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52)
“이런…… 개 같은…….”
구 성화노조의 위원장인 남궁찬수는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사 측을 압박하기 위해 총파업을 표결에 부쳤다.
그리고 98%의 찬성으로, 파업이 확정되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그가 현장에 왔을 때, 평소처럼 근무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대다수가 평소처럼 근무하고 있었다.
“너 이 새끼들! 지금 총파업 기간이야! 알아, 몰라!”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나 당신네 노조 아닌데?”
“뭐?”
“나 당신네 노조 아니라고.”
“그……!”
“당신네 노조원한테나 가서 따져.”
“너 이 새끼! 어디 비정규직 새끼가……!”
언성을 높이려던 남궁찬수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다.
“어디다 대고 비정규직이래! 나 정규직이야, 정규직! 알아! 정규직이라고! 너랑 똑같은! 정! 규! 직!”
그동안의 설움이 복받힌 건지, 한 글자 한 글자 힘줘서 또박또박 말하는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 주변으로 모이는 사람들.
“그럼, 정규직이지.”
“그래, 당당한 정규직이지.”
“니미, 씨발…….”
남궁찬수는 절로 욕이 나왔다.
전에는 비정규직이라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있었다.
파견을 보낸 회사에 한번 지랄 지랄 하면 그 회사에서 바로 그를 해직시켰으니까.
하지만 그는 이제 정규직이다.
그들을 빼 버릴 권한은, 이제 자신이 아닌 회사에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 그들을 자를 이유는 없다.
“씨발…… 두고 보자!”
남궁찬수는 이를 박박 갈면서 다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른 먹잇감을 발견했다.
자신이 아는 사람이었다. 즉, 자신의 노조에 속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야! 이 새끼야! 지금 총파업 기간이야! 그런데 왜 여기서 일하고 있어!”
남자는 주변을 돌아보더니 피식 웃었다.
“나는 총파업 투표에 불참했는데요.”
“뭐?”
“나한테 총파업 의사를 물어본 적 있습니까?”
“당연하지! 투표했잖아!”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지금까지야 어쩔 수 없이 끌려다녔다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그건 내가 아니라 대의원이 한 거지.”
“그게 그거지!”
“아니지. 그거 성화 때 낙하산으로 내려온 새끼들이잖아.”
어깨를 으쓱하는 남자.
“몇 년째 대의원이니 노조 위원이니 위원장이니 해 처먹었으면, 이제 좀 그만하지?”
“뭐라고? 너, 너……!”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떠는 남궁찬수.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다.
총투표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 투표에 참여한 것은 대의원과 노조 위원뿐, 진짜 노조원은 참여하지 않았다.
투표 정관에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다른 노조가 없으면 모를까, 다른 노조도 있는데 우리가 투표해서 뭐 어쩔 건데? 거기에다 우리가 숫자도 적은데.”
“무려 20%라고!”
“글쎄? 그 20%에서 나는 빼 주슈.”
남궁찬수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빼 달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내 대신에 투표를 하든 말든 그건 당신들 마음이지만, 탈퇴하는 건 내 마음이라고.”
다른 대안이 없다면 모를까, 지금은 다른 대안이 있다.
거기에다 그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훨씬 투명하다.
“막말로, 당신네들이 나한테 해 준 것도 없고.”
그들이 어용인 걸 모를 리 없다.
당연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들은 기업 편을 들어 줬지 노동자 편을 들어 주지는 않았다.
“저 새끼들, 어용이라고! 알아!”
“그래, 어용이겠지. 그래서 뭐? 최소한 양심적인 어용이잖아. 그러는 너희는 어용 아니었나?”
피식 비웃는 남자.
그는 남궁찬수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어깨를 툭 쳤다.
“아, 그리고 아까 20%라고 꽤나 당당하게 말하던데, 내가 봐서는 그 숫자 확실하게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뭐?”
“그래도 명색이 노조 위원장인데 자기 노조 소속이 몇 명이나 되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오. 요즘 탈퇴 광풍이 불던데.”
히죽거리면서 웃은 남자가 멀어지자 남궁찬수는 다급하게 노조 사무실로 달려갔다.
사무실로 들어가는 순간, 사색이 되어 서 있는 부하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위…… 위원장님…….”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책상 가득 쌓여 있는 서류들.
그건 누가 봐도 노조 탈퇴서였다.
한데 한두 장이 아니었다.
족히 몇백 장은 되는 양이었다.
“노조원들이…… 대량으로 탈퇴하고 다른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어째서!”
“그게…… 소문이…….”
“소문?”
“회사에서, 다른 두 개 노조의 요구 때문에 결국 우리들에 대한 수사를 맡길 수밖에 없다고…….”
남궁찬수는 순간 휘청거렸다.
그건 말도 안 된다.
자신이 누군데? 자신은 노조 위원장이다.
그런데 자신을 조사한다고?
“누구 마음대로! 이거 노조 파괴 행위야!”
“하지만…….”
부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건 노조 파괴 행위라고 보기도 애매하다.
회사에서 처벌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노조에서 요구하는 사항이다.
그들이 파업을 할지 안 할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당장 노조원들을 모아! 본사에 가서 항의해야겠어!”
남궁찬수는 소리를 질렀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당장 일개 직원의 말을 듣고 정규직화를 단행한 유민택이다.
그러니 노조 위원장인 자신이 가서 말하면 들어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터무니없이 무너졌다.
“위원장님…… 노조원이…… 없습니다.”
“뭐라고?”
“지금 우리가 가진 노조원은…… 1% 이하입니다.”
“1% 이하라고?”
“네. 0.5% 정도입니다.”
“그게 무슨……?”
남궁찬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0.5%.
그가 알기로는, 그 수치는 일반 노조원 없이 대위원이나 노조 위원 정도만 포함된 것이다.
그러니까 일반 노조원은 모조리 탈퇴했다는 뜻이다.
노조원이 없는 노조는 노조가 아니므로 힘이 없다.
더군다나 대위원이나 노조 위원은, 그들의 요구에 따라 수사의 대상이다.
“말도 안 돼!”
그는 부들부들 떨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서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직원을 강제로 끌어냈다.
“어억! 당신 뭐야!”
“꺼져! 꺼지라고!”
그는 직원을 밀어내고는 문을 잠갔다. 그리고 다급하게 방송실로 뛰어가 내부 방송 마이크를 켰다.
“친애하는 동지 여러분! 지금 사 측의 노조 파괴 행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이는 명백한 노조 파괴입니다! 저들은 어용 노조입니다! 저들을 몰아내 주십시오!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점심 시간의 음악 방송을 준비하던 직원은 다급하게 사람들을 불렀고, 열쇠를 가져와 잠긴 문을 열었다.
“저거 끌어내!”
“놔! 놓으라고! 여러분! 노조를 도와주십시오! 노조 파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발버둥을 치는 남궁찬수.
그의 목소리는 마이크를 타고 사내로 퍼졌다.
그 소리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끌려 나오던 그는 얼굴이 환해졌다.
그들이 도와줄 거라 믿었다.
자신은 노조 위원장이니까.
노조를 위해, 노동자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그러나…….
“지랄하네.”
“지랄도 풍년이다.”
“염병, 개지랄.”
주변에는 그저 비웃음만이 가득했다.
그렇게 남궁찬수는 노동자들의 비웃음을 받으면서 회사 바깥으로 끌려 나갔다.
“나는! 노조 위원장이야! 이건 노조 파괴 행위야!”
그의 절박한 외침에 동조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