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97)
97화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에 에스턴이 빠르게 몸을 틀며 검을 휘둘렀다.
캉!
묵직한 충격에 에스턴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
없었다.
보이지 않았다.
“뒤다!”
동시에 터져 나온 콘돌의 외침.
에스턴은 이를 악물고 몸을 회전하며 다시 검을 뿌렸다.
캉!
다시금 느껴진 충격.
쑤아아악!
제2 기사단장 도킨스가 야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노린 것은 야현의 다리.
야현은 야월을 내려 도킨스의 검을 막는 동시에 에스턴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쿠웅!
야현의 어깨에서 만들어진 화염이 마치 파이어 볼처럼 만들어져 에스턴을 향해 쏘아졌다.
“핫!”
에스턴의 일갈.
휘이이잉― 사사삭!
날카로운 한 줄기 바람이 칼날이 되어 화염구를 갈가리 찢어버렸다.
에스턴의 권능, 바람이었다.
“호오.”
야현은 나직이 감탄을 터트렸다. 그리고 도킨스의 가슴을 발로 밀듯 쳐내며 야월을 빠르게 휘둘렀다.
펑펑펑!
마치 폭약이라도 터지는 것처럼 바람을 가르는 야월의 궤적 속에서 연이은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는 사이 에스턴이 어느새 거리를 좁히며 검으로 베어오고 있었다.
“……!”
순간 야현의 눈매가 딱딱해졌다.
마치 온몸이 쇠사슬에 묶인 것처럼 강한 저항이 느껴진 것이다.
“크핫!”
야현이 난폭한 흉성을 터트리며 몸을 틀었다.
콰직!
몸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속박이 풀린 것이다. 하지만 에스턴의 검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서걱!
가슴에 긴 검상이 만들어지며 검은 피가 튀었다.
기회를 잡았다고 느낀 탓인지 에스턴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크핫!”
야현은 기합으로 몸을 죄는 속박을 깨트리며 그 자리에서 벗어났지만 그의 몸은 제법 중한 상처들로 가득했다.
“크크크크.”
그 상처들에도 야현은 웃음을 터트렸다.
“재미있군, 재미있어. 어둠으로 잇는 속박이라.”
야현은 고개를 돌려 도킨스와 콘돌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콘돌에게서 멈췄다.
“쳐랏!”
콘돌의 외침에 에스턴과 도킨스가 동시에 야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후후.”
야현의 웃음.
그리고.
펑!
콘돌의 눈앞에서 불덩이가 만들어지더니 터졌다. 동시에 속박이 사라졌다.
캉캉!
야현은 야월을 휘둘러 에스턴과 도킨스의 검을 막으며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
에스턴과 도킨스는 재빨리 고개를 틀어 주위를 살폈다.
“콘돌!”
도킨스의 외침.
“크하악!”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콘돌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일갈을 터트렸다. 동시에 어둠보다 더 어두운 그림자가 그를 중심으로 마치 거미줄처럼 퍼져 나갔다.
“크크크.”
콘돌은 새하얗게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느릿하게 몸을 돌렸다. 뒤에는 야현이 서 있었다. 반경 1미터가량 퍼져 있던 검은 그림자가 야현에게로 집중되었다.
“크하하하!”
콘돌은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야현을 보며 대소를 터트렸다. 그러고는 검을 들어 야현의 왼쪽 가슴에 올려놓았다.
“네놈의 오만방자함도 이걸로 끝이다.”
콘돌이 지그시 검을 찔러 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 어, 어떻게!”
야현이 히죽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검을 옆으로 밀어낸 것이었다.
야현이 왼손을 들어 올렸다.
함께 들려진 야월.
야월의 검신은 화염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 화염은 희미하지만 분명 빛을 발하고 있었다. 화염이 뿜어내는 그 빛이 콘돌이 만들어 낸 검은 그림자를 지우고 있었던 것이다.
“어둠이 제아무리 짙어도 빛을 이길 수는 없는 법. 뭐, 어둠의 일족이 되어 버린 본인이 할 말은 아니지만.”
서걱!
콘돌이 그 어떤 반응을 미처 보이기도 전에 야현의 검이 그의 목을 잘라 버렸다.
턱!
허공으로 솟아오른 콘돌의 수급을 움켜잡은 야현은 툭툭 떨어지는 피를 마셨다. 그리고 콘돌의 수급은 불과 함께 재가 되어 사라졌다.
“흠.”
야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언짢은 침음을 내뱉었다.
“역시 이 정도의 피로는 어림없군.”
제법 좋은 권능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았다.
“모든 권능이 폐하에게서 나왔다지요?”
야현은 야월의 검면을 혀로 핥으며 말을 이어갔다.
“폐하의 피로 어떤 권능을 가지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크크크!”
야현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쾅!
순간 땅이 울릴 정도로 강력한 폭음이 터졌다.
그 자리에 야현이 서 있었고,
“크학!”
땅에 길게 파인 두 줄기의 자국 끝에 선 블러드 문이 노기 가득한 흉성을 터트렸다.
“크하아!”
“크르르!”
에스턴과 도킨스가 야현의 뒤를 점하며 짐승의 울음을 터트렸다.
“크크크크.”
야현은 야월을 크게 휘두른 후 곧추세우며 보폭을 넓혔다.
사박― 사박!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블러드 문과 에스턴, 도킨스는 크게 원을 그리고 천천히 돌며 거리를 좁혀 들어왔다. 거기에 맞춰 야월도 서서히 기울어져 갔다.
“하앗!”
시작은 도킨스였다.
강렬한 일갈과 함께 야현의 등을 노렸다.
캉!
야현은 몸을 틀어 도킨스의 검을 막았다.
쐐애애액!
그 순간 에스턴의 검이 야현의 다리를 베어 왔다.
야현은 도킨스의 검을 밀어내며 야월을 틀어 에스턴의 검을 막았다.
야현의 미간이 좁아졌다. 블러드 문의 기운이 기감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
블러드 문의 살기가 야현의 바로 등 뒤에서 느껴졌다.
쑤아아악!
매서운 파공성이 야현의 머리로 뚝 떨어졌다.
블러드 문의 검이었다.
펑, 펑!
야현은 도킨스와 에스턴의 얼굴에 화염을 터트리며 야월을 들어 올려 블러드 문의 검을 막았다.
쾅!
생각 이상으로 무거운 힘에 야현의 무릎이 살짝 꺾였다. 그 순간 블러드 문의 주먹이 야현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큭!”
그 충격에 야현의 몸이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다시 블러드 문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쑤아아악!
그리고 다시 등 뒤에서 엄습해 오는 파공성.
야현은 그 자리에서 빠르게 돌며 야월을 휘둘렀다.
서걱!
베었다.
서걱!
하지만 베이기도 했다.
“컥!”
“큭!”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야현과 블러드 문은 뒤로 한 걸음 밀려나며 미약한 신음을 터트렸다.
“짐은 결코 그대의 아래가 아니다.”
“그렇지만 위도 아니지.”
야현은 가슴 깊게 베인 상처를 불로 지지며 몸을 세웠다.
고통 따위는 없다.
파박!
이번에는 야현이 먼저였다.
신형을 날린 야현은 마치 단창을 던지듯 블러드 문의 목을 향해 야월을 던졌다.
블러드 문은 옆으로 몸을 비틀어 야월을 피하며 야현의 가슴을 향해 검을 찔렀다.
팟!
검이 야현의 몸을 찌르는 순간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공간을 격한 야현은 블러드 문을 스치고 날아가는 야월을 움켜잡으며 그의 등을 베어 들어갔다.
후우웅!
‘베었……!’
야현의 야월이 명확히 블러드 문의 신형을 갈랐다. 하지만 마치 허공을 가른 것처럼 그 어떤 느낌도 없었다.
그리고 야현은 보았다.
신기루처럼 흔들리는 블러드 문이 웃고 있음을.
쐐애애액!
그 순간 야현의 허리를 노리고 한 자루의 검이 파고들었다. 동시에 야현의 눈에 들어온 또 다른 블러드 문, 그리고 그의 검.
허상 분신.
미러 이미지(Mirror image) 마법보다 더욱 직접적인 권능이었다.
야현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지만 다시 배에 검상을 입고 말았다.
서걱!
동시에 덮친 에스턴과 도킨스의 검도 야현의 허벅지와 팔을 베고 지나갔다.
“크크크크크!”
휘청이는 몸을 다시 세운 야현은 블러드 문을 바라보며 흉소를 터트렸다.
“재미있군요. 아주 재미있습니다.”
야현은 다시 몸에 난 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블러드 문을 향해 히죽 웃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야현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크핫!”
생각 이상의 중상을 입었다 판단한 도킨스는 다시금 야현을 향해 검을 뿌렸다.
쐐애애액!
“……!”
야현은 고개를 돌려 도킨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검을 피하지 않았다.
서걱!
야현은 옆구리를 베고 지나가는 도킨스의 머리카락 뒤쪽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잡아당기는 동시에 야월의 검병으로 도킨스의 머리를 찍어 버렸다.
콰직.
“커헉!”
야현은 바닥으로 쓰러진 도킨스의 목에 발을 올렸다.
“미안하지만 놀아줄 시간이 없군요.”
“크크크크!”
피범벅이 된 도킨스는 오히려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그의 붉은 동공이 확장되었다.
권능!
휘이이― 사사사삭!
매서운 바람이 도킨스의 앞에서 일어나더니 그 바람은 무형의 칼날이 되어 야현의 몸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야현은 그곳에 없었다.
콰직!
어느 곳에서 날아온 야월이 오히려 도킨스의 가슴에 박혔다.
“쿨럭!”
피를 토하는 도킨스 위로 다시 야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의 권능은 이미 예전에 알아 두었답니다.”
“……!”
“그럼, 아듀.”
콰직!
야현은 그의 목을 으스러트렸다.
“끄…….”
그러나 도킨스는 목이 부러진 상태에서 달려들어 야현의 두 다리를 움켜잡았다.
“죽엇!”
그 상황을 놓치지 않고 에스턴이 달려들었다.
야현은 허리를 젖혀 에스턴의 검을 피하며 야월을 들어 그의 가슴에 찔렀다.
푹!
“……?”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찌른 검이다. 충분히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스턴은 야월을 피하지 않았다.
“크크크크.”
에스턴은 야현을 부둥켜안았다. 그의 날카로워진 손톱이 야현의 등을 깊게 파고들어가며 단단히 구속했다.
“……!”
야현은 도킨스와 에스턴의 목숨을 버린 행동에 몸이 포박되어 한순간이지만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크하앗!”
그 순간 블러드 문이 야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단숨에 야현의 목으로 검을 베었다.
서걱!
야현은 그 순간 몸을 틀어 에스턴의 몸으로 블러드 문의 검을 막으며 유일하게 자유로운 왼손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폐하!”
야현은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치며 아공간을 열었다.
촤라라라라라!
그리고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것은 은으로 만들어진 그물이었다.
촘촘하게 만들어진 은그물은 단숨에 야현을 비롯해 블러드 문, 그리고 에스턴과 도킨스를 뒤덮었다.
“크악!”
이미 생을 다해가던 도킨스가 은을 이기지 못하고 불로 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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