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54
제154화
154.
알레니오스가 파벌에 들어왔을 때부터 의문이었다.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잖아.’
의문인 이유는 알레니오스의 힘, 격 때문이었다.
알레니오스는 격도 낮았고 힘도 약했다.
그렇다고 다른 특출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알레니오스의 능력은 ‘그림자’를 통한 이능 몇 가지가 끝이었다.
이곳에 모인 다른 이들의 능력을 생각하면 별 볼 일 없는 능력이었다.
‘옛날이었으면 어림도 없을 녀석인데.’
원래 제드 파벌은 소수 정예였다.
파벌에 들어오려면 높은 ‘격’ 혹은 강한 ‘힘’.
또는 누구나 인정할 만한 특별한 ‘이능’.
셋 중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했다.
예전 기준이었다면 알레니오스는 결코 파벌에 들어올 수 없었다.
‘에휴, 생각이 있으시겠지.’
블레기드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알레니오스에 대한 관심을 거뒀다.
그리고 무란을 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드 님의 말씀을 어길 생각은 하지 마.”
“……알겠다.”
무란은 답을 한 뒤 돌아섰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블레기드는 무란의 뒷모습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불안한데.’
마주하지 않은 지금도 머뭇거리며 답했다.
그런데 마주하게 되면 어떨까?
‘……준비해야겠다.’
무란과 칼리모아는 강하다.
충돌을 말리기 위해서 미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카지안 녀석이 나타나면 골치 아프니까.’
근처에 수확자 카지안의 농장이 있었다.
지금 자리 잡은 곳이 카지안의 영역이라는 뜻이었다.
무란과 칼리모아가 충돌해 발생하는 여파 때문에 농장에 영향이 간다면?
카지안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다수가 모였으니 카지안이라고 해도 쉽게 공격해 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모여 있을 수는 없다.
혼자가 됐을 때 공격을 받지 않으려면 애초에 카지안과 마주하지 않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
블레기드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벌써…….’
칼리모아의 기운이 느껴졌다.
스윽
블레기드는 고개를 돌려 무란을 보았다.
무란 역시 칼리모아의 기운을 느낀 것인지 표정이 매우 험악해져 있었다.
“무란.”
블레기드는 기운을 담아 무란을 불렀다.
무란은 블레기드의 부름에 움찔하더니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화를 가라앉히려는 무란의 반응에 블레기드는 안도했다.
물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칼리모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무란이 다시 눈을 뜰 수도 있다.
‘미리 가서 이야기해야겠어.’
블레기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칼리모아가 오는 방향으로 마중을 나갔다.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블레기드는 칼리모아를 볼 수 있었다.
“……?”
칼리모아를 본 블레기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표정이 왜…….’
그도 그럴 것이 칼리모아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진지함과 심각함이 가득했다.
평소 칼리모아의 행실을 생각하면 무슨 일이 터진 게 확실했다.
‘설마 모글 쪽에서?’
블레기드는 속도를 높였다.
“칼리모아.”
그리고 곧 칼리모아와 마주할 수 있었다.
“아, 블레기드. 오랜만이야.”
“그래, 오랜만이다.”
“내가 제일 늦었나?”
“아니, 빠른 편이야.”
“그렇군.”
칼리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지?”
블레기드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상한 것은 표정뿐만이 아니다.
목소리를 보면 일이 생긴 게 확실했다.
그것도 자그마한 일이 아닌 큰일이.
“그게…….”
칼리모아는 말끝을 흐리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고는 주변을 스윽 훑고 말했다.
“이 근처 카지안의 영역인 건 알지?”
“알지, 그래서 최대한 조용히 있는 거고.”
“카지안이 소멸당했어.”
“……뭐?”
블레기드는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카지안이 죽었다고? 확실한 건가?”
“어, 오는 길에 라테르탄 만났어.”
흑야 라테르탄.
라테르탄의 이명은 하나가 아니었다.
참가자들끼리 부르는 이명이 하나 더 있었다.
정보꾼 라테르탄.
“라테르탄이 묻더라. 카지안이 죽었는데 혹시 우리 짓이냐고.”
라테르탄은 사냥 포지션을 선택한 참가자였다.
그러나 침략 포지션 참가자를 사냥하기 위해 사냥 포지션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라테르탄이 사냥 포지션을 선택한 것은 ‘혜택’ 때문이었다.
침략 포지션 참가자들의 생사를 알 수 있는 사냥 포지션 참가자들만의 특별한 ‘혜택’.
즉, 카지안의 소멸은 진실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
블레기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시험 참가자 중에서 카지안이 제일 강한 것은 아니다.
카지안보다 강한 이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카지안을 죽일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카지안이 작정하고 도망치면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 누가?”
“글쎄, 라테르탄이 찾는 중이니 당사자 말고는 아무도 모를 것 같은데?”
“으음…….”
블레기드는 나지막이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대체 누가 카지안을 죽인 것일까?
일단 수비 포지션 참가자들은 제외다.
수비 포지션에는 카디악, 라숨 등 카지안을 쉽게 찍어 누를 수 있는 존재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직접 힘을 쓸 수 없다.
현재 수비 포지션 참가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힘으로는 카지안을 결코 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사냥 포지션과 침략 포지션.
사냥 포지션 내에서 카지안을 잡을 수 있는 존재는 둘이었다.
투신 발로그.
노래하는 무들린.
그러나 사냥 포지션 참가자가 카지안을 죽인 것이라면 라테르탄이 모를 리 없다.
사냥 포지션 참가자들 간의 정보는 강제적으로 공유가 되기에.
즉, 사냥 포지션도 아니다.
‘침략 포지션 중에서 카지안을 죽일 존재…….’
블레기드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시비드 쪽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시비드 파벌이었다.
카지안과 시비드 파벌의 사이는 매우 좋지 않다.
이전부터 자주 충돌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쵸룰?’
카지안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시비드 파벌뿐만이 아니다.
쵸룰 파벌 역시 카지안과 매우 적대적인 관계였다.
‘적이 너무 많아.’
블레기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추리려고 했는데 추려지지 않았다.
후보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참가자가 죽인 건 맞나?’
적대적인 관계가 너무 많아, 참가자가 죽인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잠깐…….’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블레기드는 눈을 번뜩였다.
‘설마 그 녀석이?’
솔드럼을 죽인 지구인 ‘강림’.
혹시 강림이 카지안을 죽인 게 아닐까?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시점에서 솔드럼을 죽일 정도라면 강림 또한 보통 존재가 아니다.
솔드럼을 죽인 강림의 힘이 카지안에게 닿았다면?
“일단 프랑스 쪽은 조심하자고.”
“……프랑스?”
생각에 잠겨 있던 블레기드는 칼리모아의 말에 잠시 생각을 멈추고 반문했다.
“카지안의 본거지가 프랑스에 있으니까. 거기서 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
그리고 이어진 칼리모아의 말에 블레기드는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강림은 아닌 건가.’
강림이 위치한 곳은 한국이었다.
프랑스와는 거리가 매우 멀었다.
‘하긴 솔드럼을 죽였다고 해도 카지안은…….’
거기다 현시점에서 솔드럼의 힘이 강하긴 하지만 카지안이 격을 소모해 받은 페널티를 완화 시킨다면?
비교할 수 없다.
솔드럼은 카지안에게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즉, 강림이 카지안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생각을 마친 블레기드가 칼리모아에게 말했다.
“일단 그 일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는 걸로 하자고.”
“알겠어.”
“그리고 무란 자극하지 마.”
“…….”
“대답.”
“……알겠어.”
칼리모아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하…….’
그리고 그런 칼리모아의 반응에 블레기드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 * *
한국 육성 아카데미 졸업식장.
아카데미 교장 최철식이 축사를 하고 있었다.
“여러분!”
최철식이 외쳤다.
그러자 졸업생과 졸업식을 축하하기 위해 혹은 스카우트를 위해 온 모든 이들의 시선이 최철식에게 향했다.
그리고 최철식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그렇게 최철식의 축사가 끝났다.
축사를 끝낸 최철식이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사회를 맡은 이호석이 진행을 이어 나갔다.
“졸업생 여러분들께서는 준비된 장소로 이동하셔…….”
이호석의 말을 들으며 강수는 생각했다.
‘드디어 끝이구나.’
졸업식이 끝났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일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 졸업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축제’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스윽.
강수는 특별석을 보았다.
괜히 특별석이 아니다.
라숨교 집정관 황서연, 천상 길드 마스터 박찬미 등 한국을 이끌어가는 최고위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역시 어색해.’
그리고 그중에는 강림도 있었다.
10년 만의 만남이었다.
어색함이 느껴졌다.
‘근데 이 느낌은 뭐지?’
그러나 느껴지는 것이 어색함 뿐만은 아니었다.
여러 감정이 함께 느껴졌다.
바로 그때였다.
툭툭.
누군가 어깨를 건드렸고 강수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싱긋 미소를 짓고 있는 정나연을 볼 수 있었다.
“가자!”
“그래.”
정나연의 말에 강수는 따라 싱긋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러고는 함께 축제 장소로 이동했다.
“우와…….”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정나연이 감탄을 내뱉었다.
강수 역시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을 뿐 감탄했다.
크기, 음식, 분위기 등 무엇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작년이랑 너무 비교되는데…….’
첫 축제가 아니다.
강수는 작년과 재작년에 졸업식 축제를 간접적으로 경험했었다.
그런데 앞서 경험했던 축제와 같은 축제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상황이 바뀌어서 그런가?’
현재 한국의 상황은 작년, 재작년과 비교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일단 진정한 안전지대가 되어 몬스터에 대한 걱정이 없어졌다.
그리고 북한, 랴오닝성까지 영토가 쭉쭉 늘어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황이 나아져 축제의 수준이 올라간 듯했다.
“자리부터 확인할까?”
정나연이 물었다.
졸업생들은 전부 자리가 지정되어 있었다.
축제 기간 이루어지는 ‘스카우트’ 때문이었다.
물론 랜덤으로 배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성적’.
성적이 높을수록 좋은 자리가 배정된다.
“그러자.”
강수는 정나연과 함께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자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 강수, 정나연! 역시나 같이 왔구나.”
도착과 동시에 강수와 정나연은 먼저 자리 잡고 있던 졸업생 최치우의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근데 너희는 어떻게 성적도 그렇게 딱 붙었냐?”
“운명 아닐까?”
정나연은 최치우의 인사에 답하며 자리에 앉았다.
강수 역시 미소를 지으며 따라 앉았다.
“어이고, 벌써부터 지극정성이셔.”
최치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나연 씨는 헤스교 가실 테고…….”
그러고는 말끝을 흐리며 강수를 보았다.
“우리 강수 씨는 어디 가시기로 하셨나? 지망대로 플레이어 될 거야?”
“고민 중이야. 치우 너는?”
“라숨! 난 처음부터 라숨이었어! 라숨이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과거를 떠올린 최치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바로 그때였다.
웅성웅성
멀리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강수와 정나연, 최치우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다가오는 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와, 라숨교 집정관 황서연이야.”
“그 옆에는 제왕 길드 마스터 김철수! 최강의 플레이어!”
“근데 가운데 분은 누구야?”
“누구기는! 넌 뉴스도 안 보고 살았냐? 강림 님이시잖아!”
“헐! 저분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