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21
#221화
파리로 돌아와 여사님에게 생사여부를 확인받고 다음으로 한 일은 계급장 정리였다.
“준장직이 설립되고 나서 확실히 고위급 장군이 사라지긴 했네.”
예전에는 사단장은 곧 장군으로 인식해 사단과 같은 숫자에 참모장을 비롯해 몇몇 고위 직급만 별을 달았다.
그렇게 육해군 다 합쳐서 장군 숫자가 마흔 조금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전간기 초기. 정확히는 대전쟁 말기에 준장직이 직급이 아닌 계급으로 변하였다.
전체 장군 숫자는 두 배는 많아졌으나 반대로 진급해야 할 계단이 하나 늘어나 중장 이상은 더욱 귀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포슈 원수님도 중장에서 곧장 원수 다셨으니 말 다 했지.’
당장 내 최측근인 파비앵마저 소장에 머무르고 있으니 쓰리 스타 위로는 고이다 못해 썩은물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한 번의 세계 대전. 당연히 그에 따른 계급 인플레이션은 필수다.
오직 원수에게만 부여된 장군 진급 권한을 휘둘러야 한다는 뜻.
“훈장은 알아서 정훈처에서 내 이름으로 뿌릴 거고. 주요 인물만 말해봐.”
“육군에 둘밖에 없는 공세 사령관부터입니다. 타니시 장군과 파비앵 장군. 둘 다 소장입니다.”
“타니시 장군은 확실히 필요하지. 연배도 있고 경험도 충분하니.”
근데 파비앵은 좀 그런데.
‘그 새끼가 중자아앙? 쓰리 스타라고?’
음, 아무리 인플레가 만연한 시대라지만 너무 낭비해서야 쓰나. 무엇보다, 총사령부가 지시하지 않은 포츠담 공세는 책임 져야지.
“파비앵은 근신 비스무리한 징계 때려서 취소하자고.”
“…. 파비앵 사단장의 사기가 꺾이지 않겠습니까?”
“됐네, 그 새끼는 그냥 전차 주면 막 좋아하고 적 뚫었을 때 삶의 이유를 찾는 놈이야.”
집단군급 지휘관으로 쓰기엔 어울리지 않는다.
적당히 공 좀 세운 놈들 위로 올려준 뒤 예편된 부대로 넣어주고 리스트를 쭉 살피니 한 이름이 뛴다.
“흐음….”
“다른 두 원수님은 이번 진급안에서 손을 떼셨습니다.”
“대장직이라.”
육군 대장직이라 읽고 사실상 예비 원수라고 불러도 무방한 자리인데.
“모리스 가믈랭 중장이 그 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인지도 하나만큼은 엄청납니다.”
나도 페탱 원수님의 뜻을 받들어 가믈랭을 식민지 뺑뺑이로 돌리긴 했는데 생각보다 인지도 하나만큼은 끝내준다.
‘역시 그 사건이지.’
지금 현 정권이 궐기한 시초. 그러니까 내가 정부에 처음으로 반항한 사건.
가믈랭이 대령 시절 억울하게 옥살이 하게 되니 드베니 장군이 파리 총독을 움직였고 정치인들이 파리를 탈출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났었다.
그 뒤로 샤를과 프랑수아 형님이 정치계로 진출했고 난 반쯤 통제에서 벗어났었다.
그때부터 가믈랭은 부패한 정권의 희생자, 청렴결백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냥 쫄보라서 그런 건데.’
조사하면 식민지에서 해먹은 게 나오겠지만 어쨌든 계급에 비해 결과적으로 청렴하긴 하다.
“진.”
“진 말씀이십니까?”
“대장(진). 진급 예정이라고.”
일단 지켜봐야지. 언제까지 원수들이 찍어 누르며 통제할 거야. 아래에서 다양한 놈들 올라오면 경거망동하진 못하겠지.
적당히 쳐올릴 놈들 쭉 뽑아내는 일을 끝내니 쉴 틈도 없이 다음 일이 책상 위로 올라온다.
“…뭐야 시발. 빅터, 왜 원정 나갔다 왔더니 우리 나라가 잽스 꼴 났는지 설명 좀 해주겠나.”
“그 부분은 다를랑 의장이 직접 설명할 겁니다.”
빅터의 말과 함께 문이 열리고 긴장한 다를랑이 가슴팍에 한가득 서류를 들고 나타난다.
“그만. 내려놓기 전에. 아주 간단히 요약해보게. 왜, 프랑스 해군 함선들이 항구에 없을까? 딱 한 줄로.”
“전에 간략히 말씀렸습니만, 지중해입니다.”
“지중해?”
이탈리아 나가리된 뒤로 누구의 것도 아니게 된 곳 말인가?
“어차피 죽었다 깨어나도 크릭스마리네는 발트 해를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덴마크와 사이가 나빠진 뒤로는 더욱 말입니다.”
“그래서 할 일이 없어서 지중해로 갔다?”
딱히 교전은 없었는데 바르셀로나부터 트리폴리, 아테네까지 온갖 곳을 어슬렁거리고 있네.
‘이거 동네 양아치잖아.’
그것도 본인들 힘은 없으면서 등 뒤에 대육군만 믿고 깡패짓하는.
언제부터 프랑스군이 깡패로 변했을까.
“덕분에 영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부분을 점한 적도 많습니다.”
“다를랑, 혹시 해군으로 돌아가고 싶나?”
“절대 아닙니다!”
자, 가장 먼저 하나를 짚자면, 프랑스 해군은 영국 왕립 해군이 아니다.
지브롤터와 수에즈만으로 바다를 컨트롤하려던 영국과 달리 스페인, 이탈리아, 유고슬라비아, 그리스 그리고 튀르키예까지.
주요 지중해 국가들을 잘 컨트롤해야만 지중해에서 대장놀이 할 수 있다고.
‘반대로 아쉬운 소리도 해야겠지.’
난 전후에 요놈들이 함께 한번 같이 싸웠다고 서로 하하호호 지낼 거라 안 믿는다.
특히나 유고슬라비아. 오스트리아 하나 끝장 못 낸 이놈들은 꼴에 욕심은 더럽게 많아서 자기가 제2의 이탈리아라도 된 줄 안다고.
“이집트 같은 경우는 차라리 프랑스가 영국보다 낫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만.”
“아니, 아니. 다를랑, 잘 들어보게.”
그러니까 내가 그리는 구도의 순서가 잘못되었잖아.
이 새끼들이 지금 어깨동무하고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프랑스다.
그리고 전후 프랑스는.
“난 이번 세계 대전이 끝나면 이 친구들에게 손에 손잡고 사이좋게 살라고 강요할 생각이 없다네.”
“…. 예?”
평화를 강요하다니? 무한 경쟁의 시대에 그게 무슨 말인가.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그냥 동맹이란 이유 하나로 괜히 국고를 털어가며 전쟁하는 줄 아나?”
지금 유고슬라비아는 몰라도 무솔리니와 프랑코는 아는 거다.
내가, 사실 평화에 그리 관심이 없다는 것을.
더 정확히는.
‘언제까지 프랑스가 모든 동맹을 지켜줄 것 같냐.’
동맹이라고 이름만 올려놓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과감히 쳐내질 거다.
그때는 그렇게 해도 아무도 항의 못 할 테니까.
“…. 아주 무서운 이야기를 쉽게 하십니다.”
“난 그들에게 성장할 기회를 줬고. 지금 활약할 기회를 주고 있지 않나.”
왜 튀르키예와 그리스를 살려뒀는데. 왜 이탈리아가 유고슬라비아를 공격하지 못하게 막고 프랑코가 포르투갈과 잘 지내게 만들었는데.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모든 체제에 무조건에 가깝도록 합류할 수 있게 개방했고 마치 확장에는 조금도 관심 없다는 듯이 지난 20년을 연기했는데.
다 지금. 이번 전쟁을 위해서 아닌가.
“여전히 내정간섭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네. 남의 나라 외정에는 더 생각 없고.”
폴란드처럼 영원한 형제로 남을 나라도 있겠으나, 난 대육군이 강제로 유지해온 평화에 무임승차했던 이들을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
그러니 벌써부터 지중해를 먹는다는, 아주 거만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는 게 좋다.
“그래도 그걸로 영국과 거래할 생각한 건 아주 좋아. 계속 해보게. 다만 너무 과하지 않게.”
지중해 패권? 그게 몇 년이나 갈까.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후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까.
그럴 바엔, 조금 더 크게 봐야지.
우린 이탈리아가 했던 망상을 똑같이 따라 해선 안 된다.
색 다르게.
조금 더 과감하게.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나라면 발칸 전선에 병력 하나라도 더 쑤셔넣기 위해 발악했을 거다.
사상자 보고 따위는 받지도 않고 무제한적으로 징병해 소련군과 맞닿게 했을 거라고.
‘우리 FDR 봐봐. 얼마나 눈치 빨라?’
전쟁터에서는 전공이 곧 화폐니까.
본인들의 주권을 사고 싶다면.
패권을 사고 싶다면.
평화와 안보를 사고 싶다면.
그럼 개같이 싸울 때다.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의 시기가 지나면, 다시 기회는 오지 않을 테니까.
***
“당신을 이렇게 가르친 기억은 없는데 말이오.”
“제발 편하게 말씀해주십시오. 모헬 원수님이 들으시면 제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 겁니다.”
“스페인의 카우디요에게 어찌 그럴 수 있겠소?”
붉은 군대의 보리스 샤포시니코프가 물러나고 붉은 군대는 더욱 과감해졌다.
피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군대.
충분한 물량만 있다면 때론 적 또한 낮은 수준의 전투로 끌어내릴 수도 있는 장점이 있는 방식을 적은 적극 기용했다.
약소국들 특유의 ‘병력 보존’의 심리를 잘 찔렀다는 거다.
‘새로운 지휘관은 이반 코네프.’
적 지휘관의 성향을 중시하는 페탱은 소련군 지휘관들에 대한 정보 부족이 아쉬웠다.
지휘관에 대한 정보 부족은 그의 특기인 심리전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기본을 중시하며 싸워야 하겠지.’
허나 이번 전쟁에 70만의 대군을 동원한 스페인 측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과격해. 아주 파괴적이고.’
스페인 군대의 그런 성향은 때론 잔인함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효율과 비도덕적인 것은 분명 다를진대….
“꽤나 우크라이나 독립군의 게릴라를 꽤나 잘 써먹는 것으로 보이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단(OUN)과 우크라이나 저항군(UPA). 분탕질 하나는 참 잘하는 친구들입니다. 마음 편히 써먹을 수 있달까요.”
두 단체의 실질적 수장인 스테판 반데라(Stepan Andriyovych Bandera)가 여러 차례 집단 학살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페탱은 거부감을 가졌으나 프랑코는 달랐다.
‘책임질 필요도 없는 놈들이니 잘 쓰다가 버리면 그만입니다.’
나중에 가서 연관성 자체를 부인한다 한들 아무도 믿지 않을 테지만, 프랑코는 애초에 그런 평가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페탱이 알기로 모헬은 분명 국가, 인종, 민족, 종교 따위 구분 지을 명분으로 써먹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아무리 프랑코가 모헬에게 영향을 받았다 한들 마냥 그게 전부는 아닐거란 말이다.
‘아니지. 전후 베르게르는 약간 이상하긴 했어.’
반데라 산하의 부대가 얼마 전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서 수천 명을 학살했지만, 프랑코는 되려 그들에게 무기를 쥐어주며 가는 김에 소련군 뒤통수 한 대 처달라고 부탁했다.
서부 전선이었다면 강력한 대육군의 질서를 더럽히는 짓은 용납될 수 없었겠지만 이곳은 다르다.
무법 지대. 어느 군대에서도 명예를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도와주러 온 영국군도 상태가 심상치 않다.
‘왜 몽고메리가 여기에….’
서부 전선에서 쫒겨난 몽고메리가 남부에 나타나다니. 라이미 새끼들은 진짜 전쟁을 이길 생각이 없는 걸까.
이탈리아 새끼들도 이상하긴 매한가지다.
“군법에… 결혼하면 현지 휴가 법령이 있다고?”
“식민지 파견 나가 혼인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법령이랍니다.”
거기까진 뭐 역사와 문화적인 부분이라 치고 넘긴다지만.
“알프레도 구초니(Alfredo Guzzoni) 장군, 어째서 적이 출현하자마자 군을 물린 거요?”
“유고슬라비아가 먼저 물렸소. 측면이 비었으니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물렸지. 또한 스페인군이 치고 들어와서 전선에는 이상이 없지 않았소?”
“스페인은 왜 또 치고 들어갔소?”
“페탱 원수님, 저희 스페인군만이 카시나우를 점령할 수 있었습니다.”
“아….”
이름값을 너무 잘하는 (전선) ‘이탈’리아.
적극적인 부분은 좋으나 협력에는 관심 없고 본인들이 다 해처먹고 싶은 스페인.
아직 덩치 키우기에 집중하느라 삽질 못 하고 있지만 제 목소리 내려고 헛기침 중인 대영제국.
의견조차 못 내밀고 있는 소국들.
그리고 병신 유고슬라비아.
‘연합군 소속이면 그냥 닥치고 따라주면 안 되나?’
허나 프랑스군이 없다는 점은 페탱의 말에 즉각 힘을 실어주는 배경이 없다는 의미와 같았다.
그럼에도 저치들이 그의 말을 흘리지 않고 듣는 이유는 하나.
‘나도 한물갔구먼. 다른 사람 이름이나 빌려야 하는 걸 보면 말이야.’
필리프 페탱은 안 무섭지만, 베르게르 모헬은 무서운 거다.
본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대로 움직이던 대육군을 다루다가 애새끼들처럼 행동하는 놈들을 다루려니 페탱은 적응조차 쉽지 않았다.
특유의 대전선 운용술은 어림도 없고 이 연합군을 통제할 발칸 연합 총사령부 조직부터 하나하나 시작해야 했다.
‘모헬, 이놈이 기껏 따라줬더니 아예 이런 곳에 날 처박아?’
그래 놓고 본인은 파리로 돌아가 등 따숩고 배부르게 지내고 있겠지.
‘원수, 무슨 고민을 하십니까. 이래서 저희 언제 우크라이나를 되찾겠습니까?’
‘우, 우리는 안 싸우면 안 될까요. 이, 이름만 올리고 싶습니다.’
‘우리 주력은 해전인데…. 발트 해전 한판 하실? 질 수가 없는데 이거.’
‘오스트리아도 끝났으니까 우리 물 올랐다. 붉은 군대 반년 뒤 딱. 대.’
‘씨발, 내부 정리하고 온다고! 지금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니까!’
모이면 어질어질하고 떨어져 있으면 불안한 이 조합.
대전쟁도 이렇게 개판은 아니었다.
당장 탄환만 봐도.
“아, 7.92mm 탄 더럽게 비싸네. 그냥 9mm 자국산 쓸게요.”
“중간탄! 중간탄! 중간탄!”
“근본은 프랑스의 전통과 역사가 있는 8mm탄이거늘!”
“미제 7.62mm 써봤소? 이게 가격이 장난이 아니게 싸던데. 이번 기회에 우리 다 같이 이걸로 통일하면 안 되오?”
“좆까! 우린 6.5mm탄이 기본이다. 길이만 바꾸면 범용성이 얼마나 좋은데?”
혹은 식량 문제도.
“동맹에게 비싸게 식량을 팔다니, 미쳤소?”
“반도 전체가 올해 흉작이라고! 우리 국민들 먹을 거 줄여서 너희 입에 넣고 있다니까!”
“그냥 미국산 레이션 시리즈 먹자고요! 싸고, 맛 좋고, 영향 좋고!”
“붸에에에엑. 아무리 전쟁터여도 인간다운 한 끼를 못 먹을 바엔 집단 탈영하고 만다!”
조용히 눈을 감은 페탱은 두 가지 마음이 솟아났다.
다 때려치우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
‘아무리 붉은 군대가 병신이어도 말은 들을 거 아니야. 이 새끼들은 꼴에 동맹이라고 말도 안 들어!’
그다음은 살심.
‘죽인다! 모헬 네놈 반드시 죽인다! 결코 죽인다아아!’
그럼에도 늙을 대로 늙어버린 원수의 입은 진솔하지 못했다.
“자자, 딱 리비우까지만 우리 함께 힘을 합쳐 가보는 게 어떻소? 어차피 적은 시골 농부에게 총 한 자루 쥐여 주고 보병이라고 말하는 수준 아니오? 한 번만 힘내서 가봅시다.”
“이이이잉….”
“저, 저는 엘랑 비탈이 정신병이라고 생각해요-”
“자, 드가자아!”
베르게르 모헬, 기필코 죽인다.
어차피 베를린도 점령했으니 돌아가신 포슈 원수님도 모헬을 보내도 뭐라 하시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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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2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