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80
제180화
180.
김철수는 강림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
강림과 제갈무영이 웃고 있던 이유.
혈우진이 갑자기 말을 멈춘 이유.
세 사람은 서로를 알고 있었다.
‘근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김철수는 혈우진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혈우진이라는 이름이 익숙했다.
‘혈우진…… 혈우진…….’
김철수는 혈우진의 이름을 속으로 되뇌며 생각했다.
“……!”
그리고 곧 혈우진이 누구인지 떠올린 김철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혈수라!’
혈수라 혈우진.
중원 백 대 고수 중 하나였다.
물론 중원과 지구가 연결된 지 3년이 되던 해 밀려나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이들에게 실력이 밀려 밀린 게 아니다.
십 대 고수이자 천마신교의 일인자 천마 양도윤에게 죽어 밀려났다.
김철수는 혈우진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소문이랑 너무 다르지 않나?’
혈우진의 성품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흉악’이었다.
그러나 지금 혈우진이 보이는 모습은 흉악과 거리가 멀었다.
순하디순한 양 같았다.
‘두 분 때문인가?’
혈우진이 순한 이유는 강림과 제갈무영 두 사람 때문임이 분명했다.
대체 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혈우진이 순한 양이 된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내 말이 안 들리나?”
혈우진이 말이 없자 강림이 고개를 갸웃하며 재차 말했다.
“드, 들립니다.”
그리고 혈우진이 침을 꿀꺽 삼키며 답했다.
“어찌 여기에 있는 겁니까? 고향으로 떠난 거 아니었습니까?”
고향으로 가겠다며 중원을 떠났다.
그런데 강림이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강림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여기가 내 고향이니까.”
“…….”
혈우진은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혈우진이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강림은 의아한 눈빛으로 혈우진에게 물었다.
“나랑 싸우려고?”
혈우진은 강림의 물음에 이를 악물며 외쳤다.
“그냥 죽을 수는 없으니까요! 전과는 다를 겁니다!”
강림이 떠나고 얼마 뒤 세상이 변했다.
그리고 혈우진은 강력한 힘을 손에 넣었다.
강림이 떠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고, 괴이한 신물도 여럿, 손에 넣었다.
‘지금이라면…….’
혈우진은 상상했다.
강림과 전투하면 어떤 결과가 펼쳐질까?
“…….”
이내 혈우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상상해보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전보다 더 오래 버티긴 하겠지만 그뿐이다.
전처럼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는 미래가 그려졌다.
‘도망쳐야 하나?’
바로 그때였다.
“내가 널 왜 죽여?”
“……예?”
도망을 생각하고 있던 혈우진은 강림의 말에 반문했다.
“사고 친 것도 아닌데 왜 죽이냐고. 설마 사고 칠 생각이야?”
“아뇨. 그럴 리가요.”
혈우진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물론 거짓이다.
혈우진이 이곳에 온 이유는 정보 수집과 영역 구축 때문이었다.
정보 수집은 둘째치고 영영 구축은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말했다가는 죽을 것이다.
그리고 영역 구축은 강림이 있다는 것을 알기 전이다.
강림의 고향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수정하시겠지?’
물론 계획 수정 역시 혈우진의 생각일 뿐이다.
결정권자인 혈소린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냥 들이받으려나?’
혈우진이 강해졌듯 혈소린 역시 강해졌다.
만약 혈소린이 강해진 자신의 힘을 믿고 계획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강림을 그대로 들이받는다면?
이길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들이받고 이기지 못한다면?
이미 강림은 혈교에 한 번 기회를 줬다.
강림은 두 번 이상 기회를 주지 않는다.
즉, 이기지 못하면 끝장이다.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을까.’
그것도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압도적으로 이겨야 한다.
상처 가득한 승리가 되면, 다른 곳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에.
“근데 여기는 어쩐 일이야?”
강림이 물었다.
혈우진은 생각을 접고 물음에 답했다.
“……조사 나왔습니다.”
“혈교를 대표해서?”
“예.”
“혈교는 조사만 하려 했다 쳐도 다른 곳은 아닐 것 같은데 중원 쪽 상황 어때?”
김철수에게 중원에 대해 듣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강림이 없고 제갈무영이 존재하던 ‘중원’이었다.
강림이 영향을 끼쳤고 제갈무영이 없는 ‘중원’의 상황은 다를 것이다.
“아는 것 좀 있나?”
혈우진은 혈교의 2장로였다.
혈교 최고위 인사 중 하나로 교내 위치를 생각하면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강림은 중원에 가기 전 혈우진을 통해 중원의 상황을 대강 확인할 생각이었다.
‘따로 확인은 해야겠지만.’
물론 혈우진의 말을 100% 믿을 수는 없다.
그리고 혈우진도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림맹, 천마신교, 은자림 같은 다른 세력의 심층 정보는 모를 것이다.
“엇, 그게…….”
강림의 물음에 혈우진이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내 생각을 정리했는지 혈우진이 입을 열었다.
“다들 조사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상이라 하면 지부?”
“예, 이곳에서 활동하려면 안정적인 거처가 있어야 하니까요. 아, 은자림은 아닙니다.”
“흐음.”
강림은 침음을 내뱉으며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혈우진은 강림의 반응에 침을 꿀꺽 삼켰다.
강림이 각 세력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도 됐고 기대도 됐다.
그리고 각 세력이 강림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걱정됐고 기대됐다.
바로 그때였다.
“혈장로, 오랜만이오.”
강림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혈우진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움찔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돌려 옆에 서 있던 목소리의 주인공 제갈무영을 보았다.
“천뇌, 오랜만이오. 같이 떠났다는 소문이 들리긴 했는데, 진짜였구려.”
제갈무영은 혈우진의 말에 싱긋 웃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우리가 떠난 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소?”
중원에서 지구로 올 때만 해도 강림, 제갈무영은 잠깐 사이에 엄청난 시간 차이를 겪었다.
그래서 제갈무영은 궁금했다.
과연 중원에서 떠난 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정확히 10년이오.”
혈우진이 답했다.
“……!”
제갈무영은 혈우진의 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꽤 흘렀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1, 2년 길어야 3, 4년 정도를 예상했다.
그런데 10년이라니?
“10년이나 지났다고?”
놀란 것은 제갈무영뿐만이 아니다.
강림 역시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예.”
혈우진이 답했고 강림은 생각에 잠겼다.
‘시간이 어떻게 뒤틀린 거야?’
귀환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중원에서는 10년이 지났다니?
거짓은 아닐 것이다.
어차피 곧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인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강림이 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지구로 귀환했을 때 지구는 10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반대가 되었을 뿐이다.
‘10년이라…….’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강산도 변할 시간이다.
실제로 지구는 대격변이 일어난 지난 10년간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다.
중원 역시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을 것이다.
‘얼마나 달라졌으려나?’
김철수에게 들은 것과 다를 것이란 건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달라졌을 것 같았다.
강림은 혈우진을 보았다.
눈치를 살피고 있던 혈우진이 움찔했고 강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차근차근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는데. 시간 있지?”
원래는 대충 이야기를 듣고 중원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10년이라는 이야기에 생각이 바뀌었다.
아주 자세히 듣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았다.
* * *
“더 궁금하신 건…….”
혈우진이 말끝을 흐리며 강림의 눈치를 살폈다.
“끝.”
모든 궁금증을 해결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머지 것들은 혈우진이 모르는 것들이었다.
“그럼 이제 갈까?”
“예?”
강림의 말에 혈우진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저도 같이 가는 것입니까……?”
“응.”
“어딜 가자는 말씀이신지……?”
“중원.”
“아.”
혈우진은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함께 가자는 말에 어딜 가자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중원이라니?
혈우진은 난감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제가 차원석이 없어서…….”
위험하더라도, 죽더라도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차원석도 하나만 들고 왔다.
즉,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
강림은 싱긋 웃으며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차원석을 꺼냈다.
“여유분이 있거든.”
“아…….”
강림이 꺼낸 차원석을 보고 혈우진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혈우진의 반응에 강림이 이어 말했다.
“여기에 남고 싶으면 남아도 되고. 물론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을 거야. 진법도 진법이지만 무영이가 남아 있을 거니까.”
강림의 말에 혈우진은 주변을 힐끔 보았다.
‘그래, 여기 있어봤자 의미가 없겠지.’
조금 전 강림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혈우진은 주변을 살폈었다.
그리고 경악했다.
수많은 진법이 빽빽이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제갈무영 만큼은 아니지만 혈우진 역시 진법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진법의 수준이 말도 안 되게 높다는 것을.
그리고 무척이나 위험하다는 것을.
거기다 제갈무영이 이곳에 남아 있는다?
진법과 함께하는 제갈무영을 뚫을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혈교의 전력이 투입된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실수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강림과 제갈무영이 진법과 함께 입구를 지키고 있듯 혈교 역시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문제는 입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강림을 모른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강림에게 실수라도 한다면?
사이가 틀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강림과 함께 귀환해야 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혈우진이 고개를 꾸벅 숙여 공손히 감사를 표했다.
강림은 혈우진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차원석을 건넸다.
“바로 가는 겐가?”
제갈무영이 물었다.
“응, 잘 부탁해.”
“걱정 말게나.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할 테니.”
“…….”
혈우진은 두 사람의 대화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잠자코 대화를 들으며 속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무조건 설득해야 해.’
혈소린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만약 혈소린이 적대하려 한다면?
전력을 다해 막아야 한다.
‘아니지, 어차피 보자마자 알 테니.’
문득 든 생각에 혈우진은 괜한 걱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혈소린은 강해졌다.
강해진 만큼 시야도 넓어졌다.
그러니 알 것이다.
강림과 제갈무영이 더욱 괴물이 되었다는 것을.
혈소린은 결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근데 플레이어가 된 것도 아닌데, 어찌 이리 강해진 거지?’
강림, 제갈무영과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됐다.
두 사람은 놀랍게도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만 존재하는 신과 같은 이들의 선택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혈우진이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플레이어가 된 게 잘못된 선택이었나……?’
혈우진이 의문에 잠겨 있던 사이 강림과 제갈무영의 대화가 끝났다.
“가자고.”
강림이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넵!”
혈우진은 생각을 끝내고 재빨리 따라 걸음을 옮겼다.
곧 강림과 혈우진은 포털 앞에 도착했고.
일말의 멈칫거림 없이 그대로 포털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