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085)
얼마 후, 오광훈이 멋지게 차에서 내리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자원봉사를 관리하는 봉사 단체 관계자에게 다가갔다.
“오광훈 검사라고 합니다.”
“네?”
단체장은 당황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검사가 나타난 이유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까부터 무슨 일이야, 진짜.”
“아까?”
“아까 자원봉사자 한 분이 갑자기 자리를 비워서요.”
한 명 비는 거야 문제가 안 된다지만, 평소에 안 그러던 사람인지라 영 꺼림칙했다.
오광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신분증을 내밀었다.
“아까 그분 때문에 말입니다. 수상하다는 신고가 들어와서요.”
“수상해요? 그분은 변호사예요.”
“그래요? 신분증 확인했습니까?”
“그건 아니지만…….”
자원봉사를 하는데 신분증을 확인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 수상하다고 하던데요?”
“아니, 누가요?”
“제 수사관이요.”
“수사관?”
노형진은 그때쯤 해서 슬쩍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 사람입니다.”
“아…… 당신은…….”
노형진이 다가오자 담당자는 눈을 찌푸렸다.
새로 온 사람과 오래된 사람 사이의 작은 다툼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길어질수록 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기승전결이 아니라 결부터 던지고 보자.’
노형진의 작전은 그랬다.
일단 문제점부터 던지고 그걸 파고들면, 그 과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뭐든 다 의심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이번에 연쇄살인 사건 아시죠?”
“네? 아, 네. 그건 알죠.”
“그 피해자들이 자원봉사를 하던 사람들이라는 믿을 만한 제보가 있어서요.”
“제보요?”
“네, 그래서 확인차 왔습니다. 피해자들 중 일부가 자원봉사를 하던 흔적이 발견되어서요.”
담당자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걸…… 왜…… 이제야…….”
“특정된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게 발표되면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습니까?”
“아아아…….”
분명히 자원봉사 자체가 움츠러들 것이다.
최소한 범인을 잡을 때까지는 하려고 하는 사람이 줄어들 테고, 그게 복구되려면 최소 1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
“자원봉사에 기대어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문제죠.”
당장 이곳에 사는 노인들만 해도, 이들이 지급하는 연탄이 없으면 겨울을 제대로 날 수가 없다.
물론 주문해서 가져다 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현대의 인건비는 어마어마하다.
만일 인건비까지 따져서 그걸 주려고 하면 연탄의 지급량은 최소한 5분의 1 이하로 떨어질 테고, 노인들의 경우는 그러면 얼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제가 휘하의 수사관들을 몇 곳에 투입했습니다.”
노형진을 바라보면서 말하는 오광훈.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럴 리가요. 그분은 변호사라고 하던데.”
말을 하는 담당자는 덜덜 떨고 있었지만 그래도 의심의 눈초리는 버리지 않았다.
“그러면 이들 중 아는 분이 있는지 확인해 주실 수 있겠어요?”
오광훈은 미리 준비한 실종자 사진을 내밀었다.
그걸 본 담당자의 눈동자가 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어어?”
“아시는 사람이 있나요?”
“세 사람 정도…….”
노형진은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이스.’
살짝 흔들자 켕겨서 도망간 김후태.
그 덕분에 살짝 흔드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누구죠?”
오광훈의 말에 사진에서 세 사람을 골라내는 담당자.
“열심히 자원봉사 하러 다니던 분들이에요.”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나오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이 끊어졌다고 생각했다.
‘그게 자원봉사 단체의 방식이니까.’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방식.
그래서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겨도 단체에서 굳이 전화하거나 찾지는 않는다.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해도 연관점이 없으면 수사가 안 되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수사관들은 자원봉사에 대해서는 별로 의심을 하지 않는다.
설사 의심을 했다고 해도, 다른 실종자가 더 있으리라는 의심까지는 가지 않는다.
‘빨라야 6개월에 한 번씩 발생하는 실종이니까.’
그런데 김후태가 다닌 자원봉사 단체는 이곳만이 아니다.
그러니 길면 2년에 한 번 실종자가 생기니 경찰이 의심을 할 이유가 없다.
“역시나 그렇군요.”
그러나 아예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인식을 한 이후는 다르다.
“그러면 이걸 여기다가 신고해 주세요. 아, 죄송합니다만, 우리 이야기는 빼고 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네?”
담당자는 당혹했다.
검사가 직접 찾아와서, 자신을 빼고 다른 검찰에 조사를 부탁하라고 하다니?
“우리는 별도 조직으로 조사 중입니다. 나중에 언론을 보시면 알겠습니다만.”
오광훈은 노형진이 말해 준 대로 설명했고,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 알겠습니다. 경찰에 가서 실종자 중 세 명이 우리 자원봉사 단체에서 일하던 사람이라고 말하라는 거죠?”
“더 있을 수도 있다면 더 말하셔도 됩니다.”
“아마도 더 있을 겁니다.”
담당자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가 이곳을 담당한 지 4년이 좀 넘었다.
그리고 살인은 벌써 수십 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
“오래 자원봉사 한 분들에게 여쭤볼게요. 전임자분에게도 연락을 해 보고.”
“네, 감사드립니다.”
오광훈이 노형진과 함께 뒤로 물러난 후, 그는 힘없이 터벅터벅 그곳을 떠났다.
하긴, 믿었던 사람이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얼마나 충격적이겠는가?
“이걸로 된 거야? 이제 수사를 제대로 할까?”
“그럴 리가.”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정보를 주기는 했지. 하지만 방향만 잡아 준 거야.”
“그런데 차라리 그 인간이 검사라는 사실을 말해 주면 되는 거 아니야?”
“아니. 그러면 우리가 전면에 나선 게 드러날 테니까.”
하지만 자신들을 빼고 이야기하면 드러나지 않는다.
검사인 걸 알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면 김후태 그 새끼가 잡히는 건가?”
“글쎄.”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잡힐까?
아마도 언젠가는, 잡힐 것이다.
“하지만 그사이에 도망치거나 할 수도 있겠지.”
“그러면 괜히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거 아니야?”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럴 일은 없어, 절대로.”
* * *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없다고? 그러면 뭔데, 이 새끼야!”
대검찰청에까지 불려 온 동부 지검장 김후태는 지금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었다.
“네가 수상하다고 신고가 들어왔어!”
아무리 검찰과 경찰이 무능하다고 하지만 뻔하게 알고 있는 사람을 특정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는 걸리지 않게 핸드폰과 주소를 가짜로 하여 명함을 만들었지만, 그사이에 사진 한 장 찍히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까.
“아니, 그건 제가 몰래 자원봉사를 하려고 해서…….”
“이 새끼야! 자원봉사를 몰래 하는 새끼가 대포폰에 가짜 명함까지 만들고 다녀!”
김후태는 진땀을 흘리며 변명했다.
“죄송합니다. 일을 키우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이런 개자식! 너 이런 상황에 눈이 삐었냐? 어? 실제로 실종자가 다섯 명이라고 하잖아!”
“그건…….”
“다른 자원봉사 단체 이름 다 보고해! 알았냐! 알았냐고!”
“네…….”
검찰청장의 말에 김후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나왔다.
그러고는 이를 악물었다.
“씨팔.”
만일 자원봉사 한 기록을 건네면 자신은 빼도 박도 못한다.
연쇄살인범에게 가장 중요한 특정성이 성립될 테니까.
주기적으로 각 자원봉사 단체에서 실종자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그를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사건 자체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잊혔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의심받은 적도 없고, 이상한 낌새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콜드 케이스가 터져 나오더니 자신의 사건에까지 피해가 왔다.
“망할 오광훈 개자식.”
그 녀석이 과거의 사건을 뒤지다가 해결한 사건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염병. 이거 어쩌지?”
물론 가짜로 자원봉사 단체를 적어서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검찰도 바보는 아니니, 명단을 받으면 직접 그곳에 찾아가서 자신의 사진을 보여 주며 진실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광훈 그 새끼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삽질하고 있다는 건데.”
사건 자체를 발굴해 낸 것이 오광훈이었기 때문에 그는 오광훈을 주의해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여수에서 범죄 집단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며 그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처음 그 이상한 새끼가 왔을 때 차라리 버티고 있었어야 했는데. 염병, 씨발.”
그 자리에서 차라리 검사인데 몰래 자원봉사를 하느라고 그랬다고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 그래도 수사가 계속되고 있어서 찝찝한 마음에 자리를 피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일이 터지고 말았다.
단순한 실수였지만, 노형진이 그 실수를 물어뜯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젠장.”
사실 그가 처음부터 살인자였던 것은 아니었다.
우연한 기회에 주식환이 살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에는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진술을 들으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악마가 깨어났다.
모든 걸 쥐고 있는 존재,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존재.
그런 존재가 된 느낌이라는 말에, 그는 그런 느낌을 직접 느껴 보고 싶어졌다.
미친 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흔들렸다.
그가 검사가 된 시절은 말 그대로 검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시기였다.
검사라는 말 한마디에 누구나 기었다.
힘든 경제 사정 때문에 조금만 조사를 한다고 해도 은행에서는 대출을 환수해서, 그의 앞에서는 누구나 바닥을 기었다.
사건이 넘쳤기에 그에게 살려 달라고, 억울하다고 비는 사람도 넘쳤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면서 김후태는 자신이 전지전능하다고, 누구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젠장! 젠장! 젠장!’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보다 위에 있는 존재가 있었다.
김후태에게 살려 달라 하는 건 그저 감옥에 가기 싫다는 것이었지만, 주식환에게 살려 달라고 하는 것은 진짜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었다.
그 전지전능함을, 김후태는 느끼고 싶었다.
주식환은 그런 낌새를 눈치채고 마치 악마처럼 살살 유혹했고 결국 김후태는 무너졌다.
그리고 주식환이 잡히지 않도록 정보를 흘려 주면서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멍청한 새끼가 잡히지만 않았어도.’
멍청하게 트렁크에 시체를 싣고 가다가 걸린 주식환.
다행히 주식환은 죽는 그 순간까지 그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
-내 모든 것을 이어받을 사람은 이미 존재한다.
그게 무슨 말인지 다른 사람들은 몰랐지만 그는 알았다.
‘모든 것’을 받았으니까.
그런데 그 사건이 이제 와서 발목을 붙잡고 있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특정할 수만 없으면 되는 거야. 특정할 수만 없으면.”
법 위에 있는 자신이다.
누구보다 자신이 있고, 전지전능하다.
김후태는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
“난 살아남는다. 난 누구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니까. 누구보다 더.”
그의 눈에서는 욕망이 넘실거렸다.