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6
제6화
6.
“아, 정부요?”
김시호는 강림의 말에 반문하고는 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존재는 합니다. 그런데 기억하고 계시는 그 정부와는 많이 다릅니다. 길드와 교단의 힘이 워낙 강해져서…….”
“아…….”
강림은 김시호의 답을 듣고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탄성을 들은 김시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어 말했다.
“근데 괜찮으신 것 맞으시지요……?”
걱정이 됐다.
진짜 괜찮은 게 맞는지 너무나.
“네네, 괜찮습니다.”
김시호의 물음에 강림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다시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탑에 이어 포털이라…….’
2021년 7월 1일.
탑이 우후죽순 나타났던 3월 3일과 마찬가지로 곳곳에 포털이 나타났다.
문제는 포털에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
이미 알고 있었는지 플레이어들과 간택받은 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몬스터들과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몬스터의 수가 너무 많았다.
결국 몬스터들에게 땅을 빼앗겼고 빼앗긴 땅을 사람들은 ‘금지’라 칭하며 출입을 금했다.
‘왕산도 설마 금지였나?’
강림은 왕산 해수욕장에서 보았던 영물, 아니, 몬스터를 떠올렸다.
‘아니지,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만에 하나 왕산 해수욕장이 금지였다면 한 마리가 아니라 수백, 수천 마리가 있었을 것이다.
금지는 아닐 것이다.
강림은 계속해서 서류를 읽어 나갔다.
* * *
저벅저벅.
교단 연구소로 걸음을 옮기는 김지혁의 표정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대체 어떻게 죽은 걸까.’
현재 김지혁의 머릿속에는 왕산 해수욕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변종 오우거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
사체를 발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끝없이 생각했으나 알 수가 없었다.
대체 누가?
어떻게 죽인 것일까?
‘분석 끝나기 전에 알고 싶었는데.’
김지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사체를 가져왔고 바로 분석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쯤 분석이 끝났을 것이다.
“심판자님을 뵙습니다.”
“심판자님을 뵙습니다.”
이내 목적지인 교단 연구소에 도착했고 입구를 지키고 있던 이들이 고개를 꾸벅 숙여 김지혁에게 인사했다.
김지혁 역시 말없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에 답하고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소장이자 대사제 한소영을 만날 수 있었다.
“대사제님, 저 왔습니다.”
“잠시만.”
한소영은 김지혁의 인사에 답했다.
그리고 이내 하던 일을 마무리한 뒤 뒤쪽에 있던 변종 오우거의 사체를 힐끔 보고 입을 열었다.
“지혁아.”
“네.”
“이거 뭐냐?”
“예?”
김지혁은 한소영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모든 설명을 했다.
무엇을 묻는 것일까?
한소영이 이어 말했다.
“말이 안 돼. 내부가 아주 개박살이 났어.”
“……개박살이요?”
“응, 분석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그냥 내부가 파쇄기에 갈린 것처럼 싹 다 망가져 있더라. 아, 코어 빼고! 어떻게든 작은 흔적이라도 찾아내려고 했는데 없더라. 알 수 있던 건 딱 한 가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 낸 한소영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게 가능한 플레이어가 몇이나 있을 것 같아?”
“……글쎄요?”
김지혁은 내부를 보지 못했다.
한소영의 물음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최소 김학수야. 김학수보다 약하면 불가능해.”
“……!”
이어진 한소영의 말에 김지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학수가 누구인가?
국내 랭킹 12위, 세계 랭킹 161위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SS급 플레이어였다.
물론 랭킹이 전부는 아니다.
랭킹은 플레이어들이 이용하는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정보일 뿐이다.
실제로 랭킹이 낮은 이가 더 강한 경우도 존재했다.
그러나 김학수는 확실한 강자였다.
그런데 김학수 정도 되어야 가능한 일이라니?
“그래서 부탁 좀 했어. 곧 올 거야.”
“예? 그게 무슨…….”
“내 친구.”
“……!”
김지혁은 다시 한번 놀랐다.
이번 놀람은 앞서 놀랐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놀람이었다.
한소영이 말하는 ‘친구’가 누구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혹시 시간술사 박찬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한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찬미는 국내 랭킹 2위이자 세계 랭킹 15위인 SSS급 플레이어였다.
그리고 박찬미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일단 알려진 박찬미의 능력이라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얼마 뒤.
“여! 소영쓰! 나왔어!”
박찬미가 도착했다.
그리고 김지혁을 발견한 박찬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잉, 이게 누구야! 변절자 김지혁 씨 아니야?”
“…….”
김지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말없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할 뿐이었다.
“그럼 난 변절자 우두머리냐?”
“에헤이, 농담이야 농담!”
“에휴.”
한소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박찬미가 다가왔다.
“저거야?”
“응, 코어 빼고 싹 갈렸어.”
“허어, 대체 누가 한 거지?”
한소영의 말에 박찬미는 탄성을 내뱉으며 오우거 사체로 다가갔다.
“바로 확인해도 되나?”
“응.”
“오케이, 잠시만 기다리쇼!”
박찬미는 바로 사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시체의 기억.”
그리고 스킬 ‘시체의 기억’을 시전했다.
스아아…….
시전과 동시에 박찬미의 손에 보랏빛이 서렸다.
이어 보랏빛은 오우거의 사체로 이동했고 곧 코어에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박찬미의 눈에 보랏빛이 서렸다.
움찔!
얼마 지나지 않아 박찬미가 움찔했다.
그리고 손을 떼며 침을 꿀꺽 삼켰다.
‘미친, 뭐야?’
오우거를 죽인 이는 흐릿했다.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박찬미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소영에게 말했다.
“플레이어가 아니야.”
박찬미의 스킬 ‘시체의 기억’은 만능이 아니다.
방금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로 시스템 랭킹이 박찬미보다 높을 경우다.
그러나 박찬미보다 랭킹이 높은 이는 국내에서 한 명뿐이었고 세계에서도 열네 명뿐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박찬미는 그들을 전부 알고 있다.
방금 전 보았던 ‘그’는 결코 열네 명 중 하나가 아니었다.
즉,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래도 너희 쪽 사람인 것 같은데.”
두 번째 경우는 플레이어가 아닌데 박찬미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경우다.
박찬미보다 강한데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간택받은 자뿐이다.
일반인이 박찬미보다 강할 수는 없으니까.
“응? 우리 쪽이라고?”
한소영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김지혁을 보았다.
그러자 김지혁이 말했다.
“아닐 겁니다. 신력이 없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플레이어가 아니면서 나보다 강해. 너희 쪽밖에 없는데?”
“그러면 더더욱 아니겠지요. 찬미 님보다 강한 분들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분들은 존재 자체만으로 신력이 남습니다. 시간을 생각하면 결코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박찬미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김지혁을 빤히 바라보았다.
김지혁은 박찬미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명백한 사실이었으니까.
간택받은 자의 작품은 확실히 아니었다.
“혹시 몬스터 짓 아니야?”
한소영이 물었다.
“아니, 몬스터는 확실히 아니야.”
박찬미는 고개를 저었다.
흐릿해서 명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몬스터의 형체는 아니었다.
“그럼 뭐야. 몬스터도 아니고 플레이어도 아니고 우리 쪽도 아니면.”
한소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어 말했다.
“평범한 인간이 한 짓이라고? 말이 된다고 생각해?”
“…….”
박찬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김지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 * *
‘육성 학교까지…….’
강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10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이 정도까지 체계화시키다니. 무영이 같은 녀석이 있나 보네.’
플레이어들의 길드, 간택받은 자들의 교단.
두 집단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고 세상을 장악했다.
물론 몬스터들의 땅 ‘금지’가 있으니 정확히 말하면 세상을 장악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인간들의 땅만큼은 확실히 장악했다.
장악은 힘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들이 여럿 있는 것 같았다.
‘하긴 숫자가 적은 것도 아니고.’
강림은 마지막 서류를 향해 손을 뻗으며 생각했다.
‘무영이는 어떻게 됐으려나.’
제갈무영의 생사가 궁금했다.
분명 주변에 없었다.
진짜 그 안에서 죽은 것일까?
‘살아 있다면 만나게 되겠지.’
제갈무영은 강하고 똑똑했다.
살아 있다면 언젠가 만나게 될 것이다.
‘세분화도 엄청나네.’
마지막 서류에 쓰여 있는 것은 플레이어와 간택받은 자들의 ‘등급’이었다.
일단 플레이어의 최하위 등급은 ‘F’였고 그 위로는 E, D, C, B, A가 있었다.
A등급 위로도 S, SS, SSS 마지막으로 X까지 네 개나 더 있었다.
‘총 열 가지, 간택받은 자들은…….’
간택받은 자들은 플레이어들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일단 간택받은 자들의 최하위 등급은 ‘5’급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는 4, 3, 2, 1급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1급이 끝이 아니다.
1급 위로는 X3, X2, X1까지 3개의 급이 존재했다.
간택받은 자들은 플레이어보다 두 가지 적은 여덟 가지 등급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강림은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여태껏 대기하고 있던 김시호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혹시 더 궁금하신 건……?”
“알아야 될 건 다 알게 된 것 같네요. 나머지야 차차 알아 가면 될 것 같고.”
서류에 담긴 정보는 구체적이었다.
그만큼 읽는 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말이 궁금한 게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서류에 적혀 있는 정보로는 해결할 수 없는 궁금증이 있었다.
“어머니와 수는 어디서 지내고 있어요?”
바로 강림의 어머니와 강림의 어린 동생 ‘수’에 대한 정보였다.
“그것이…….”
김시호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강림은 미간을 찌푸렸다.
별 탈 없다면, 긍정적인 상황이라면 말끝을 흐릴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말끝을 흐렸다는 것은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모님은 회장님과 도련님이 실종되시고 충격에 쓰러지신 뒤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계십니다.”
“……수는요?”
“작은 도련님은 아카데미에 다니고 계십니다.”
“후…….”
강림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었다.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악도 아니었다.
일단 살아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안심이 됐다.
“그럼 그룹은 지금 누가 관리합니까?”
처음에는 부회장이었던 어머니 권세연이 관리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동생인 강수가 관리할 수도 없었다.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이제 열여덟 살이었다.
관리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그게…….”
김시호가 다시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이어 말했다.
“강대석 사장, 강영림 사장, 권지호 사장 셋이서 공동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
강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