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46
148화
재환의 말에 분위기가 단숨에 싸해졌다.
지난 한 해 동안 KG 그룹의 성장세는 유례없을 정도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줬다.
80년대를 지나 IMF를 지나고 난 한국에서 이만한 성장세를 보인 건 KG그룹이 유일했다.
“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디가 마음에 안 드셨다는 건지….”
다들 수군거리며 눈치를 살피기 시작하자 재환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전 1년이면 국내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크험….”
“회장님, 아무래도 그건….”
KG 그룹이 잘 나갔고, 많이 따라 잡았다고 하지만 기존 한성과의 차이가 제법 났다. 그 차이를 좁히는데 1년은 너무 짧다.
재환도 그 점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지금 잡아둔 목표치가 상당히 높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채찍질을 가해야만 한다.
“그러니 묻겠습니다. 내년 상반기, 1분기에는 한성을 무너트릴 수 있겠습니까?”
재환이 요구한 기간은 너무 짧았다.
고작해야 3개월이지 않은가.
하지만 여기서 못한다고 말 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해보겠습니다.”
“가능할 겁니다.”
“1달이면 충분합니다.”
재환을 만족시키기 위한 마음에서 뱉는 게 분명한 말들이었지만, 그들도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다.
‘지금까지의 성장세가 유지되기만 하면 한성을 뛰어넘는 건 시간문제지.’
‘더군다나 한성은 끝없는 하락세를 이어나가고 있고.’
‘1분기 내로 뛰어넘는다.’
그 자신감이 눈에 띄게 보였기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잘 해주셔야 다음 계획도 잘 진행될 테니까요.”
“다음 계획…… 말입니까?”
재환의 말에 임원들은 의문을 표했다.
한성을 잡아먹는다는 건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는데, 그 다음 계획에 대해선 짐작도 못했다.
그나마 중국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진행할 준비를 하던 박학도 사장만이 은근히 눈치를 챘다. 하지만 확신은 하지 못했기에 은근히 떠봤다.
“중국 진출 말씀하십니까?”
중국 얘기를 꺼내니 다들 임원들도 귀를 기울였다.
여기 있는 이들도 전부 사업가기에 중국 사업으로의 진출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이번 스마트폰 사업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서 벌어들일 수익을 듣고 난 뒤 저마다 중국 시장에 발을 걸쳐보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재환의 지원이 추가 된다?
돈을 쓸어 담을 수 있게 되리란 건 분명했다.
“중국 진출. 비슷하긴 하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서진이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돌렸다.
이제 무슨 반응이 벌어질 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최연호는 슬그머니 서진에게 다가와서 물어봤다.
“회장님이 뭘 생각하고 있는 지 비서실장님은 알고 계시죠?”
“네, 근데 제가 굳이 말씀 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지금 말씀 하실 것 같거든요.”
서진이 손짓으로 재환을 가리켰다.
이 곳에 있는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순간, 재환이 생각해온 폭탄을 투하했다.
“중국을 통째로 먹을 겁니다.”
“……네?”
재환의 말을 듣고 대부분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말은 박학도 사장이 한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모두의 반응이 그랬기에 재환은 추가로 설명했다.
“중국 시장이 저희 KG 그룹 아래에 놓이게 될 겁니다.”
“………….”
사업가라면 한 번쯤 꿈꿨을 거대한 야망.
모든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그 야망을 실현시키겠다고 재환이 선언했다.
침묵만이 공간을 감싸고 있을 때, 재환이 웃으며 말했다.
“허무맹랑해 보이십니까?”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금방 정신을 차린 박학도 사장이 고개를 모로 저으며 말했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는 데에는 어떤 나라보다 극성인 면이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의 시장을 장악 하겠다?
“회장님에게서 이제 사업가의 자질이 보이는 건 좋은 징조지만,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충분히 현실적입니다.”
재환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박학도의 어깨를 두드렸다.
묘한 신뢰를 담은 그 두드림에 박학도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재환이 회장 자리를 두고 처음 나타났을 때의 분위기, 그리고 대선의 부정선거를 밝힐 때의 묘한 분위기와 상당히 닮아 있었다.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테니 여러분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죠.”
재환이 자리를 뜨려고 하니 서진이 곧바로 그 뒤를 따랐다.
뒤따라 나온 서진을 보고 재환이 말했다.
“대리 불러서 갈 테니 반응이나 잘 봐둬요.”
“회장님이 대리기사를 부르면 그 대리기사가 힘들 겁니다. 비서실의 직원을 부르겠습니다.”
서진의 진지한 농에 재환이 헛웃음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재환의 운전수를 찾는다는 서진의 전화에 비서실이 잠시 난리가 났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이런 건 막내가 할 일 아니겠습니까.”
“임마, 막내가 가서 실수하면 누가 욕먹는 줄 알아? 짬 먹은 내가 갈 테니 너흰 일하고 있어.”
“선배가 가시면 작업 지시는 누가 합니까. 중간인 제가 가겠습니다.”
보통 회장과 같이 있는 걸 싫어해야 정상이지만, KG 그룹의 비서들은 재환과 조금이라도 같이 있기를 바랐다.
재환이 고충을 많이 듣고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준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물론 덤으로 떨어지는 콩고물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긴 하다.
결국 가위바위보로 최고선임 비서가 뽑혔고, 그는 재환을 데리러 갔다.
그가 오기 전 재환은 서진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마 불만 섞인 목소리가 제법 나올 겁니다.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파악해두고, 언행에서 별 다른 특이점은 없는 지 확인해 두세요.”
“배신자의 존재 여부 때문이십니까?”
대선의 부정선거로 인해 카르텔은 있으나마나한 조직이 되었지만, 재환은 방심하지 않았다.
언제든 자신의 자리를 탈환해서 목을 치러 올 이가 있을 거라 여겼다.
“앞으로 더 큰일을 해야 하는 것도 있고요.”
“주의 깊게 살피겠습니다.”
서진의 어깨를 두드린 뒤 재환은 준비된 차에 올라탔다.
운전석에 탄 이를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전에 본 얼굴이네요.”
“넵, 회장님. 비서실에서 일한 지 10년째입니다.”
“제법 오래 됐네요. 요즘은 지낼 만 하신가요? 일이 제법 많아 지셨을 텐데요.”
가벼운 사담을 나누며 재환은 집으로 향했다.
그 시각 서진은 회장의 분위기를 살피며 쓰게 웃었다.
“진심으로 하신 말인가.”
“그렇다면 또 폭풍이 몰아치겠는데.”
“회장님의 능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이번 건 너무 위험하지 않나.”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 아니 긍정적인 말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굴 콕 짚어서 나쁜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말할 순 없다.
“비서실장님,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서진에게 다가온 건 최연호가 아닌 박학도였다.
그는 다른 이들을 살피며 조심히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많은 것이 생략된 질문이었지만, 질문의 요지는 명확했다.
서진은 애매하게 웃으며 답했다.
“회장님은 진심이십니다.”
“그거 참… 불행스런 말이군요.”
박학도의 말에 서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재환의 능력만큼은 인정하는 박학도마저도 이건 안 된다고 했다.
“비서실장님이 잘 말씀드려 보시죠. 다른 이도 아니고 비서실장님의 말은 들으시지 않습니까.”
서진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재환이 KG 그룹 내에서 가장 안 믿는 인물이라면 바로 자신일터다.
배신자란 낙인은 쉽게 지워지는 게 아니니까.
이 낙인에 대해 아는 이가 없다는 게 서진으로선 불행 중 다행이다.
“이미 확고하십니다.”
“그래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국내 1위란 위치에 오르자마자 내려올 수 있습니다.”
박학도는 그 말에 이어 왜 재환의 이상을 지지하면 안 되는 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한참을 듣던 서진이 박학도 사장에게 물었다.
“예전보다 회장님을 마음에 들어 하시는군요. 전이었으면 그냥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리자고 하셨을 텐데요.”
“크흠, 능력이 있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을 끌어 내릴 이유는 없죠.”
은근히 재환을 치켜세우는 그를 보고 서진이 말했다.
“사장님의 생각을 바꾼 게 회장님의 능력이란 거겠죠.”
“낯간지러운 소리는 됐습니다. 그보다….”
“사장님이 어떻게 생각하실 지는 모르겠지만.”
서진은 샴페인을 마저 마신 뒤 박학도의 눈을 보고 말했다.
“전 회장님의 생각을 지지합니다.”
“허.”
이 회장에서 모두가 재환의 생각에 반대했지만, 유일하게 서진만은 재환의 편에 섰다.
“제가 봐온 회장님은 수없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 해결해 오신 분입니다.”
3류 기자이던 시절.
혈혈단신으로 구정혁과 대면해 지원을 뜯어냈고, 그 지원을 바탕으로 오늘의 신문을 갈아엎었다.
TBS를 세워 세상의 비리를 폭로하고, KG 그룹의 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한 사람이 한 일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힘든 일들을 재환은 해왔다.
사람들을 통해, 때론 스스로 직접 나서서.
모두가 안 된다고 생각한 일들을 해왔다.
“이번에도 가능하게 만드실 겁니다.”
“그거 참….”
박학도는 서진의 눈에 담긴 단단한 결의를 보고 작은 감탄사만 흘렸다.
한참을 그러던 박학도는 옆에 놓인 샴페인을 들고 한 번에 들이킨 뒤 물었다.
“그래서, 이번 일도 가능하실 거라 말하시는 겁니까.”
“네.”
서진의 즉답에 박학도는 혀를 차고 돌아섰다.
“회장님께 따로 드릴 얘기가 있으니 자리를 좀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평소라면 자신이 직접 회장실로 찾아왔던 박학도다.
굳이 이런 말을 한다는 건 다른 이들에겐 비밀리에 전할 말이 있다는 뜻으로 여겨졌다.
“……알겠습니다.”
돌아서서 떠나가는 그를 보며 서진은 피식 웃었다.
이제 이 회장 안에 재환을 지지하는 인물은 둘이 되었다.
* * * * *
박학도와 재환의 비밀 회담은 해가 넘어간 뒤에 이뤄졌다.
그 동안 재환이 해야 할 일이 많았던 탓이다.
이에 대해선 박학도도 이해했다. 누가 봐도 일양이 많았는데 그걸 어떻게 탓하겠는가.
“매번 하는 말이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회장 일과 차이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재환의 말에 박학도는 피식 웃고 재환의 앞에 놓인 술잔에 술을 채웠다.
“그보다 이번에 따로 만나길 원하신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전에 지시하신 건 때문입니다. 전이라고 해도 상당히 예전 일이군요.”
박학도는 자신의 술잔도 채우고 난 뒤 말을 꺼냈다.
“중국과의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박학도의 말에 일전 이정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중국과의 거래에서 된통 당했다는 그 말.
“저희 직원을 회유해서 계약서에 장난질을 하려고 했더군요.”
“했다 라는 건 안했다는 거군요.”
“도장 찍기 전에 철저히 확인해서 발견했습니다.”
재환의 지시가 있어서 박학도가 직접 나서서 계약서를 꼼꼼히 살핀 덕에 문제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마터면 저희 기술이 그대로 유출될 뻔 했습니다.”
“늦기 전에 알아차려서 다행이군요. 그 직원은 어떻게 처리하셨습니까.”
“퇴직시켰습니다. 부당 이익을 취득한 것에 따라선 법대로 처리하기로 했고요.”
정석적인 처리라 할 수 있다.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잘 처리 됐는데, 이렇게 따로 보자고 하신 이유가 뭐죠?”
박학도는 먼저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술이 쓰게 입 안을 한 번 훑고 금방 뜨끈한 기운이 몸을 휘감았다.
옅은 취기를 느끼며 그는 결심해온 말을 뱉었다.
“중국 진출 무산하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