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7
제7화
7.
강대석은 작은아버지였고 강영림은 고모였다.
그리고 권지호는 외삼촌이었다.
그러나 가족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보다 못한 사이였다. 그런데 그 셋이 그룹을 관리하고 있다니?
“그리고 지금 그룹을 완전히 삼키려 작업 중입니다.”
“…….”
김시호의 말에 강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은 아니다.
강대석과 강영림, 권지호는 10년 전에도 그룹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그럴 깜냥이 되지 않았기에.
‘하긴 10년이니.’
강림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10년은 깜냥이 되지 않는 이들도 손을 뻗을 만한 긴 시간이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강림의 표정을 본 김시호가 조심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물었다.
“일단…….”
김시호의 물음에 강림은 말끝을 흐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원래는 어머니부터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 병문안을 간다면 어떻게 될까?
강대석, 강영림, 권지호 이 셋이 알게 될 거다. 과연 그들이 가만히 있을까?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작업을 서두를 것이 분명했다.
“그룹 상황부터 확인해야겠는데 가능할까요?”
지금 해야 되는 것은 그룹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에 따라 계획을 달리 세워야 되기에.
“물론입니다. 그런데…….”
김시호가 말끝을 흐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또 무슨 문제가 있나요?”
강림은 김시호의 표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있음을 직감하고 물었다.
“강지용, 김태영, 권설하, 권유하가 문제입니다.”
“……?”
강지용은 강대석의 차남이었고 김태영은 강영림의 장남이었으며 권설하, 권유하는 권지호의 쌍둥이 남매로 전부 사촌이었다.
“그 녀석들이 왜요?”
“강지용과 권설하는 플레이어가 됐습니다. 그리고 김태영과 권유하는 간택받은 자이구요.”
“아…….”
이어진 김시호의 말에 강림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강지용과 권설하는 둘 다 A등급 플레이어입니다. 권설하는 곧 S등급으로 올라간다는 정보가 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태영은 죽음의 초월자 카디악교의 2급 사제고 권유하는 바람의 초월자 헤스의 2급 성기사입니다. 힘이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말을 마친 김시호의 표정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표정뿐만이 아니다.
목소리에도 걱정이 듬뿍 묻어 있었다.
어떤 종류의 걱정인지 알고 있었다.
중원에서 수없이 마주했던 종류의 걱정이었다.
“괜찮습니다.”
A급 플레이어, 2급 사제, 2급 성기사가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의 강함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배경도 생각해야 했다.
강지용과 권설하는 길드에 속해 있을 것이고 김태영과 권유하는 교단에 속해 있을 것이다.
길드, 교단의 지원이 있을 확률이 100에 가까웠다.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면 오히려 환영이거든요.”
그러나 힘이라면 자신 있는 강림이었다.
“……혹시 플레이어가 되신 겁니까? 아니면 간택?”
강림의 답에 김시호가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비슷합니다.”
둘 다 아니었다.
그러나 아니라 하면 김시호는 다시 걱정할 것이 분명했다.
“오오오!!”
김시호는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플레이어면 플레이어고 간택받은 자면 간택받은 자다.
그런데 비슷하다니?
“정보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김시호의 반응을 본 강림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늦어도 이틀이면 됩니다! 완벽히 정리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강림의 말에 김시호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홀로 남은 강림은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에 있는 컴퓨터로 향했다.
서류에는 많은 것이 쓰여 있었지만 몬스터의 종류, 플레이어, 간택받은 자들의 능력 같은 것들이 구체적으로 쓰여 있지 않았다.
이제부터 강림은 그것들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이건 그대로네.’
세상이 변한 지 10년이었다.
탑 그리고 몬스터들이 제공하는 전리품 덕분에 세상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는 10년 전과 같았다.
10년 전과 다른 점은 성능이 무지막지하게 좋아졌다는 것.
이내 컴퓨터 앞에 도착한 강림은 바로 검색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10년 전 강림이 겪은 사고였다.
-대한호 폭발!
-대한 그룹 회장 강현 실종
-대한 그룹 회장 강현 그리고 후계자 강림 사망?
.
.
-대한 그룹 부회장 권세연 충격에 빠져 혼수상태!
검색과 동시에 수많은 기사가 주르륵 나타났다.
강림은 한없이 차디찬 눈빛으로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거의 다 비슷비슷한 내용이었다.
누군가 가이드를 제공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전략실에서 할 만한 뉘앙스는 아닌데.’
기사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었다.
대한 그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략실에서 진행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셋 중 하나인가? 아니면 셋 다?’
아마도 지금 그룹을 집어삼키려 하는 강대석, 강영림, 권지호. 셋 중 하나 혹은 셋의 합의로 이루어진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후.’
기사를 읽던 강림은 폭발 당시를 떠올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이어 몬스터 검색을 시작했다.
검색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림은 왕산 해수욕장에서 잡은 몬스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오우거였구나.’
바로 오우거였다.
‘최소가 4등급? 강한 녀석이었네.’
오우거의 자세한 정보를 확인한 강림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의 최하 등급은 ‘9’였다.
그리고 숫자가 낮을수록 위험했다.
그런데 오우거의 최소 등급은 ‘4’로 몬스터들 중에서도 매우 위험한 편이었다.
‘그 정도가 4등급이라면…….’
강림은 오우거의 기운을 떠올렸다.
‘걱정할 필요 없겠네.’
몬스터는 딱히 염두에 둘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더 강하다고 해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검색을 멈추지는 않았다.
강림은 계속해서 검색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림은 새로운 종류의 몬스터를 접할 수 있었다.
‘컬러 몬스터?’
모든 몬스터가 숫자로 분류되는 게 아니었다.
레드, 블루, 옐로우, 그린. 컬러 등급이라 불리는 네 가지 등급이 더 존재했다.
레드가 가장 위험했고 그다음이 블루, 옐로우, 그린 순이었다.
‘……블루 등급 하나 때문에 부산이 폐쇄됐다고?’
컬러 등급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던 강림은 눈을 번뜩였다.
블루 등급 몬스터 ‘킬리아드라’.
킬리아드라는 한국에 존재하는 컬러 등급 몬스터 중 가장 강한 몬스터였다.
그리고 현재 킬리아드라가 자리 잡은 부산은 ‘금지’가 된 상태였다.
부산이 어떤 곳이던가?
제2의 도시였다.
그런데 몬스터 하나 때문에 금지가 되다니?
‘이런 녀석이 블루라니. 그러면 레드는 얼마나 강한 거야?’
킬리아드라는 블루 등급이었다. 그 위에는 레드 등급이 존재했다.
블루가 이 정도인데 레드 등급의 몬스터들은 대체 얼마나 강한 것일까?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네.’
오우거의 수준을 보고 몬스터는 걱정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컬러 몬스터들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부산을 금지로 만들 정도다.
컬러 몬스터는 위협이 될 수 있다.
‘레드는 없나?’
강림은 가장 강한 레드 등급 몬스터들의 정보를 검색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보가 없었다.
나와 있는 것은 이름과 서식 지역 정도뿐이었다.
킬리아드라의 정보가 자세했던 이유는 자리 잡은 곳이 한국이었기 때문이었다.
강림은 아쉬운 표정으로 스크롤을 쭉쭉 내렸다.
그리고 이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컬러가 끝이 아니야?’
레드가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등급이 분류되지 않은 몬스터들도 존재했다.
‘……진짜 궁금해지는데.’
강림의 표정에 호승심이 나타났다.
얼마나 강한지 한번 붙어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호승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등급 외 몬스터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등급 외 몬스터는 대부분 바다에 있었고 지상에 있는 녀석들도 다른 대륙에 있었다.
하늘길과 바닷길이 거의 막힌 현 상황에서 그들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투자하면 가능했다.
그러나 현재 강림에게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룹을 삼키려는 수작을 박살 내야 했고 어머니의 상태도 확인해야 했으며 플레이어와 간택받은 자들이 만든 육성 학교 ‘아카데미’에 다니는 동생 ‘강수’도 만나야 했다.
‘수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려나…….’
헤어질 당시 강수의 나이는 여덟 살이었다.
여덟 살 때부터 10년이다.
당시에는 잘 따랐지만 지금은 어떨까?
그때처럼 잘 따를까?
어색해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이야.’
중원에서는 전혀 하지 않았던 종류의 고민이었다.
강림은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뱉고는 다시 몬스터 확인을 이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몬스터 확인이 끝났고 강림은 ‘플레이어’에 대한 검색을 시작했다.
상대해야 될 것은 몬스터뿐만이 아니었다.
플레이어, 간택받은 자들과도 부딪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X등급이 열 명이라, 생각보다 적네?’
플레이어 최상위 등급인 X등급, X등급 플레이어는 전 세계에 열 명뿐이었다.
‘우리나라에는 한 명.’
그리고 한국에도 X등급 플레이어가 있었다.
X등급 플레이어의 이름은 김철수.
‘흐음, 어떤 사람이려나.’
김철수는 한국 최강 길드인 ‘제왕’ 길드의 마스터였고 제왕 길드와 대한 그룹은 업무 협약을 맺은 상태였다.
일이 잘 해결되든 해결되지 않든 마주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만약 적대적이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세밀한 정보는 없었다.
그러나 전 세계를 통틀어 열 명밖에 없는 X등급 플레이어였다.
약할 리 없다.
‘지금 내 몸 상태로 가능하려나?’
차원을 넘으며 육체가 크게 망가졌다.
본래 힘의 10%밖에 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김철수와 붙게 된다면?
‘회복에 집중해야겠네.’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힘들 것이다.
‘무영이만 있어도 만변순환진으로 빠르게 회복했을 텐데. 배워 둘 걸 그랬어.’
제갈무영의 진법이 무척 그리워지는 상황이었다.
* * *
“진짜 아니야?”
박찬미가 물었다.
질문을 하는 박찬미의 표정에는 진지함과 싸늘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예, 저희 쪽은 확실히 아닙니다.”
김지혁이 확신에 가득 찬 표정과 목소리로 답했다.
“…….”
그러자 박찬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김지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적이 찾아왔고 정적을 깬 것은 둘의 대화를 잠자코 듣던 한소영이었다.
짝!
박수 소리로 정적을 깬 한소영은 자신을 바라보는 박찬미와 김지혁을 한 번씩 응시하고는 입을 열었다.
“더 이상 이야기해 봤자 진전될 것 같지도 않고.”
아까부터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었다.
“정보가 더 수집되면 다시 이야기하자구. 찬미 와 줘서 고마워. 다음에 한턱낼게!”
축객령이었다.
“고맙기는, 나한테도 아주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어. 그래도 뭐 한턱낸다니 말리지는 않을게.”
“배웅은 못 해 줘서 미안!”
“이해해.”
김지혁 때와 달리 박찬미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오우거의 사체를 한 번 응시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박찬미가 떠나고 한소영이 김지혁에게 물었다.
“진짜 없었어?”
한소영은 오랜 시간 박찬미를 보았다.
이번에 박찬미가 보인 반응은 ‘진심’이었다.
박찬미는 플레이어의 짓이 아니라 확신하고 있었다.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간택받은 자뿐이다.
“예, 신력은 일말도 없었습니다.”
김지혁이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답했다.
신력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박찬미의 말을 인정했을 것이다.
“플레이어 짓이 확실합니다.”
“으음…….”
한소영은 침음을 내뱉었다.
박찬미를 오래 봤듯 김지혁도 오래 보았다.
김지혁의 반응 역시 ‘진심’이었다.
그래서 문제였다.
‘플레이어, 간택받은 자. 둘 다 아니라면…….’
한소영은 고개를 돌려 오우거 사체를 보았다.
‘불길한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하필 대침공을 앞에 두고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