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64
166화
장장 1시간 반이 넘어가는 긴 시간동안 쉬지 않고 말을 했던 재환은 입 안이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그래도 이 고생을 한 덕에 보도해야 할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도할 수 있었다.
숨을 몰아쉬고 나니 스태프 뒤에 있던 서진이 다가와 물을 건넸다.
“이번 기사는 또 다른 대성공이라 봐도 무방하겠네요. 시청률 55% 선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케이블 뉴스가 55%라. 유래 없는 대성공이긴 하네요.”
재환이 가진 이름값, 거기에 화제성이 강한 기삿거리와 각국의 움직임이 전부 더해진 결과였다.
앞으로도 이런 시청률은 두 번 다시 뽑아내지 못할 터다.
‘아니, 나오려면 더한 일이 있어야 하니 없는 게 더 좋겠네.’
머리를 스치는 불길한 생각을 접어두고 곧바로 서진에게 물었다.
“각국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어요?”
“미국과 유럽, 러시아 등 모든 나라가 중국에 대한 비난 성명을 했습니다. 이번 일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라는 의사를 밝힌 거죠.”
이렇게 되면 최초에 중국이 자신의 편을 만들려고 했던 계획은 완전히 박살났다고 봐야 했다.
세계로부터 고립이 됐다.
이건 중국으로부터 꽤나 치명적인 상황이다.
‘각국은 중국 기업에 대해 규제를 강하게 들어갈 거고, 법적인 대응도 강력하게 하겠지.’
모든 면에서 중국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터다.
아무리 규모의 경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힘을 쓸 곳을 빼버리면 중국 입장에선 곤란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가만있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이 상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조사를 한 뒤 성명 발표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꼬리를 자를 이들을 추려내고, 정리할 생각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의문이고 자세한 건 내일 중국이 움직이는 걸 확인하고 그에 따라 대응 방법을 결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
“그 쪽의 작은 움직임 하나 빼먹지 않고 예의 주시하세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모으시구요.”
“그러도록 지시를 내렸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란 얘기는 예전 재환이 만들어뒀던 불법 해킹 팀도 이용하라는 소리였다.
서진은 곧바로 그 의도를 캐치해서 움직이겠다 답했다.
두 사람은 TBS의 스튜디오를 벗어나 차로 향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각국의 언론들이 회장님과의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중국의 인체 실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회장님이 유일하니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인터뷰 해야죠. 하지만 전부 나갈 순 없으니 두 군데 정도로 추려주세요. 인터뷰한 내용을 날조하지 않으면서도 스피커 음량이 큰 곳으로요.”
서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운전석에 탔다.
“KG 그룹의 임원들이 또 한 마디씩 했던데, 이건 어떻게 할까요.”
“이번엔 딱히 KG 그룹에 문제가 생길 것도 없을 텐데요. 중국과 관련된 업무들은 진작 다 정리해둔 상태니까요.”
“한 마디 했다고는 하지만 다들 걱정하는 의도가 다분했습니다. 회장님이 기사에 피습 당했다는 얘기를 실으셨으니까요.”
아담이 살해당했다는 기사를 내보내고 재환은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자신 역시 피습 당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예전에 스튜디오에서 조명이 떨어지며 생명이 위태로웠던 적도 있기에 재환의 말은 보다 설득력이 더해졌다.
“박학도 사장님은 회장님이 몸 성히 죽을 수 있을까 걱정하시더군요.”
“무슨 걱정을 그런 식으로 합니까.”
“험한 일을 당할 것 같다는 말이죠.”
재환은 괜히 찔렸기에 헛기침을 한두 번 했다.
KG 그룹의 본사로 향하는 동안 재환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쭉 확인했다.
국내 언론사들은 앞 다투어 재환이 보도한 소식을 재 보도했고, 중국 특파원들을 통해 아는 바가 하나라도 있는지 파악하려 했다.
당연하지만 그들이 건진 정보는 0이다.
“중국 쪽에서 정보 통제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괜히 허튼소리가 흘러 나왔다가 꼬리 잡히고 싶진 않으니 그렇겠죠.”
재환은 턱을 괴고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플랜의 1차 계획은 성공적이다. 중국은 외부로부터 고립되었고, 내부에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이익이 반하는 상황이 발생할 거고 자연스럽게 균열이 발생한다.
그 균열을 파고들어서 중국을 완전히 찢어버리는 게 최종 플랜이다.
‘중국은 여러 국가로 나뉘어져 있을 때가 가장 보기 좋다는 말도 있지.’
삼국지에 나오는 양상이 그려지는 게 아닐까.
그런 재미난 상상을 하면서도 재환은 어떻게 하면 내부 균열을 보다 크게 만들 수 있을 지를 고민했다.
“내부의 첩자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사람이 있다고, 아담씨가 말하지 않았나요?”
“그랬죠.”
북한과 중국의 연구소에 대한 비밀을 알려주고, 탈출하는데 적극적인 도움을 준 사람.
그 사람을 체스 말로 얻을 수만 있다면 계획의 마무리 단계까지 스트레이트로 진행할 수 있을 텐데.
문제는 그 사람을 어디서 찾아내느냐다.
“중국으로 넘어가 봐야 하나.”
“그건 결사반대합니다. 지금 회장님은 중국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을 겁니다. 가자마자 납치되서 인체의 신비전에 진열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어요.”
“그건 그렇죠.”
한국에서도 자신을 죽이려고 했는데, 그들의 필드로 넘어가면 목이 멀쩡히 남아 있을 리 없다.
아쉽지만 다른 방법을 통해 조력자를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그 방법을 고민하는 사이 차는 KG 그룹에 도착했다.
“이렇게 피곤한 며칠을 보낸 적이 없어요. 빨리 퇴근하고 집에 가서 쉬고 싶단 마음만 드네요.”
“이번 일로 인해 생길 변화들을 미리 구상해 두셔야 하니까요.”
재환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계획이 성공적으로 끝날 거라 직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후에 KG 그룹을 어떻게 운용해서 이익을 취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계획을 짜는 것이 KG 그룹의 회장인 자신이 할 일이다.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 상황에서 추상적인 계획을 짜는 것도 일이네요.”
“쉬운 일이 없는 법이죠.”
재환은 서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상황을 상정하고 계획을 짜나갔다.
몇 년 뒤에 실행될 지 모를 이야기들이지만, 당장이라도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틀을 잡아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11시를 훌쩍 넘어갔다.
재환은 휴대폰에 찍힌 부재중 전화를 보며 쓰게 웃었다.
“오늘도 들어가면 잔소리 좀 듣겠네요.”
“요 근래 계속 야근하셨으니까요. 이러다 소율이와 소이 얼굴 까먹으시겠네요.”
“안 그래도 소이가 절 아빠가 아니라 아저씨라고 먼저 부르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뭣하면 집무실을 집 안으로 옮겨드릴까요?”
한성의 이재명이 그러했듯 집안의 서재를 집무실로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기업의 회장인데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권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재환은 단호히 거절했다.
“집에서까지 일하고 싶진 않아요. 집은 쉬는 공간이니까요.”
“철저히 구분하시는 군요.”
“무엇보다 아내하고 아이들이 문 밖에 있으면 신경 쓰이기도 하고요. 당장 목 날아가느니 마느니 하는 얘길 쉽게 못 하잖아요?”
반쯤의 진심이 담긴 우스갯소리에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서류를 정리하고 퇴근하려 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퇴근을 하려는 두 사람을 붙잡은 건 회장실에 울린 한 통의 전화였다.
“네, 비서실장 유서진입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서진은 전화를 끊고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재환에게 말했다.
“회장님, 퇴근은 조금 더 미루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내용인데 그래요?”
“중국인인데, 자신이 아담의 탈출을 도왔다고 합니다.”
아담의 탈출을 도왔다.
그 말에 재환은 피로가 싹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저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자신이 찾던 조력자란 소리니까.
기쁨도 잠시 냉정함을 되찾은 재환이 되물었다.
“그 말을 믿을 수 있습니까?”
당장 중국에서 온 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는 둘 중에 하나다.
자신을 죽이려고 하거나 회유하려고 하거나.
‘내가 잘못 보도했다고 정정 보도를 하면 일의 규모를 줄일 수 있으니까.’
만약 재환이 허위 보도라는 걸 밝히게 된다면 모든 나라의 비난을 재환이 받게 된다. 자연스럽게 재환의 사회적 수명은 끝장난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니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했다.
“그 점에 대해선 조금 더 확인할 필요성이 있습니다만, 일단 만나보는 게 어떠실까요.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서도 조력자와 만나는 건 필수적이지 않습니까.”
“그 말이 맞긴 하죠. 비서실장님도 같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경비들도 같이 부르겠습니다.”
서진 역시 재환의 안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비를 대동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건 이해하지만, 수갑은 좀 심한 거 아닙니까? 몸수색은 했을 거 아니에요.”
“회장님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저 쪽도 이해해 줬습니다.”
빈 회의실의 한편에 앉아 있는 중국인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다.
저 수갑을 달고도 재환을 죽이려면 자살 테러 정도는 감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재환은 품의 수첩을 한 번 쭉 확인하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절 찾아오셨다고요.”
“네, 반갑습니다. 루 왕이라고 합니다.”
루 왕은 재환을 보자마자 공손히 인사했다.
그걸 보니 서진과는 다른 의미로 기계적인 인물이란 느낌을 받았다.
서진이 일을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숨겨왔지만, 루 왕은 감정이 결여되었다는 느낌이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네.’
재환이 앉고 경비가 재환의 뒤에선 뒤에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담이 북한에서 빠져나가게 도움을 주셨다고요.”
“그 뿐 아니라 정보를 구하는데도 도움을 줬죠.”
“그에 대한 증거가 있습니까?”
“증거, 네.”
루 왕은 외투를 벗었다. 그리고 부자연스럽게 꼬매진 솔기를 잡아 뜯었다.
이게 뭐하는 기행인가 싶었지만, 잠시 뒤 그 안에서 꺼낸 몇 가지의 사진들을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감시가 심해진 터라 이런 식으로 밖에 숨길 수 없었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루 왕이 꺼낸 사진에는 아담과 그의 경호가 같이 연구소를 돌아다니는 사진이었다. 그 한 장만이었다면 의심이 됐겠지만, 같이 찍은 사진도 존재했다.
눈으로 쭉 훑은 뒤 재환은 사진을 서진에게 넘겼다.
“조작된 흔적이 있는 지 확인해 주세요.”
“최대한 빨리 확인하겠습니다.”
“전해들은 것보다 더 신중하신 분이셨군요.”
루 왕의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에는 신중을 얼마나 기울여도 부족하니까요.”
“그 말이 맞습니다.”
“일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시 기다리시죠. 얘기는 그 다음입니다.”
루 왕은 시간을 잠시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중요한 일들이지만, 그보다도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야기들이다.
“감식 결과 나왔습니다. 조작된 흔적은 없다고 합니다.”
“좋아요.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루 왕씨. 절 찾아오신 이유가 뭡니까.”
루 왕은 숨을 한 번 고른 뒤 말을 시작했다.
“저와 손을 잡았으면 합니다.”
“손을 잡아서 어떻게 하고 싶으신 겁니까.”
뭘 하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들어야만 했다.
루 왕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 질문에 즉각 답했다.
“중국을 조각조각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