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26)
그리고 브로커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
이제 이것만 팔면 무려 22억의 돈이 주머니에 들어오게 된다는 생각에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어?”
분명히 상대방이 사 주기로 했다. 어제만 해도 통화했고 현금으로 준다고 했다.
그런데 없는 번호라니?
“여보, 왜 그래요?”
“자…… 잠깐. 그럴 리가…….”
서왕국은 몇 번이나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는 번호라는 말뿐이었다.
“여보, 왜 그래요? 오늘 만나기로 했다면서요?”
“자, 잠깐만……! 그럴 리가……!”
그는 다급하게 다른 핸드폰으로 전화했지만 걸릴 리 없었다.
“이럴 리 없는데.”
그는 허둥지둥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했다.
그날 그곳에서 본 사람들이라면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연달아 들리는 기계적인 목소리에 그의 마음은 무너져 갔다.
* * *
고개를 팍 숙이고 집으로 들어가는 서지연의 가족들을 보면서 박만태는 신나게 웃었다.
아마도 그 소리가 들렸다면 서지연의 가족들은 게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결국 다 찾아왔군요.”
“이자까지 톡톡하게 쳐서 찾아왔지요.”
애초에 수석 경매는 노형진의 함정이었다.
물론 그런 경매전이 없는 건 아니다. 실제로 수석 경매가 있고 지금까지 12회 열린 것도 맞다.
다만 노형진은 그 이름만 슬쩍 빌려서 서왕국을 속인 것뿐이었다.
“그런데 왜 두 번씩이나 한 거야? 인건비도 많이 들게.”
손채림은 그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애초부터 그에게 판매했다면 그는 분명히 그곳에서 샀을 테니까.
“뭐,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지.”
“확실하게?”
“그래. 그는 이제 막 수석 사업을 시작했잖아. 자신의 안목에 확신이 들 때가 아니지.”
“아아.”
그러니 하게 되더라도 작게 한두 개 정도, 서지연이 준 5억 안에서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한번 파토를 내면, 이미 다른 사람들이 검증해 준 거거든.”
거기에다가 수석이 수출되는 것은 사실이고 비관세 품목인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현금으로 거래하면 세금도 물지 않는다.
“그러니 기회가 왔다고 했을 때 다급하게 잡으려고 했겠지. 사업병에 걸려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실수야. 다급해서 제대로 확인 안 해 보는 거. 시간이 촉박하거든.”
실제로 그가 혼자서 산 거라면 의심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재경매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경매에 참가에서 호가를 올렸었다.
사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돈 줄 것도 아닌데 불러 봐야 상관없지 않은가?
적당히 눈치를 봐서 나가떨어져 주면 서왕국은 좋다고 입찰받아 올 것이다.
그게 무려 11억.
“이자 포함 11억이라…….”
그 돈은 다시 서지연에게 돌아갈 것이다.
만일 그들이 바르게 산다면 다시 돌려주겠지만, 솔직히 노형진이 보기에는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하하하, 노 변호사님은 진짜 저희 회사의 행운의 여신입니다! 행운의 여신!”
“남자입니다만?”
“그럼 남신이라고 하지요, 하하하.”
사기를 당해서 집이 사라졌으니 그들은 길바닥에 나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때마침 서지연이 사 둔 집이 있다. 거기에다 그 집은 전에 살던 집보다 좋다.
“하지만 그 집은 소속사가 담보를 잡고 있지, 후후후. 완전 머리가 좋다니까.”
딸이니까 그 집에 가서 살겠다고 하면 서지연은 어쩔 수 없이 들여보내 줄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 집을 가압류한 소속사에서 진짜 압류로 돌려 버리면 그들은 진짜로 길바닥에 나가야 한다.
서지연에게는 더 이상 돈이 나올 구멍이 없으니까.
“이제 저들은 자기들이 일해서 먹고살아야 할 겁니다.”
서지연의 돈은 압류 형태로 차곡차곡 비밀 계좌에 쌓일 테고, 가압류된 집에 사는 그들은 소속사를 상대로 갑질이나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매일 술 처먹고 문제를 일으키던 남동생은 소속사에서 입주를 조건으로 입대를 요구했기 때문에 머리 박박 깎고 군대에 갈 준비하고 있는 상황.
“아주 속이 시원합니다!”
집에 찾아갔을 때 언성을 높이던 놈들이 이제는 자신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자 박만태는 너무 좋아서 하늘이라도 날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어떤 놈인지 찾았습니까?”
“아.”
박만태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네, 찾았습니다. 자기들이 불리하니까 말하더군요.”
“누구던가요?”
“라손이었습니다.”
“라손이라고 하면…….”
익히 알고 있는 곳이다.
얼마 전에 곡의 저작권 문제로 대판 한번 싸웠던 곳이다. 성화와 일을 했던 곳으로, 상당히 부도덕한 놈들이었다.
“그놈들, 전에도 이런 식으로 애들을 밟아 버린 적이 있습니다. 소문은 들었지요.”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런 작은 소속사보다는 라손같이 큰 소속사에 속하기를 원하니 당연히 그들에게 깜빡 속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계약 문제로 소송전을 하면서 그룹이 박살 나는 것으로 끝난다.
라손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라이벌을 없애게 되는 것이다.
“5주 연속 1위 할 때 라손의 보이 그룹이랑 두 번 그리고 걸 그룹이랑 한 번 정도 붙었습니다. 그게 문제가 된 듯하더군요.”
“음.”
1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무려 세 번이나 놓쳐 버렸으니 라손이 안 좋게 볼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놈들이 이런 짓을 많이 했나요?”
“다 소문이지요.”
“소문이라.”
“확실한 증거는 없었으니까요.”
소송전에 들어가면 그 그룹은 끝장이라고 봐야 한다.
한번 그런 사고를 친 애들을 받아 주고 싶어 하는 기업은 없으니까.
“라손의 경우도 증거는 없습니다. 그랬다라는 썰만 있지요.”
“그럴 겁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증거를 남기겠습니까?”
뒤에서 충동질해서 해체하게 되면 나중에 말이 나올 게 뻔한데 그걸 서류로 증거를 남기지는 않을 것이다.
“말이야 뭐, 갖다 붙이면 그만이니까.”
이런 증거를 남겼다가 소송전에서 드러나면 손해를 본다는 식으로 하면 서류는 남기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소송전이 끝날 때쯤이면 그룹은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 가서 왜 안 받아 주냐고 따져 봐야, 증거도 없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서 받아 줄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박만태는 안타깝게 말했다.
“그 상황에서는 부모가 돌아 버리지요.”
물론 몇몇은 기자들에게 찾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라손은 그 정도는 무마할 정도의 힘을 가진 기업이고, 기자들은 이미 걸레짝이 되어 버려서 가치를 다한 가수들에게 관심도 없다.
만일 그걸 터트리면 도리어 라손에 속한 톱클래스 연예인들의 취재는 물 건너가는 거니 그냥 모른 척해 버리는 것이다.
“치사한 놈들이네.”
손채림은 혀를 끌끌 찼다.
그렇게 생양아치처럼 기업을 운영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 바닥이 원래 좀 그런 편입니다. 라손의 경우는 특히 더 독한 것뿐이죠.”
박만태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식으로 뒤에서 흔드는 놈들이 라손만 있는 건 아니니까.
“라손도 다른 그룹 같았으면 아마 이렇게까지 건드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럼 왜요?”
“5주 연속 1위 했으니까요.”
말이 5주지,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한 달이 넘는 기간이다.
그 기간 동안 1위를 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상품성을 띠지 않고서야 불가능하다.
“라손에는 걸 그룹이나 보이 그룹이 많아. 원래 가수를 키우는 소속사니까. 반대로 말하면, 현재 상품성으로 보면 슈가걸즈가 있는 이상 자기들이 키운 걸 그룹이나 보이 그룹이 1등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거지.”
1등과 2등의 차이는 크다. 그리고 그 차이로 인해서 행사비와 광고비가 달라진다.
아마도 최종적으로 그 차이는 못해도 수억, 아니 수십억이 될 것이다.
거기에다가 활동 기간이 겹치는 아이돌만 해도 최소한 세 곳은 될 테니.
“말 그대로 엄청나게 눈엣가시일 거야.”
“흠.”
“그리고 솔직히 내 문제도 있을 거야.”
“네? 노 변호사님 문제라니요?”
“네가 문제라고?”
두 사람은 어리둥절했다.
노형진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런단 말인가?
담당 변호사라서?
아니, 애초에 현재 정식으로 재판하고 있는 게 아니니 담당이라고 할 수도 없다.
“내가 덕질 한 덕분에 슈가걸즈가 뜰 수 있었잖아.”
“아, 그건 그렇지요.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됩니까?”
“제가 그들과 좀 악연이 있습니다.”
노형진이 씁쓸하게 말하자 사정을 알고 있는 손채림은 눈을 찌푸렸다.
“하긴. 그때 라손을 비롯한 기업들이 일이 완전히 틀어지기는 했지.”
“어떤 일? 아, 혹시 그 인터넷 방송국 사건 말씀이신가요?”
“네.”
엔터테인먼트조합 내부의 몇몇 기업들이 대룡의 뒤통수를 치고 나가서 라손을 비롯한 몇몇 기업들과 손잡고 다른 인터넷 방송국을 차리려고 했다. 대룡의 인터넷 방송국이 적지 않은 수익을 내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나가는 거야 조합의 특성상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문제가 안 되는데, 그 와중에 뒤통수를 치려고 해서 노형진이 응징을 했다.
그 결과 나가려고 하던 작자들은 모조리 망해 버렸고, 라손을 비롯한 외부 기업들은 참여 기업 숫자와 자금력이 달려 방송국을 만들기 힘들어졌다.
물론 나가는 기업들이 돈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숫자가 넉넉하면 외부 투자가 들어오기 마련인데 숫자가 부족하니 그마저도 어그러질 수밖에 없었던 것.
“그래서 결국 그들이 노리던 제2 인터넷 방송국은 실패했죠.”
“그런 비화가 있었군요.”
수백억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렸으니 라손으로서는 배알이 꼬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다 제가 팬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확 떠 버렸으니…….”
차라리 상품성이 그저 그런 걸 그룹이었다면, 그래서 톱은 안 되고 한 20위권 정도에서만 활동했다면 그렇게 경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휼륭하게 성장했고, 라손의 앞을 가로막아 버렸다.
“더군다나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거든요.”
“네?”
“제가 팬이라는 이유로 확 올라갔습니다. 그게 문제인 거죠.”
노형진의 파괴력이 증명되었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대룡 쪽으로 돌아설 거라는 뜻이었다.
“그런…….”
박만태는 몰랐다는 눈치였다.
물론 이건 노형진의 잘못은 아니다. 우연이 만들어 낸 산물일 뿐.
“그러면 어떻게 하죠? 그냥 당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 같으면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서 출연 금지라도 걸어 보겠는데, 대룡이 뒤에 있는 노형진을 건드리는 것은 아무리 라손이라고 해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치사한 방법까지 동원한 것이고.
“음.”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소송?’
증거도 없다.
설사 증거가 있다고 해도, 소송은 너무 오래 걸린다.
더군다나 깽판을 친 사람들은 멤버의 부모이지 라손이 아니다.
그러면 일단 멤버의 부모에게 소송을 걸고 거기에 따라서 나온 증거로 다시 라손에 소송을 걸어야 하는데.
‘그렇게 만만하게 증거를 흘릴 리 없지.’
이런 소송은 못해도 5년에서 6년은 걸린다.
이중 소송에, 증거도 없고, 라손도 바보가 아니니 항소를 하면서 시간을 끌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면 소송을 걸었던 슈가걸즈는 완벽하게 묻혀 버리고도 남는다.
‘배상 문제도 골치 아플 거야.’
회사에서 소송을 거는 당사자는 멤버의 부모이지 라손이 아니다.
그러면 배상액도 산정해야 하는데, 이제 막 데뷔한 상황에서 날아가 버려서 톱의 위치라고 볼 수 없으니 상대적으로 배상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껏해야 몇천 정도?’
몇천 들여서 자신들의 가장 쟁쟁한 걸 그룹을 날려 버린다?
라손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남는 장사다.
1위 하는 그룹의 경우 한번 행사비가 수천만 원이니, 경쟁 상대가 없다면 하루면 버는 돈이다.
노형진은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어서 박만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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