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23)
23화
펑!
묵직한 파음과 함께 독고결은 끈 떨어진 연처럼 힘없이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쾅! 콰르르르!
독고결의 몸은 벽을 부수듯 뚫고 지나가 주인을 알 수 없는 어느 집 앞마당을 나뒹굴었다.
저벅 저벅 저벅!
야현은 느릿한 걸음으로 부서진 담벼락을 밟고 어느 사합원 마당으로 들어섰다.
콰당!
“누구냐?”
방문이 열리며 중년 남성이 몽둥이를 들고 뛰어나왔다. 거칠게 열린 방문 뒤로 중년 여성이 자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야현은 전장에서 금자 한 냥을 꺼내 중년 사내에게 던졌다.
“들어가세요. 그리고 나오지 마세요.”
붉은 동공이 중년 부부와 아이의 눈에 박혔다.
중년 사내는 꼭두각시처럼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았다.
야현은 다시 고개를 돌려 마당 한가운데에서 일그러진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독고결 앞으로 걸어갔다.
퍽!
야현은 무심한 얼굴로 독고결의 얼굴을 차올렸다.
“커억!”
야현은 뒤로 넘어간 독고결의 가슴을 지그시 밟았다.
“요, 용서를…….”
야현은 잠시 독고결을 내려다보더니 발을 치웠다. 그리고 붉은 동공도 거둬들였다.
“허억!”
마치 숨이 막혔다가 다시 터진 사람처럼 독고결은 거칠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기를 몇 번 반복했다. 그러자 서서히 숨결이 가라앉았다.
“끄으―.”
자리에서 일어나는 독고결은 중상을 입은 듯 격렬한 고통에 눈가를 찡그렸다.
야현은 조금 전 주었던 혈환보다 작은 또 다른 혈환을 만들어 독고결에게 주었다. 독고결은 혈환을 단숨에 입에 털어 넣었다.
두두두둑!
혈환을 삼키자 고통이 사그라지는지 독고결의 얼굴은 편안해졌다. 아울러 가슴뼈가 맞춰지며 아물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독고결은 편안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명심하게. 용서는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을…….”
독고결은 그런 야현을 향해 허리를 깊게 숙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되는 거야.”
야현은 독고결을 보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 * *
콱! 파바방!
짧은 단창 두 자루가 빠르게 궤적을 그리며 공기를 가르고, 터트리고, 찔렀다.
“하압!”
우렁찬 기합과 함께 언가휘의 신형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펑!
묵직한 기파가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언가휘는 바닥으로 내려서며 단창을 거뒀다.
“후우―.”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호흡과 마음을 가다듬은 언가휘는 나뭇가지에 걸쳐 놓은 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오랜만에 미친 듯이 수련을 했다. 그러나 수련 후 응당 찾아와야 할 개운함이 없었다.
“젠장!”
애써 잊었다 여긴 야현의 붉은 동공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마치 머릿속에 인두로 지진 듯 지워지지 않았다. 거기에 새하얀 송곳니, 더불어 한순간 느꼈던 공포까지.
언가휘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수건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땀에 축축하게 젖은 옷도 기분을 더욱 나쁘게 했다.
“죽었어.”
죽었다.
분명 죽었다.
누구도 아닌 자신의 손에 죽었으니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사실이다. 거기에 모용휘가 관을 구해 장사를 치르려 한다는 사실까지 자신을 따르는 수하를 통해 확인했었다.
그런데 찜찜했다.
마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오늘은 계집이라도 안아야겠군.”
언가휘는 단창을 한 손에 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밝을 때 나와 저녁까지 수련한 터라 따로 촛불을 켜 놓지 않았기에 방 안은 컴컴했다.
칙! 화르륵―
언가휘는 부싯돌로 촛불에 불을 밝혔다.
탁!
단창을 탁자 위에 놓으며 의자에 앉으려는 순간, 언가휘는 빠르게 단창을 다시 집어 들며 뒤로 물러났다.
“누구…… 너, 넌?”
언가휘의 눈이 화등잔처럼 크게 떠졌다. 그리고 자연스레 목소리도 커졌다.
탁자에 한 인물이 앉아 있었다.
바로 야현이었다.
“고작 하루도 안 지났을 뿐인데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갑군요.”
야현은 다리를 꼰 채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언가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 어떻게?”
“이런, 본인은 반가운데 언 소협께서는 안 반가운 모양입니다.”
야현은 정말 반가워하는 표정으로 두 팔을 활짝 펼쳤다.
“하하하하.”
잠시간 놀란 표정을 짓던 언가휘는 이내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러운가 싶었더니 바로 이것이었군.”
언가휘는 야현을 쳐다보며 험악한 표정 속에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기분 나쁜 찜찜함을 벗어던질 수 있게 되었군. 왜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매우 고마운 마음이 드는군.”
언가휘의 눈에 찐득한 살기가 담겼다.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죽여주마!”
언가휘는 살성을 폭발시키며 야현에게로 빠르게 단창을 찔러 들어갔다.
언가휘의 단창이 지척임에도 야현은 다리를 꼰 채 여전히 느긋한 표정으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놈!”
언가휘는 일갈을 터트리며 야현의 심장을 노렸다.
스윽!
언가휘의 단창과 야현 사이로 검은 그림자, 독고결이 불쑥 올라왔다. 독고결은 역수로 쥔 단도로 언가휘의 단창을 막아섰다.
캉!
둘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보통 고수와 하수를 나눌 때, 절정에 들어섰느냐 아니냐를 그 기준으로 삼는다.
무위로만 따지면 고작 일류에 지나지 않는 독고결이었다. 그에 비해 언가휘는 절정에 들어서 있었다.
카강 카가강!
그런데도 몇 차례 짧은 공수가 오가는 동안 독고결은 언가휘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독고결의 눈에 희열이 끓어올랐다.
“크크크.”
독고결은 손목을 이용해 두 자루의 단도를 빙빙 돌리며 목울대를 긁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얼굴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언가휘는 그런 독고결과 그의 뒤에서 이 모든 걸 느긋하게 관망하는 야현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야현을 노려볼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쐐애액!
독고결이 빠르게 언가휘의 목을 향해 단도를 베어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언가휘는 재빨리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단창을 휘둘러 독고결의 단도를 막아 갔다.
캉! 카가가강!
아슬아슬한 공방이 오가는 동안 야현은 느릿하게 기지개를 켰다.
잠시 입맛을 다시던 야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게 아무도 없느냐?”
야현은 언가휘의 목소리를 흉내 내 시녀를 불렀다.
그 소리에 부산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앳된 시녀가 뛰어왔다.
“누…….”
낯선 야현의 얼굴과 방 안에서 대치하고 있는 독고결과 언가휘의 모습에 놀라기도 전, 시녀는 야현의 붉은 동공에 사로잡혀 버렸다.
“가서 술잔과 술 몇 병만 가져다주세요.”
“네.”
시녀는 몽롱한 눈으로 다소곳하게 허리를 숙인 후 종종걸음으로 나갔다. 그리고 단창과 단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서서히 격해질 때쯤, 쟁반에 술 세 병과 술잔을 올려 가져왔다.
“수고했습니다. 가서 푹 쉬세요.”
야현은 안주 없는 단출한 술상을 받아 탁자로 향했다.
쐐애애액!
언가휘는 한순간의 틈을 이용해 야현을 향해 단창을 찔렀다.
스윽!
야현은 술상을 놓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캉!
독고결이 단도로 단창의 창대를 후려치며 또 다른 단도로 언가휘의 목을 노렸다.
“……!”
언가휘는 이를 악물며 몸을 회전시켜 독고결의 단도를 간신히 막아냈다.
그사이 뒤로 몸을 젖혔던 야현은 몸을 일으킨 후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술상을 다시 잡아 탁자로 돌아가 앉았다.
독고결과 언가휘의 칼부림은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듯, 아니, 마치 경극을 구경하는 것처럼 야현은 편하게 자리를 잡고 술병을 따 잔을 채웠다.
“좋군.”
야현은 술맛이 좋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싸움 구경이 좋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감탄과 함께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야현의 목소리와 미소에 언가휘는 뒤로 훌쩍 물러나 독고결과 거리를 만들며 야현을 노려보았다.
“이! 이!”
언가휘의 얼굴은 터질 듯 붉어졌다.
거친 숨결을 채 내뱉기도 전에 독고결은 빠르게 언가휘를 몰아쳤다.
“네놈부터 죽여 버리겠다!”
언가휘의 눈매가 달라졌다.
“크합!”
강렬한 기합과 함께 언가휘는 자신을 막아선 독고결을 향해 단창을 휘둘렀다.
후오오오―
공기를 가르는 단창의 파음이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반월의 궤적을 그리는 단창의 잔상은 아지랑이를 남겼다.
창기(槍氣)가 만들어 낸 잔상이었다.
와장창창창!
독고결은 어렵지 않게 언가휘의 단창을 막아냈지만 평범한 단도가 기로 싸인 단창의 힘을 견딜 수는 없었다. 단 일 수에 독고결의 단도가 산산조각 부서져 버렸다.
언가휘는 휘청이는 독고결의 머리를 노리고 발을 차올렸다.
“……!”
독고결은 부서져 자루만 남은 단도를 재빨리 버리고는 팔을 들어 올려 머리를 보호했다.
빠각!
하지만 언가휘의 강력한 퇴력(腿力)에 독고결의 팔마저 부러져 버렸다.
“크윽!”
충격에 옆으로 밀려난 독고결은 미약한 신음을 삼켜야 했다.
쐐애애액!
언가휘는 강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휘청거리는 독고결을 향해 크게 진각을 밟으며 단창을 내찔렀다.
독고결은 입술을 깨물며 몸을 틀었지만.
서걱!
언가휘의 단창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쾅!
언가휘는 몸을 회전시키며 독고결의 가슴을 발로 후려찼다.
콰당탕탕탕!
독고결은 강력한 충격에 뒤로 날아가 서책이 빼곡한 책장과 부딪치며 쓰러졌다.
쑤악!
언가휘는 단창을 휘둘러 야현을 겨눴다.
“저놈을 믿고 그리도 오만방자하게 그랬다마는 이제는 끝이구나.”
짧은 순간 무리하게 내력을 끌어올려서인지 언가휘는 조금 거칠어진 호흡으로 야현을 향해 조소를 날렸다.
아무리 기를 다룰 수 있는 경지가 절정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갓 절정 초입에 들어선 언가휘였다. 무리하게 내력을 운용했으니 지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야현은 그런 언가휘를 보지도 않은 채 빈 술잔에 술을 따르며 입을 열었다.
“굳이 믿는 것도 아니지만…… 아직 그 말을 하기에는 이를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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