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85
00485 끝을 향하여 =========================
바빌라의 앞에 선 레이븐은 편히 섰다.
딱히 긴장한다고 더 잘 싸우는 것도 아니니까.
“네가 그나마 우리랑 비슷하다지?”
“큭, 그 무슨 헛소리더냐.”
“너에게는 인간의 나약함이 있다던데.”
“나약함? 우습구나, 내가 네 놈들 따위와 비슷하다는 것이냐!”
“나는 모르지. 그냥 네가 열등감에 찌든 놈이라는 것만 들어서.”
“그하하, 네 놈, 정말 듣자듣자하니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사나운 기세가 몰아쳤다.
하지만 그 모습이 레이븐에게 있어서는 자기가 정곡을 찔렀나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과거의 바빌라는 열등감에 차서 붉은 용의 시체를 무수한 날붙이로 훼손시켜 도룡으로 만들고, 분노의 머리는 뽑아내 열화시켜 저 아래층에 쳐박아버렸다.
그 대가로 격에 손상을 입을 정도의 부상을 입었고, 전생에서는 가장 먼저 죽어버렸다.
“열등이란 것은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고, 부족은 욕망의 발판이다. 그것은 인간의 상징이니 너는 사람의 마음을 가졌구나. 라고 하던데 무슨 소린지는 나한테 묻지마라. 나도 들은거고 이해는 안 되니까.”
운성이 말한 것을 그대로 읊어주니 부들부들 떨어대던 바빌라가 더 이상 못 참겠던지 맹수처럼 물어뜯기 위해 날아들었다.
독수리의 날개를 펼쳐드는 그에 대항해 레이븐 역시 까마귀의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칼날과 같은 깃털이 사방팔방으로 휘날렸다.
“크허엉!”
맹수의 포효소리와 함께 바빌라가 앞 발을 사자의 발톱과 같은 궤적이 하늘 끝에서 땅 끝을 가르며 내려 떨어졌고 레이븐이 두 자루 리볼버를 겹쳐 막아내니 그 힘에 레이븐의 몸은 그대로 추락해 절벽을 넘어 저 아래로 내려꽂혔다.
콰콰콰쾅!
최종층을 뚫고 바벨의 층계를 부수며 아래까지 박혔다.
순식간에 몇 개의 세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한 레이븐은 그런 자신을 쫓아오는 상대를 향해 쳐박혀서 누운 자세 그대로 리볼버를 갈겼다.
투콰콰콰콰콰콰쾅!
미니건이라도 들고 갈긴 것 같은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독수리의 날개로 자신의 몸을 가린 바빌라는 그대로 탄환을 맞으면서 수직으로 내려꽂혔다.
콰앙!
“웃차.”
양 팔 을 꺽어, 양 손을 땅에 대 몸을 지탱하고 한 발로 바빌라의 돌격을 받아낸 레이븐과 상대의 눈이 마주쳤다.
“제법 튼튼하구나.”
“너는 무식하구나.”
쾅!
받아낸 발로 살짝 적을 밀어내고는 그 사이에 벌어진 짧을 틈으로 몸을 돌려 윈드밀로 상대를 후려찼다.
수직으로 날아간 자신과는 다르게 수평으로 날아간 바빌라는 몇 개의 산맥을 부수며 나가떨어졌고, 뻐근 거리는 목을 대충 부여잡고 일어선 레이븐은 대충 방향만 잡고 총을 갈겼다.
이대로 죽어주면 참 좋으련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쿵쿵 거리며 어느새 산만큼 거대해진 상대가 4발 곰 마냥 달려들더니 뒷 발로 우뚝서며 점프해서 양 앞 발로 내려찍는다.
“가시라…”
그 모습을 보던 문득 레이븐은 한 가지 재밌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유전자를 변화시켰다.
마그로 에델라제에게 받은 유산으로 어쩐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하여 즉흥적으로 실시한 의도는 들어먹혀서 그는 순식간에 거대해진 바빌라와는 대조될 정도로 작아졌다.
그대로 뛰어올라서는 거대해진 바빌라의 몸을 뚫고 쳐들어갔다.
바빌라의 내부는 역시 붉은 용 처럼 또 다른 세계의 속이었다.
-네 놈이 감히 미쳤구나!
전 방위에서 쩌렁쩌렁 울려오는 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다.
“그 놈의 감히는 몇 번을 말하냐.”
참으로 창의력 없는 녀석이로다, 자신의 상대의 식상함에 통탄하며 레이븐은 전 방위를 향해 총을 갈겼다.
그에 바빌라라는 세계를 구성하는 여러 세계가 무너져 내렸다.
대경한 바빌라가 그에 대응하기 위해 갖가지 술수를 부리니 온 천지에 천둥벼락이 내리쳤고, 이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바빌라는 끝가지 아껴두었던 것을 풀어야 함을 느꼈다.
“좋다, 네 놈의 강함을 인정하마!”
“필요 없는데?”
어쩌란 거냔 식으로 응답하고 사방팔방으로 열심히 총을 쏴 재끼는 그 때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새롭게 들어난 그것은 하늘을 떠다니는 거대한 성.
성이라고 하기에는 그것을 장식한 것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마치 정원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걸 단순히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것은, 레이븐의 눈에는 그 정원에 핀 것들이 보였는데 하나같이 고기 잘 뜯어먹게 생긴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그 곳에서는 창 칼을 단 독수리의 날개를 가진 이와 또 다른 사자의 얼굴을 가진 이들이 벌 떼처럼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병력은?”
“그건 그저 머릿수를 채우기 위함일 뿐,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이 몸의 군세니라!”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자신의 군세를 지 몸에다가 넣어놓고 키운단 말인가.
하지만 세상은 항상 넓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그 미친 놈은 자신의 눈 앞에 있었다.
‘이건 좀 힘든데.’
저 악마 하나만 상대하기도 힘든데 이 모든 놈들까지 상대하기에는 도저히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더는 묵묵히 자신에게 향하는 적들을 상대했다.
그 또한 나서서 누군가를 상대하려 했지만 운성이 때를 기다리라며 만류했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공간이 열어젖혀지며 한 명이 우당탕 굴러 그의 옆으로 떨어져내렸다.
“헉, 헉, 죽을 뻔 했군.”
땅에 듬뿍 젖어서 힘 없는 날개를 푹 숙인 그는 레이븐.
몰리고 몰리다가 마지막 순간,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여겨 ‘공간’조차 총으로 쏴서 꿰뚫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데 성공해 혼신의 한 발로 공간을 쏴서 꿰뚫고 그 구멍으로 몸을 던져 탈출한데 성공한 것이다.
“어, 거 이렇게 살아서 만나니 또 반갑네.”
사지에서 살아돌아오니 평소에 아무런 접점이 없는 아더조차 반갑게 여겨졌다.
물론 아더는 일언반구 대답엇이 묵묵히 창을 휘둘렀지만.
그 때,
-어딜 도망치느냐!
공간을 쩌렁쩌렁 뒤흔드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설마.’
여기까지 쫓아왔나 싶어서 보니 그의 앞에 공간이 일렁이더니 거대한 문이 생겼다.
-나의 군세가 닿지 못할 곳이 있을 것 같더냐!
거대한 문이 활짝 열리니 그 안으로부터 우글거리는 기세들이 터져나왔다.
“제기랄.”
숨도 제대로 못 돌린 레이븐이 다시 일어서려 할 때,
턱.
그런 그의 어깨를 잡으며 아더가 앞으로 나섰다.
이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상대다.
“내가 하지.”
두 말은 필요없다는 듯이 어깨를 잡은 레이븐을 저 뒤로 내던져버리고는 문 앞을 틀어막았다.
얼떨결에 뒤로 뒹군 레이븐은 어안이 벙벙해서 앞을 멍하니 쳐다봤다.
허나 활짝 열린 문을 막아선 그 뒷 모습이 그렇게 든든해 보일 수 없었다.
“알겠다.”
결국 레이븐은 몸을 돌렸다.
저 남자가 저 문을 막아준다면 자신은 다시 머리를 치로 가면 될 일이니까.
그렇게 떠나가는 레이븐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아더는 완전히 시선을 돌려 문 너머에서 뛰쳐드는 괴물을 향했다.
꽉.
창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쿵!
강하게 땅을 밟으며 내지른 일격이 문 너머로 들이닥치는 이들을 향해 퍼부어졌다.
쿠가가가가가가각!
맨 앞에서 달려오던 이들은 전부 쓸려나갔다.
2차로 오던 이들은 먼저 쓸려나간 이들의 육편을 잡고 방패막이 삼아서 밀고나갔다.
그렇게 문 밖으로 적들이 튀어나가는 순간,
“흡!”
아더는 문 안으로 튀어들어갔다.
동시에 그를 따라 거센 기류가 튀어나간 적들을 붙잡고서는 아더를 향해 끌어당겼다.
난전.
그 순간에 빨려든 이들은 모두 당황하지 않고 각자의 무기들을 아더를 향해 찔러넣었다.
푹푹, 푹푹푹.
창칼날이 박혀들었다.
어차피 밀려드는 것들을 굳이 막으려들지 않았다.
대신에 맞으면 죽는다거나 위험하다 싶은 것은 피해 다른 부분으로 받았다.
그리고는 찔러넣은 상대에게 한 창 씩을 돌려줬다.
그와 함께,
쿠와아아아아앙!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던 기세가 폭팔하며 아더와 적들을 공평하게 덮쳤다.
버티지 못한 이들은 육편이 되어 갈려나갔고, 갈려나간 육편들은 다시 아더의 기세에 휩쓸려 빨려들어갔고, 그것들이 다시 칼날이 되어 다른 것들을 갈아버렸다.
마치 믹서기처럼 돌아가는 기세의 폭풍이 바빌라가 열어젖힌 문의 입구에서 몰아쳤다.
육편으로 갈린 이들 중에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이들은 기어이 다시 부활하여 달려들었다.
어느새 강하게 깔린 흐름은 그 안에 든 이들 전체를 엮어서 누구도 흐름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붙잡고 있는 이 순간, 결국 문 너머에서 나오는 모든 괴물들은 눈 앞의 아더부터 죽여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적의가 한 곳에 쏠린 그 때 아더는 오히려 웃었다.
야수의 흉폭함을 담고 더욱 앞으로 나아갔다.
쾅!
그 기세로 그대로 문 너머로 까지 뛰어든 아더는 문을 등지고 섰다.
마치 아무도 이 너머로 보내지 않겠다는 것 처럼.
마창魔槍이 울부짖었다.
========== 작품 후기 ==========
꽝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