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748)
성조화학.
한국의 중견 기업이다.
그들은 특정 지역, 정확하게는 현 야당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 곳에 적대적 인수 합병이 들어온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아니, 이게 뭔 소리야!”
성조화학의 대표인 성문조는 적대적 인수 합병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적대적 인수 합병?”
“네, 지금 모든 주식을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어째서 적대적 인수 합병이라는 거야?”
“아주 대놓고 싹 쓸어 가고 있어요!”
“뭐?”
보통 적대적 인수 합병은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이 알기 전에 하나라도 더 많은 주식을 가지고 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 성조화학의 주식을 싹 쓸어 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말이나 돼?”
“아침에 시작하자마자 서킷 브레이커가 걸렸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어떤 미친놈이 그렇게 비싸게 산다는 거야!”
서킷 브레이커란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하거나 급등할 때 일시적으로 거래를 막는 것을 뜻한다.
“미친! 그게 뭐야!”
이건 대놓고 너희를 잡아먹겠다고 덤비는 꼴이다.
“아니, 그게 누군데? 어? 누군지 알아냈어?”
성조화학같이 규모가 있는 기업은 운영자가 가지고 있는 주식이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 우호 지분을 가지고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격이 오르면 운영권을 가진 사람들이 주식의 판매를 고민하게 된다.
“마이스터입니다.”
“뭐? 누구?”
“마이스터라고, 미국계 투자 기업입니다.”
“미국 기업이 왜 우리를 노려?”
등골이 오싹해지는 성문조.
“모르겠습니다.”
“염병, 이게 무슨 일이야!”
그는 다급하게 주식시장에 들어갔다. 성조화학의 주식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 그래프가 눈에 들어왔다.
전이라면 좋았겠지만…….
‘미치겠네.’
누군가 자신의 경영권을 노린다는 생각에 그는 정신이 어질어질해졌다.
“일단 주식 다 긁어모아. 어떻게든 다 긁어!”
“네, 알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내부에 있는 돈을 모조리 긁어내기 시작했다.
“우호 지분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 연락해서 죄다 팔지 말라고 해!”
“하지만 그러면 그들이 손해 보는데요?”
“경영권이 우선이지, 지금 그 사람들 손해가 우선하게 생겼어?”
“하지만…….”
부하 입장에서는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안 파는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곳은 몇 군데 안 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공단이나 은행에 연락해서 팔지 말라고 해!”
“그건…….”
개미들이야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큰손들이다.
“적당하게 사례를 하라고! 무슨 뜻인지 몰라?”
“네.”
부하는 당장 뛰어나갔고, 성문조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 * *
“역시나, 예상대로네.”
노형진은 주식 그래프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그는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모아서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손채림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적대적 인수 합병을 하려면 조용히 모아야 하는 거 아냐?”
“그렇지.”
“그런데 대놓고 호가를 그렇게 높게 불러 가면서 사는 이유가 뭐야? 주식시세보다 더 높게 부르잖아?”
그런데 노형진이 고의적으로 호가를 무척이나 높게 부르는 바람에 성조화학의 주식 가격은 미친 듯이 하늘로 뛰기 시작했다.
“아니면 뭐, 주식 장난이라도 하려고?”
일반적으로 이런 식으로 주식 가격을 올리는 것은 일단 가격을 미친 듯이 올려서 한창 비쌀 때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내고 도망가려고 하는 일종의 주식 범죄를 저지를 때 많이 쓰는 방법이다.
“내가 그럴 리가 있나.”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아니, 애초에 내가 그 정도로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사실 사는 데 성공한 주식은 얼마 안 되니까.”
손채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형진이 진짜 산 주식은 얼마 안 된다.
물론 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을 다 사기는 했지만, 경영권을 노릴 정도의 주식은 안 된다.
“호가만 잔뜩 불렀잖아.”
10만 원짜리를 11만 원에, 11만 원이 되면 12만 원에, 12만 원이 되면 13만 원에 사니 성조화학의 주식에는 미친 듯이 거품이 끼고 있었다.
“알아.”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마이스터의 무서움은 엄청난 재력이지. 내가 가진 돈으로 성조화학쯤 쓰러트리는 건 일도 아니야.”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들이 쓰러진다고 해서, 정치인들이 나한테서 손을 뗄까?”
“그럴 리 없지.”
고작 기업 하나다.
그거 하나 노형진이 집어삼킨다고 해서, 그들이 관심을 끊을 리 없다.
“그러니까 올리는 거야.”
“부자로 만들어 주려고?”
“그런 거지. 미다스가 되고 싶다면 미다스가 되라는 거지. 정치인들도 성조화학의 주식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이해가 안 간다.”
노형진의 말에 손채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해 줄 게 있어.”
“뭔데?”
“거래처를 찾아 줘.”
“무슨 거래처?”
“성조화학의 거래처 말이야. 그들을 만나서 협상할 거야.”
노형진의 말에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거기에 뭐 어쩌려고?”
“이번 일은 기본적으로 미다스의 일이지만, 또한 복수재단의 일이기도 하지.”
“그거랑 이번 일이랑…… 아!”
그 순간 뭔가가 손채림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맞아. 기본적으로 사회는 똑같은 구조로 흘러가지, 위든 아래든. 달라지는 것은 단 하나.”
노형진은 주머니에서 5만 원짜리 하나를 꺼내 들었다.
“돈이지.”
* * *
“뭐라고?”
성문조는 정신이 아찔했다.
“계약 해지?”
“네, 다른 곳이랑 계약했답니다.”
“이게 무슨 말이야!”
기존 거래처들이 갑자기 줄줄이 계약을 끊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왔다.
“저희도 지금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저희도 어떻게 된 건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는 지경.
“다른 곳이 어떤 곳인지 이야기도 없고, 그냥 미안하다고만…….”
“이게 미안하다는 말로 끝날 일이야! 벌써 계약 업체의 3분의 1이 날아갔어!”
아무리 성조화학이라고 해도 이 정도의 이탈이면 기업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누군가 우리를 죽이겠다고 달려들지 않으면 이런 수치가 나올 수가 없다고!”
성문조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의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 자신을 노린단 말인가?
어째서 자신이란 말인가?
‘아니, 노릴 만한 건 하나뿐이잖아!’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긁어모은 것은 다름 아닌 마이스터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데.’
마이스터 투자금융이라면, 자신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긁어모은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자신들이 주식을 긁어모은 것이고.
그런데 그들이 왜 갑자기 자신들을 공격한단 말인가?
‘이해가 안 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상황.
‘그들은 아니야. 다른 누군가야. 우리가 그들과 다른 누군가의 전쟁에 끼어든 건가?’
그런 거라면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최악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최악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사……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우리와 거래하던 곳과 새로 거래를 튼 곳을 알아냈는데……!”
“그런데?”
“벤젤이라는 곳입니다!”
“벤젤?”
처음 듣는 이름이다.
자신들을 대체할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이름을 알아야 하는데.
“기존에 있던 화학공장이 이름을 바꾼 거야?”
“아닙니다! 수입 업체입니다.”
“수입 업체라니.”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성문조.
“그들이 우리의 절반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한다고 했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온답니다!”
회의를 하던 임원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절반이라니! 절반이라니!”
아무리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절반까지 낮출 수는 없다.
한국에서 중국 물건의 수입을 무차별적으로 허락하지는 않는다.
중국 물건이 워낙 싸서 한국의 회사가 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수입 과정에 관세나 기타 경비가 들어가서 결과적으로 가격이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절반이라니?
“그게 가능해?”
절반의 가격이라면 사실상 마진은 포기했다고 봐야 하는 수준이다.
“그렇게 하기로 계약했답니다.”
“미친…….”
“그, 그래서…….”
“뭐야, 또? 아직도 뭐가 남았어?”
“벤젤이라는 곳에 대해 알아봤는데…….”
“뭐? 그 새끼들 뭐야? 어떤 새끼들이야!”
그런 식으로 도전한다면 정부와의 인맥을 이용해서 그들을 반쯤 죽여 버릴 생각에 성문조는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다음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그들이…… 마이스터에서 투자받아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뭐? 마이스터?”
“네!”
“이…… 무슨…….”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다. 주식시세를 잔뜩 높여 놓고 이제는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경쟁 업체를 차리다니.
“이게 뭐 하자는 짓거리야!”
도대체 마이스터가 뭘 노리는지, 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른 업체들에도 연락해 봤는데…….”
“그런데?”
“다른 남은 기업들도 동일한 조건으로 거래하자고 연락이 와서 고민 중이라고…….”
다리가 풀린 성문조는 휘청하더니 그대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