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10)
“바보야? 거길 왜 그냥 달려가?”
“연락이 안 돼서…….”
“유가족과 연락되지 않으면 화장터 측하고 통화하면 되잖아.”
“…….”
“너 가끔 맹하다니까.”
“그래, 이번에는 네가 우리를 살렸다.”
노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유찬성과 함께 당황해서 화장터로 가는 사이 손채림은 화장터로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장례를 중지시킨 것이다.
“일단 상황을 설명해 주세요.”
화장 직전에 장례가 중지되었으니 유가족들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분위기였다.
하긴,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으니까.
“일단 한 가지 확인하겠습니다. 혹시 여기 유가족분들 중에서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거액의 돈을 받은 분이 계십니까?”
“네?”
“무슨 돈?”
“부조요?”
“아니요. 부조가 아닙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돈 말입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어리둥절하는 사람들.
그걸 본 노형진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어떻게 된 게, 예상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구먼.’
이런 건 가족에게 말할 게 아니다.
어떤 가족도 이런 터무니없는 짓에 동의할 리 없으니까.
당연히 돈을 받게 될 거라는 사실도 전해지지 않는다.
죽는 사람이야 진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허락한 것이겠지만 지푸라기는 절대로 사람을 지탱할 수 없다.
“사실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의심스러운 점요?”
“네. 홍종한 씨가 말기 암 선고를 받았더군요.”
“네? 말기 암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이야기는 전혀 못 들었는데요.”
“저도요.”
“압니다. 그래서 문제인 겁니다.”
노형진은 의심스러운 부분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유가족들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면 우리 아버지가…… 그런 속임수에 당했다는 거예요?”
“네.”
“그러면…….”
“여러분들이 사실을 모른다면, 상대방은 돈을 줄 이유가 없지요.”
“이런 개새끼들!”
“씨팔! 이게 뭐야!”
유가족들은 분노로 펄펄 뛰었다.
특히 홍종한의 아내는 울다가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러면 우리를 멈춘 이유가……?”
“정말로 암인 건지 아니면 거짓말을 한 건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검시를 해야 합니다.”
“검시…….”
“시신을 검시하지 않으셨지요?”
“네…….”
검시를 하고 싶어 하는 유가족은 없다. 죽은 사람을 두 번 죽인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죽음의 이유가 확실한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는 좀 다를 수 있지.’
검시란 왜 죽었는지를 조사하는 거지, 왜 죽어야 했는지를 조사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나온 진단서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면서요?”
“진단서는 조작하기 쉽습니다. 차트도 마찬가지지요.”
“그러면요?”
“그 부분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진실이 밝혀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유찬성은 유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유가족은 도리어 고개를 숙였다.
“우리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은 거라면 그 증거를 찾아 주세요. 우리 아버지, 그렇게 억울하게 죽을 만큼 나쁜 짓 한 분이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사실을 밝혀내겠습니다.”
유찬성은 다짐했고, 노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마뱀의 꼬리들
“예상대로군.”
유찬성은 검시 결과를 받고 신음 소리를 냈다.
홍종한의 몸 어디에도 암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제대로 속은 거군요.”
노형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홍종한은 자신이 걸리지도 않은 암에 걸린 줄 알고 테러를 한 셈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놈은 조용히 웃고 있을 것이다.
“자네가 아니었으면 어둠 속에 묻혀 버릴 뻔했군.”
“저도 어이가 없네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노형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런다고 해서 정권이 바뀌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워낙 큰 실수도 많이 한 데다가 역사와 다르게 여론 조작을 하는 자들을 노형진이 모조리 털어 내 버리는 바람에 여론이 바뀔 가능성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짓을 하다니.
“문제는, 이것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거야. 자네도 알겠지만 말이야.”
“압니다.”
암에 걸렸다는 것도, 진단서에 나온 부분도 아니다.
그가 자주 다니던 식당의 주인에게 전해 들은 것이다.
진단서에는 암 이야기가 없으니 이걸로 공세할 수가 없다.
어찌 되었건 자신들이 알아낸 것은 정황증거일 뿐, 정확한 증거가 아니다.
“그러면 어쩔 생각인가? 자네에게 뭐, 해결할 방법이 있나?”
“병원을 털어야지요.”
“병원을 턴다고 해도 뭐가 있어야지. 저쪽은 이미 차트를 조작해 둔 상황일세.”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파고들어 봐야 조작된 증거가 나올 리 없다.
“차트는 조작할 수 있지요. 하지만 카드는 조작할 수 없습니다.”
“카드?”
“네. 암 검사가 의사가 문진만으로 알려 줄 만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하!”
암은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병이라서 병원에서 대충 이야기하지 않는다.
애초에 문진으로 알 수 있는 질병도 아니고 말이다.
문진만으로 알 정도의 질병이라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죽을 이유가 없다.
“검사를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돈을 냈을 겁니다.”
“하지만 검사 결과 음성이었다고 하면?”
“당연히 음성이라고 했겠지요. 하지만 약이 있었겠지요. 다른 것도 아니고 암인데, 설마 약도 처방해 주지 않고 보냈을까요? 그리고 지금은 약국과 병원이 따로 되어 있지요.”
노형진의 말에 유찬성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지. 지금은 따로지.”
검진은 병원에서 받지만, 약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약국에서 받는다.
“그 부분을 털어 보면 될 겁니다.”
노형진은 카드 명세서를 흔들며 말했다.
“과연 그 뒤에 누가 있는지 두고 보자고요.”
* * *
“여기에 있네요, 홍종한 씨의 명세서.”
암에 들어가는 약을 취급하는 곳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은 병원 앞에 몰려 있고, 또 그곳에서 카드로 결제했기 때문에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게 무슨 투약 지도서인가요?”
“어디 보자……. 이건……?”
“왜요?”
“이상한데요. 뭔 놈의 영양제가 이렇게 많이 들어가지?”
약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거 누가 만든 거지? 영양제에다 초강력 진통제? 수면제? 기가 막히네. 뭐 이딴 게 다 있어?”
약사는 그걸 보다가 안으로 소리 질렀다.
“영규야! 이거 네가 만들었지?”
“뭘요?”
“이거 말이야!”
안쪽에서 나온 다른 약사는 그걸 보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왜 이따위야?”
“왜 이따위긴요. 당연히 병원에서 요구하니까 만들어 준 거지.”
“음…….”
그걸 본 노형진은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갔다.
암도 아닌데 암 치료제를 처방하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될 것이다. 일단 암 센터로 사용 내역이 올라가야 하니까.
“영양제는 그렇다고 쳐도, 진통제랑 수면제는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알 것 같네요.”
암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영양제만 먹으면 컨디션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들어갔을 것이다.
그래야 홍종한은 아프지 않은 이유가 진통제 때문이라고 생각할 테고, 수면제 때문에 매일같이 졸면서 자신의 기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할 테니까.
‘거기에다 걸렸을 때도 거짓말하기 좋지.’
안 그래도 졸음운전으로 난 사고로 몰아가고 있는데 수면제까지 먹었다고 하면 당연히 수면제 때문에 졸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게 암 치료랑 관련이 있나요?”
“전혀요. 항암 관련 성분은 전혀 없어요.”
어깨를 으쓱하는 약사.
“혹시 그거 출력해 주실 수 있습니까?”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네? 하지만 이건 개인 정보 보호법 위반이라서요.”
“걱정하지 마세요. 영장 받아 오겠습니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