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아체로의 집무실.
그곳에 야현과 카이만, 베라칸, 크리먼, 초량, 그리고 아체로를 비롯한 네 장로와 젊은 드루이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크라씨노라 하옵니다.”
“칵튀스이옵니다.”
“코른이옵니다.”
“로자라 하옵니다.”
네 명의 장로들과.
“알베로라 하옵니다.”
“젊은 드루이드들을 대표하는 아이옵니다.”
그 말인즉슨 차기 지도자로 유망하다는 말, 그렇기에 아체로가 그를 불렀으리라.
서로 간에 짧은 소개가 끝나고.
“상황이 상황인 만큼 친분은 천천히 쌓기로 하고.”
야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들어서 알겠지만, 본인이 숲의 샘이 필요해.”
아체로의 시선이 카이만에게 잠시 옮겨갔다가 다시 야현에게로 향했다.
“말씀하신 최상급 숲의 샘은 여섯 개가 만들어져 있사옵니다.”
“급한 불은 끌 수 있겠군.”
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성제국의 수도사들이 이곳뿐만 아니라 어둠의 숲에 은밀히 모습을 드러냈었습니다.”
초량.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 놈도 놓치지 않고 모조리 처리하였습니다.”
크리먼 군장관이 부연을 덧붙였다.
아체로를 비롯한 드루이드 장로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원인을 보자면 본인 때문이라 할 수도 있겠지.”
야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도 대규모의 신성제국 망나니들이 다시 어둠의 숲으로 올 것이야.”
“광견들도 합세하지 않을까 염려되옵니다.”
광견, 신성제국의 기사단을 조롱하는 단어였다. 그런 단어를 사용할 만큼 알베로라 소개한 젊은 드루이드가 적개심을 표출했다.
“그러지는 않을 거야.”
“……?”
“오래되고 방대한 조직일수록 유연하지 못하지. 서로 간의 파벌도 존재할 것이고.”
그 말에 아체로를 비롯한 네 장로들은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또 체면이 있으니 우선은 스스로 해결하려 할 것일 테고.”
야현은 알베로를 바라보았다.
“이 상황이 본인에게는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대들에게는 복수의 서막이 되겠군.”
야현과 눈을 마주한 알베로의 눈은 강렬히 번뜩였다.
“초량.”
“예, 폐하.”
“신성제국과 마교를 서로 부딪히게 하고 싶은데.”
초량을 비롯한 야현의 수하들은 미소를, 드루이드들은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본인의 고향, 동방에 이런 말이 있어. 이이제이(以夷制夷).”
“……?”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
“광견을 몬스터로 잡는다라고 하면 될 듯싶습니다.”
초량이 적당한 단어로 의역하여 설명했다.
드루이드들은 완벽히 이해한 표정은 아니었다. 마교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무한 까닭이었다. 그렇기에 초량이 간략하게 마교에 대해 알려주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계략에 젊은 드루이드는 충격을 받은 듯 잠시 멍한 모습이었다.
“적당히 힘을 빼야 목을 베기 쉽지 않겠나.”
“사로잡은 수도사와 이들의 도움이면 적당한 계책이 나올 듯하옵니다.”
초량은 드루이드들에게 잠시 시선을 주며 대답했다.
“신성제국이 쉽사리 동방과 서방을 가로지르는 금단의 산맥을 넘을까?”
가장 큰 난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새로운 신을 섬기는 자들이 금단의 산맥을 넘어 서방으로 왔다, 면 충분할 것이옵니다. 그리고…….”
초량이 다시 한 번 더 드루이드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드루이드들이 그들을 불렀다.”
“신성제국이 뒤집어지겠군요.”
알베로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당장 그대의 손에 피를 묻히지 못한다 하여도 아쉬워하지 말라. 마지막 피는 그대들의 손에 묻혀줄 터이니.”
“괜찮습니다, 폐하.”
알베로는 어느새 ‘폐하’의 호칭을 자연스레 입에 담고 있었다.
“일족의 처지와 힘을 뼈저리게 알고 있사옵니다.”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어떻게 진행되든 상관없다는 뜻.
야현은 고개를 돌려 아체로를 쳐다보았다. 아체로는 묵묵히 고개를 숙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곳이 마교의 전진 기지가 되면 좋겠군.”
“최대한 빨리 계책을 짜 실행하도록 하겠나이다.”
야현은 초량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초량.”
“예, 주군.”
“신성제국의 시선이 마교로 향하고 금단의 산맥을 넘어서면 그사이 우리는 빠르게 어둠의 왕국을 일통하여 제국을 세운다.”
“명!”
초량의 짧은 복명이 터졌다.
* * *
뱀파이어는 여느 어둠의 일족보다 생존력이 강하다.
가진 무력도 무력이지만 뱀파이어 일족의 강한 생명력은 바로 그들이 가진 정보에 있었다.
뱀파이어들은 어둠이 내려앉으면 고위급 신관이나 마법사가 아니고서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인간들 사이로 스며들어 살아가고 있었고, 뱀파이어 특유의 화술과 매력으로 사람들을 회유해 정보원으로 활용하기도 하며, 때로는 사람들이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레 중요한 정보를 얻어내고는 했다.
문제는 이제껏 그 정보들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구난방으로 뱀파이어 왕국에 풍문처럼 돌아다녔었다.
초량은 정보의 중요성을 잘 안다.
그래서 초량이 뱀파이어 왕국에 입성하며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바로 정보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우습게도 뱀파이어 왕국에서 정보를 취급하는 이들은 평범한 평민이거나 작위를 가지고 있다 하여도 영지조차 가지지 못한 하위 귀족들이었다.
그러니 왕국 내에서 안착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았다.
힘이 약하기에 제 안위를 지켜내기 위하여 필연적으로 정보와 재물을 탐하여 왔던 것이었다.
그들의 포섭은 생각보다 손쉬웠다.
신분 상승을 미끼로 한 회유.
그 결과가 바로 초량 앞에 앉아 있는 정보부 국장, 카사바 후작이었다.
야리야리한 몸에, 반짝이는 금빛 머릿결.
새하얀 피부에 푸른 눈동자.
미남자도 모자라 여장을 한다 하여도 경국지색의 미모를 뽐낼 그런 인물이었다.
이렇게 화려해도 그는 과거 영지도 없었으며, 가진 것이라곤 고작 남작 작위뿐인 하위 귀족이었다. 하지만 그는 미려한 미색으로 인간 세계로 나가 수많은 고위 귀족의 안주인이나 영애들을 바지 자락에 휘감았던 것이다.
그 인맥으로 일반적으로 접할 수 없는 고급 정보들을 취합했고, 그 정보들을 이용해 엄청난 재물을 쌓았다.
본능적으로 정보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활용하던 인물이었다.
초량은 야현의 재가를 얻어 그에게 후작 작위라는 파격적인 지위를 준 뒤 정보부 수장으로 앉힌 것이었다.
정보부라는 곳은 특성상 외부에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작위는 예외였다.
재물이면 재물, 여인이면 여인, 나름 권력이라면 권력을 이미 가진 카사바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도 뱀파이어 왕국에서 쓸모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가 가진 마지막 바람이 바로 뱀파이어 왕국에서의 지위였다.
그렇기에 카사바는 미련 없이 정보부 수장 자리를 수락한 것이었다.
마지막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깊은 욕망만큼 그의 능력은 뛰어났다.
“일주일 전 일백 명의 수도사들이 세인트 할로이 수도원을 나섰습니다.”
“평범한 수도사들은 아닐 테지요?”
초량의 물음에 카사바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루 차이로 세인트 아라스 수도원에서 일백 명의 수도사들이 나섰습니다.”
카사바 후작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신성 제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고.
“이백 명이라. 대단한 수군요.”
“단순히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뜻일 겁니다.”
초량은 고개를 끄덕이며 본론을 꺼냈다.
“폐하께서 중한 명을 내리셨습니다.”
카사바 후작의 눈빛이 변했다. 지금까지 해 오던 일반적인 정보 수집이 아님을 짐작한 것이다.
“폐하께서는 신성제국의 시선이 어둠의 숲이 아닌 동방의 마교로 향하기를 바라십니다.”
초량의 도움으로 카사바 후작은 어느 정도 동방, 중원에 대해 기반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대화는 손쉽게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호오―.”
카사바 후작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묘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덧붙이자면 마교가 서방으로 진출하게 한 것은 드루이드들이며, 드루이드의 도시가 마교의 전진 기지로 보이게 하라, 라고 명하셨습니다.”
“흠.”
초량의 말에 카사바 후작이 침음과 함께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그는 생각에 잠겨 몇 번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거나를 반복했다.
“생각보다 쉽겠군요. 이미 큰 틀을 내주셨으니.”
카사바 후작의 말에 초량이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좋은 주군은 아니지요.”
초량의 말에 카사바 후작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세세한 계획부터 짭시다. 그들이 어둠의 숲에 도착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단 하나의 난제를 제외하고, 판을 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 하나의 난제였다.
“마교가 문제로군요.”
이 계략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마교인이 이곳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흑탑.”
“……?”
“카이만 후작이 있지 않습니까?”
초량의 말에 카사바가 무릎을 탁 쳤다.
“그렇군요.”
“어차피 구색만 맞추면 되니. 카이만 후작이라면 흑탑이든 마법병단이든 소속 흑마법사를 이용해 강제로 납치해 올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 마교 쪽에도 수도사의 시신을 뿌려놓도록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데, 좋은 생각이군요.”
주거니 받거니, 초량과 카사바 후작은 빠르게 계획을 마무리 지어 나갔다.
* * *
신강, 황폐하고 얼어붙은 삭막한 땅.
그 땅을 내려다보는 거산이 있었으니.
십만대산.
바로 마교의 본산이 자리한 곳이었다.
휘이이익―
황무지 땅만큼 거친 바람이 매섭게 할퀴고 있었다.
십만 대산 중턱, 마교 본산이 내려다보이는 주봉 정상에 한 무리의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야현과 그의 수하들로, 소수의 인원이었지만 그 면면을 보자면 모두 가진 바 능력이 출중한 인물들이었다.
카이만이 이끄는 흑탑의 수석 마도사들과 마법병단 소속 대대장들, 드루이드 장로를 비롯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젊은 드루이드들, 그리고 베라칸이 이끄는 혈랑 기사단이었다.
반면, 사도련 출산 사파인들과 이제는 남궁세가의 일원이 된 과거 일살문 출신의 무인들은 현재 어둠의 숲에 집결해 있었다.
그들은 초량의 지휘를 받아 수도사들을 습격하고 유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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