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27)
“다른 부모들은 어떻습니까?”
“다른 부모들요?”
“네. 서지연 양의 부모가 들쑤시고 다녀서 다른 부모들도 눈치가 이상하다면서요?”
“아, 이제는 잠잠합니다.”
멤버들에게 단단히 단속한 것도 있고, 서지연의 부모가 당한 꼴을 본 것도 있다.
더군다나 박만태가 그동안 라손이 했던 짓을 잘 설명해서 더 이상 말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일단은 말이지.’
일단 그럼 고비는 넘긴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라손 문제는 남아 있다. 라손이 이번에 실패했다고 그냥 조용히 넘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까.
“이번 일로 끝날까요?”
노형진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들이 이들을 건드린 이유는 간단하다.
노형진 때문에 배알이 꼴리는데 노형진을 건드릴 자신은 없는 것이다.
사실 팬이라고 해도 노형진이 끼어들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리저리 조사했을 테고, 노형진은 이런 일에 거리를 둔다는 것을 알았을 테니까.
“그러면 좋겠지만…….”
박만태가 생각하기로 그가 아는 라손이라면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냥 멈출 것 같지는 않은데?”
대답은 손채림이 했다.
지난번 사건 때 라손에 대해서 조사를 했고, 그들의 성향에 대해서 아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아는 라손은 한번 노린 먹잇감은 놓치지 않는 스타일이야. 특히나 안 좋은 쪽으로는 집착이 심하지. 이번에 라손이 언론에서 정한 3대 메이저 연예 기획사 자리에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정상적인 업무를 잘하기도 하지만 필요할 때 상대방을 잘 밟았기 때문이기도 해.”
“밟는다?”
“그래.”
성공하고 나서 라손에서 벗어나려고 한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런 경우 대부분 끝이 안 좋았다.
소송은 기본이었고, 설사 소송까지 가지는 않는다고 해도 갑자기 출연이 줄어들거나 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현실이었다.
“그런 식으로 상대방에게 압박을 가하면서 그 자리를 지켜 왔어.”
“그래?”
“네. 유명한 이야기지요.”
자신들의 손에서 벗어난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준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걸 피하려면 3대 엔터테인먼트사 중 한 곳 정도의 체급이 아니면 안 될 정도였다.
“전형적인 옛날 스타일이라서…….”
옛날 스타일.
김세무의 과거, 아니 라손의 과거는 조폭이 운영하던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니 모든 것이 폭력과 보복을 기반으로 운영될 수밖에.
“흠.”
노형진은 약간 고민했다.
여기서 자신이 빠지는 것이 평소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자신에게서부터 시작된 이상, 여기서 빠지면 덕질 한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민폐를 끼치게 되는 셈이다.
‘이 염병할. 그러고 보니 열 받네?’
자신이 영위하는 취미 생활조차 그런 작자들에게 허락 아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게 슬며시 화가 나기 시작하는 노형진.
“알겠습니다.”
노형진은 마음을 굳혔다.
기본적으로 팬질로 상대방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 경우에는 이미 영향을 줬다. 더군다나 그들이 불이익을 받는 이유 자체도 자신이다.
“이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지요.”
“진짜인가요?”
박만태의 얼굴이 환해졌다.
안 그래도 체급 차이가 너무 커서 어떻게 싸워야 할지 답이 안 나왔다. 그런데 노형진이 도와준다고 하니, 속으로는 기뻐서 날뛰고 싶었다.
“그 녀석이 과거 방식으로 싸운다면.”
노형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전 저만의 방식으로 싸우겠습니다.”
미래가 확정되면 미래는 없다 (1)
“저희랑 계약하고 싶다고요?”
“네.”
손채림은 싱글거리면서 웃었다.
눈앞에 잘생긴 보이 그룹이 있는데 좋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저희는 계약이 아직 2년이나 남았는데요?”
“압니다. 그래서 이야기하러 온 거예요. 까짓 2년, 기다리고 말죠, 뭐.”
“허.”
당황하는 슈팅스타.
그들은 라손의 대표적인 그룹이고 또 1등 공신이다. 슈가걸즈와 두 번이나 붙었던 그룹도 이들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계약을 하자니?
“아니, 이런 게 가능한 겁니까?”
“가능하죠. 저희가 요구하는 건 계약을 깨고 나오라는 게 아니라 2년 후에 저희와 일하자는 거거든요.”
“하지만…….”
“그거 불법 아닙니다.”
2년 후 계약이 종료된 후의 계약을 미리 해 두는 건 불법이 아니다.
라손은 계약을 깨서 가수들을 걸레짝으로 만들려고 하는 게 목적이지만 노형진은 라손을 쥐고 흔드는 게 목적이다. 그러니 시간 따위는 상관없다.
“저희 조건은…….”
손채림이 조건을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누군가 커피숍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지금 뭐 하는 짓거리입니까!”
“응?”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로 달려온 남자.
그는 당장이라도 손채림의 멱살을 잡아 올리고 싶은 표정이었다.
사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면 벌써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누구신지?”
“슈팅스타 담당 매니저입니다! 로드한테 연락받고 다급하게 온 겁니다! 지금 뭐 하는 짓거리예요!”
“보다시피 다음 계약에 대해서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만?”
손채림은 싱글거리면서 웃었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당신들, 상도덕도 몰라!”
“상도덕요? 제가 이쪽 계열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서요. 새론의 법률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정중하게 명함을 건네는 손채림.
그러자 남자는 당황했다. 어디 다른 회사에서 온 사람인 줄 알았는데, 변호사라니?
“이거 불법 아니야? 불법!”
“불법은 아니지요. 아, 오해하셨구나. 저희는 당장 저희랑 일하자는 게 아니에요. 2년 뒤, 계약이 끝나고 난 후에 저희랑 일하자는 거지.”
지금 계약을 파토 내고 오라고 하면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계약이 끝난 후를 이야기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저희는 현재 라손에서 내건 조건의 두 배를 맞춰 드릴 용의가 있답니다.”
슈팅스타의 입이 쩍 벌어졌다.
지금의 두 배라니?
어정쩡한 상황인 그들에게는 어마어마한 혜택으로 보였다.
“두, 두 배요?”
“네, 무조건 두 배.”
“무조건?”
“네. 설사 앨범들이 줄줄이 망해도, 무조건 제시된 조건의 두 배를 맞춰 드릴 겁니다.”
“야, 이 미친…….”
그 말을 들은 남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지금 조건의 두 배면 말 그대로 톱스타 조건이다.
“방금 보셨다시피 저희는 대룡엔터테인먼트를 대신해서 법률적 계약을 하기 위해서 온 거랍니다. 그러니 믿음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걱정스럽다면 대룡 쪽에 전화해서 확인하셔도 되고요.”
슈팅스타의 멤버들은 떨리는 눈으로 매니저를 바라보았다.
매니저의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말이라고 하는 거지요.”
손채림은 빙글거리면서 웃었다.
매니저는 뭐라고 하소연할 수조차 없었다.
그녀가 관련 기업인이라면 뭐라고 욕이라도 해 볼 텐데, 그냥 계약 당사자로 나온 직원일 뿐이지 않은가?
그런 그녀가 두 배를 이야기할 정도면 저쪽에서는 작정하고 달려든다는 뜻이다.
“물론 오늘은 사전 미팅이니까 당장 여기서 계약하자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좋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여기 계약서 사본이에요. 아, 뭐, 상도덕이 문제가 된다고 하니 당장 계약은 안 할게요. 하지만 계약 종료 3개월 내에만 연락 주시면 언제든 조건은 유지될 거예요.”
씩 웃으면서 서류철을 건네는 손채림.
그걸 본 매니저는 당장 빼앗아서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당사자가 그 앞에 있으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슈팅스타의 번쩍이는 눈을 보니, 그랬다가는 일이 완전히 틀어질 건 뻔한 일.
“아, 맞다!”
그 후 일어나서 나가려고 하던 손채림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몸을 돌렸다.
“매니저님이 오셨으니 같이 말씀드려야겠네.”
“뭘요?”
“슈팅스타가 괜찮다고 하면 같이 오세요.”
“같이 오라고?”
이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야기였다.
물론 친밀한 스타를 따라서 매니저가 소속사를 옮기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다른 소속사에서 같이 스카우트하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만일 오신다고 하면 조건은 같아요.”
“조건이 같다니?”
“지금 조건의 두 배요.”
슈팅스타의 눈에 있던 번들거림이 전염된 듯, 매니저의 눈 또한 빛나기 시작했다.
* * *
“그때 그 얼굴을 봤어야 했다니까!”
손채림은 아주 속이 시원하다는 듯 말했다.
“다들 눈이 뒤집히지?”
“응.”
“그럴 거야. 두 배라는 조건이 절대 쉬운 게 아니거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라손은 수익을 내서 운영을 해야 한다. 물론 그건 대룡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익을 붙여야 하는 라손과 이익을 애초에 포기해도 상관없는 대룡과는 어마어마한 갭이 있다.
“언론은 아주 난리가 났던데?”
“그렇겠지. 하지만 이건 뭐라고 하지도 못할 거야.”
그들을 뒤에서 흔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압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다.
합법적인 선 안에서, 그냥 다음 계약 조건을 미리 밝힌 것뿐이다.
“그냥 뒤에서 흔들어 버리지, 저 녀석들처럼?”
“그랬으면 속은 시원했겠지. 하지만 정작 타격은 못 줘.”
“응?”
“그렇게 해서 몇 개 그룹이나 빼 올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흔적은 남지 않을 테니 두어 개는 흔들 수 있을지 몰라도, 전부 타격을 주지는 못해.”
“그럼 계약 기간 종료 후에 계약하자는 건?”
“그건 불법도 아니고, 일반적인 사람들 상도덕 기준으로는 그다지 잘못된 것도 아니거든.”
“그렇지?”
“그렇지만 부모들의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아…….”
뒤에서 흔드는 게 아니다. 아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면 부모들의 선택은 뻔하겠네.”
“맞아. 다들 대룡을 선택하려고 하겠지.”
“하지만 당장 효과가 없잖아.”
“없다고 생각해?”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정말 효과가 없다면 자신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고 보라고. 금방 문제가 생길걸. 아! 도착했다.”
노형진은 차에서 내려 바깥으로 나왔다.
몇몇 기자들이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뉴스에 던지려고 하는 것이니까.
“자, 들어가자고.”
안으로 들어가자 거기에는 중년의 남녀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현재 대룡엔터테인먼트의 법정대리인입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인사하는 노형진.
모여 있는 사람들은 벅찬 기대를 품고 그의 인사를 받았다.
“여기 계신 분들은 다들 라손의 연습생들 부모님이시죠?”
“네.”
“반갑습니다.”
다시 한 번 인사하는 노형진.
이어 그들에게 일일이 명함을 주면서 미소를 보였다.
“저희 대룡에서는 여러분 자녀분들의 계약 문제로 모여 달라고 부탁드린 겁니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들어서요.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대룡은 엔터테인먼트조합에 속해 있고 연습실도 개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요. 그리고 방송국도 따로 있고…….”
노형진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 * *
“애들 제대로 통제 안 해?”
김세무는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요 근래 들어서 가수들이 삐딱선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유는 뻔하다.
대룡의 가수 사냥. 그 사건의 여파였다.
“아니, 대표가 지나가는데 인사도 안 하는 새끼들이 어디 있어!”
“몰랐다고…….”
“몰라? 하! 몰라? 이 새끼들이랑 내가 눈이 마주쳤는데, 몰라?”
김세무는 너무 화가 나서 손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다.
“사장님.”
“도대체 애들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쩔쩔매는 직원. 누군가 그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가 봐.”
“이사님.”
“너 뭐야? 이제는 이사 주제에 내 말을 잘라?”
“사장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애꿎은 애들 잡을 게 아니구요.”
“야, 이 새끼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사장님!”
이사의 고함에 김세무는 얼굴을 마치 야차처럼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사의 말은 틀린 게 아니다. 자신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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