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35
137화
그 날 파티가 끝나고 재환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재환과 만났던 이들은 따로 룸식 술집에 모였다.
그들은 양주를 시켜 놓고 별로 마시지도 않은 채 묵묵히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강재환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보이던데.’
‘이거 계획대로 진행해도 되려나.’
그들의 걱정이 사뭇 커져갈 때, KG 전자와 1차 협력사로 있는 업체의 사장이 목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저희 생각을 좀 많이 바꿔야 할 거 같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무슨 말인지는 다 잘 알지 않습니까.”
그는 앞에 놓인 술잔을 비우고 천천히 말했다.
“강재환이 그냥 KG 회장이 된 게 아닌 것 같다 이 말입니다. 지금 움직이다가 괜히 찍혀서 본전도 못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그들은 그 의견에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이명한은 혀를 찼다.
그도 재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주 호구가 아니라는 건 확신했지만, 기분이 묘했다.
분명 사업가로서는 한참이나 모자란 사람이었다. 주어진 정보를 이용해서 어떻게 자신의 사업에 활용할 건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나 질의 수준이 그걸 커버하고 있었다.
“전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이명한 사장님?”
“여러분도 저하고 비슷한 거 아닙니까. 강재환은 KG 그룹의 회장 자질이 없다는 걸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이명한은 술잔을 다시 채우고 있으니 처음으로 말을 꺼냈던 이가 반론했다.
“하지만 강재환 회장은 보기보다 단단합니다. 저희가 처음에 계획했던 건 협력사들과 같이 압박해서 강재환을 밀어내는 거였죠. 근데 지금 상황에서 먹히겠습니까.”
“안 되면, 되게 하면 되죠.”
이명한의 의지가 확고해 보이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짜증 섞인 어투로 물었다.
“뭘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저희가 돕지 않는데 혼자서 할 수 있겠습니까?”
“못할 것도 없죠. 다만 나중에 콩고물이라도 주워 먹으려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콩고물이나 생길지 모르겠네요.”
두 사람은 눈을 마주보다가 술잔을 기울였다.
각자의 잔을 비운 뒤 이명한은 앉아있고, 협력사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할 얘기도 없으니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니 뜻이 같은 이들도 따라 일어났다.
그들 입장에서는 여기에 오래 엉덩이 붙이고 있을수록 위험할 거란 판단이 섰다.
“쯧.”
이명한은 혀를 찬 뒤 남은 이를 봤다.
자신과 같이 중견급 회사를 경영하는 이들인데, 그들의 표정은 어째 방금 나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까 그 패배자 놈들과 같은 생각이시면 자릴 뜨시죠?”
“하아…. 이명한 사장님, 조금 생각을 해봅시다.”
이명한의 바로 옆에 앉은 그는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며 말했다.
“강재환 회장을 물러나게 할 확실한 수단이 있습니까?”
“있다면요?”
“있다면 도박 한 번 해보는 거죠. 사업이란 게 항상 그런 거 아닙니까. 하지만 지는 도박에 돈과 시간을 태울 수는 없죠.”
그의 말이 맞다.
이명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간을 확인했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 방법이 뭔지도 금방 보여드리겠습니다.”
“흐음….”
“일단 한 잔 드시죠.”
이명한을 포함해 남은 셋은 술잔을 기울였다. 이제 여자도 불러 슬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려던 찰나 룸의 문이 열렸다.
막무가내로 열린 문에 누군가가 인상을 썼지만 들어온 이를 보고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
‘이강철?’
‘한성의 후계자가 왜 여기에?’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게 이거였나.’
그들은 곧바로 이명한이 믿는 구석이 뭔지, 이번 일을 믿고 진행할 수 있는 이유가 뭔지 알게 됐다.
이명한은 웃으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강철을 반겼다.
“사장님, 찾아오시는 길이 힘드시진 않으셨습니까.”
“아부는 됐고.”
이강철이 뱉은 싸가지 없는 말투에도 이명한은 표정관리를 잘해서 불편한 티를 내지 않았다.
불쑥 찾아온 이강철은 룸에 있는 면면을 살피고 비릿하게 웃었다.
“여기에 계속 남아 있을 거면 여기서의 일은 여기서만 기억하는 게 좋을 거야.”
강요에 가까운 제안이었지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노예들의 만족스런 반응을 본 이강철이 말문을 열었다.
“그럼 강재환을 왕좌에서 끌어내려 보자고.”
* * * * *
구정혁이 주최한 파티에 한 번 다녀간 뒤로, 재환은 이후로 다시 바빠졌다.
경영의 기본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인맥을 차근차근 쌓아올렸다.
지금까지 쌓아온 인맥을 단단히 만들어서 질 높은 정보들을 흡수하고, 자신의 정보를 흘릴 수 있는 루트를 다방면으로 마련했다.
“후우…. 차라리 카르텔을 상대할 때가 낫지.”
카르텔에 관해서는 10년이란 세월을 통해 쌓아온,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다소 두루뭉술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만 같다.
특히나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골이 더 아팠다.
재환은 모니터를 끄고 의자에 기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품 안에 넣어둔 수첩을 꺼내 내용을 쭉 확인했다.
이렇게 본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 내용들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안정되었다.
수첩을 쭉 보고 있으니 들어온 서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또 그거 보고 계십니까.”
“네. 골 아플 때 이거 보면 좀 나아지거든요.”
“매번 생각하지만 특이한 멘탈 관리 방법입니다.”
서진은 비서실에서 정리한 정보를 재환의 앞에 내려놨다.
“해외의 파인애플 사에서 소송을 걸어왔습니다. 디자인 부분, 기술적 부분의 특허에서 걸고 넘어졌습니다.”
“예상한 대로네요. 그에 대한 준비는 충분히 해놨죠?”
“네, 고글 쪽에서도 저희를 지원해주기로 한 덕에 맞고소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전생에서는 한성이 파인애플사와 특허 분쟁을 치르고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사실 타격이라기 보단 더 빠르고 크게 발전할 기회를 놓쳤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재환은 할 수 있는 최대의 준비를 해 놨다. 그러니 설령 특허 분쟁이 연이어 발생한다고 해도 파인애플 사가 KG 전자의 행보를 막기엔 부족한 점이 클 터다.
“그 쪽은 예정대로 진행해 주세요. 조금이라도 부족한 점이 없도록 잘 챙기시고요. 아, 고글 쪽 스마트폰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죠?”
“개발진들을 갈아 넣어서 최대한 빠른 시기에 출시하도록 만들려는 것 같습니다만, 한계는 있어 보입니다.”
전생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습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는 안타까운 말이지만, 결국 실패하게 될 거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단물만 잘 빨아 먹으면 된다.
“겉으로는 최대한 지원을 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어찌 됐든 고글과는 좋은 인연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다음으로 중국 진출 건 입니다. 공산당의 장 치엔이 힘을 써준 덕에 판매 루트를 확보했습니다.”
“그 인간도 빨리 스마트폰을 팔아야 이익을 볼 테니까, 가만 앉아 있을 수는 없었겠죠.”
그렇다 쳐도 제법 빠르게 지원을 해준 걸 보면 실력이 있는 사람이 확실하다.
물론 실력과는 별개로 경계해야 할 인물이기도 하다.
박학도 사장이 걱정한 것처럼 중국 시장에 판매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짝퉁이 시장에 돌 것이고, 중국은 모르쇠를 시전할 테니까.
“그 부분에 대한 대응책은 마련하고 있나요?”
“장 치엔에게 그 부분에 대해 말했습니다만, 해결하기 쉽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이 점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장 치엔이 자신의 재물에 욕심이 많기도 하지만, 중국을 발전시킬 기회를 놓치지 않을 테니까.
당장 할 수 있는 건 보안 솔루션을 최대한 빡빡하게 잡아두는 것뿐이다.
그것도 시기를 늦추는 것뿐이겠지만, 그렇게 번 시간 동안 우리는 더 빠르게 기술을 발전시키면 된다.
“건설 쪽은 좀 어때요?”
“일감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지금 호주 쪽에서 인력 파견도 요청하고 있어서 향후 사업이 점점 더 커질 걸로 보입니다.”
건설과 화학도 제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덕에 작년에 세워둔 올해 목표치는 진작 달성하고도 남았다.
“아, 그리고 회장님.”
“네?”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서 전에 얘기 하셨지 않습니까.”
“아, 그랬죠.”
구정혁이 자동차 산업으로 판을 벌리려는 걸 보고 재환도 그 쪽으로 한 번 손을 벌려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근데 어디까지나 생각이었을 뿐인데, 서진은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지금 해외의 자동차 업체 두 곳이 파산했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시장을 꽉 쥐고 있는 업체들에게 밀려서 그런 걸로 보입니다.”
“흐음…. 하긴 자동차라는 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죠.”
생각보다가 아니라 상당히 손이 가는 일이다.
재환의 말에 서진이 되물었다.
“자동차 사업을 하실 겁니까?”
“고민이 되긴 하는데…. 그 업체들을 흡수할 수만 있다면 빠르게 성장 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꽤 많은 돈이 들 겁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업체들과 경쟁하기도 힘들 거고요.”
“그래도 아주 못할 정도는 아니잖습니까.”
재환의 말에 서진은 눈만 이리저리 굴렸다. 그는 정보를 정리하는 데에는 도가 텄지만 그를 통해서 어떤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아직 약했다.
“일단 시장 전체를 조금 지켜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전체적인 시장 이야기를 하고 난 뒤 다음으로 현재 주가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매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언제까지 유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삽질만 안하면 되겠죠. 당분간은 저흴 찌를 곳도 없으니까요.”
이후 결정까지 하고 나서 재환은 숨을 골랐다.
그걸 본 서진이 슬쩍 웃었다.
“이젠 좀 회장님답군요.”
“그거 칭찬 맞나요?”
“맞습니다.”
재환은 서진을 마주보고 웃고 있으니 곧 비서실 직원 한 명이 찾아왔다.
“실장님. 아, 회장님.”
“무슨 일이죠?”
“그, 다른 게 아니라 한성과 관련된 사안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성?”
전보다 힘이 많이 빠진 게 한성이긴 하지만 이한철과 이강철이 있기에 방심할 수가 없다.
“무슨 일인지 애기해 보세요.”
“다름이 아니라 이한철이 회장님을 뵙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자신과 손잡는 걸 그렇게 싫어하는 게 이한철인데, 연락이 왔다?
“어떤 내용을 말하려는 지 대충 짚이는 거 있나요? 한성에서 요즘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 지 지켜보고 있지 않나요.”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별 다른 움직임이 없다라.
그게 더 이상했다.
“지금 한성은 회장직이 비어있지 않나요?”
“맞습니다. 일단 이재명 회장이 계속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물러나야 한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용하단 말이죠.”
이재명 회장이 물러나면 다음 회장이 누가 될 지를 두고 이한철과 이강철이 경합을 벌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어떤 일이든 터져야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조용했다는 게 다소 의아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회장님. 안 만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는 합니다.”
“한 번 만나 보죠. 뭔가 할 말이 있으니까 그랬을 텐데 말이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는 법이다.
“한성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