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09
제109화
109.
마스라드에 도착한 제드는 곧장 카디악의 처소로 걸음을 옮겼다.
이내 처소에 도착한 제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딜 간 거지?’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카디악이 보이지 않았다.
“…….”
제드는 잠시 고민했다.
돌아갈지 아니면 올 때까지 기다릴지.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기다린다.’
제드의 선택은 ‘기다림’이었다.
‘금방 오겠지.’
카디악이 어딜 갔는지 모른다.
그리고 언제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제드가 기다림을 선택한 것은 카디악이 곧 돌아올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었다.
확신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카디악이 시험에 참가했다는 것.
법칙에 다다른 격 때문에 카디악은 엄청난 페널티를 받았다.
일단 첫 번째로 지구에 직접 강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물론 영원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험이 끝날 즈음에는 직접 강림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지정 장소에서만 관여가 가능하다.
그리고 지정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즉, 카디악이 시험을 포기한 게 아니라면 조속히 돌아올 것이다.
‘왔군.’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카디악의 기운이 느껴졌다.
제드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마자 인상을 구기는 카디악을 볼 수 있었다.
“여기는 무슨 일이지?”
카디악이 물었다.
“…….”
제드는 말없이 카디악을 보았다.
진짜 몰라서 묻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이러는 것일까?
“……뭐야?”
카디악은 제드의 침묵에 살짝 경계하며 말했다.
‘진짜 몰랐나.’
반응을 보니 솔드럼의 죽음을 진짜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기야 넷이 죽은 것도 몰랐으니.’
카디악은 아둔, 자르, 메리가드, 킬리아드라의 죽음도 몰랐다.
솔드럼의 죽음을 모르는 것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솔드럼이 죽었다.”
제드가 입을 열었다.
“……호오? 솔드럼이 죽어?”
그러자 카디악이 탄성을 내뱉으며 반문했다.
“…….”
제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대놓고 기뻐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솔드럼은 제드의 직속 수하였다.
카디악과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기뻐하는 기색을 보이다니?
“알고 있지?”
오래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제드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뭘?”
카디악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한국에 뭐가 있는 거지?”
“…….”
카디악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음.”
이어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정확히는 생각하는 ‘척’이었다.
‘벌써 죽을 줄이야.’
카디악은 솔드럼이 죽은 이유를 안다.
‘얼마나 강한 거야?’
강림 때문이 분명했다.
스윽.
카디악은 다시 한번 제드를 보았다.
제드의 눈빛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이든 크게 저지를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좋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카디악이 바라고 있던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설마 그 녀석인가?”
이내 카디악이 연기를 끝내고 입을 열었다.
“그 녀석?”
“한국에 강림이란 인간이 있어. 조금 강하더군.”
“……그걸 왜 이제 말한 거지?”
제드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러자 카디악이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지금 생각났어.”
“…….”
카디악의 답에 제드는 인상을 구겼다.
거짓이다.
카디악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이다.
왜 말을 하지 않았는지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따진다고 알려 줄 리 없다.
지금처럼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다.
그리고 모르쇠로 일관해도 제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카디악도 그걸 알기에 이런 식으로 나온 것이 분명했다.
“혹시나 또 잊은 건 없겠지?”
“글쎄, 없는 것 같은데?”
“……없어야 될 거야.”
“생각나면 말해 줄게.”
제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차가운 눈빛으로 카디악을 노려보았다.
물론 제드의 눈빛에 기죽을 카디악이 아니었다.
카디악은 은은히 미소를 지은 채 제드의 눈빛을 마주했다.
“후.”
이내 제드가 짧게 숨을 내뱉으며 밖으로 향했다.
“무슨 일 생기면 또 와!”
카디악은 점점 멀어지는 제드의 뒷모습을 보며 외쳤다.
제드가 처소를 떠나자, 카디악은 생각에 잠겼다.
‘분명 복수하겠지.’
제드의 성격을 생각하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을 동원해 복수를 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쉽게 끝날 복수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강림은 강했다.
카디악 역시 강림의 끝을 알지 못할 정도다.
물론 제드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한다면야 복수할 수 있겠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즉, 복수를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재미있겠어.’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너무나 기대됐다.
‘시비드까지 엮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카디악은 방금 전 만났던 법칙 ‘공허’의 시비드를 떠올렸다.
시비드를 만난 이유는 강림 때문이었다.
카디악은 시비드와 강림을 엮으려 했다.
강림을 죽이기 위해서, 시비드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하지만 아쉽게도 시비드는 카디악의 수작에 넘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관없다.
제드가 제대로 엮였기 때문이다.
시비드의 파벌은 현재 지구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이 컸다.
첫 번째는 제드의 파벌이었다.
‘뭐, 시비드도 곧 부딪치게 될 테고.’
거기다 시비드 역시 시간문제다.
강림이 중원에서 어떻게 넘어온 것인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강림이 ‘지구인’이라는 것.
즉, 강림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움직일 것이고, 시비드의 파벌과도 충돌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시험을 포기하는 걸로 시비드가 충돌을 피하려 할 수 있다.
그러나 시험을 포기하는 순간, 격이 크게 떨어진다.
힘들게 쌓은 격을 버리면서 강림과의 충돌을 피할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시비드 역시 강림을 죽이기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분간 신경 쓸 필요 없겠어.’
강림은 제드, 그리고 시비드가 맡아 줄 것이다.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애초에 강림에게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현재 카디악에게는 강림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라숨 이 새끼를 어떻게 하지?’
바로 전쟁을 걸어온 라숨이었다.
처음에는 적당한 선에서 끝을 내지 않을까 싶었다.
전쟁은 라숨, 카디악 둘 모두에게 손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아보니 라숨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진짜 끝을 보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법칙을 코앞에 둔 녀석이 대체 왜.’
카디악은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라숨 또한 카디악과 마찬가지로 법칙에 다다른 상태였다.
이번 시험만 잘 마무리하면 법칙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일까?
‘이렇게 물고 늘어질 정도의 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카디악과 라숨의 사이는 좋지 않다.
애초에 특화 분야부터 상성이 나빴다.
그러나 이렇게 진지하게 전쟁을 벌일 정도로 나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나?’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알아봐야겠어.’
* * *
‘……응?’
네 번째 무신기의 성질을 변환하고 있던 강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벌써 와?’
제갈무영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강림은 변환을 멈췄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끼이익.
이내 제갈무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벌써 다 배운 거야?”
강림은 제갈무영이 들어오자마자 물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제갈무영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답했다.
스윽.
그리고 품에서 책을 하나 꺼냈다.
“제작법도 따로 받아 왔지.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하기로 했네.”
“아아, 필요한 재료는?”
빨라도 너무 빠른 게 아닐까 싶었는데 제작법이 따로 있었다니?
강림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 적어 놨네.”
제갈무영은 책을 펼쳐 껴 두었던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강림에게 전달했다.
강림은 종이를 받아 적혀 있는 게이트 재료를 확인했다.
‘어마어마하구만.’
게이트는 평범한 물건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제작에 필요한 재료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이것만 구해 주면 돼?”
물론 평범하지 않아도 구해야 했다.
거기다 대한 그룹의 힘이라면 하루 내에 전부 구할 수 있었다.
“일단은 그것만 있으면 될 것 같네.”
제갈무영이 답했고, 강림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재료 목록을 찍어 장제한에게 문자를 보냈다.
“연구소로 보냈어.”
문자를 보낸 뒤 강림은 제갈무영에게 말했다.
“하하, 고맙네!”
제갈무영이 껄껄 웃었다.
“고맙기는, 내가 더 고맙지.”
“근데 자네 뭐 하고 있었나?”
“성질 변환 중이었어. 근데 잠시 시간 되면 진법 이야기 좀 듣고 싶은데 괜찮아?”
“진법이라면 아까 그 진법을 말하는 겐가?”
“응.”
“물론! 그렇지 않아도 자네 시선에서 어땠는지 듣고 싶었거든.”
제갈무영이 활짝 웃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연스레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강림은 깨달았다.
‘앞으로는 안 물어봐도 되겠는데.’
듣고는 있었다.
문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예전에는 제갈무영의 진법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갈무영의 수준이 대폭 올라갔기 때문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부유석을 축으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했지.”
강림은 끊임없이 말을 이어 나가는 제갈무영을 보며 생각했다.
‘진법은 포기하자.’
아무래도 진법은 제갈무영에게 일임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 * *
푹!
박청광은 오크의 가슴에 창을 박았다.
그와 동시에 오크가 죽음을 맞이했고 박청광은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뒤에서 캐스팅을 준비 중이던 파티원 장동원에게 다가갔다.
“어허, 캐스팅이라니. 날 못 믿은 거야?”
“에헤이, 혹시나 하고 예전에는 마법까지 박아야 죽었으니까.”
장동원은 캐스팅을 취소하며 답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미소를 지었다.
“너무 좋지 않아?”
“그러니까. 너무 편해, 몸도 마음도.”
“이 버프가 평생 지속이라니. 진짜 너무 좋다.”
한국이 진정한 안전지대가 되었고, 그로 인해 특별 버프를 받게 됐다.
특별 버프 덕분에 사냥이 너무나 편해졌다.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난이도가 대폭 낮아졌다.
“이러다 우리도 랭커 되는 거 아냐?”
장동원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럴지도? 한국에서만 버프가 유지되니까. 국내는 몰라도 세계 랭커는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특별 버프는 한국에서만 유지된다.
한 발자국만 벗어나도 버프는 사라진다.
즉, 한국 플레이어와 비한국 플레이어 간의 성장 속도는 점점 벌어질 것이다.
“근데 강림, 제왕, 라숨은 이제 뭐 한다냐?”
“라숨은 지금 카디악이랑 전쟁 중이라 바쁠 테고. 강림이나 제왕 길드는…….”
말끝을 흐린 박청광은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국외 금지를 수복하지 않을까?”
이제 한국에는 금지가 없다.
말 그대로 한국에만 금지가 없다.
지구에는 아직 많은 금지가 남아 있었다.
당장 북쪽만 봐도 금지가 가득했다.
여태까지의 행보를 보면 앞으로는 국외 금지를 수복하러 다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겠지? 그런데…….”
장동원은 문득 든 생각에 말끝을 흐렸다가 이어 말했다.
“만약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 쪽 금지를 수복하면 그 땅은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리 땅이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