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898)
가해자들이 있는 곳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들이 감추려고 노력했다지만 새론은 정보 팀이 있으니까.
그들이 있는 곳은 어떤 교회였다.
“외국인 교회입니다. 목사님이 외국인 선교를 전문으로 하는 분이시고요.”
외국인이 많은 구로구에 위치한 작은 교회.
그 입구에는 여러 나라 말로 환영한다는 말이 붙어 있었다.
“경찰은?”
“아무래도 종교 시설이라 강제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하더군.”
김성식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미 수많은 인권 단체들이 입구를 틀어막고 있으니 강제 진입하면 도망갈 테니까.
“뭐, 흔한 일이기는 하네요.”
한국은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서로 터치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경찰도 어지간하면 종교 시설에는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정치적으로 탄압받던 사람들이 종교 시설로 도망치는 경우도 많았다.
“아무래도 그들을 넘겨줄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상관없습니다.”
“뭐?”
“상관없다고요.”
노형진은 몰려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하지만 저들에게 벌을 주지는 못하지 않나?”
“벌이라…….”
노형진이 씩 웃었다.
“벌이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뭐?”
“교도소란 어떤 공간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질문의 요지를 모르겠군.”
“교도소는 범죄자를 일반인으로부터 격리시키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저곳은 범죄자를 일반인으로부터 충분히 격리하고 있지요.”
교회가 아주 큰 것은 아니었다.
대략 80평 정도.
그 안에 교회의 목사와 범죄자들이 같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른 명의 인권 운동가들과, 목사의 가족들까지.
“자랑스러운 인권 운동가들 아닙니까? 그러니까 자신에게 닥쳐온 고난을 얼마나 잘 버티는지 두고 보죠, 후후후.”
* * *
노형진은 그곳에서 체포를 막는 사람들의 면면을 모조리 카메라로 찍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해 조사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신분이 나왔다.
노형진은 그들에게 손해배상과 압류를 걸었다.
“범죄가 있으면 손해배상이 있는 법이니까요.”
그들은 명백하게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으니, 그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경찰의 체포 업무에 대한 공무집행방해를 걸고넘어질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찰도 부담을 느낀 건지 잽싸게 고발을 진행했다.
그러자 상황이 돌변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가해자를 지키는 게 아니라, 그들이 모두 공무집행방해죄와 범인은닉죄의 범죄자가 되어 버린 것.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뭐, 자칭 인권 운동가들 아니십니까? 인권 운동가들에게 고난은 하나의 역사 아니겠습니까?”
그들은 정부와 싸우고 거대 기업과 싸우면서, 투옥되고 고문받고 손해배상을 청구받으면서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오로지 사람 하나만을 믿으며 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바로 인권 운동가들이었다.
“과연 그 후예들은 어떤 소리를 할지 두고 보자고요.”
노형진은 제법 두툼한 서류를 꺼내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 많은 재산을 언제 다 가압류한대요?”
* * *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어어…… 이거 뭐야?”
“우리 집에 압류가 들어왔다고?”
교회에 있던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들이 공무집행방해로 고발되는 것은 예상했다.
하지만 범인의 도피를 도운 죄목으로 고발당하고 또 같은 이유로 민사소송까지 당하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당장 나가서 따져야 합니다.”
“나가서 따져야 한다고?”
“나갈 수나 있고?”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교회 앞에는 노형진이 보낸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경찰이 보낸 사람이 아예 상주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나오는 순간 체포하겠다고 말이다.
“미친…….”
자신들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교회 앞에 있는 경찰들도 알고 있다.
그러니 그들이 바깥으로 나가는 즉시 체포될 것은 당연한 일.
“나갈 수도 없고.”
지키려고 왔지만 졸지에 그들이 갇혀 버렸다.
집에서는 집이 가압류되었다고 다급하게 전화가 오고 난리인데 갈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미치겠네…….”
“아니, 어떻게 일이 이렇게 꼬이냐.”
“버텨야 합니다. 버텨서 이겨 내야 합니다.”
그들은 자존심을 지키겠다면서 다시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이 싸움이 얼마나 길게 갈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 * *
“아이고, 덥다.”
노형진은 푹푹 찌는 날씨 속에서 교회를 바라보았다.
교회에서는 문이란 문은 다 열어 두고 열기를 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섞여 있는 쿠리쿠리한 냄새는 어쩔 수가 없었다.
“물 끊긴 지 몇 달이지요?”
“한 달째군요.”
“제법 버티네.”
“노 변호사님 진짜 악마 맞는 것 같네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천사도 바깥에서 보면 악마입니다.”
노형진이 그 안에 있는 인권 운동가들에게만 압류를 건 것이 아니다.
교회에도 압류를 걸었다.
당연히 교회의 목사도 범인은닉죄와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된 상황이라 교회 바깥으로 나올 수 없었기에, 교회에 건 소송은 불출석으로 이쪽이 승리할 수 있었다.
노형진은 그 판결문을 가지고 해당 교회의 자금을 모조리 막아 버렸다.
당연히 전기세와 수도세를 내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얼마 전에는 전기와 수도가 끊겨 버렸다.
뜨거운 한여름에 그 두 개가 끊긴 상황에서, 안에 있는 사람들은 고통에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다.
“자, 자, 냉면 왔네요. 먹읍시다.”
노형진은 배달 온 냉면을 뜯으면서 교회 쪽을 힐끔 보았다.
“와, 진짜 잔인하네.”
손채림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휴가 갔다 온 사이에 일 터트리고 있다고 하더니 이 정도일 줄은.”
사건 초기에 손채림은 휴가 중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왔을 때는 이미 사건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어서 딱히 할 게 없었다.
오늘도 상황 확인차 여기에 온 것이고.
노형진이 고용한 사람들이 입구에서 그들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나오는 순간 체포를 면할 수가 없었다.
바로 경찰에 신고가 들어갈 테니까.
“배 안 고플까?”
“뭐, 먹고살 만하겠지.”
사실 저들은 제대로 밥도 못 먹고 있었다.
원래 안에 있던 식량은 다 먹은 지 오래다.
그들은 음식을 시키려고 했지만, 노형진이 배달하러 온 사람들에게 배달하는 경우 범인은닉의 종범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해서 배달을 포기시켰다.
그래서 그들은 가족들이 가져다주는 걸로 먹고살고 있었다.
일단 가족들은 이런 경우 처벌이 안 되니까.
“그런데 진짜 궁금한 건데.”
“응?”
“들어가는 게 있으면 나오는 것도 있는 거 아니야?”
그릇을 툭툭 치면서 질문하는 손채림.
“안 나오잖아.”
“한 달짜리 변비면 이미 죽었지 싶은데?”
“아…… 그쪽 이야기?”
그러고 보니 그렇다.
대부분의 변기는 수세식이다.
물이 안 나오면 그걸 처리할 방법도 없다.
당연히 냄새가…….
“어쩐지 냄새가 더 쿠리쿠리하게 변하는 것 같은데.”
노형진은 키득거리면서 냉면을 쭈욱 빨아들였다.
“아이고, 시원하다.”
“그러고 보니 전에 이런 일이 있었지.”
“어떤 일요?”
“지금이랑 비슷했네.”
인권 운동가 한 명이 빨갱이라는 죄목을 뒤집어쓰고 모 성당으로 대피했다.
경찰이 그를 체포하려고 했지만, 지금처럼 인권 운동가들이 그들을 보호하려고 했다.
“그 당시에 정부가 수도와 전기를 끊었지.”
“헐.”
“그때 내 기억이 맞는다면, 1년 3개월을 버텼네.”
“대단하시네요.”
“그나마도 그 체포 대상이었던 사람이 동지들이 고통받는 걸 더는 못 보겠다고 자수해서 끝난 거지, 그게 아니었으면 3년을 넘겼을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재판 중에 대통령이 바뀌었지.”
노형진이 씩 웃었다.
그랬다면 아마 무죄로 풀려났을 것이다.
“1년 3개월이라. 뭐, 한 달밖에 안 지났으니 저쪽은 버틸 만하겠네요. 여름이라는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노형진이 빙긋 웃는 그때, 안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끄아아악!”
“사…… 살려 줘!”
갑자기 건물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사람들.
기다리고 있던 경찰들은 그들을 서둘러 체포했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피골이 상접해 있던 그들이었기에 저항은 딱히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죽여 버릴 거야!”
“죽어!”
“으아아!”
교회 안에서 칼을 휘두르는 남자들.
그들은 가해자였다.
그들은 눈이 돌아가서 사방에 칼을 휘두르고 있었고, 벌써 여섯 명이 칼에 찔린 채로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살려 줘!”
경찰들은 그걸 보고 재빠르게 총을 꺼내 들었다.
아무리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어 진입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지만, 안에서 살인범이 사람 죽이는 것을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손 들어! 무기 버려!”
“죽여 버릴 거야!”
하지만 눈이 돌아간 네 사람은 소리를 지르며 경찰에게 달려들었다.
탕!
날카로운 총소리가 들리고, 범인 중 한 명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러고 나서야 다른 범인들은 정신이 든 듯 우뚝 멈췄다.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다!”
멈춘 그들은 결국 들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았고, 경찰들은 능숙하게 수갑을 꺼내 그들에게 채웠다.
“헐.”
“이게 무슨…….”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서 얼어붙은 사람들.
노형진은 그쪽을 힐끔 보더니 중얼거렸다.
“결국 터지네요.”
“결국? 자네는 알고 있었단 말인가?”
“네. 그래도 좀 더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어지간히 인내심이 없군요.”
“그게 무슨 소리야?”
“뭐, 간단해.”
이곳에 숨어 있는 가해자들은 무슬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들어간 음식들은 할랄 푸드가 아니다.
교회 사람들의 가족들이야 자기 가족을 먹이는 데에나 신경 쓰지, 가해자들을 먹이기 위해 할랄 전문점까지 가서 할랄 푸드를 사 갈 이유가 없으니까.
“결과적으로 저들은 먹을 수 있는 게 한정될 수밖에 없어.”
기껏해야 흰밥과 풀 정도.
그렇게 몇 달이 지냈다.
거기에다 마지막 한 달은, 전기도 수도도 다 끊겨 버렸다.
그들 입장에서는 극도의 고통이었을 것이다.
수도도 전기도 안 되는 곳은, 감옥과 비교해 보면 도리어 감옥보다 더 나쁘다.
최소한 그곳은 먹기 좋은 음식이 나오니까.
“그러니 저들이 터질 수밖에 없지.”
자기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다.
“그들이 인내심이 있다고 볼 수는 없죠.”
“허.”
결국 그들은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인권 운동가들.
“하지만 너무 뜬금없는데?”
아무리 못 버티겠다고 해도 기껏해야 항복하고 뛰쳐나오는 정도가 정상이지, 갑자기 칼을 들고 사람을 찌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경찰의 질문에 너무 쉽게 대답하면서 여죄를 모조리 토해 내고 있다.
심지어 인권 운동가들의 비밀까지도 말이다.
“아, 그거?”
노형진은 씩 웃었다.
“그 기간 동안 그 공간을 자유롭게 다닌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 봐.”
“가족들 말고는 없잖아?”
“가족들 말고 한 명 더 있어.”
“아니, 배달부가 음식 배달을 한 것도 아닌데 거길 갈 사람이 누가 있어?”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한 명은 바로 알아들었다.
“우편배달부군.”
그는 돈과 상관없이 우편을 배달해 준다.
그리고 그 우편은 자신들이 막지 않았다.
막을 권한도 없고.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협박하던 다른 불법체류자들의 형이 확정되었다.
징역 7년.
다른 여죄들과 함께 나온 형량.
그 소식에 그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맞습니다, 후후후.”
노형진은 씩 웃었다.
“감옥에서도 우편은 보낼 수 있지요.”
물론 내용은 검열하지만, 자수를 권하는 우편을 막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흥분한 거군.”
그들은 인권 운동가들을 희생양 삼아서 자기들의 형량을 늘리려고 한 것이다.
“과연 인권 운동가들께서 자기들 목숨이 날아갈 뻔한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지 기대가 되네요, 후후후.”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남은 냉면을 쭈욱 빨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