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257
제257화
257.
“……예, 문제가 생겼습니다.”
강림이 물었고 라숨이 난감한 표정과 목소리로 답했다.
“무슨 문제죠?”
“그게…….”
라숨은 다시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인상을 구겼다.
강림은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라숨이 입을 열길 기다렸다.
“후.”
얼마 뒤 라숨이 짧게 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로벨, 라수타크, 마에빌, 데르고드에 대한 관심을 접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영원히요.”
“그 이유는요?”
“불의 법칙 1인자이신 마디온 님이 조사하는 걸 원치 않아 하십니다.”
“……!”
강림은 눈을 번뜩였다.
‘마디온? 설마 그 마디온?’
눈을 번뜩인 이유는 마디온이라는 이름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그 마디온일까?’
물론 지금 라숨이 말한 마디온이 강림이 알고 있는 마디온과 동일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
이름만 같은 전혀 다른 존재일 수 있다.
그러나 강림이 아는 마디온은 ‘불의 길’을 걸으려 했고 라숨이 말한 마디온은 ‘불의 길’을 걷는 이들 중 가장 앞에 있는, 법칙 1인자였다.
불의 길이라는 공통점을 생각하면 동일 존재일 가능성이 꽤나 있어 보였다.
‘근데…….’
이어 든 생각에 강림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 아이가 법칙 1인자가 됐을 정도면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거지?’
동일 존재라고 해도 문제였다.
강림의 기억 속 마디온은 ‘법칙’이 아니었다.
길에 들어서기 직전의 ‘초월자’였다.
초월자인 마디온이 법칙 1인자가 되었다?
‘어쨌든 그 아이가 맞다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마디온이라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바로 그를 만날 생각은 없었다.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자리에 따라 생각과 마음이 변하기 마련이다.
만약 마디온이 전과 달라졌다면?
좋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강림이 말이 없자 라숨은 계속해서 이어 말했다.
“강림 님이 강하신 건 알지만 마디온 님은 차원이 다른 분입니다.”
라숨은 강림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 얼마나 강한지는 모른다.
하지만 마디온은 최상위 법칙이었다.
거기다 공격력이 뛰어난 불의 법칙 1인자였다.
제아무리 강림이 강하다고 해도 마디온에게 상대가 될까?
아니,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마디온의 손짓 한 번으로 끝날 수 있다.
“시험이 끝나고 보상을 받으면 강림 님은 더 강해지시겠지요. 그래도 마디온 님에게는…….”
라숨이 말끝을 흐렸고 강림은 생각을 끝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네?”
강림의 답에 라숨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잊겠습니다.”
“아, 네.”
강림이 재차 답했고 라숨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포기를 권했지만 이리 빠르게, 흔쾌히 수긍할 줄은 몰랐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내 얼떨떨함을 떨쳐낸 라숨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이어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결전 아니었나요……?”
마디온과의 만남, 체르딘의 증표 등 여러 일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오늘이 결전의 날이었다.
그런데 강림은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일까?
‘벌써 끝났을 리는 없고.’
결전 상대는 시비드, 제드 그리고 카디악이었다.
물론 직접 셋을 상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벌써 결전이 끝났을 리는 없다.
‘밀린 건가? 아님, 취소?’
아무래도 결전이 밀리거나 취소된 게 아닐까 싶었다.
라숨이 생각하고 있던 그때 강림이 답했다.
“네, 조금 전 끝내고 왔습니다.”
“……!”
강림의 답을 듣고 라숨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밀리거나 취소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벌써 결전이 끝나다니?
라숨은 강림의 상태를 확인했다.
지친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상처 또한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압도적으로 끝장낸 것이 분명했다.
“……대단하십니다.”
“아닙니다. 근데 혹시 우주 역사도 궁금해하면 안 되는 겁니까?”
강림은 라숨에게 물었다.
라숨이 조사를 포기하라 한 것은 로벨, 라수타크, 마에빌, 데르고드 넷뿐이었다.
우주 역사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아, 그건 아닙니다. 우주 역사는 최대한 빨리 구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네!”
“혹시 더 하실 이야기가 있을까요?”
라숨의 답을 듣고 강림이 재차 물었다.
강림은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라숨이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면 바로 작업하러 갈 생각이었다.
“없습니다. 일이 있으신 건가요……?”
“네,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럼 다음에 뵙지요! 조속히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났고 라숨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이어 한소영이 고개를 들었고 강림은 한소영과 짧게 대화를 나눈 뒤 바로 포털을 통해 결전 장소로 이동했다.
‘여기에서 만들면 문제없겠지?’
결전 장소에 온 이유는 이제부터 할 ‘작업’ 때문이었다.
‘혹시 모르니까.’
강림은 기감을 확장했다.
당연하게도 개미 한 마리 느껴지지 않았다.
스윽-
확인을 마친 강림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아공간이 열리며 보랏빛 구슬이 튀어나왔다.
당연히 평범한 구슬이 아니었다.
공허의 권능이 담겨 있는 구슬이었다.
강림이 공허의 권능이 담긴 구슬을 꺼낸 이유는 이제부터 할 ‘작업’의 주재료가 ‘공허의 권능’이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더 구해야 하긴 하겠지만…….’
구슬에 담긴 공허의 권능은 크지 않았다.
그래도 1차 작업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강림은 허공에 구슬을 띄우며 생각했다.
‘이렇게 빨리 구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원래는 시험이 끝난 뒤 차원탑이 나타나면 공허의 권능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비드, 라테르탄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강림은 허공에 뜬 구슬에 기운을 주입했다.
쩍! 쩌적!
그와 동시에 구슬 곳곳에 균열이 나타났고 이내 구슬이 파괴되며 공허의 권능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림은 권능 덩어리를 보며 무신기에 의지를 담았다.
그러자 여섯 무신기가 튀어나왔다.
‘역시 여섯 번째가 맞겠지?’
첫 번째 무신기는 강림의 기운과 불.
두 번째 무신기는 강림의 기운과 물.
세 번째 무신기는 바람, 네 번째 무신기는 빛 그리고 다섯 번째 무신기는 어둠.
다섯 무신기 전부 2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여섯 번째 무신기에는 아직 다른 속성을 담지 않았다.
성질이 여러 가지라고 작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권능의 크기를 생각하면 1가지 성질만 가지고 있는 여섯 번째 무신기를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 여섯 번째가 맞아.’
결정을 내린 강림은 무신기에 다시 의지를 담았다.
여섯 번째 무신기를 제외한 다섯 무신기가 강림의 몸으로 돌아갔고 강림은 권능 덩어리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자 권능 덩어리가 10개로 균등히 조각났다.
강림은 다시 손가락을 까딱였고 권능 조각 1개가 여섯 번째 무신기에 스며들었다.
그그극!
그와 동시에 여섯 번째 무신기가 진동하기 시작했고 강림은 미간을 찌푸린 채 집중을 시작했다.
그러자 무신기의 형태가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이내 동그란 구체가 되었고 진동 역시 끝이 났다.
스윽-
강림은 고개를 들어 남은 공허의 권능 조각들을 보았다.
1개를 사용했고 9개가 남아 있었다.
‘꽤 걸리겠네.’
강림은 남은 조각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무신기 제련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예전이었으면 단숨에 끝냈을 텐데.’
과거를 떠올린 강림은 씁쓸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권능 조각 1개가 무신기에 스며들었다.
그그극!
그리고 다시 무신기가 진동하기 시작했고 강림은 집중을 시작했다.
* * *
세계수 ‘무라실’의 심처.
심처의 주인 마디온은 손가락을 까딱여 탁자를 치고 있었다.
“으음…….”
이내 마디온이 침음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마디온은 걸음을 옮겨 왼쪽 벽에 붙어 있는 진열대로 다가갔다.
스윽-
그리고 진열대 앞에 도착한 마디온은 진열되어 있는 코끼리 동상의 상아를 잡아 비틀었다.
기기긱!
그러자 벽 안쪽에서 기묘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그극!
이어 진열대와 벽이 갈라지며 작은 통로가 나타났다.
마디온은 거침없이 통로를 따라 안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로의 끝에 도착한 마디온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가로세로 2m, 높이 2m 크기의 작은 방이었다.
그리고 방 중앙에는 ‘목패’ 하나가 둥둥 떠 있었다.
목패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군데군데 균열이 가 있었다.
마디온은 슬픈 눈빛으로 목패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라수타크 님, 대체 어디에 계신 겁니까…….’
목패는 라수타크의 ‘원명패’였다.
원명패가 파괴되지 않았다는 것은 라수타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정상적인 상태는 아닐 것이다.
원명패 곳곳에 나타난 균열이 바로 그 증거였다.
‘대체 누가 라수타크 님을…….’
그래서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라수타크가 얼마나 강한지 마디온은 알고 있다.
마디온이 길에 들어서기 전부터 라수타크는 최상위 법칙이었다.
대체 누가 라수타크에게 상처를 입힌 것일까?
“으음…….”
침음을 내뱉은 마디온은 다시 한번 원명패를 바라본 뒤 돌아섰다.
그리고 통로를 통해 다시 심처로 향하며 생각했다.
‘다른 분들도 같이 계신 걸까……?’
행적이 묘연해진 것은 라수타크뿐만이 아니다.
라수타크와 친분이 깊던 로벨, 마에빌 등도 행적이 묘연해진 상황이었다.
‘……라숨이라고 했지.’
마디온은 얼마 전 우주 도서관에 나타났던 라숨을 떠올렸다.
라숨은 라수타크 그리고 로벨, 마에빌, 데르고드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라키넨 님이랑 관련이 있는 걸까?’
아직 길에 들어서지도 못한 라숨이 법칙 중의 법칙이라 할 수 있는 네 존재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것은 최초의 법칙 라키넨이 여러 법칙들과 함께 만든 ‘시험 무대’에서 발견된 어느 한 ‘물건’ 때문이었다.
혹시 네 존재의 행방불명이 라키넨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일까?
‘영면에 드시긴 했지만…….’
시험을 만든 라키넨과 법칙들은 영면에 들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영면에 든 게 아니다.
파편과 조직 그리고 후계자를 남겼다.
라키넨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도 파편, 조직 혹은 후계자들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봐야겠어.’
* * *
“후아.”
강림은 깊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흡족한 표정으로 여섯 번째 무신기를 보았다.
제련이 끝난 여섯 번째 무신기의 형태는 처음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현재 무신기는 짐승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늑대와 비슷했으나, 다른 점은 다리가 여섯 개라는 것과 이마에 작은 뿔이 있다는 것.
두 부분만 제외하면 늑대와 같았다.
물론 단순히 형태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공격력도 대폭 늘어났다.
강림은 여섯 번째 무신기에 의지를 보냈다.
그러자 여섯 번째 무신기가 입을 쩍 벌렸고.
스아악!
전방의 돌산을 향해 보랏빛 광선을 뿜어냈다.
광선의 속도는 빨랐고 광선과 돌산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그리고 돌산에 광선이 작렬한 순간.
스앗!
보랏빛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폭발의 여파로 돌산이 사라지고 돌산이 있던 자리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
구덩이를 본 강림은 이어 무신기를 보며 생각했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당분간 별문제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