의 인상이 굳어졌다.
분명 이 녹림이란 곳은 인류제국에게 도움이 된다.
그것은 확신할 수 있다.
다만, 그것조차 그의 의도대로 됬다면?
일단 자신이 알아낸 것을 아이오닐과 지휘부격의 이들에게 알려야 했다.
원래라면 여기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려했다.
이 자리에 있는 것으로 역으로 갑주 무사라는 전 초월자들에게 어그로가 쏠린 녀석을 인류제국과는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하게 할 수 있으니까.
허나, 왠지 그로 인한 위험과 리스크가 지금 자신이 전해야 할 것 보다는 덜 중요하다는 ‘직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스타이너가 급히 나가려는 순간,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시나.”
정말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나 여유로워서, 이런 바벨에는 어울리지 않는 한 걸음 멀리 떨어져있는 자의 목소리.
“…허…운…성…”
힘겹게 돌아보며 그의 이름을 부른다.
“안녕.”
그와는 대조되는 상쾌한 답변.
마실나와서 같은 마을 사람이라도 본 듯이 여유롭게 흔드는 손을 보자니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큭큭, 인상피라고. 답지 않잖아?”
“답기는 무슨.”
뭐 얼마나 자신을 안다고…라고 덧붙이고 싶지만, 왠지 저 남자라면 자신 스스로 보다 자신을 더욱 잘 알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설마, 여기까지 본 건가?”
“글쎄?”
후후, 하며 웃는 모습에 주먹에 힘이 들어가지만 꽉 눌러 참았다.
분노조절장애마저 참을 수 있도록 하는 기적의 힘의 논리란 어딜가도 작용하는 것이다.
“일단 말하는데, 난 여기서 나가야겠거든. 비켜줄 수 있나?”
어느새, 스타이너가 인지하기도 전에 이 이면세계의 출구는 운성이 밟고 선 곳의 바로 뒤로 바껴있었다.
“네가 어딜가든 네 자유지.”
웃으며 말하지만 운성은 그 자리에서 비킬 생각이 조금도 없어보였다.
“하.”
그에 스타이너는 한숨을 내쉬었다.
갈 길은 먼데, 무슨 현관문 앞에서부터 괴물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으니 막막함이 쌓이고 쌓인다.
갑주 무사는 답답함의 영역이었지, 이건 불가능이라는 막막함의 영역이다.
“이 곳이라면, 내가 힘 조절할 필요도 없다는 것은 잘 알겠지?”
황혼검을 겨누며 스타이너가 묻는다.
그에 운성은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있나?”
여러가지가 담긴 말이다.
당장 이 곳에서 자신을 넘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을 넘어서 저 괴물들의 틈바구니를 지나쳐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을까?
그에 스타이너는 침을 탁 뱉고는 눈을 빛냈다.
“언제는 백퍼센트 확신하는 삶만 살아온 줄 아냐.”
괴물같은 능력을 가진 운성이 어떤 괴물같은 삶을 살아온지는 알 수 없으나, 자신 역시 온갖 가시밭길 고통의 굴레를 걸어온 몸이다!
‘노아, 어차피 여기를 못 뚫으면 뒤는 없어!’
-…알겠습니다.
망설여지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음을 인지하는 노아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이 자리에서 구현하려는 것은 한정세계 – 무인 이 아니다.
유사세계 – 무신 武神. 구현!
이면세계에서 수집한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미완의 그것에 도전한다.
파지지직!
스파크와 같은 것이 울려퍼졌다.
온 주변이 붕괴되어 가며 세계의 강한 거부반응이 느껴진다.
이미 부서진 이면세계이기에 시작부터 겨우 이 정도일 뿐, 만약 원래 세계였다면 어떻게 됬을까.
상상하기도 싫은 일은 그저 뒤로 넘기며 스타이너는 고통에 찬 눈동자로 운성을 직시했다.
피식.
그를 마주한 운성은 그저 웃었다.
“손톱 정도는 걸쳤다고 해주지.”
딱!
그리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풍신섬영을 둘러 기습적으로 쇄도하던 스타이너는 강한 기류가 사방팔방에서 몰아침을 느꼈다.
‘이 기술은..!’
제일 처음 그와 만나 한 판 붙자고 덤벼들어 신나게 두드려 맞았을 때 시작을 알린 기술이다.
그런데 그 때와는 또 급이 틀리다.
그 때로부터 발전한 것인지, 그 때도 이 정도는 됬는데 그 역시 공간의 제약을 받았던 것인지.
그런데 그게 아무리 그래도 무슨.
‘별의 인력이…’
별의 끌어당기는 인력 수준의 힘이 자신이라는 개인으로 향한다.
거기다,
“가볍지?”
딱!
손가락을 한 번 더 튕기자 또 다른 방향성의 기류가 몰아친다.
“사양않고 들어오라고.”
“좋…지!”
이를 악문 스타이너가 기류를 가르며 황혼검을 찔러넣는다.
정말, 어떻게 될 지 하나도 짐작이 안가는 미래라고 욕지거리를 뱉으며.
***
초월자들의 전쟁은 점점 격해져가 하나 둘 도태되는 이들이 나타났다.
제일 먼저 쓰러진 이는 공간의 초월자.
자신과 적 사이의 공간을 농락하던 공간의 초월자는 갑주무사의 주박으로 사지가 잘리는 수준의 제약을 받았다.
갑주무사와 반대편에서 날아드는 공격은 공간 조작이 가능했으나, 갑주무사와 공간의 초월자사이에서 날아드는 공격은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날 수 없었기에 공간 조작이 제대로 기능하지가 않았다.
그 약점이 드러나자마자 그것을 눈치챈 다른 초월자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은 공간의 초월자는 끝끝내 죽어버렸다.
그 다음은 시간의 초월자.
시간 조작 역시 공간 조작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그와 갑주무사 사이의 시간을 조작하는 순간 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순환하는 세계의 흐름이 뒤틀리고 그것이 일정 거리 이상 늘어난다고 판단되는 순간 사정없이 걸려든 갑주무사의 주박이 시간 조작에 에러사항을 꽃피웠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집중 공격에 시간의 초월자 역시 사망.
그리고 그 사이에 한 쪽 구석에서 땅으로 반쯤 몸을 틀어박은채 온 몸으로 독을 뿜어내는 초월자에 의해 많은 초월자들이 독에 중독되었다.
치료하면 또 회복될지 모르지만 그럴 여유가 어디있을까.
또한 그것을 회복하겠다고 갑주무사의 주박을 해결해서 여기서 벗어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여기서 죽더라도 자신을 중독시킨 저 건방진 놈을 쳐죽이고 말겠다는 생각을 한 초월자들이 압도적이었다.
가뜩이나 강한 힘을 가진 초월자들이 삶까지 포기하니 전쟁의 흉흉함이 달라졌다.
순식간에 달려든 초월자들에 의해 맹독을 뿜어내던 초월자는 그대로 사망.
그리고, 그 초월자가 죽으며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되는 맹독이 터져나왔다.
========== 작품 후기 ==========
혼란하다 혼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