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서부 집단군 사령관, 에리히 폰 만슈타인.
독일의 원수로, 지휘관이자 한 군인으로. 그는 베르게르 모헬 원수에 관해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비단 그뿐만 아니라 현시대를 살아가는 군인이라면 누구라도 대전쟁 당시 전술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모헬에 관해 공부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약간 과장하자면 모헬의 담배 취향과 습관부터 전쟁을 겪으며 변한 성격까지 알아낸 만슈타인에겐 모헬의 친정이 긴장되면서도 기꺼웠다.
“결국 사냥개는 사냥터로 돌아오는 법이지.”
참호전, 소모전, 그리고 기동전.
매해마다 온갖 기만을 점철하며 상식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한 인간이 돌아온다. 그것도 이번에는 더 강력해진 군대와 권한을 들고.
폴란드가 얼마나 버틸지 모르나 길어봐야 몇 달.
“결국 피할 수 없다. 한 번은 크게 이겨야만 해.”
룬트슈테트 장군이 밀어주고 총통까지 최고사령관 브라우히치와 참모총장 할더의 반대에도 그를 집단군 사령관으로 보내줬다.
그러니 증명해야만 한다.
저 악마는, 사실 온기와 인간 껍데기를 쓴 사람이고 프랑스군은 무적이 아님을.
대전쟁을 겪진 않았어도 보고 들은 게 있어서인지 지금의 독일 병사들은 맹목적인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니 구데리안 기갑사단장, 말해보게. 적이 과연 어디로 오겠나.”
“저보다 잘 아시면서 물으십니까.”
한 살 어린 구데리안이 겸손을 표하나 만슈타인은 알았다.
‘세상 모든 전차를 다 구입해서 연구해본 놈이야. 기동전에 관해서는 이 나라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할 수 있지.’
구데리안은 초기형 Mk 전차부터 르노FT까지 전부 직접 몰고 내부를 뜯었다. 기동에 관해서는 네폴레옹 시절 전술까지 습득했으니 분명 아는 게 있을 터.
“말 좀 편하게 하게. 동기인 내가 불편해서 그러네.”
“그리 말한다면 알겠네. 일단 나도 몰라.”
“무엇이 말인가.”
“주공이 어디인지도. 설령 알아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말이야.”
이어서 구데리안이 예를 들며 설명한 바는 이랬다.
1. 과연 우리 독일군이 순수 육군 전력으로 적과 부딪혀도 되는가?
2. 만약 순수 전력이 부족하다면 수비적으로 싸워야 하는데 이는 곧 기동력의 상실이나 마찬가지다.
3.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 끌어들이면서 싸우거나, 적을 돌파하거나.
“돌파라 하면 어떻게?”
“알지 않나. 순수 기갑전력으로만 돌파지.”
“그게 되겠나? 아니, 내가 알기로 프랑스 주력전차 르노37을 뚫으려면 최소 자네가 만든 4호 전차가 필요한 것으로 아는데.”
“신형 티거면 경사장갑이든 중장갑이든 한 방에 보낼 수 있긴 한데 숫자가 아쉽지. 여하튼, 지금 전력만으로도 가능은 해. 적 전차가 뭉쳐있지만 않다면 말입니다.”
처음 프랑스가 전차를 개발했을 때. 그들은 무엇 하나 완벽하지 않은 전차의 단점들을 다른 병과를 통해 보완했었다.
“만슈타인, 밀집된 기갑 전력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네.”
“큰 투자와 큰 희생. 대신 얻는 게 확실해 보이는군.”
만슈타인의 말마따나 그게 맞다.
“어쨌든 기동력이 있는 곳부터 막는 게 정석이야. 설령 그곳이 조공이라 한들 말이지.”
기동력을 가졌다면 유사시 주공에 붙을 가능성이 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벗어날 수 있고 포위도 어려울이다.
그러나 기동력을 가진 놈들의 발이 풀린다면.
‘전력과 상관없이 주공만큼의 힘을 내게 되겠지.’
그러면서 두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인간.
‘자키 파비앵.’
‘그 새끼가 있는 곳은 무조건 진심이다.’
이건 당연한 명제나 다름없다.
프랑스 최초 기갑군을 이끌었던 베르게르 모헬의 후임인 자키 파비앵은 끊임없이 커져 가는 6사단의 사단장이다.
독일군도 알 정도로 유명한 6사단은 십수 년에 걸쳐 완벽한 기동군 그 자체로 변신하였다.
“자네라면 막을 수 있나?”
“솔직히 우리가 총탄이 충분한가 포탄이 넉넉한가. 전차도 아껴 써도 모자랄 판에 굳이 ‘6사단’이라는 군단과 단독으로 싸워줄 이유가 없지.”
“그래도 해야만 한다면.”
“그럼…. 역시 내가 적이어도 모헬이 창안한 전격전을 활용할 것이네. 그보다 좋은 방법이 떠오르진 않어. 가장 큰 승패는 폭격기나 공수부대, 포병이 아닌 순수 전차에서 갈릴 거야.”
“결국 돌고 돌아 전차전이군.”
모헬이 제시했던 전차의 구성 요소 세 가지.
기동, 화력, 방어.
그중 기동을 포기하면 수비형 전차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형 티거가 최고지.”
“티거 말인가. 허나 몇 대 없는 걸로 아는데.”
“아직 개발 단계이고 불안전하지만, 사실 판터만으로도 우리 상황엔 과해.”
프랑스가 왜 굳이 르노 37에 집착하고 있겠는가. 50톤, 60톤에 육박하는 더 큰 전차를 못 만들어서? 아니다.
그냥 중전차 중에서는 르노 37이 제일 싸서 그런 거다.
어차피 판터도 이겨먹으려는 게 아닌 막으려고 끌고 왔다.
다만 기동력을 가진 기갑 특성상 막으려면 이기는 수밖에 없으니 이런 결론이 난 것이고.
막심 베이강과 필리프 페탱.
그 둘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베르게르 모헬.
적의 주공은 어디인가.
“일단 막아 보되, 열세가 확실하면 군을 뒤로 물려야 할 거야.”
“그렇다고 쉽게 국경선을 내주진 않을 거네.”
“당연하지.”
그리고 만약의 상황에 군을 뒤로 물리기 위해서라도, 적의 다리는 분질러질 필요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의 6사단이 국경을 넘어 프랑크푸르트로 향하고 있단 소식이 두 사람에게 들려왔다.
***
“생각보다 전선을 물리질 않는군.”
한번 전투가 휩쓸고 지나간 지역을 확인한 파비앵은 국경 인근에서 벌어진 상황을 토대로 추측했다.
“병력 포진을 꽤 넓게 했어. 분명 병력이 부족할 텐데.”
“국경이어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럴 수도.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만약 이렇게 거대한 전선을 유지하기로 작정했다면 폴란드 측은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네.”
루르 점령, 모로코 경험까지 있는 몇 안 되는 젊은 지휘관, 필리프 르클레르 오트클레크는 자신의 상관의 진지한 모습에 침음을 삼켰다.
비록 사관학교를 나오지 않았지만. 고등교육은커녕 모든 것을 짬과 경험으로 판단하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지만.
‘그래도 모헬 원수의 부관이었던 사람이다.’
그의 판단력은 의심할 여지없이 뛰어나다.
“이탈리아전을 떠올려보게. 국경 근처에서 적이 발악하면서 막으려는 것은 경험상 무조건이야. 어차피 밀려나봐야 더 좋은 조건으로 적을 막을 수 없을 테니까.”
“그럼 이게 적의 기만이 아니라면 프랑크푸르트 방면으로 계속 뚫으시면 되지 않습니까?”
“우리만? 아니지. 홀로 치고 나가는 건 모헬 원수님만 하는 짓이고 난 그런 무모한 짓은 안 하는 아주 합리적인 인간이라네.”
“…. 그러십니까.”
제 입으로 합리적이라는 인간 치고 정상은 못 봤다만 오트클로크는 그러려니 받아들였다. 어차피 자신의 상관은 왜인지 모르겠으나 아군보다 적에 공감하는 그런 인간이었으니까.
작대기로 바닥에 길게 꼬불꼬불 선을 그으며 파비앵은 추측을 이어갔다.
“어쨌든 애매하게 적은 잘 막고 있어. 아마 국경을 쉽게 내주지 않겠지. 그럼 아주 긴 이 국경 전체를 대치로 유지하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다?”
“독일이 그리 안일하게 나올 리 없습니다.”
“우리야 이미 반쯤 대놓고 프랑크푸르트로 향하고 있으니 적도 알겠지. 최대한 비슷한 숫자로 막으러 올 거야. 물론 같은 전력 수준을 맞추는 것조차 쉽지 않겠지만.”
과한 투자는 전선의 빈틈을 불러일으키니 분명 적 만슈타인은 딱 알맞은 수준의 병력만 6사단으로 보낼 거다.
“아무래도 저지대 쪽은 조금 지저분한 전쟁이 될 것 같지만 결국 페탱 원수님이 알아서 잘 밀고 들어올 거네. 거대한 한 방을 노리시기보단 끊임없이 적을 갉아먹는 편이시니.”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이봐, 자네 사관학교 24년도 졸업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그럼 주공과 조공에 관한 개념은 배웠지?”
“그거야 병사들도 아는 것 아닙니까.”
병사들도 안다는 말에 약간의 비웃음을 띤 채 파비앵은 질문했다.
“그 개념이 왜 있는 줄 아나?”
“그야 원활한 전쟁수행과 목표 달 성을 위해-”
“아 시끄럽고. 답부터 말해주자면 전쟁은 수비가 무진장 유리하기 때문이야. 그냥 진지에서 나와 총들고 달려가는 놈이 무조건 불리한 게 전쟁이라고. 그럼에도 땅 일 미터라도 더 먹으려고 사람을 갈아넣지. 무지막지하게 수비가 유리한 게임. 그 게임을 이기려면 어쩔 수 없이 전력을 한곳에 집중해 상대적으로 약한 적을 이긴다. 그게 주공과 조공의 개념이지.”
주공과 조공.
수비가 유리한 전쟁.
엄청난 길이의 국경을 다 틀어막을 것만 같은 적.
“이걸 과욕이라 해야 할지 현명하다고 해야 할지.”
일단 최소한의 대치는 해야 하니 독일이 전선 따라 길게 포진하면 프랑스군도 따라 병력을 배치해야 한다.
당연히 주공. 혹은 제2, 3의 공격군의 힘이 빠질 테고, 적은 이제 나머지만 잘 틀어막겠다는 거다.
전쟁의 피가 아직 식지 않은 이곳부터가 그 증거다.
적은 이길 생각이 없다.
다만 지지 않으려는 것일 뿐.
“나 때는 불리했어도 내 차례 되면 꾸역꾸역 쳐들어갔었는데 이게 뭐야. 전쟁이 동네 사기도 아니고.”
오트클로크가 듣기엔 적장 만슈타인의 현명한 지휘였지만 파비앵은 마치 모욕이라도 당한 듯 얼굴을 붉히며 이젠 쉴 새 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이래서 착한 독일군은 죽은 독일군뿐이라는 거야! 오트클로크, 사관학교에선 이런 거 안 알려주지? 내가 이번 기회에 확실히 가르쳐주겠네. 적이 대놓고 사기를 친다면, 우린 뒤통수를 쳐야 해!”
“어, 어떻게 말입니까?”
“그거야 전문가가 있지.”
작대기는 옆으로 던지고 손의 흙을 탈탈 턴 파비앵 사단장은 곧장 통신장비로 향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진심으로 가르치듯 설명했다.
“우린 이미 위치를 바꿀 순 없으니 모헬 원수님 지시대로 프랑크푸르트 방면으로 향할 거네. 아마 잘은 몰라도 적 또한 그에 걸맞은 대비를 보여줄 거야.”
“그럼 무슨 묘수라도 있으십니까?”
“우리 쪽으로 전차 더 붙이지 말라고 하려고.”
“…예?”
아무리 6사단이 거대해도. 약 4만에 이르는 규모라도 해도.
홀로 적진에 들어가는 것은 말이 아 안 된다. 뛰어난 지휘관들이 많고 전투력이 높다 한들 홀로 전진은 고립, 고립은 곧 죽음이란 말이다.
“걱정 말게. 우리 모가지 따려고 오는 순간 자기 목에도 칼이 들이밀어질 테니까.”
미친 인간이다. 저 인간은 미쳤다.
적이 정상적인 대처를 했다고 화를 버럭 내고 갑자기 ‘내 목에 칼이 들어오는 대신 네놈 목에도 칼을 들이밀겠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더니 진짜 원수님께 연락을 하고 있는 거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건 진짜 아닌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지? 내가 봐도 이건 진짜 적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안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거 참.”
“사단장님? 사단장님!”
허나 파비앵 사단장은 이미 누군가와 연락이 되었는지 손을 들어 말을 끊어버렸다.
잠시 생각할 틈이 생긴 오트클로크는 머릿속이 터질것만 같았다.
‘우, 우리가 기동군 주력이 아니게 된다고? 그럼 누가 되는 거지? 지휘관은? 아니 세상에 6사단이 주력이 아니면 도대체 어디가 주력인데? 이제와서 이렇게 쉽게 전쟁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고? 혹시 사전에 준비된 플랜B, C가 존재하는 건가? 그래봤자 저지대 전선은 아닐 거 아닌가!’
보통 일개 사단장이 저딴 말을 했다면 우습기만 했겠지만 저 인간은 무려 모헬 원수의 부관만 십수 년을 해온 사람이다.
그렇다, 저 연락하는 인간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 아무튼, 저희 쪽은 별로 맛없습니다. 아무래도 전에 말씀하신 곳으로 다시 생각해보심이….”
오트클로크는 알고 싶지 않았다.
명문가 자제로 태어나 군인으로 갈 수 있는 황금 로드를 달려온 필리프 르클레르 드 오트클로크.
어느덧 통화를 마치고 온 사단장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우린 끝까지 함께야.”
“…….”
“괜찮아, 안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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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20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