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70)
올림픽 경기장을 관리하는 소장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게…… 손해배상 청구인데요.”
“손해배상?”
“네.”
“아니, 왜 이걸 나한테 요구하는 겁니까!”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은 노형진이었다.
노형진은 그들의 취소 행위에 대해 행정심판을 신청함과 동시에 대여를 무단으로 취소해 버린 소장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그게…… 지난번에 말씀하신 행사를 마음대로 취소했으니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하라고…….”
“무슨 개소리야! 그러면 민원이 들어온 행사를 그냥 진행시키라는 거야, 뭐야!”
협상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온 소장은 갑자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받자 말이 좋게 나올 수가 없었다.
“각오하고 하신 거 아니에요?”
안 그래도 무속 행사라고 해서 영 찝찝했다.
그런데 마침 자신이 속한 교단에서 이단의 행사라고 마구 뭐라고 하자 그는 그걸 취소시켜 버렸다.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는 행사는 취소할 수 있다는 내부 규정을 이유로 말이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그러면 어쩌라고! 민원이 들어왔는데! 민원이 들어온 걸 그냥 둬? 거기에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위에 대해서? 당연히 취소해야지!”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지금까지야 그렇게 했겠지.’
지금까지 그는 그런 식으로 처리해 왔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자신들이 처음으로 이곳을 빌리려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무속에 관해서는 어째서인지 행사장이 거의 없다.
‘아마도 이런 식이겠지.’
특정 종교 단체에서 압력을 행사하니까 어쩔 수 없이 행사가 취소되었겠지.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당할 줄 아나?’
말로는 민원 핑계를 대지만 아마 그 민원도 자기네들끼리 돌려 가면서 넣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민원인의 신분을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니까.
‘실제로 써먹었던 방법이고.’
실제로 정권에서는 상대방에게 엿을 먹일 때 일단 자기네 편에게 민원을 넣게 하고 그걸 기준으로 조사와 징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방법은 어디까지나 흔하니까.
‘문제는 이게 법적인 게 아니라는 것.’
지금까지는 민원 때문에 취소되면 아마도 다른 단체들은 그냥 취소하고 다급하게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대부분은 그냥 다른 장소를 섭외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건 위법이다.
그것도 다른 법도 아니고, 최상위 헌법을 위반하는.
“민원이야 매일 들어오는 거고, 사실 민원을 이유로 취소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뭐, 불법?”
“네.”
사람들은 정부 부처에 관한 민원이 무슨 마법의 주문인 줄 안다.
공무원들은 민원이 들어오면 인사고과에 마이너스를 받는다. 그래서 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민원인의 부탁을 대부분 들어준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법률적인 취소는 법률에 의거해서 해야 한다.
내부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내부 규정은 폼이야? 어!”
소장도 취소는 내부 규정에 따라서 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는 행사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다는 내부 규정 말이다.
하지만 그가 착각하는 것이 있었다.
“내부 규정은 내부 규정일 뿐이지요.”
“뭐?”
“내부 규정에 따르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내부 규정이 헌법보다 위에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소장은 말문이 턱 막혔다.
소장에 적혀 있는 내용을 봤기 때문이다.
‘종교의자유 침해, 그리고 평등권 위반.’
아무리 내부 규정과 법이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 최고의 법은 헌법이다. 헌법에 있는 사항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사이비라고!”
“근거 있습니까?”
“뭐?”
“우리 행사가 사이비라는 근거 말입니다. 사이비라고 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상의 종교의자유를 침해하는 거라는 거, 아시죠?”
“그건…… 만구파 사건도 있고…….”
“만구파야 국가에 의해서 반국가 테러 단체로 등록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종교 단체도 아닌 무속인 행사인데 그게 왜 사이비인가요?”
“그게…… 교리가…….”
“그러니까 믿고 계신 종교의 교리에 따라서 판단한 거 맞네요? 공무원이 개인의 종교에 따라서 불이익을 주신 거, 맞는 거네요?”
처음에는 거칠게 항의하던 소장도 노형진이 논리적으로 공격하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갔다.
“내부 규정에 따르면…….”
“그러니까 내부 규정 어디에 민간 무속 행사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사라고 되어 있던가요?”
“…….”
없다. 그런 말은 없다.
물론 종교화되지 않고 표면적으로도 거의 나타나지 않은 행사이기는 하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무속 신앙은 사회의 주류가 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의 지탄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까 그게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사라는 이유를 말해 보세요.”
“…….”
소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꾸욱 다물었다.
‘그래, 말 못 하겠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게 아니다. 자기가 용인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것도 본인이 믿는 특정 교단의 교리에 따라서 말이다.
“하실 말씀이 있나요?”
“이건 민원 때문에…….”
소장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변명은 민원 때문이라는 말뿐이기 때문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민원 때문에 법을 집행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러면 도둑놈도 일단 민원 넣으면 처벌하면 안 되겠네요? 탈세범이 민원 넣으면 세무조사 하면 안 되고?”
“…….”
“민원이라는 것은 삶을 살아가면서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걸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자기 요구를 관철하는 방법이 아니구요. 그런데 그 민원이 법보다 더 위에 있다고요? 만일에 우리가 이번에 취소된 것에 대해 다른 곳에 민원을 넣으면, 그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크윽…….”
소장은 신음 소리를 냈다. 노형진의 말이 너무나 맞기 때문이다.
귀찮고, 자신의 교단에서 불편하게 생각하는 행사를 하지 못하게 막으려고 한 것도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특이한 사실이 있더군요.”
노형진은 출력된 프린트를 꺼내며 말했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그게 뭔데요?”
“이건 지난 몇 년간, 정확하게는 소장님이 재임한 기간 동안에 운동장에서 있었던 행사들의 목록입니다. 아까 뭐라고 하셨지요? 사회의 혐오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하셨잖습니까?”
“그건 그런데…….”
“그런데 보니까 다른 종교 시설에는 잘만 내주시네요? 불교도 그렇고 천주교도 그렇고 기독교도 그렇고, 심지어 이슬람교에도 행사를 내줬네요? 그런데 왜 무속 신앙은 안 되는 겁니까?”
“무속은 종교도 아니고…….”
“네, 종교도 아니죠. 그러면 뭐죠?”
“사이비죠.”
“무속이 사이비라는 규정은 뭘 근거로 하는 겁니까?”
“그건…… 교…….”
교리라고 하려던 소장은 입을 다물었다.
말하면 할수록 자신이 불리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정관님,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보다시피 소장은 특정 교리를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무단으로 계약을 위반했습니다. 그러니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소장은 얼굴이 핼쑥해졌다.
당장 노형진이 요구한 금액은 무려 20억이다.
100억짜리 행사였으니 그 준비에 들어간 돈인 20억을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확실히 판단 미스이기는 한데…….”
조정관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그가 보기에도 이번 취소는 소장의 독단적인 실수였다.
종교적으로는 몰라도 법률적으로는 이미 빌리고 대금까지 납부했는데 행사를 취소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민원 운운하지만 노형진의 말대로 민원은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아무래도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 같죠?”
노형진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면서 소장은 등골이 오싹했다.
“어디 보자, 종교의자유 위반에 공무원 중립 의무 위반에 평등권 위반에…….”
노형진이 하나씩 지적해 줄 때마다 소장은 죽고 싶었다.
이 목록대로라면 자신은 파멸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 일을 저지르고 자신이 멀쩡할 수는 없다.
‘젠장, 변호사까지 끼고 들어올 줄이야.’
보통 취소한다고 하면 다급하게 다른 곳에 가서 자리를 구하려고 하지 그건 신경도 안 쓰고 자신을 죽으려고 덤비지는 않는다.
그래서 변호사가 끼어든 경우는 처음인데, 변호사가 끼어들자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 맞다.”
노형진은 갑자기 손바닥을 딱 쳤다.
“손해배상 대상에는 정부도 포함되는 거 아시죠?”
“네? 정부요?”
그건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기 때문에 소장은 화들짝 놀랐다.
정부라니? 그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정부가 왜 끼어듭니까?”
“끼어든 게 아니라 포함된 겁니다. 관리 책임을 물어야지요. 그리고…….”
노형진은 소장을 보면서 씨익 미소 지었다.
“정부에서는 구상권을 청구할 것 같은데요?”
“허억!”
안 그래도 이쪽에서 청구한 배상금만으로도 자신은 망하게 된다.
설사 100% 인정되지 않는다 해도 자신은 이미 공무원 자리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당연히 퇴직금도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과 재산과…….
“과연 당신이 믿는 그 교단에서 그 모든 걸 책임져 줄까요?”
“…….”
그럴 리 없다.
교단이라는 것은 종교 단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권 단체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신념을 강요하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보상해 주지는 않는다.
‘자, 어쩔 거냐?’
노형진이 소장을 이렇게 몰아붙이는 것은 선택을 강요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고 그냥 망할 것이냐, 아니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꺾고 자리를 지킬 것이냐?
‘최소한 돈을 지킬 수는 있지.’
이미 문제가 되어 고발이 진행된 이상 그의 해직은 확정적이다.
‘하지만 행사하기로 한 시기에 아직 다른 행사가 없다.’
즉, 다시 행사를 진행하게 할 수 있다면 그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피할 수도 있겠지.’
물론 그 대신에 한직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을 테지만.
“크윽…….”
소장은 얼굴을 찌푸렸다.
종교냐, 생활이냐.
하지만 노형진은 그가 생활을 선택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교리에 충실한 인간이고 교리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소장의 자리까지 승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기…… 행사를 다시 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직 그 날짜가 비어 있는데.”
소장은 살기 위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노형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왜요?”
“네?”
“이미 다른 사람이 다른 장소를 구하고 있습니다. 벌써 구했을 수도 있지요. 뭐, 아직 못 구했어도 시간이 있으니 결국 구할 수 있겠지요. 거기서 하면 그만이고, 이도 저도 안 되면 넓은 개인 땅 빌려서 해도 돼요. 모르시나 본데, 관광지 같은 데를 통째로 빌려서 하면 여기보다 싸고 크게 할 수 있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당신을 충분히 엿 먹이고 행사는 잘 치를 자신이 있는데 왜 굳이 거기 가서 행사를 해야 합니까?”
“그…….”
“그렇잖아요?”
노형진이 어떻게 해서든 너 하나 죽이겠다는 식으로 나오자 소장의 얼굴은 시퍼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실력 행사? 실력이 참 미천하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취소된 것을 복구해 오자 다들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그게 성공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복구만 한 정도가 아니었다. 도리어 온갖 편의를 다 봐 주는 조건으로 재임대해 왔다.
“뭐, 양심에 호소한 거지.”
어깨를 으쓱하는 노형진의 말에 손채림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 되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노형진에게 영혼까지 털렸을 누군가를 불쌍하게 여길 뿐.
“물론 양심에 호소했겠지. 그 과정에서 누군가 인생에 대해서 진지한 고찰을 했을 테고.”
노형진은 그저 히죽 웃을 뿐이었다.
“그러면 이제 다 해결된 건가?”
안 보살은 가장 큰 문제였던 장소 문제가 해결되자 다 끝난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
“‘하늘 역사하심’ 그 자체요.”
“설마 그 종교 단체를 없애려고 하는 건가? 아무리 배척받는 집단이라고 하지만 무리일 텐데?”
무속인 집단을 위해서 기존 종교 단체에서 자기네 소속 교단을 배척할 가능성은 없다.
“만구파처럼 싸워 보려고?”
“그렇게 장기적으로 오래가는 문제는 아니야. 내가 걱정하는 건 그 역사하심이라는 곳에서 소위 말하는 실력 행사로 나온다는 거야.”
“실력 행사?”
“그래. 그게 왜 실력 행사라고 불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뭔데?”
“깽판 치는 거.”
“아…….”
“그놈들, 전적이 있잖아.”
“전적 정도가 아니지.”
그들의 소위 말하는 실력 행사는 폭행까지 동반한다.
절에 가서 지신밟기를 해서 절을 죽인다고 하지 않나, 절 한복판에서 성경을 틀어 놓지를 않나, 이단이라고 성당의 마리아상을 부수기도 하고, 심지어 종교는 같지만 교단이 다르다며 이단이라고 다른 시설에 가서 신도들을 빼 오려고 하고, 그걸 막으려고 하면 폭행도 불사하며 덤볐다.
“요 근래 특정 역사물들이 부서지는 것도 그놈들 행동이라는 이야기도 있더라.”
“그래?”
“그래. 특히 종교적 역사물이 부서지잖아.”
보호받지 못하는 사적지나 유적지의 탑이나 불교 관련 물품들이 계속 파손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에서는 그들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증거가 없대.”
“없겠지.”
체계적으로 할 정도면 이미 주변의 카메라는 부수고 들어갈 게 뻔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알리바이가 되어 주면 경찰도 방법이 없다.
“그놈들은 그걸 실력 행사라고 하더라.”
“미친. 그게 무슨 실력이야? 폭력이지.”
“그러니까.”
실력은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자신만의 능력을 뜻한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것은 그저 폭행과 재물 파손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안 보살님이 안 겪어 봐서 그럽니다. 그 애들, 때로는 답이 없어요.”
행사를 열면 분명 쫓아와서 깽판을 칠 것이다.
법적으로 막으려다가 실패했으니 말이다.
“그러면 어쩌지?”
“일단은 가볍게 경고를 하지요.”
“경고?”
“네.”
“어떻게, 찾아가려고? 그런데 찾아간다고 이해해 줄까? 그럴 놈들이면 애초에 이런 짓을 안 할 텐데?”
노형진이 피식 웃었다.
“왜 찾아가?”
“응? 안 찾아가? 그러면 전화로 경고하려고?”
“아니. 찾아갈 필요도 없어. 알아서 찾아올 텐데, 뭘.”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