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베니토 안드레아 아밀카레 무솔리니. 83년생, 두체라는 직위에 앉아 행정 수반이자 국가 원수를 자처한 자.
국왕도 쫓아냈고 지방자치는 당연하고 의회까지 없애버렸으며 오직 파시즘 대의회를 통해 일방적인 정치를 펼치는 인간이다.
당연히 노동조합, 언론, 심지어 일부 종교 단체도 해산당했다.
그럼에도 선동 하나만으로 잘만 국가를 주무르니 적어도 자국민들이 볼 때 목적지는 몰라도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받는다.
나와는 정반대의 스타일. 내가 완벽주의자라면 무솔리니는 모험주의자다.
내가 전쟁을 준비한다면 무솔리니는 적이 준비하기 전에 개전할 인간이다.
그의 사위, 갈레아초 치아노는 올해까지만 해도 들어본 적 없는 인간이었다.
‘헌데 프랑스 외교대사로 왔다니.’
치아노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가 너희 신경쓰고 있다!’를 보여주기 딱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딱히 피는 안 섞였지만 사위라는 위치에서 나름 신경을 안 쓸 수 없으니까.
아마 프랑스 좀 들렀다가 외교장관 쪽으로 루트를 타려는 것 같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무솔리니와 치아노다.
국가주의 독재 이탈리아와 우리 자유주의 공화국 프랑스.
서로 겹칠 부분도 적고 나와 무솔리니 사이의 정치적 입장도 달라 손발이 안 맞을 게 뻔하다.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순 없는 게.
‘우리 사이엔 아주 큰 문제가 하나 있지.’
스페인. 무솔리니가 제 왕을 쫓아내고 왕좌에 앉은 것처럼, 지금 스페인의 상황이 그렇다.
정치인들은 말 잘 듣는 프란시스 프랑코 장군 하나 앉혀 놓고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하고 있다.
이 틈을 무솔리니가 가만히 둘 리가 없다는 게 내 판단.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무솔리니는 스페인에 개입을 원한다.
식민지? 더 먹을 곳도 없을뿐더러 이탈리아라는 국가 자체가 영프독에 비하면 너무 비실한걸.
맥아더는 바짓가랑이까지 붙잡으며 양심이 있으면 함께하자, 이탈리아도 해군 이야기 꺼내면 할 말 많은 놈들이다 소리치며 매달렸지만 난 쳐내고, 치아노와의 만남을 가졌다.
예전에 누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그럼 상대가 알아서 입을 열 테니.
이제 서른 남짓 된 치아노와 대면한 자리에서 난 인사만 하고 자리에 앉아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우물쭈물 준비해온 말도 시작하지 못한 치아노는, 너무 성급하게 보따리를 쏟아버렸다.
“저희 두체께서는 프랑스와 친해지고 싶어 하십니다.”
왜인지 모르게 약간 숙이고 들어오는 시작이었고.
“다른 이들이 뭐라고 했는지 몰라도 전부 거짓이고 모함일 겁니다! 이탈리아는 함께 싸운 동맹이지 않습니까?”
두체의 불안함이 파리에서도 느껴졌으며.
“과거 로마의 영토는 지중해 중심이었습니다. 절대 프랑스와 부딪힐 일이 없단 말입니다!”
오케이, 여기까지.
그러니까 저 불안감의 시작은 아마 몇 년 전 무솔리니의 주요 정책들 때문이다.
첫 번째는 친독일, 친오스트리아.
그로 인해 발칸과 북아프리카 영향력 확대였을 거다.
두 번째가 1차대전 손실 만회. 이탈리아도 이손초에 국력을 12번이나 꼬라박은 전적이 있다 보니 우리 프랑스만큼이나 손실이 컸다.
마지막으로.
“최종 목적이 패권 회복이라고 들었는데, 이거 지금이라도 제가 잘 보여야 하는 입장입니까?”
“하하, 그럴 리가.”
“아니면….”
싹을 잘라야 하나.
로마 패권 회복. 여기서 이탈리아의 패권 지역은 지중해를 말한다.
협박으로 받아들이기엔 무리지만 우리 프랑스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분 나쁠 만한 일 아닌가.
감히 우리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니.
“그렇다고 저희 전 정부와 딱히 합의된 바도 없다고 들었는데.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이탈리아는 우리의 형제입니까, 아니면 적입니까?”
알잖아. 폴란드도 친독은 포기했는데, 감히 우리 프랑스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대놓고 친독 노선을 타려고?
너희 우리랑 국경도 맞닿아 있지 않았던가?
“흐음, 이런 말씀 드리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정확히 저부터가 참 이해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두체께서는 우리 프랑스를 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두체는 평화를 원하십니다! 오직 뛰어난 지도자가 들어서야만 세계에 평화가 지속될 거라 말씀하셨습니다!”
“아뇨, 그게 아닙니다.”
난 너희들의 지지나 도움 따위가 필요한 게 아니잖아. 그거야 이미 폴란드가 맡은 역할인데 왜 겹칠려는 거야.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서로 침범하지 않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은 지금 선을 긋는 거다. 너희랑 그 선 갖고 줄넘기하자는 게 아니라.
“전 동맹이라 믿었습니다. 허나 함께 독일 견제를 해야 할 이탈리아의 최근 행보는… 아주 실망스럽더군요.”
독일과의 전쟁은 무섭고, 근데 약한 놈들. 그니까 아프리카와 발칸 애들은 삥뜯고 싶고? 그게 무슨 패권국인데.
“후우, 그래요.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고 이제부터 잘 해나가면 되겠죠. 전 두체께서 현명하신 판단을 하리라 믿습니다.”
“하하… 절대 실망시키는 일 없을 겁니다.”
“그래서 할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겠죠. 스페인, 개입하려는 것 아닙니까.”
“…. 예.”
방금까지 비굴하던 웃음기를 지우고 치아노는 조금은 진지해진 채로 자세를 똑바로 했다.
“저희 이탈리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페인의 항구가 꼭 필요합니다. 만약 스페인의 협조가 없다면…”
“영국놈들 손바닥 안이겠지요.”
이탈리아가 영국을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감히 대들지 못하는 이유.
해군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게 바로 지중해 두 입구가 전부 영국 손에 있어서다.
지브롤터와 수에즈.
이 둘을 영국이 손에 쥔 이상 절대 이탈리아는 저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나마 저들을 떨쳐내려면 스페인의 도움은 필수다.
‘여기에 발칸 애들까지 긁어모아서 어떻게든 해볼 심산인가.’
작은 이탈리아가 어찌 해보기엔 계획이 너무 거대하고 하나하나가 어렵다만 그럼에도 두체를 필두로 약간의 희망을 걸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아닙니다만, 분명 스페인은 무너질 겁니다. 저들은 이미 암살, 테러도 거리낌 없이 하는 이들입니다. 국정 운영은 좌-우가 갈라져 당장이라도 내전이라도 할 기세이고 이때 적절한 음, 도움을 위해서라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준비하자? 아니면 눈 감아 달라?”
“어느 것이든 좋습니다. 저흰 스페인의 항구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럼 우리끼리 여기서 해결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들어오라 하게.”
뒤에 서 있던 빅터에게 말하자 잠시 뒤, 나와 치아노 앞으로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프랑코 장군입니다. 꽤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로코의 전쟁 영웅…”
“저와는 리프 당시에 인연이 있었습니다.”
지금 스페인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경험과 전투력을 가진 군대는 전부 아프리카에 있다. 그 아프리카 주둔군을 통제하고 있는 게 바로 프란시스 프랑코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너희 후보 리스트 가장 위에 있던 인간이잖아.
지금 프랑코는 정치에서 한발 떨어진 천생군인이다. 국내 개판을 무시하고 국외에서 열심히 국위선양하고 있으며 능력과 전공도 충분한, 심지어 국민들의 지지까지 받는 장군. 이보다 적합한 인간은 없다.
“잠깐, 프랑코 장군은 정치에 관심 없는 것 아니었습니까?”
“관심은 없었는데,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리 답하며 슬쩍 날 바라보는 시선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만 난 가볍게 넘겼다.
너, 사실 보여준 게 전부 아니잖아.
나만 아는 사실이지만, 이젠 이탈리아도 알아야 하는 것.
프란시스 프랑코, 이 새끼도 은근 미친놈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북아프리카에서 자행한 통치 방법.
기회를 걷어차면, 무조건 학살한다. 약간 우생학도 받아들여서 빨갱이와 반란분자는 강간, 학살하고 있다는 소식은 나조차 소름 돋았다.
뭐랄까, 굳이 표현하자면 부분적 분노조절 장애라고 해야 하나.
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못 써먹을 정도는 아니더라고.
‘적어도 나한테 문제는 없다는 거잖아?’
그럼 된 거지.
“이탈리아와 함께 우리 프랑스가 스페인을 지원하는 게 어떻습니까? 물론, 여기 프랑코 장군이 승낙한다면 말입니다.”
“정확히 어느 지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마 시작은 자금과 군사력이 기본 바탕이 될 겁니다. 이후는 국가적 협력 사안으로 뻗어나가겠죠?”
“이, 이건 저희도 예상하지 못한 바라 한번 두체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세요. 헌데 전 프랑코 장군이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그의 리더십은 믿을 만하달까요.”
“…….”
“그냥 그렇다고 두체께 전해주세요.”
난 이미 프랑코로 정했는데. 너흰 뭐로 할래. 설마 공화정부 애들? 정말 그 애들이랑 손잡을 거야? 딱 봐도 우리 프랑코 앞에서는 전부 리프 꼴 날 것 같던데.
도망치듯 떠나는 치아노를 곱게 보내주며 난 우리 두체의 답을 기다렸다.
내가 결국 빨랐다.
원래라면 독일과 이탈리아가 했을 법한 짓. 몇 년 더 빨리 움직인 결과 독일의 자리를 우리 프랑스가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어떻게 나올까. 끝끝내 독일 편에 서서 함께 스페인에 개입하려 할까, 아니면 그냥 나와 손잡고 적당히 양보한 뒤에 만족할까.
참으로 공교롭게도, 스페인도 이탈리아처럼 우리 프랑스와 국경이 맞닿아 있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
스페인, 벌써 올해에만 세 번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던 곳.
보르본 왕가가 무너지자마자 공화국 정부가 들어섰으나 정통성이 조금도 없는 신권력을 군부가 인정할 리 만무했다.
파리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프랑코 본인도 ‘우리에겐 공화국을 도와 자유와 정의를 실현할 의무가 있다’라고 외치는 부류였지만 이제 와선 의구심이 솟아났다.
과연 공화국 정부를 돕는 게 맞는 걸까. 일단 저들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거니와 슬로건으로 내건 ‘신성한 자유’가 스페인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젠 전부 변명으로 들리는군.’
뭐가 신성하고 무슨 미래가 밝단 말인가.
저 이탈리아가 틈을 노리고 있고 프랑스는 이를 드러낸 채 방관하고 있을 뿐, 스페인은 과거 제국의 영광을 조금도 되찾지 못했다.
당장 협력하면 혼란이 줄어들고, 그리하면 이 나라도 언젠가는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저 대영제국처럼, 지금의 프랑스처럼 말이다.
허나 프랑코는 열병식에서 전차 위에 앉아 파리를 뒤흔들던 베르게르 모헬 원수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과연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일까? 정말 이대로 언제가 될지 모르는 스페인의 안정을 기다리는 게 맞을까?
그냥… 다 치워버리고 직접 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를 즈음.
프랑코는 모헬 원수와 독대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모헬 원수는 본인과 같은 고민을 해왔을 거다. 그가 단순 쿠데타로 프랑스를 점령하고자 했다면 진작 가능했을 사람이었다.
군재로는 말할 것도 없으며 그가 대중을 휘어잡고 적을 찍어누르며 동맹을 만드는 능력은 프랑코로서는 감히 따라하기도 어려운 방법들이었다.
리프 전쟁을 치르면서도 느꼈지만, 모헬 원수는 자신만의 신념과 생각이 뚜렷한 자였다.
적어도 이런 사람이라면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답을 내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허나 타국의 군관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있을 때.
모헬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본국이 참으로 시끄럽더군.”
“어디든 마찬가지입니다.”
“딱 우리 프랑스를 보는 것 같아. 좌우로 갈라져서 싸우는 모습도, 내부의 분열에 외부로부터 취약해지는 상황도.”
“프랑스는 적어도 안정된 육군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스페인은 없나?”
약간의 알 수 없는 가벼운 미소가 프랑코는 자신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